대승아비달마집론 제2권
1. 본사품
1.1. 삼법품 ②[3]
[연기법]
【문】연에서 생기는 것[緣生]이란 무엇입니까? 또 몇 가지가 연에서 생기는 것입니까? 어떠한 이치에서 연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관찰하게 됩니까?
【답】모양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분별지(分別支)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약섭지(略攝支)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지연(支緣)의 건립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지업(支業)의 건립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지분(支分)의 잡염에 포섭되기 때문이고, 이치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심오함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차별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순역(順逆)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연생의 이치에서, 일체가 모두 연에서 생기는 것에 해당되나, 오직 법처ㆍ법계의 일부분과 모든 무위법만이 제외된다.
무인(無因)이나 불평등인(不平等因)을 ‘나’라고 집착하는 것을 버리기 위한 까닭에 연에서 생기는 것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다.
【문】모양에서 기인하는 것이란 무엇입니까?
【답】만들지 않는 연(緣)에서 생기기 때문이고, 상주하지 않는 것에서 생기기 때문이고, 세력이 연을 써서 생겨나기 때문이니, 이러한 것이 연에서 생기는 것의 모양이다.
【문】어떠한 것이 분별지(分別支)입니까?
【답】연에서 생겨나는 것을 분별하여 열두 가지로 나눈 것이다.
【문】어떠한 것이 그 열두 가지입니까?
【답】무명(無明)ㆍ행(行)ㆍ식(識)ㆍ명색(名色)ㆍ6처(處)ㆍ촉(觸)ㆍ수(受)ㆍ애(愛)ㆍ취(取)ㆍ유(有)ㆍ생(生)과 노사(老死)이다.
【문】어떠한 것이 약섭지(略攝支)에 기인하는 때문입니까?
【답】능인지(能引支)ㆍ소인지(所引支)ㆍ능생지(能生支)ㆍ소생지(所生支)를 가리킨다.
여기서 능인지란 무명ㆍ행ㆍ식의 지분이고, 소인지란 명색ㆍ6처ㆍ촉ㆍ수의 지분이고,
능생지란 애ㆍ취ㆍ욕의 지분이고, 소생지란 생ㆍ노ㆍ사의 지분이다.
【문】어떠한 것이 지연(支緣)의 건립에 기인하는 것입니까?
【답】습기(習氣)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그 인발(引發)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사유(思惟)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구유(俱有)에 기인하기 때문이니, 이 같은 지연의 건립도 그 상응되는 바에 부수된다.
【문】어떠한 것이 지업(支業)을 건립하는 것입니까?
【문】무명(無明)에는 두 종류의 업이 있으니,
첫 번째는 모든 유정으로 하여금 유(有)에 처하도록 하는 우치(愚癡)이고,
두 번째는 행과 더불어 연을 만드는 것이다.
행(行)에도 두 종류의 업이 있으니,
첫 번째는 모든 유정으로 하여금 모든 취 가운데의 온갖 차별에 처하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식과 더불어 연을 만드는 것이니, 그 훈습에 연유하는 까닭이다.
식(識)에도 두 종류의 업이 있으니,
첫 번째는 모든 유정이 일체의 업에 얽어 매이도록 지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명색과 함께 연을 만드는 것이다.
명색(名色)에도 두 종류의 업이 있다.
첫 번째는 모든 유정의 자체를 거두는 것이고,
두 번째는 6처와 더불어 연을 만드는 것이다.
6처(處)에도 두 종류의 업이 있으니,
첫 번째는 모든 유정의 자체(自體)를 원만하게 수렴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촉과 함께 연을 만드는 것이다.
촉(觸)에도 두 종류의 업이 있으니,
첫 번째는 모든 유정으로 하여금 경계를 받아쓰는 바에 따라 유전하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수와 함께 연을 만드는 것이다.
수(受)에도 두 종류의 업이 있으니,
첫 번째는 모든 유정으로 하여금 생사를, 그 받아쓰는 바에 따라 유전하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애(愛)와 함께 연을 만드는 것이다.
