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선계경 제3권
1.8. 보리품(菩提品)
1) 보리, 해탈과 자혜
무엇을 보리라 하는가?
보리란 두 가지 해탈과 두 가지 지혜를 말한다.
두 가지 해탈이란
첫째는 번뇌장해탈이며, 둘째는 지장(智障)해탈이다.
두 가지 지혜란,
첫째는 능히 번뇌장을 깨뜨리는 것이며,
둘째는 능히 지혜장을 깨뜨리는 것이다.
2) 위없는 보리(1)
그리고 위없는 보리란 정지(淨智)ㆍ무애지(無礙智)ㆍ일체지(一切智)로서,
모든 습기(習氣)를 끊어버리고 모든 무기(無記)와 무명(無明)을 끊어 없애는 것을 말한다.
① 정지
정지란 모든 습기를 끊고, 일체계(一切界)ㆍ일체법(一切法)ㆍ일체행(一切行)ㆍ일체세간(一切世間)ㆍ일체시(一切時)ㆍ일체대치(一切對治)를 아는 것이다.
계(界)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세계(世界)이고, 둘째는 중생계(衆生界)이다.
법(法)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유위(有爲)이고, 둘째는 무위이다.
행(行)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번뇌장을 깨뜨리는 것이고, 둘째는 지혜장을 깨뜨리는 것이다.
세간(世間)에도 둘이 있으니, 첫째는 지(智)이고, 둘째는 우(愚)이다.
시(時)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과거ㆍ현재ㆍ미래이다.
대치에 세 가지가 있으니, 부정관(不淨觀)ㆍ자관(慈觀)ㆍ십이인연관이다.
이들을 정지라 한다.
② 무애지
무애지란 장엄ㆍ사유ㆍ입정(入定)을 빌리지 않고 능히 일체계ㆍ일체법ㆍ일체행ㆍ일체세간ㆍ일체시ㆍ일체대치에 통달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무애지라 한다.
무애지가 또 있으니 백사십불공법(不共法)을 말하는 바,
여래가 가진 무쟁삼매(無諍三昧)ㆍ원지(願智)ㆍ사무애지(四無礙智)를 무애지라 하고 보리라 이름한다.
어떤 것을 백사십불공법이라 하는가? 삼십이상(三十二相)ㆍ팔십종호(八十種好)ㆍ사정행(四淨行)ㆍ십력(十力)ㆍ사무소외(四無所畏)ㆍ삼념처(三念處)ㆍ삼불호(三不護)ㆍ대비불망(大悲不忘)ㆍ단일체습(斷一切習)ㆍ일체행무승지(一切行無勝智)인 바,
이것을 백사십불공법이라 말한다.
뒤의 주품(住品)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3) 위없는 보리(2), 일곱 가지 위없음
어떤 것을 위없는 보리라 하는가?
일곱 가지 위없음을 구족한 것을 위없는 보리라 한다.
그 첫째는 신무상(身無上)이며, 둘째는 수지(受持)무상이며, 셋째는 구족(具足)무상이며, 넷째는 지혜무상이며, 다섯째는 불가사의무상이며, 여섯째는 해탈무상이며, 일곱째는 행(行)무상이다.
① 신무상이란 삼십이상 장엄신(莊嚴身)을 말하며,
② 수지무상이란 모든 불보살이 자리이타(自利利他)하여 중생에게 능히 인천(人天)의 낙을 베푸는 것이며,
③ 구족무상이란 모든 불보살이 사구족(四具足)을 가진 것을 말하는 바, 수명구족(壽命具足)ㆍ견(見)구족ㆍ계(戒)구족ㆍ행(行)구족을 말한다.
④ 지혜무상이란 사무애(四無礙)를 말하고
⑤ 불가사의무상이란 육바라밀을 구족하는 것을 말하며,
⑥ 해탈무상이란 여래가 능히 두 가지 장애를 깨뜨리는 것이다.
⑦ 행무상
행무상이란 성행(聖行)ㆍ천행(天行)ㆍ범행(梵行)을 말하는데,
성행은 세 가지 삼매인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과 멸진정(滅盡定)을 말하고,
천행은 사선(四禪)ㆍ사무색정(四無色定)을 말하며,
범행은 사무량심(四無量心)을 말하는 바,
이 세 가지 행은 부처님의 사행상락(四行常樂)의 수집(修集)에서 나온다.
어떤 것을 네 가지 성행(聖行)이라 하는가?
이에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공삼매(空三昧)이고, 둘째는 멸진정(滅盡定)이다.
천행에 한 가지가 있으니, 제사선(第四禪)을 말한다.
범행에도 한 가지가 있으니, 이른바 대비(大悲)이다.
여래가 이 대비인연으로써 밤낮의 여섯 때를 통해 항상 중생을 보면서,
“누가 선근(善根)이 없는가? 마땅히 종자를 베풀어야겠다.
누가 선근을 심었는가? 이를 증장(增長)시켜야겠다.
