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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흥기행경 상권
6. 부처님이 나무창에 발을 찔린 인연을 말씀하시는 경
[佛說木槍脚因綠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이 왕사성 죽원 정사(竹園精舍)에서 큰 비구승 5백 인과 함께 계셨다.
세존은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5백 인의 비구승과 아난에게 둘러싸여 같이 왕사성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집집마다 두루 다니시다가 이 마을 가운데를 보았더니 쪼개진 날카로운 나무인데 한 조각의 나무 길이는 두 자 정도인 것이 한 쪽에서 솟아나오며 부처님의 앞에 서 있었다.
부처님은 곧 생각하셨다.
‘이것은 바로 전생의 인연이로다. 내 스스로가 이를 지은 것이니, 스스로가 받아 살펴보리라.’
대중들이 보고서 놀라며 소리조차 내지 못하므로
부처님은 다시 생각하셨다.
‘이제 전생의 인연에 대한 앙갚음을 나타내리라.
여러 사람들이 보고서 앙갚음을 믿고 알게 하면 감히 악을 짓지 않으리라.’
부처님은 곧 허공으로 솟구치며 땅에서 한 길이 떨어지자 나무창도 부처님을 다라서 역시 높이가 한 길이 되어 부처님의 앞에 서므로,
부처님은 다시 두 길ㆍ세 길ㆍ네 길, 내지 일곱 길까지 오르시자 창 역시 따라서 일곱 길을 올라왔으며,
세존은 다시 높이 1다라(多羅)를 오르시자 창 역시 따라 올라오면서 부처님의 앞에 섰으며,
부처님은 다시 높이 7리를 오르시자 창 역시 높이가 7리가 되었으며,
부처님은 다시 높이 10리를 오르시자 창 역시 그와 같이 하였으며,
부처님은 다시 높이 1유순을 오르시자 창 역시 따랐으며,
부처님은 다시 7유순을 오르시자 창 역시 위로 따라올랐다.
부처님은 공중에서 변화로 두께 6유순에 세로와 넓이 12유순의 청석(靑石)을 만들어서 부처님이 그 위에 서시자 창은 곧 돌을 뚫고 나와서 부처님의 앞에 섰으며,
부처님은 다시 공중에서 변화로 세로와 넓이 12유순에 깊이 6유순의 불을 만들어서 불꽃의 위에 서시자 창 역시 불꽃을 지나서 부처님의 앞에 이르러 섰으며,
부처님은 다시 공중에서 변화로 세로와 넓이 12유순에 높이 6유순의 회오리바람을 만들어서 바람 위에 서시자 창은 곁 변두리를 따라 비스듬히 와서 부처님의 앞에 섰었다.
부처님의 다시 올라가 4천왕의 궁전 안까지 이르러서 서시자 창 역시 올라와서 부처님 앞에 닿아 섰으며,
부처님은 다시 올라가 33천 위의 벽에 모가 1유순 되는 유리석(琉璃石)까지 이르러서 부처님이 그 위에 서시자 창 역시 올라와서 부처님의 앞에 서 있었다.
부처님이 떠나가신 뒤에 4천왕들은 서로가 말하였다.
“부처님은 이 나무창을 두려워하시고, 창 역시 좇아가며 그만두지 않는구나.”
모두가 다 그렇게 여기며 기뻐하지 아니하였다.
33천에서 변화하며 떠나가서 염천(焰天)에 이르시고,
염천에서 변화하며 떠나가서 도솔천(兜率天)에 이르시고,
도솔천에서 변화하며 떠나가서 열마라타천(涅磨羅他天)에 이르시고,
열마라타천에서 변화하며 떠나가서 바라니밀천(婆羅尼蜜天)에 이르시고,
바라니밀천에서 변화하며 떠나가서 범천(梵天)까지 이르셨는데,
목창도 33천에서 차례로 올라오며 범천까지 이르러서 부처님의 앞에 서 있었다.
“부처님은 이 창이 무서워서 버리며 도망하시지마는, 그러나 창은 따르며 그만두지 않는구나.”
