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애경 제3권
6. 대애품(大哀品)
[대비로써 중생을 가호하는 열여섯 가지]
부처님께서는 다시 총교왕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항상 대비로써 중생을 가호하는 열여섯 가지가 있으니, 그 열여섯 가지란,
첫째는 보살은 몸에 탐착하는 소견을 제거하되, 중생들이 온갖 삿된 소견에 처해 있을 때 그들의 미혹함과 의심하는 업을 끊게 해 주고 경법(經法)을 설함이니, 이것이 보살로서 중생에게 크게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는 일이다.
둘째는 중생들이 헛되고 뒤바뀐 소견에 머물러 덧없는 것을 덧 있다고 생각하고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생각하고 몸 없음을 몸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공(空)을 공 아닌 것으로 생각할 때에 그들의 이 뒤바뀐 행을 깨끗이 제거하기 위해 보살은 그들에게 크게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경전을 설하는 일이다.
셋째는 중생들이 내가 있다는 소견에 머물러 일체의 형상 없는 것을 형상 있다고 생각할 때에 그들의 나라는 생각을 제거하기 위해 보살은 그들에게 크게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경도(經道)를 설함이다.
넷째는 중생이 5개(蓋)에 머물러 있으면서 스스로가 덮이고 가려 욕심 구덩이에 떨어져 크게 위험하고 해를 입고, 수면(睡眠)과 무명과 허위와 의심에 사로잡혀 그 인연으로 깊은 법을 깨닫지 못할 때에 보살은 그들의 5개를 제거하기 위해 그들에게 크게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경법을 설하는 일이다.
다섯째는 중생이 6정(情)의 장애에 머물러 눈은 빛깔에, 귀는 소리에, 코는 냄새에, 혀는 맛에, 몸은 감촉에, 뜻은 법에 대하여 모두 집착된 생각으로 치장하려고 하니, 보살이 그들의 6정을 없애기 위해 크게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경도(經道)를 설하는 일이다.
여섯째는 중생이 스스로를 높이고 교만한 자세로 남에게 공경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나는 스스로를 말미암았다, 나의 뜻이다.’고 하며 해치려고 생각하고 거짓말을 한다.
또 다른 사람을 멸시하고 오직 자기만을 존귀하게 여겨 ‘내가 하는 일은 부처님 말씀보다도 옳다.’고 외치며,
다시 세력을 더하여 얼굴빛을 가다듬어 스스로 유식한 것처럼 방자하고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으면서도 스스로 성취한 것으로 자랑을 한다.
또 자신은 어질지 못하면서 어진 이를 미워하고 자신은 성현이 아니면서 성현을 시샘하며, 삿된 소견에 빠져 있으면서 바른 도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 보살은 그들의 교만과 잘난 체하는 잘못을 없애 주겠노라고 생각하여 그들에게 크게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경도를 설하는 것이다.
일곱째는 중생이 미혹하여 삿된 길에 떨어져 바른 길을 떠나 있는 것을 보면 대비를 일으켜 경도를 설하는 것이다.
여덟째는 중생이 허위와 은애(恩愛)의 집착에 빠져 처자식과 집안의 식솔들과 여러 일들을 탐하여 밤낮 급급해 하며 조금도 여가를 얻지 못할 때에 보살은 그들로 하여금 은애의 집착을 벗어나게 하기 위하여 크게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경도를 설함이다.
아홉째는 중생들이 서로 싸우고 미워하고 성내고 원망하여 걸핏하면 소송을 벌일 때 보살은 그들의 다툼과 성냄을 제거하기 위하여 크게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경도를 설함이다.
열째는 중생이 나쁜 벗을 사귀느라 착한 벗을 여의고 나쁜 업을 저지를 때에 보살은 그들의 이 나쁜 벗을 제거하고 착한 벗을 따르게 하기 위하여 크게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경도를 설한다.
열한째는 중생이 인색하고 탐욕스런 마음에 빠져 그칠 줄을 모르고 올바른 지혜를 여읠 때에 보살은 그들의 이 인색함과 탐욕스러움을 제거하고 올바른 지혜에 따르게 하기 위하여 크게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경도를 설한다.
열두째는 중생이 그릇된 업에 머물러 항상하다거나 완전히 멸하였다는 소견을 가질 때에 보살은 그들로 하여금 심오한 연기(緣起)의 업에 들어가게 하기 위하여 크게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경도를 설함이다.
열셋째는 중생이 칠흑 같은 무명에 머물러 나[我]라는 생각과 사람[人]이라는 생각과 수명(壽命)이라는 생각에 집착할 때에 보살은 그들로 하여금 일체의 삿된 소견을 제거하고 성현의 청정한 눈을 얻게 하기 위하여 크게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경도를 설한다.
열넷째는 중생이 나고 죽는 경사에 머물러 벗어나지 못하고 쾌락에 집착하느라 5음(陰)의 고통을 받을 때에 보살은 그들의 모든 3계(界)의 집착을 제거하기 위하여 크게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경도를 설함이다.
열다섯째는 중생이 마군의 소견에 얽매이고 올바른 생각을 갖지 못하고 어떤 사물에 대하여 이것은 나의 것이다, 나의 것이 아니라고 하며 생각할 때에 보살은 마군의 그물에 묶여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을 해탈시켜 주기 위하여 크게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경도를 설함이다.
열여섯째는 중생이 무위(無爲)의 문은 막고 나쁜 갈래의 문을 여는 경지에 머무르니, 보살은 그들에게 열반의 문을 열어 주기 위해 크게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경도를 설한다.”
부처님께서는 총교왕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이 바로 보살 대사가 크게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중생을 가호하는 열여섯 가지 일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