나아가 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지 않는가?
내가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해야겠다”고 한다.
여래가 이와 같은 무상신(無上身)을 쓰기 때문에 대장부(大丈夫)라 하며,
수지무상(受持無上)이기 때문에 대비(大悲)라 하며,
구족무상이기 때문에 도피안(到彼岸)이라 하며,
지혜무상이기 때문에 일체지(一切智)라 하며,
불가사의무상이기 때문에 아라가(阿羅呵)라 하며,
해탈무상이기 때문에 대열반이라 하며,
행무상이기 때문에 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라 한다.
4) 여래의 이름
이 때문에 여래에게는 열 가지 명호(名號)가 구족하니, 여래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라 말한다.
허망(虛妄)함이 없기 때문에 여래라 하며,
거룩한 복전(福田)이기 때문에 응공이라 하며,
법계를 알기 때문에 정변지라 하며,
삼명(三明)을 구족하였기 때문에 명행족이라 하며,
되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선서라 하며,
두 세간을 알기 때문에 세간해라 하는데, 첫째는 국토세간(國土世間)이고, 둘째는 중생세간이다.
중생들의 신심(身心)의 악을 조복하기 때문에 무상사ㆍ조어장부라 하며,
능히 중생을 위하여 안목(眼目)을 짓고,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정지(正知)ㆍ정법(正法)ㆍ정의(正義)ㆍ정귀(正歸)하게 하며,
모든 중생을 위하여 널리 진리를 말씀하시고,
능히 모든 번뇌의 고통을 깨뜨리고, 능히 중생의 의망심(疑網心)을 깨뜨리고,
모든 법의 깊고 깊은 뜻을 열어 보이며, 모든 선법의 근본이 되기 때문에 천인사라 하며,
선법취(善法聚)ㆍ불선법취(不善法聚)ㆍ비선비불선법취(非善非不善法聚)를 아시기 때문에 부처님이라 한다.
마왕 파순(波旬)을 깨뜨리며, 얻기 어려운 여래신(如來身)을 능히 얻었기 때문에 이름을 바가바(婆伽婆)라 하니, 무량겁 중에 한 부처님도 출세(出世)함이 없기 때문에 얻기 어려운[難得] 것이다.
5) 부처님의 국토
무량세계에 무량부처님이 있고 시방세계에 무량보살이 있는데, 모두 동시에 같은 원(願)을 수집 장엄(修集莊嚴)하고, 동시에 함께 보리심을 내며, 일시(一時)ㆍ일일(一日)ㆍ일월(一月)ㆍ일세(一歲)에 함께 보시하고, 지계하며 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를 닦는다.
이러하기 때문에 시방세계에 당연히 무량무변의 부처님 국토가 있으며, 결코 한 부처님 국토 안에서 두 부처님이 일시에 출세(出世)하는 일이 없다.
만일 시방의 무량세계가 없다면, 이처럼 무량무변한 보살이 다함께 선행을 닦는 것이 과보가 없을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시방에 무량무변한 모든 부처님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안다. 왜냐 하면 한 부처님 국토 안에 두 부처님이 없기 때문이다.
보살마하살은 처음 발심할 때 이렇게 말한다.
“나 혼자서 능히 무량무변한 중생으로 하여금 번뇌의 고통을 끊고 열반에 들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원력(願力)으로 과보를 획득했기 때문에 여래께서 능히 삼천대천 무량세계를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고 교화하셔서 중생을 조복한다.
이러하기 때문에 한 부처님 국토 안에 두 부처님이 나오지 않는다.
만일 한 부처님 국토 안에 두 부처님이 나오신다면, 중생이 기꺼이 선법을 닦을 수 없으며, 공경심과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부처님만을 본다면 불가사의의 마음이 생겨나서,
“부처님께서 혹시 열반할 지도 모르니 우리 모두는 다 함께 제때에 선법을 닦되, 열심히 수행 정진하여 생사에서 벗어나야겠다”고 한다.
그리하여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과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서 단바라밀을 닦고 나아가 반야바라밀에 이르기까지를 수집(修集)한다.
그래서 한 부처님 국토 안에 두 부처님이 나오시지 않는 것이다.
시방의 모든 부처님이 오직 네 가지 만을 제하고 그 나머지는 일체와 평등하여 구별이 없으니,
그 첫째는 수(壽)이며, 둘째는 성(姓)이며, 셋째는 명(名)이며, 넷째는 신(身)이다.
보살은 결코 여자의 몸으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없다.
어째서인가? 보살마하살은 이미 첫[初] 아승기겁에 여자 몸 되는 것을 끊었기 때문이다.
여자의 몸은 탐욕이 많고 두 갈래로 갈라지는 지혜[二指智]이므로 이러한 악지(惡智)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없다.
보리는 불가사의이다.
어째서인가? 모든 성문과 벽지불 등이 얻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상보리는 무량공덕이 성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