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1권
8. 불설타주착해중경(佛說墮珠著海中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의 영취산(靈鷲山)에서 대비구 대중 5백 명과 함께 계셨는데, 모두가 크게 거룩한 신통을 갖춘 이들이었다.
이때 여러 비구들은 강당의 상좌에 앉아 함께 의논하며 말하였다.
“우리들의 세존께서는 아주 오랫동안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으셔서 생사에 있어서 5도(道) 의 고통에 구애받지 않으시고 불도(佛道)를 성취하여 일체 중생을 제도하시려 했으니, 이는 다 정진(精進)에서 나온 것이다.
[5도(道): 지옥ㆍ아귀ㆍ축생ㆍ인간ㆍ하늘의 다섯 가지]
그러므로 9겁(劫)을 초월하여 스스로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루어 최정각(最正覺)이 되셨고, 우리들은 부처님에 의해 제도되어 다리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멀리서 비구들이 의논하는 소리를 들으시고 일어나셔서 강당에 이르러 물으셨다.
“무슨 의논들을 하고 있느냐?”
비구가 아뢰었다.
“저희들이 의논한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존의 공덕은 높고 높으며 한량없으십니다. 아주 오랜 겁 동안 싫증을 내지 않고 정진하시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피하지 않으시고, 어려움을 무릅쓰고 도를 구하셔서 일체 중생을 제도하시려고 타락에 빠지지 않으시어 스스로 부처님이 되신 것이고, 저희들이 제도되었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말한 그대로이니라. 진실로 다름이 없느니라.
나는 무수겁 이래로 정진하며, 도 구하기를 처음부터 게을리 하지 않았느니라. 중생을 불쌍히 여겨 그들을 제도하여 해탈시키고자, 정진력으로써 스스로 부처가 되어서 9겁을 초월하여 미륵(彌勒) 부처님 앞에 나아갔느니라.
내가 아주 오랜 옛날에 나라의 사람들 가운데 빈궁한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그들을 불쌍히 여겨서 무슨 방편을 써서 그들을 풍요롭게 할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바다에 들어가 여의주(如意珠)를 얻어서 그들을 구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북을 치고 요령을 흔드니, 누구든지 바다에 들어가 진보(珍寶)를 얻으려고 하는 이들이 많이 모이게 되었느니라.
배에 올라 다시 지시하여 말하였다.
‘부모를 여의어도 좋고, 처자를 버려도 애석치 않으며, 몸을 던져 목숨을 잃어도 좋은 이는 함께 바다에 들어가자.
왜냐 하면 바다에는 세 가지 어려움이 있으니
하나는 길이가 2만 8천 리나 되는 큰 물고기가 있는 것이요,
둘째는 귀신이나 나찰들이 배를 뒤집어엎으려고 하는 것이요,
셋째는 산이 진동하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말하여 원망을 없앤 후에 곧 떠나도록 하였는데, 여러 사람들이 다 후회하였다.
그때 5백 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마음을 견고하게 갖고 바람 따라 돛을 올리고 배에 올라 바다로 들어갔다.
해룡왕(海龍王)에게 나아가 머리 위에 있는 여의주를 줄 것을 청했다.
용왕이 보니 모든 것으로 애써 바다로 들어와 궁핍한 이들을 건지려고 했으므로 즉시 여의주를 주었다.
그때 여러 상인들은 보석을 취해 가지고 모두 다 만족해하며 배에 올라 돌아왔다.
그때 바다의 용들과 귀신들이 모두 모여 함께 의논하였다.
‘이 여의주는 바다 속에 있는 좋은 보배로서 세속의 사람들이 가져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어찌하여 바다가 손해를 보고 염부제[閻浮利]를 이익 되게 한단 말인가?
정말 아까우니 계략을 써서 그 구슬을 빼앗아 오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것을 우리가 잃고 인간들이 갖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래서 용과 귀신들은 밤낮으로 주위를 여러 겹으로 둘러싸고 돌면서 그 구슬을 빼앗으려고 하였다.
그때 길잡이[導師]는 덕망이 있고 위신력이 높아서 여러 귀신과 용들이 아무리 배를 뒤엎고 여의주를 빼앗으려고 해도 힘이 부족하여 그러지를 못했다. 그리하여 길잡이와 5백 명의 사람들은 안전하게 바다를 건넜다.
보살은 펄쩍펄쩍 뛰며 해안가에 도착하여 머리를 숙이고 손을 내려서 해신(海神)에게 주문을 외우며 빌었다. 보석은 목에 걸고 있었는데 그때에 해룡신은 방편을 써서 그 구슬을 바다에 떨어뜨렸다.
길잡이는 놀라서 말하였다.
‘내가 바다에 들어가 배를 타고 어려움을 한량없이 겪고 이 보물을 얻어서 사람들의 궁핍함을 구하려고 하였는데, 이제 해신이 다시 바다에 떨어뜨렸구나.
해변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그릇을 가져오게 해서 바닷물을 퍼서 저 바닥에 이르게 하겠다. 구슬을 얻을 때까지 끝내 쉬지 않으리라.’
그리고는 즉시 그릇으로 바닷물을 퍼내며 정진력으로 고난을 피하지 않고 목숨을 버리는 것도 애석해 하지 않았다. 그러자 물이 자연히 내려와 그 그릇 속으로 들어왔다.
여러 해룡신들이 이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몹시 두려워하며 말했다.
‘이 사람의 위신력과 정진력은 진실로 세간 사람의 것이 아니로구나. 만일 물을 다 퍼낸다면 머지않아 바다가 마르겠구나.’
그리하여 구슬을 가지고 와서 사죄의 말을 하며 돌려주었다.
‘우리들은 그대를 시험하려 했을 뿐이니 정진력을 이와 같이 도모하지 말아주시오. 천상천하에 그대 길잡이를 능히 이길 자는 없을 것이오.’
그리하여 얻은 재보를 가지고 돌아와 나라 안에 보이고 7보의 비를 뿌려서 구원하며 천하에 공양하니, 편안하지 않은 이가 없었느니라.
이 때의 길잡이는 나였으며, 5백 명의 상인은 여기에 있는 여러 제자들이었느니라.
내가 이끌고 정진하게 하여 바다에 들어가 다시 보배를 가져와서 빈궁한 이들을 구제하였더니, 이제 부처가 되어 생사의 바다를 마르게 하고 한량없는 지혜로중생을 구제하여 제도되지 않는 이가 없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