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보요의론 제3권
[악마의 장난]
다음으로, 보살행을 닦는 사람에게는 다시 악마의 여러 가지 장난이 있다. 『반야바라밀다경』에서 말하는 것과 같다.
“다음으로 다시 수보리여, 만약 온갖 이름을 일으켜 세우는 사람이 있거든 보살은 반드시 이것이 악마의 장난임을 알아야 한다.
만약 악마가 보살에게 찾아 와서
‘그대는 이야말로 보살이니 바로 눈앞에서 정각(正覺)을 이루었기에 이러한 이름을 일으켜 세운다’고 말하거든,
보살은 이 때 따라 일어나서 엿보고 살피되 만약 물러나 되돌아감이 없는 모습에 머무른다면 저 악마는 달리 마음대로 할 수 없겠지만,
만약 흐트러진 마음을 일으켜 ‘나는 수기[紀別]를 받았다’고 말하면서 바로 교만한 생각을 일으키고 다른 보살에 대해서도 속임수와 교만을 부리면,
이것은 악마가 방편으로 계략을 꾸며서 보살로 하여금 반야(般若)를 멀리 여의고 좋은 벗은 받아들이지 않고 나쁜 벗은 따르도록 하며 더러는 성문(聲聞)의 경지에 떨어지거나 연각(緣覺)의 경지에 떨어지도록 하려는 것이다.
속임수와 교만에 서로 응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사람은 심히 무거운 죄를 얻어 네 가지 근본을 넘어서니, 보살은 반드시 이것이 악마의 장난임을 알아야 한다.’”
『묘길상신통유희경(妙吉祥神通游戱經)』에서 말하였다.
“묘길상이 말했다.
‘천자(天子)여, 일삼아 하는 업(業)을 좇아 이것을 이루는 것은 모두 악마의 장난이다.
만약 구하는 것이 있거나 만약 취하는 것이 있거나 만약 버리는 것이 있으면 모두 악마의 장난이다.
만약 욕심내는 것이 있거나 만약 모양을 떠올리는 것이 있거나 만약 받아들이는 것이 있거나 만약 헤아리고 재어 보는 것이 있다면 모두 악마의 장난이다.
또한 다시 천자여, 만약 보리심(菩提心)에 대해 붙잡아 집착하는 것이 있으면 모두 악마의 장난이다.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에 대하여 붙잡아 집착하는 여러 가지 마음은 모두 악마의 장난이다.
또한 보시를 행하되 교만한 마음을 일으키고 계율에 머물되 가려서 구별하고, 참되 성내어 분노하고, 정진하되 말장난을 즐기고, 선정을 닦되 모양을 취하고, 지혜를 닦되 생각을 일으키면 이러한 것들은 모두 악마의 장난이다.
만약 싫어하여 버리는 마음을 일으켜서 적정(寂靜)한 곳에 머무르기를 좋아하면 모두 악마의 장난이다.
만약 적게 욕심 부리고 만족할 줄 아는 일과 두타행(頭陀行)의 공덕에 대해 흐트러진 생각을 내어 일으킨다면 모두 악마의 장난이다.
설령 공(空)을 행하고 설령 모양이 없음을 행하고 설령 바라는 바가 없음을 행하고 설령 말장난이 없음을 행하고 설령 멀리 여읨을 행하더라도,
여래께서 말씀하여 가르치신 일에 대해 내가 잘났다는 생각을 일으켜 분별하면 모두 악마의 장난이다.
천자여, 나아가 만약 분별이 있든 분별이 없든, 보고 듣고 느끼고 알되 생각거리가 떠오르면 모두 악마의 장난이다.’
천자가 여쭈었다.
‘묘길상이시여, 악마의 이 온갖 장난은 어떤 원인에서 일어납니까?’
묘길상이 말하였다.
‘천자여, 악마의 이 온갖 장난은 한결같이 불어나 향상(向上)하는 일에 서로 응하는 데에서 일어난다.
왜냐하면 악마의 온갖 장난은 불어나 향상하는 일에 서로 응하는 법(法) 안에서 그 방편을 엿보아 구하기 때문이니,
만약 서로 응하지 않는 훌륭한 법이라면 악마가 어떻게 장난을 치겠느냐?’
천자가 여쭈었다.
‘묘길상이시여, 어떤 것이 보살이 불어나 향상하는 일에 서로 응하는 것이고 어떤 것이 서로 응하지 않는 것입니까?’
묘길상이 말하였다.
‘천자여, 만약 두 법이 서로 응하면 이것은 곧 불어나 향상하는 일에 서로 응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두 법이 서로 응함으로써 세상은 어우러져 합하고 의지하여 서기 때문이다.
불어나 향상하는 일에 서로 응함은 곧 바른 서로 응함의 다른 이름이고
이와 같이 바르게 서로 응함은 곧 서로 응하지 않음의 다른 이름이며,
이와 같이 서로 응하지 않음은 곧 희롱하여 논의함이 없음의 다른 이름이고
이와 같이 희롱하여 논의함이 없음은 곧 바른 서로 응함의 다른 이름이니,
서로 응하든 설령 서로 응하지 않든 이 안에서 건립(建立)한다.
이러한 까닭에 천자여, 눈에 서로 응함이 없고 대상에 서로 응함이 없으며, 나아가 의식에 서로 응함이 없고 법에 서로 응함이 없는 이것을 일컬어 보살이 바르게 서로 응한다고 말한다.