그때 세존은 여러 범천들에게 자신의 전생 인연을 말씀하시고 범천으로부터 돌아와 바라니밀천에 이르셨고
바라니밀천에서 내려와 열마라타천에 이르셨고,
열마라타천에서 내려와 도솔천에 이르셨고,
도솔천에서 내려와 염천에 이르셨고,
염천에서 내려와 33천에 이르셨고
33천에서 내려와 4천왕천에 이르셨으며,
4천왕천에서 내려와 도로 왕사성에 이르셨는데,
지나신 여러 하늘에서 모두 그들을 위하여 전생의 인연법을 말씀하셨으며,
창 역시 또 위에서부터 내려와 왕사성에 닿았는데,
부처님은 역시 왕사성 사람들을 위하여 전생의 인연법을 말씀하셨다.
부처님은 비구승들과 함께 왕사성성을 나오시자 창 역시 부처님의 뒤를 따르므로, 나라 사람들은 모두 부처님을 다라 성을 나오는지라,
부처님은 여러 사람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무엇 하러 오느냐?”
대중들은 대답하였다.
“여래를 따라서 이 인연을 구경하고자 하옵니다.”
부처님은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각자 돌아가라. 여래는 스스로가 시절을 아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여래는 무엇 때문에 여러 사람들을 돌아가게 하옵니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여러 사람들이 내가 받는 이 인연을 보면, 모두가 기절하며 당에 쓰러지게 되리라.”
아난은 곧 잠잠하였다.
세존은 죽원 승가람(僧伽藍)에 돌아가시어 스스로 당신 방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명하셨다.
“각자 방으로 돌아가거라.”
저마다 분부를 받고 방에 돌아갔으므로,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어떻게 하오리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도 방으로 돌아가거라.”
아난이 즉시 돌아갔다.
부처님은 생각하시기를,
‘이 인연은 내가 전생에 스스로 지은 것이니, 반드시 받아야 하리라’ 하고,
곧 큰 옷을 가져다 네 겹으로 접으시고 돌아와서 본래 자리에 앉으시고 부처님은 곧 오른 발을 펴시니,
목창은 문득 발등으로부터 아래로 들어가서 뚫고 땅으로 들어가되 땅 깊이가 6만 7천 유순이었고
이 땅을 지나서 물에 닿았는데 물의 깊이 역시 6만 8천 유순이요,
물을 지나서 불에 닿았는데 불의 높이도 6만 8천 유순이었으며 불에 닿아서야 비로소 탔었다.
그런데 때에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므로,
아난과 여러 비구들은 각자 생각하기를,
‘이제 이 땅이 진동하는데, 창이 반드시 부처님의 다리를 찔렀으리라’고 하였으며,
부처님은 찔린 뒤에 고통이 매우 심해서 숨이 끊어질 듯 아팠는데,
아난이 곧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서 부처님의 다리가 창에 찔렸음을 보고서 곧 기절하며 땅에 넘어지므로,
부처님은 곧 물을 아난에게 뿌리자, 아난이 비로소 일어났다.
일어난 뒤에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 발을 어루만지고 닦으며 부처님 발에서 흐느껴 울면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이 다리로써 가시어 나무 아래 이르러서 악마를 항복시켰고, 33천까지 올라가서 어머님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셨나이다.
세존은 금강의 몸이시거늘 어떠한 인연을 지으셨기에 이런 작은 나무에 해를 받으셔서 그러하시나이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만 그쳐라. 근심하거나 슬피 울지 말아라.
세간의 인연이란 바퀴돌 듯 나고 죽으면서 이런 괴로움과 근심이 있느니라.”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상처의 고통은 더하시옵니까, 덜하시옵니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점점 덜 하느니라.”
사리불이 여러 비구승들을 데리고 부처님에게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고 예배한 뒤에 한 쪽에 서서 사리불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상처의 아프심이 더하시옵니까, 덜하시옵니까?”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상처의 아픔이 점차로 덜 하느니라.”
그때 비구 대중 가운데서 번뇌가 아직 다하지 못한 이들은 이 상처를 보고서 모두가 슬프게 울부짖으며 말하였다.
“세존은 크게 자비하시어 제도 못하실 것이 없으신데, 어찌하여 이런 아픔의 인연이 있으시옵니까?”