애(愛)에도 두 종류의 업이 있으니,
첫 번째는 모든 유정을 이끌어 생사에 유전하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취와 함께 연을 만드는 것이다.
취(取)에도 두 종류의 업이 있으니,
첫 번째는 후유(後有)를 받아서 모든 유정으로 하여금 유를 발동시켜 식을 받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유와 함께 연을 만드는 것이다.
유(有)에도 두 종류의 업이 있으니,
첫 번째는 모든 유정의 후유가 현전하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생과 함께 연을 만드는 것이다.
생(生)에도 두 종류의 업이 있으니,
첫 번째는 모든 유정의 명색ㆍ6처ㆍ촉ㆍ수가 차제에 따라 생겨나도록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노사와 함께 연을 만드는 것이다.
노사(老死)에도 두 종류의 업이 있으니,
첫 번째는 유정이 시분(時分)에 따라 달라진다고 헤아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유정의 수명이 달라진다고 헤아리는 것이다.
【문】어떠한 것이 잡염(雜染)에 포섭되는 지분(支分)입니까?
【답】무명이기도 하고 애이기도 하고, 취(取)이기도 하다. 이 같은 번뇌는 잡염에 의해 거두어지는 것으로, 행이나 식이나 유(有)와 같은 업도 잡염에 의해 거두어지는 것이다.
여타의 생(生)도 잡염에 의해 거두어진다.
【문】어떠한 것이 이치[義]입니까?
【문】무작(無作)이라는 이치이고, 원인이 된다는 이치이고, 유정을 여의었다는 이치이고, 의타기(依他起)라는 이치이고, 작용이 없다는 이치이고, 무상(無常)이라는 이치이고, 찰나에 존재한다는 이치이고, 그 인과의 상속에 끊어지지 않는다는 이치이고, 인과의 상사(相似)에 포섭된다는 이치이고, 인과의 차별이라는 이치이고, 인과가 결정된다는 이치이면서, 이 같은 연이 일어난다는 이치이기도 하다.
【문】어떠한 것이 심오함입니까?
【답】그 인의 오묘함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그 모양의 오묘함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생기는 것의 오묘함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머무는 것의 오묘함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전향의 오묘함에 기인하기 때문이니, 이 같은 것이 아주 심오함의 이치이다.
또 모든 연기법이 비록 찰나에 소멸된다 하더라도 머무름에 성취할 수 있고, 연을 작용하지 않더라도 유공용(有功用)으로 연을 성취할 수 있다.
유정의 이해 범위를 떠났더라도 유정이 성취할 수 있고, 만들지 않는 것이라도 여러 업의 과보를 훼손시키지 않고 성취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아주 심오한 이치라고 하는 것이다.
또 모든 연기법은 자체적으로 생겨나지도 않고 다른 것에 의해 생겨나지도 않고 함께 생겨나지도 않는다.
자작(自作)이 아니고 타작(他作)의 인에 의해서 생기는 것도 아닌 까닭에 아주 깊다고 하는 것이다.
【문】어떠한 것이 차별입니까?
【답】그 식이 생겨나는 것의 차별성[識生差別] 때문이고, 그 내신(內身)이 죽는 것의 차별성[內死生差別] 때문이고, 외부의 신체 따위가 생겨나는 것의 차별성[外殼等生差別] 때문이고, 이루어지고 없어지는 것의 차별성[成壞差別] 때문이고, 그 음식에 지지되는 차별성[食持差別] 때문이고,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 것을 분별하는 차별성[愛非愛趣分別差別] 때문이고, 그 청정함의 차별성[淸淨差別] 때문이고, 그 덕망의 차별성[威德差別] 때문이니, 이러한 것이 차별의 이치이다.
【문】어떠한 것이 순(順)과 역(遊)입니까?
【문】잡염에 순종하고 거스르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 청정에도 ‘순’과 ‘역’이 있게 된다. 그리하여 연기가 순종하고 거스르는 이치를 해설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