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본기경 하권
8. 해용의 본래 인연에 대한 품[本記該容品]
그때 여래께서는 비구승 1,250인과 함께 사위(舍衛)의 기원으로부터 구람니국(拘藍尼國)의 미음(美音)의 정사[精廬]에 노니실 적에, 발이 문지방을 밟자 천지가 진동하고 구슬과 악기들이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리며 해독되는 것은 숨어버리고 좋은 상서만이 온화하고 맑았으며, 그 날을 당하여 지경의 인민들은 경건하고 엄숙하면서 세존을 간절히 우러르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때 국왕의 이름은 우전(優塡)이었는데 몹시 사납고 해를 끼치며 아첨하는 말을 받아들이고 여색의 즐거움에 지나치게 빠져서 의심의 그물에 스스로가 잠겨 있었다.
또 대부인(大夫人) 두 사람을 두고 좌우에서 번갈아 시중들게 하였는데, 두 왕후의 용모는 한 나라에서 견줄 이가 적었다.
왼편의 부인 이름은 조당(照堂)인데 사람됨이 교만하고 오직 악만을 좇으며 어진 이를 질투하여 참소하고 남을 헐뜯기를 싫어할 줄 몰랐으며,
오른편의 부인 이름은 해용(該容)인데 인자한 일을 행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삼가 조심하며 청렴 소박하고 몸을 단속하여 무늬도 몸에 걸치지 않으므로, 왕은 그의 품행[操行]을 귀히 여기어서 매사에 치우치게 사랑하는지라,
조당은 시새움을 품고서 참소를 지극히 하므로 왕은 그의 행동을 살피며 그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용에게는 도승(度勝)이라는 점잖은 하인이 있었는데 항상 가서 향을 사가지고 돌아오면서 문안하느라고 정사로 가는 길을 매양 지나며 공경을 차렸고 향의 값을 덜어 모았다가 곧 가서 부처님과 비구승에게 공양을 하였으며, 부처님께서 그를 위하여 법을 말씀하면 극진한 마음에서 잊지를 않았었다.
보시를 마치고 궁전에 돌아오면서 가게를 지나며 향을 가져오는데, 이 공과 복으로 인하여 본래의 행이 뒤따랐으므로 향기에서 풍기는 향내와 무게가 평상보다 갑절이었으므로 묻고 따지면 사실대로 알렸다.
매양 향 값을 줄여서 부처님과 승가를 공양하며, 법이 깊고 이치가 미묘하여 세상에서는 들을 수조차 없는 법이었다.
해용은 부처님이라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 두려워하면서도 마음으로 기뻐하며 생각하기를,
‘나의 마음은 기뻐 날뛰는데 어떻게 하면 한량없는 법을 들을 수 있을까’ 하고,
곧 도승에게 말하였다.
“아무렇게나 나에게 말을 해보라.”
그러자 도승은 아뢰었다.
“몸이 천하고 입이 더럽거늘, 감히 여래의 높으신 말씀을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바라건대, 부처님께 가서 칙명을 받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러자 곧 보내며 궁전을 나가게 하면서 거듭 말하였다.
“자세히 분부를 받아 오라.”
그리고는 도승이 아직 돌아오기 전에 부인과 시녀들은 뜰 안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도승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돌아가서 법을 말하면 제도되는 이가 많이 있으리라. 설법하는데 의식에는 먼저 높은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라.”
도승은 칙명을 받고 자세히 거룩한 뜻을 말씀하자, 해용은 기뻐하면서 상자를 열고 옷을 내어 쌓아서 높은 자리를 만들었더니,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아서 알맞게 법을 말하였으므로,
부인 해용과 여러 시녀들은 의심이 풀리어 악이 깨지면서 구항(溝港)의 도를 얻었고 도승도 그때에 총지(總持)를 얻었다.
조당은 원망하며 시새워서 속으로 분을 내며 자주 헐뜯기를 한 번만이 아니었으나
왕은 도리어 욕을 하면서,
“너희들이 요망하게 해치는데 그 말은 이치에 맞지도 않다. 그 사람의 조행(操行)이야말로 절개를 지니어서 귀히 여길 만하다”라고 하는지라,
조당은 마음으로 꺼리며 오히려 그를 해치려고 은밀히 왕에게 아뢰었다.
“언제나 하인을 보내어 부처님 처소를 왔다갔다하면서 방탕하게 밖과 사귀며 뜻이 넘치고 삿된 데에 나아가고 있습니다. 첩은 실로 순량(純良)하고 충직(忠直)한데도 소홀히 보십니다.”
그러면서 여러 번을 참소하며 마지않는지라 왕은 약간 헷갈려 있었다.