부처님은 이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만 그치고 울지 말아라. 나는 전생에 스스로가 이 인연을 지었으므로, 당연히 받아야 하며 도망하거나 피할 곳이 없느니라.
이 앙갚음은 아버지가 지은 것도 아니요, 어머니가 지은 것도 아니요, 왕이 지은 것도 아니요, 하늘이 지은 것도 아니며, 사문과 바라문이 지은 것도 아니니라.
본래 나 스스로가 지은 것이므로 이제 스스로가 받는 것이니라.”
여러 번뇌가 다하고 신통을 지닌 이들은 각자 잠자코 생각을 하다가, 부처님이 옛날 일찍이 말씀하셨던 게송을 말하였다.
세상 사람들이 짓는 행은
선하고 악한 일을 짓기도 하는데
이 행은 도리어 몸에 되돌아오며
마침내 썩거나 없어지지 않느니라.
기바(耆婆)는 부처님이 나무창에 찔렸음을 듣고 울면서 아사세왕(阿闍世王)에게 이르자, 아사세왕은 말하였다.
“너는 어째서 우느냐?”
기바는 대답하였다.
“제가 듣건대 부처님께서 나무창에 다리를 찔리셨다 하옵니다. 그 때문에 우나이다.”
아사세왕은 이 말을 듣고 평상 위에서 기절하며 땅으로 쓰러졌다가 한참 만에 소생하였고, 온 궁중 안팎은 모두 다 놀라고 두려워하였다.
왕은 일어나서 울며 여러 신하들에게 칙명하였다.
“빨리 수레를 차려라. 부처님께 가겠다.”
여러 신하들은 분부를 받고 즉시 수세를 차리고서 왕에게 아뢰었다.
“수레를 다 차렸나이다.”
왕은 즉시 수레에 올라 왕사성을 나가자 성 안의 네 성바지와 청신사며 청신녀들도 부처님이 나무창에 찔렸음을 들었는지라 왕과 아우 기바는 이 사람들 백천에게 에워싸여 같이 부처님 처소에 닿아서는 수레에서 내리어 관을 벗고 칼을 풀며 일산을 물리치고서 걸어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이 오른 겨드랑을 대고 옆으로 누워 계시므로
왕은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손으로 부처님 발을 붙잡고 어루만지며 입으로 불면서 국호와 성명을 말하였다.
“마가다와 아사세가 세존께 문안하옵니다. 상처의 아픔이 어찌 조금 덜하옵니까?”
부처님은 아사세에게 말씀하셨다.
“장차 대왕은 언제나 편안과 고요함을 얻고 오래 살며 병이 없게 하리라.
왕은 마땅히 바른 법으로써 다스리며 그릇된 법을 행하지 마십시오.”
부처님은 곧 왕에게 명하여 앉게 하시니,
왕은 곧 자리에 나아가서 왕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여래에게서 들었사온데, 부처님의 몸은 금강이라 헐거나 무너뜨릴 수 없다 하였나이다.
이제는 어째서 이런 나무창에 찔리셨나이까?”
부처님은 왕에게 말씀하셨다.
“일체의 법은 모두 인연의 갚음에서 무너짐을 받습니다.
나의 몸이 비록 금강이어서 나무창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 손치더라도 전생의 앙갚음에서는 무너지는 것입니다.”
이에 세존은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들이 지었던 일은
저마다 스스로 그의 행을 받나니
선을 행하면 선의 과보 얻으며
악을 행하면 악의 과보 얻느니라.
“그러므로 대왕이여, 악을 버리고 선을 좇는 것을 배워야 하오.
악하고 어리석어서 학문을 하지 않고서 아직 참된 도를 모르는 이가 익살이나 부리며 가벼이 죄를 짓고 나면 뒤에는 울면서 받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여, 익살부리며 죄를 짓지 말아야 하리니, 왕은 이와 같은 것을 배워야 합니다.”
왕은 기바에게 말하였다.
“너는 좋은 약을 배합해서 상처를 씻고 주문으로 다스리며 반드시 낳게 하여라.”
기바는 답하였다.
“네.”
