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대승부사의신통경계경 중권
[대가섭과 변조장보살이 해탈을 말하다]
이때 존자 대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그 세계에 가고자 하나이다.”
변조장보살이 곧 존자 대가섭에게 물었다.
“존자는 어찌하여 오고 가는 생각에 그렇게 동요합니까?
가섭이여, 당신은 어떤 법이 오고 감이 있다고 봅니까?
그대는 색법(色法)에 대하여 오고 감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에 대하여 오고 감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대가섭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색은 본래 오고 감이 없으며, 수ㆍ상ㆍ행ㆍ식 또한 본래 오고 감이 없습니다.
선정의 마음[定心]으로 오가는 형상을 보다고 할 때,
만일 선정의 마음에 머무르면 곧 모든 색은 보이지 않으며, 색을 보는 것이 없기 때문에 곧 그 오가는 형상도 얻을 수 없습니다.
선남자여, 만일 선정의 마음에 머무르면 곧 승의법문(勝義法門)을 얻을 것입니다.
또 선남자여, 그대들 여러 보살들은 이것(선정의 마음에 머물러 승의법문)을 얻은 지가 오래되었습니까?”
변조장이 대답하였다.
“우리는 얻은 지는 오래되었으니, 당신 존자가 번뇌를 벗어나[漏盡] 마음의 해탈[心解脫]을 증득한 것과 같습니다.”
대가섭이 말하였다.
“희유합니다. 보살이여, 큰 신통을 얻었습니다.”
변조장이 말하였다.
“곧 당신 존자는 마음의 해탈을 얻은 지 또한 얼마나 오래되었습니까?”
대가섭이 말하였다.
“해탈한 지가 벌써 오래되었습니다.”
변조장이 말하였다.
“당신의 존자와 같은 분이 증득한 마음의 해탈[心解脫]은 어떠한 뜻으로 마음의 해탈이라 이름한 것입니까?”
대가섭이 말하였다.
“당신 선남자는 또한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변조장이 말하였다.
“마음에 얽매인 바가 있으면 어떻게 해탈이라 하겠습니까?”
대가섭이 말하였다.
“만일 그와 같다면 그대 선남자는 마음에 얽매임이 있으면 해탈이라 할 수도 없고, 또 해탈지견(解脫知見)이라 할 수도 없겠습니다.”
변조장이 말하였다.
“존자 대가섭이여, 마음은 본래 얽매임이 없거늘 그 무엇을 해탈한단 말입니까?”
대가섭이 말하였다.
“만일 얽매임이 없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분명하게 알면 그것 자체가 곧 해탈입니다.”
변조장이 말하였다.
“존자 대가섭이여, 어떤 마음으로써 분명히 알 수 있습니까?
과거입니까, 미래입니까, 현재입니까?
만일 과거의 마음이라면 그것은 이미 멸하여 없어졌으며,
만일 미래의 마음이라면 아직 이르지 않았고,
만일 현재의 마음이라면 지금 곧 머무는 데가 없습니다.
이 3세(世)를 여의면 다시 어떤 마음으로써 분명하게 안단 말입니까?”
대가섭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마음의 법[心法]이 멸하는 곳은 그러한 마음의 몫[分]이 아닙니다.”
변조장이 말하였다.
“존자 대가섭이여, 그렇다면 이 마음이 멸한 곳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겠습니까?”
대가섭이 말하였다.
“마음이 멸하는 곳에서는 분명히 알 수 없습니다.”
변조장이 말하였다.
“그 일체법은 모두 마음을 따라 멸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분명하게 아는 것이 없습니다.”
[대가섭과 변조장보살이 말재주를 말하다]
대가섭이 말하였다.
“그대 선남자여, 그대는 대단한 말재주를 얻었으므로 묻는 대로 대답할 수 있겠으나, 나는 지금 그런 말재주가 없습니다.”
변조장이 말하였다.
“존자 대가섭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온갖 말재주를 보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까?”
대가섭이 말하였다.
“얻는 것도 없고 듣는 것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연을 따라 생기는 성품[緣生性]이기 때문입니다.”
변조장이 말하였다.
“일체의 법도 모두 이와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대가섭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법도 그와 같습니다.”
변조장이 말하였다.
“존자 대가섭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보기도 하고 듣기도 하며, 그 말재주는 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대가섭이 말하였다.
“무너지지도 않고 끊어지지도 않습니다.”
변조장이 말하였다.
“존자 대가섭이여, 그러합니다. 그러합니다. 보살의 말재주는 질문을 따라서 끊어지거나 무너지지 않습니다.
가섭이여, 모든 보살마하살은 비록 수많은 겁수(劫數)를 지나더라도 질문을 따라 대답할 수 있나니, 온갖 말재주도 끊어지거나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때 변조장보살과 존자 대가섭이 이 법에 대하여 문답(問答)을 나누고 있을 때에 50만 대중들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으며, 2백 보살들은 무생법인을 얻었다.
그때 존자 대가섭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 권청(勸請)하옵니다.
묘길상보살과 이 큰 모임의 대중들을 위하여 근기(根機)에 맞게 설법하시어, 저들로 하여금 오랜 세월 동안 큰 이익을 얻어 반드시 모든 법의 성품을 증득할 수 있게 하여 주옵소서.”
[묘길상이 3승을 말하다]
그때 어떤 보살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변적(辯積)보살이었다.
큰 모임 가운데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묘길상보살에게 말하였다.
“묘길상이여, 어떠합니까? 존자 대가섭이 법의 정진[法精進]에 대하여 잘 연설한 것입니까?”
묘길상이 말씀하였다.
“이 대가섭이야말로 성문법(聲聞法) 가운데에서 이미 두려움 없음[無畏]을 얻은 분입니다.”
변적보살이 말하였다.
“이 대가섭은 어째서 대승법(大乘法)에 머물지 않습니까?”
묘길상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대가섭은 또한 대승법에 머물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성문법(聲聞法)에서 해탈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변적보살이 말하였다.
“묘길상이여, 어떤 것을 성문법이라고 합니까?”
묘길상이 말하였다.
“세존 석가모니여래께서 이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3승법(乘法)을 말씀하셨으니,
어떤 것이 3승법인가?
이른바 성문승(聲聞乘)ㆍ연각승(緣覺乘)ㆍ대승(大乘)이 그것이니,
이것을 3승(乘)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중생들이 하열(下劣)한 정진을 일으켜 해탈을 구하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방편으로 3승을 열어 보이신 것입니다.”
[묘길상이 3해탈문을 말하다]
변적보살이 말하였다.
“묘길상이여, 어떻게 여래께서는 한량없는 공해탈문(空解脫門)ㆍ무상해탈문(無相解脫門)ㆍ무원해탈문(無願解脫門)에 대하여 자세하게 말씀하셨습니까?”
묘길상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여래는 훌륭한 방편으로써 한량없는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해탈의 법문을 연설하시어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이치대로 수행하게 하셨습니다.”
그때 묘길상보살이 변적보살을 위하여 이 법을 말할 때, 모임 안의 있던 하늘ㆍ용ㆍ야차(夜叉)ㆍ건달바(乾闥婆) 등이 즉시 저마다 합장하고 공경하며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게송을 읊었다.
가지고 있는 온갖 공양 거리와
보배 옷과 보배 그릇 등 온갖 장엄으로
묘길상보살의 꾸며진 엄숙한 몸
저희들은 지금 그 공덕의 모임[德聚]을 칭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