다음으로 다시 천자여, 모든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을 불러일으켜 악마로 하여금 사납게 날뛰도록 하는 스무 가지의 법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무엇이 스무 가지인가?
첫 번째는 일삼아 하는 업으로 해탈을 닦는 사람이나 죽음과 삶이 두려워 떠는 사람이나 훌륭한 행에 서로 응하여 닦는 사람을 방편으로 친하고 가까이하여 받들고 공양하면 이러한 것들은 모두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두 번째는 만약 단지 공(空)을 관찰하면서 유정들을 팽개쳐 버리면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세 번째는 단지 무위(無爲)를 관하여 유위의 업을 쌓아 이룬 선근에 대해 소흘히 하고 싫증내면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네 번째는 비록 선정(禪定)의 뜻을 일으키되 선정을 닦지 않으면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다섯 번째는 법을 설하는 사람은 즐겁게 설하는데 듣는 사람이 크게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여섯 번째는 계율이 있고 덕이 있는 사람에 대해 보시 행하기를 구하거나 계율을 깨뜨린 사람에 대해 흠잡고 헐뜯으면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일곱 번째는 성문과 연각이 말하여 밝혀 놓은 것을 즐겨 설하고 대승에서 말하여 밝혀 놓은 것을 감추어 덮어 버리면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여덟 번째는 심히 깊이 말하여 밝혀 놓은 것을 덮어 버리고 종류대로 분별하여 밝혀 놓은 것을 즐겨 설하면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아홉 번째는 비록 보살의 도(道)는 알지만 바라밀다의 도를 구하여 닦지 않으면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열 번째는 늘어나 향상하는 일에 서로 응하는 말을 칭찬하고 서로 응하지 않는 유정에게 가르쳐 보여 주면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열한 번째는 비록 온갖 종류의 선근을 심었으나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등지면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열두 번째는 비록 서로 응하여 관(觀)을 행하더라도 행한 것은 서로 계속 이어지니 유정에게 그대로 마땅히 가르쳐 보여 주지 않으면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열세 번째는 비록 저 남아 있는 번뇌가 없는 경지를 모두 구했으나 죽음과 삶이 서로 계속 이어지는 데에서 오는 번뇌마저 싫증이 나서 버리면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열네 번째는 비록 다시 훌륭한 지혜를 엿보고 살피더라도 관련되는 대상들에 대해 커다란 자비를 지니지 않으면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열다섯 번째는 일체의 선한 행위에 대해 만약 방편을 두루 갖추지 못하면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열여섯 번째는 비록 보살을 완성하는 가르침을 다시 바라고 구하더라도 로가야타외도(路伽邪陀外道)의 책 부스러기를 기꺼이 받아 지니면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열일곱 번째는 비록 들어야 할 법을 다시 많이 듣더라도 항상 비밀스럽게 아껴서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으면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열여덟 번째는 비록 많이 듣고 세상의 인연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다시 설하여 주더라도 그 재물을 대신 가져서 의롭고 이익되게 함이 없으면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열아홉 번째는 대승에 머무르면서도 모든 법사를 친하고 가까이하여 존중하고 받들지 않으면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스무 번째는 만약에 보살이 재보(財寶)가 있음에 의지하여 위의와 덕이 풍부하고 성할 때, 제석천이나 혹은 범왕이나 혹은 호세왕(護世王)이나 혹은 왕이나 장자를 한결같이 친하여 가까이하며 존중하고 받들지 않으면, 위의와 덕이 풍부하고 성한 까닭이니 보살에게는 악마의 장난이다.
이러한 것들은, 모든 보살에게 악마의 장난을 불러일으켜 악마로 하여금 사납게 날뛰도록 하는 스무 가지 법이라고 한다.’”
『해의경(海意經)』에서는 말한다.
“만약 큰 명성을 고루 갖춘 보살이 있어서 부유하고 풍성하기가 자재(自在)하고 종족은 고귀하고 훌륭하며 거느린 무리가 널리 많고 복스러운 행동을 고루 갖추었으나,
이러한 까닭으로 소홀함과 게으름을 일으켜서 서로 응하는 훌륭한 행을 지혜로써 구하지 않고 거드름 피우며 제멋대로 하다가,
혹시 어떤 보살이 출가하여 고루 갖추어서 항상 지혜로운 행으로써 서로 응하는 법을 구하러 다니는 동안 굳세게 노력하여 큰 바람과 큰 더위의 고통을 참고 한결같이 능히 달게 받아서 피와 살이 야위어 말라붙고 생김새가 추악한 것을 보더라도,
앞의 보살은 저 훌륭한 공덕을 이미 이와 같이 보았으면서도 속이고 교만한 생각을 일으켜 저 훌륭한 가르침이 있어도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더욱 거드름 피우고 어리석은 교만을 일으킨다.
이것을 일러 보살이 악마의 힘에 끌려 다닌다고 한다.”
다시 말하였다.
“네 가지 법이 대승에 대해 능히 장애와 난관이 된다.
첫째는 자신의 덕을 드러내는 것이다.
둘째는 남의 덕을 감추어 덮는 것이다.
셋째는 스스로 뽐내는 정도가 강하고 왕성한 것이다.
넷째는 성내고 분노하는 정도가 굳고 억센 것이다.
따라서 모든 보살은 마땅히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발함으로써 서둘러 기뻐하여 만족하지 말아야 하며, 그리하여 반드시 서로 응하는 훌륭한 행을 널리 닦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