기바는 곧 부처님께 예배하고 발을 씻어서 살이 나는 약을 부친 뒤에 다시 고통이 멎는 주문을 외우면서 기바는 백천의 값어치 되는 가는 모직을 내어 부처님의 발을 싸고 손으로는 발을 어루만지며 입으로 불면서 말하였다.
“원하나니, 부처님께서 오래 사시고 그 병환이 빨리 나시며, 일체 중생들의 오랜 세월 동안의 고통도 역시 해탈하게 하옵소서.”
곧 일어나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한 쪽에 머물렀다.
부처님은 이에 아사세왕과 일체 대중들의 모임을 위하여 네 가지 진리를 말씀하셨으나,
이른바 네 가지 진리라 함은 괴로움이라는 진리[苦諦]ㆍ괴로움의 원인이라는 진리[苦習諦]ㆍ괴로움의 소멸이라는 진리[苦盡諦]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진리[苦盡道諦]이니, 이것이 네 가지 진리[四諦]이다.
이를 말씀할 때에 60의 비구가 번뇌가 다하고 뜻이 풀리었으며, 1만 1천 인이 법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왕은 이에 하직을 하며 말하였다.
“나라 일이 많고 때문에 돌아가고자 하직을 하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바로 때인 줄 알아야 하리라.”
왕은 곧 일어나서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고 세 번 돌고서 돌아가므로, 여러 대중들 역시 저마다 부처님께 예배하고 세 번 돌고서 돌아갔다.
이에 날이 저물어지고 밤중에 일곱의 천인들이 모두 백 가지 음성을 내어 부처님에게 나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리고 평상을 한 번 돌고서 서서
하나의 하늘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 사문이시여, 사자와 같으셔서 상처를 받았으면서도 능히 고통을 참으시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씀하지 아니하시옵니다.”
하나의 하늘이 또 말하였다.
“구담 사문이시여, 코끼리와 같으셔서 상처를 받았으면서도 능히 고통을 참으시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씀하지 아니하시옵니다.”
하나의 하늘이 또 말하였다.
“구담 사문이시여, 들소[犎牛]가 부르짖을 대와 같으셔서 역시 고통을 깨닫지 못하시옵니다.”
하나의 하늘이 또 말하였다.
“구담 사문이시여, 무소가 크게 울 때와 같으셔서 역시 고통을 깨닫지 못하시옵니다.”
하나의 하늘이 또 말하였다.
“구담 사문이시여, 8비(臂) 천왕과 같으셔서 상처를 받았으면서도 능히 고통을 참으시옵니다.”
하나의 하늘이 또 말하였다.
“구담 사문이시여, 보배 말[寶馬]과 같으셔서 고통을 깨닫지 못하시옵니다.”
하나의 하늘이 또 말하였다.
“구담 사문이시여, 자세하고 진실하고 깨끗하여 고통을 깨닫지 못하시옵니다.”
첫째의 하늘이 말하였다.
“부처님이야말로 사람 가운데 사자이시고, 사람 가운데 코끼리이시고, 사람 가운데 들소이시고, 사람 가운데 무소이시고, 사람 가운데 8비 천왕이시고, 사람 가운데 보배 말이시며, 사람 가운데서 자세하고 진실하며 깨끗하시옵니다.
세존은 이와 같으신지라 능히 고통을 참으시옵니다.
이런 무리들은 어리석어서 고통을 참거니와 세존은 슬기로써 참으시므로, 외도와는 같지 않으시옵니다.
범지들은 중년(中年)이 지나면 게을러서 부인 가지기를 그만 두고 일부러 고통 제도하기를 바라므로 제도될 까닭이 없나이다. 왜냐하면 구경(究竟)일 수 없기 때문이옵니다.
여래의 법 안에는 깨끗함이 구경이며, 모든 애욕을 끊어서 없어지고 다한 열반이니,
이와 같이 하여야 비로소 三계의 더러운 바다를 건너시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마음과 뜻이 바르고 안정되어 네 가지 진리로부터 열반을 구하기 때문이옵니다.”