조당은 꾀를 내어 생각하기를,
‘그가 재 올리는 날을 노리면 틀림없으리라’ 하다가,
그의 재 올리는 날을 엿보고는 그대로 왕에게 권하며 아뢰었다.
“오늘의 즐거움은 마땅히 오른편 부인을 청하십시오.”
왕은 곧 널리 부르자 명을 받고 모두가 모였으나 해용은 재를 올리느라고 홀로 명에 응하자 않으므로 되풀이 하여 세 번까지 불렀으나 절개를 지니고 움직이지 않았다.
왕은 성을 더욱 내어 사람을 보내서 끌어내오게 하고 묶어서 궁전 앞에 놓아두고 쏘아 죽이려 하는데도 해용은 두려워하지 않고 한마음으로 부처님께 귀의하였다.
왕은 자신이 쏘았는데 화살이 돌아와 자기에게 향하고 뒤에 쏘아도 곧 돌아왔으므로,
왕은 때에 크게 부끄러워하고 당황하면서 풀어 놓고 물었다.
“당신은 어떤 재주가 있기에 이렇게까지 되오?”
그러자 부인은 대답하였다.
“오직 여래만을 섬겼고 3존께 귀의하였습니다. 아침에는 부처님께 재를 받들었고 낮이 지나면 먹지 않으며 더욱 여덟 가지의 일을 행하고 장식은 몸에 가까이 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이는 세존께서 가엾이 여기어 돌봐 주셔서 이와 같았을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장하도다. 어찌 옳은 말이 아니겠느냐? 정사에 나아가서 뵙고 경건함을 나타내리라.”
때마침 적국에서 병사를 일으켜 지경에 들어온지라 그 무리들이 강성하였으므로, 왕 자신이 싸움터에 나가면서 범지 길성(吉星)에게 뒤를 부탁하여 임시로 나라를 다스리게 하자, 조당이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우리 아버님이 정사를 다스리면, 그를 반드시 죽여 버리리라.”
그러더니 왕이 떠나간 뒤에 딸과 아버지가 음모하여 해용과 그의 시녀들을 태워 죽이고서는 거짓으로 잘못하여 불이 났다고 말하면 덮어 가릴 수 있으리라 여긴 것이 일이 마침내 드러나 버렸다.
왕은 크게 성을 내어서 길성을 쫓아내어 지경의 밖에 버렸는데 그가 도사(道士)였기 때문에 그 목숨만은 살렸으며, 조당 등의 무리는 땅 굴에 가두어 두고 삿된 도를 쫓아내며 널리 부처님 법을 천명하였다.
비구들은 자리에서 물러나 부처님께 아뢰었다.
“왕후 해용과 그 시녀들은 정진하였음이 그러하였고 진리를 보아 도를 얻었사온데, 모르겠사옵니다. 무슨 죄로 이런 불의 해를 만났습니까? 오직 원컨대 세존께서는 듣지 못했던 것을 나투어 말씀해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바라나(波羅奈)라는 성에 음녀 5백 사람이 있었는데, 경박한 이들을 맞아들이어 자신들이 먹고 살았느니라.
세상에는 가라(迦羅)라는 벽지불이 있어서 인민들을 교화하여 5계를 지니게 하여 온 나라의 남자와 여자들은 마음을 돌리어 스승으로 여겼으므로, 여러 음녀들은 성을 내어 말하였다.
‘이 사람이 와서 우리의 손님들을 끊어버렸다.’
모두 다 성을 내어 해칠 것을 도모하더니, 훗날 가라가 다시 그 마을에 들어오자, 여러 음녀들은 똑같이 성을 내어 모두가 화로로써 가라를 때리고 쳤으므로 온몸이 타고 문드러졌으나 후회하거나 원망하지 않다가 문득 신족을 나타내어 허공으로 올라가자,
뭇 음녀들은 놀라 두려워하며 울면서 허물을 뉘우치고 길게 꿇어앉아 머리를 들고 사정을 진술하였다.
‘여자들이 어리석어서 지극히 참된 이를 몰랐나이다. 어리석은 떼들이라 신령한 이를 욕보였나이다. 스스로 생각하건대 허물과 죄악이 태산 같사옵니다. 원컨대 거룩한 덕을 내리시어 중한 재앙을 녹이소서.’
그러자 소리에 이어서 곧 내려와 반열반에 들었으므로 여러 여인들은 탑을 일으키고 사리에 공양하였느니라.”
세존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그때에 저 음녀들은 지금의 해용 등의 몸이니라. 죄와 복은 사람을 따르므로 오래되어도 나타나지 않음이 없느니라.”
이 법을 말씀할 때에 나라 안의 모두가 믿고 항복하며 기뻐하여 다같이 3존께 귀의하고 계율을 받고서 물러갔다.
부처님과 비구들은 도로 사위에 이르러서 기원에 머물러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