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나찰집 하권
[게송]
그때 보살이 널리 갖가지 도품(道品)의 자량(資糧)을 모아 스승이 없이 홀로 깨치고 무명을 멸하니, 여러 사람은 6도(度)를 닦고 널리 선법을 쌓았다.
성인의 말씀을 잘 관찰하는 이
뒤에는 기쁨 얻고 깊은 뜻 알리라.
옛날에 들으니 어떤 소경이
허공을 향하여 작대기를 휘둘렀네.
작대기가 처마 끝의 벌집을 때려
소경은 벌 소리에 도망을 치고
곁에 있던 당나귀가 벌에 쏘이니
아파서 달아나다 못에 빠졌네.
못 속의 악한 용이 화가 나서
구름과 번개를 일으키고 우박을 내려
빈 마을에 벼락을 치니
마을의 악귀들이 성이 났네.
온 나라에 두루하여 불을 내리니
세계의 중생은 불에 쫓기어
모두가 큰 강으로 도망하였는데
강 밑의 물속에는 나찰의 궁전 있었네.
중생들의 피와 정기 빨아먹으니
강물에 들어온 이들 그 궁전에 이르러
극심한 고통 받다 소용돌이에 들어가고
다시 돌산(石山)의 한 구멍에 들어가네.
중생은 구멍에서 나와 바다로 가는데
바닷물이 짜서 살과 몸을 녹이니
괴로움 못 이겨 절규하면서 부모나
선신 부르며 ‘나를 건져 주소서’ 하네.
[말의 왕]
그때 바다 가운데 하나의 신통한 말의 왕[馬王]이 있었는데, 항상 자연히 익은 양식을 먹어 살이 쪄서 씩씩하게 달렸다.
모든 중생이 괴로워하는 소리를 듣고 마왕이 말하였다.
“지금 누가 저 언덕을 건너가서 염부제(閻浮提)에 이르고자 하는가?”
물에 빠진 사람들이 모두 오른손을 들고 말하였다.
“나를 건네주십시오. 나를 건네주십시오.”
마왕이 즉시 몸을 추스르니, 8만 4천의 터럭이 울창하게 자라나서 터럭을 잡은 이는 모두 괴로움을 벗어났다.
[비유를 드는 까닭]
무슨 까닭으로 이러한 비유를 드는가?
맹인이란 일체 중생의 무명에 비유하고,
벌은 행(行)에 비유하고,
당나귀는 식(識)에 비유하고,
당나귀가 못에 빠진 것은 식이 명색에 빠진 것을 비유하고,
빈 마을은 6정(情)에 비유하고,
우박과 벼락은 6정 안의 무상한 근심과 재앙에 비유하고
악한 귀신은 촉(觸)에 비유하고,
불을 내리는 것은 모든 수(受)에 비유하고,
강물에 뛰어든 것은 애(愛)에 비유한다.
물속의 나찰이 사람의 정기를 먹는 것은 네 가지 취(取)에 비유하고,
소용돌이에 들어가는 것은 세 가지 유(有)에 비유하고,
큰 돌구멍은 생(生)에 비유하고,
큰 바다는 노(老)ㆍ사(死)ㆍ우(憂)ㆍ비(悲)와 뭇 괴로움에 비유하고,
신통한 말의 왕은 부처님의 착한 공덕과 바른 뜻과 견실(堅實)하고 살찐 큰 몸으로서, 바른 생각과 바른 선정과 8만 4천의 착한 터럭으로써 모든 중생을 위하여 불쌍한 마음을 일으키심에 비유하였다.
일체 중생은 모두 큰 괴로움을 받되 생(生) 때문에 태어나고, 노(老) 때문에 늙고, 사(死) 때문에 죽으면서도, 중생들은 방편을 알지 못하며, 벗어날 요로(要路)를 구하지 않으니,
부처님께서 그 가운데서 중생들을 이끌고 맞이하시어 괴로움을 여의게 하신다. 능히 말에 타는 이는 행인이 법륜을 타는 것이다.
교진여 등의 다섯 비구와 야사(耶舍)들 다섯 사람 그리고 아주 귀한 장자(長者) 50명과 고을의 어린 사람 60명과 우루빈나가섭(優樓頻那迦葉) 형제 천 명과 사리불ㆍ큰 목건련 등 250명과 빈바사라왕 등 8만 4천 명과 최후의 제자 수발타라(須拔陀羅)와 내지 끼친 법[遺法] 8만 4천의 모든 법장(法藏)에 대하여 만일 어떤 중생이 한 구절 한 게송만을 들을지라도 일체가 모두 큰 열반의 인연을 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