하늘은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흉악하고 모진 이는 항복하기 어렵고
미련하고 의심한 이는 안정된 지혜 없나니
뜻이 거칠어서 벌판에 있으면
나고 죽음의 못을 건너지 못하리다.
안정된 지혜로 흉악과 어리석음 없애고
뜻을 고루어 뭇 결박을 풀며
뜻이 고요하여 미침과 헷갈림이 없어야
바로 나고 죽음의 바다를 건너리다.
이에 하늘이 게송을 말하여 마치자, 부처님은 잠자코 옳다고 여기신 줄 알아채고서 곧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고 세 번 돌도 나서 홀연히 없어지며 떠나갔다.
맑은 새벽이 이르자,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 전에, 그때 두 편의 장사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각각 5백 인씩이 있었다.
바라나국에 있으면서 각각 자료와 재물을 합치어 배를 꾸며서 바다를 건너가려 하였다. 길 떠날 차림이 끝나자 닻을 풀고 돛을 달아서 곧 끌고 떠나갔는데, 바람을 타고 곧장 가서 바로 보배 섬에 닿았다.
섬 위에는 모든 것이 넉넉하여 의복과 음식ㆍ평상ㆍ침구ㆍ아름다운 여인이며 갖가지 여러 보물들이 없는 것이 없었다.
한 편의 장수 우두머리가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다.
‘우리들은 재물 때문에 몸을 애쓰고 고생시키면서 바다를 건너 여기까지 닿았다.
구하는 바를 이미 얻었으니 이제 여기서 살면서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써 스스로 재미있게 즐겨야겠다.’
둘째 번의 장수 우두머리는 그 부하들에게 말하였다.
‘여기는 비록 넉넉하여 뭇 보배와 다섯 가지 즐거움과 아름다운 여인이며 옷과 밥이 모자람이 없다 손치더라도 여기에서 오래 사는 것은 마땅하지 못하도다.’
이때에 공중에서 어떤 천녀가 이 장사하는 이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어서 마음의 소망을 따라 많은 재보를 얻었고 할 것이 없으니 돌아가게 하려고 곧 공중에서 여러 장수들에게 말하였다.
‘여기가 비록 재보와 다섯 가지 즐거움과 아름다운 여인이며 의복 음식이 있다 하더라도 오래 살 데는 못됩니다.
빨리 돌아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후 7일이 되면 이 땅은 모두 물에 빠질 것입니다.’
말을 마치고 없어지며 떠나갔다.
다시 악마천의 여인이 있다가 뜻에 이 장사하는 이들을 여기에 빠져 죽고 돌아갈 수 없게 하려고 하여 공중에서 말하였다.
‘그대들은 갈 채비를 하거나 돌아가려 할 것이 없소.
여기야말로 유쾌하고 즐거우며 극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리다.
이 땅은 처음부터 물이 이르지 않을 것이요,
만일 여기까지 물이 이른다 하면 이 여러 보배와 음식ㆍ의복ㆍ아름다운 여인이며, 다섯 가지 즐거움이 무슨 까닭에 있겠습니까?
먼저의 하늘이 말한 바는 물이 여기를 빠뜨릴 것이라 하였으나 모두 이것은 거짓이니, 믿을 거리가 못됩니다.’
말하여 마치고 없어지며 떠나갔다.
첫째 번의 장수 우두머리는 천녀의 말을 듣고 나서 그 부하들에게 명하였다.
‘그대들은 다시는 갈 채비를 하며 돌아가려고 하지 말라.
먼저 하늘이 말한 것은 믿지 말 것이니, 이것은 바로 거짓이니라.
여기는 유쾌하고 즐거우며 다섯 가지 욕심이 모자람이 없거늘, 염부제는 애쓰고 고생하면서 바로 이를 구하려 한다.
이제 이미 얻었거늘 무슨 일로 또 떠나가겠느냐?’
둘째 번의 장수 우두머리는 도리어 그대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다섯 가지 즐거움을 탐내어 여기에서 오래 살려 하지 마시오.
이후 7일이면 물이 여기에 찰 것입니다. 빨리 팔기 위하여 짐을 꾸리고 배를 고칩시다.
먼저 하늘의 말한 바가 지성이어서 거짓이 아니오. 설사 7일이 되어서 물이 없다 하더라도 오히려 고치고 꾸려서 돌아가야 합니다.
어찌 본래의 부모와 처자를 버릴 수 있겠습니까?
만일 이후 7일이 되어서 물이 이르지 아니한다면 곧 여기에서 다섯 가지 즐거움을 스스로 즐기다가 그런 뒤에 천천히 돌아가십시다.
만일 물이 진실로 와서 먼저 하늘의 말씀한 바와 같다면 고치고 꾸린 뒤인지라 떠나감이 또 무엇이 어렵겠소.’
라고 하였다.”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후 7일이 되어서 먼저 하늘이 말한 바와 같이 물이 그 땅에 가득히 찼으므로,
때에 둘째 번의 장수 우두머리는 먼저 이미 꾸려 놓았는지라 물이 이르는 날에 거느리는 부하들을 곧 배에 올릴 수 있었으나,
첫째 번의 장수 우두머리는 먼저 꾸려 놓지 않았는지라 물이 이르는 낮에야 꾸려 놓은 이들과 배를 다투었으므로,
선주(船主)는 그들을 보호하며 나올 수 없게 하면서 곧 투구를 쓰고 무기를 가지고서 같이 서로 맞붙어 싸우다가
둘째 번의 장수 우두머리는 배 위에서 작은 창으로써 찔렀더니,
첫째 번 장수 우두머리의 다리가 찔려서 곧 죽었다.”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첫째 장수 우두머리를 알겠느냐?
바로 지금의 데바닷타이니라.
작은 창으로써 첫째 번 장수 우두머리를 찌른 둘째 번의 장수 우두머리는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니라.
그 때의 첫째 번 장사하는 이들 5백 인은 바로 지금 데바닷타의 5백 제자들이요,
그 때의 둘째 번 장수 5백 인은 바로 지금의 5백 아라한들이니라.
그 때의 첫 번째 천녀는 바로 지금의 바라문 제자였던 만월(滿月) 비구니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 장수의 우두머리가 되어서 재물을 탐내어 죽음을 각오하고 바다를 건넜다가 그와 함께 배를 다투면서 작은 창으로써 그 장수 우두머리의 다리를 찔렀다.
이 인연 때문에, 수천 년 동안 지옥의 고통을 겪었고 지옥에서는 수천 번을 창에 찔리었으며, 축생에 떨어져서는 사람들에게 화살을 맞았고 수천 년 동안 아귀에 있으면서 쇠의 송곳나무 위에 올라갔었다.
이제 비록 여래의 금강 몸을 얻었다 손치더라도 남은 재앙 때문에 이제 나무창에 찔린 것이다.”
그때 세존은 전생의 인연을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예전의 세상에서 장수 우두머리가 되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갔었는데
두 편의 장수들이 같이 배를 다투다가
자근 창으로써 그의 다리를 찔렀네.
이러한 인연 때문에
지옥에서 창에 찔린 고통을 받았고
축생 되어 언제나 화살을 맞았으며
아귀에선 송곳나무에 올라갔었느니라.
이제 이미 부처의 도를 이루어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비록 금강의 몸을 얻었다 하더라도
나무창을 면하지 못하였느니라.
인연은 마침내 없어지지 아니하고
또한 허공에도 붙지 아니하나니
마땅히 세 가지 인연을 지켜서
몸과 입과 뜻을 범하지 말지니라.
이제야 나는 높은 부처 이루었고
세 가지 세계의 대장이 되어
아뇩의 큰 샘 가운데서
스스로 전생의 인연을 말하노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를 보아라, 뭇 악이 이미 다하고 모든 선을 널리 갖추었으며, 여러 하늘ㆍ용ㆍ귀신ㆍ제왕ㆍ신민이며 일체 중생들을 모두 제도하려고 하는데도 오히려 이런 과보를 면하지 못하거든 하물며, 또 어리석고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이이겠느냐?
그러므로 사리불아, 몸과 입과 뜻을 보호하며 이 세 가지 일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사리불아, 너희들은 이와 같이 배울지니라.”
부처님이 이를 말씀하여 마치시니, 사리불은 기뻐하며 받아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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