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보살본행경 중권
8-1. 부처님이 독룡을 제도하시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라열기(羅閱祇) 비류반가란타니파승가람(比留畔迦蘭陀尼波僧伽藍)에 계셨다.
우련(優蓮)취락에 한 샘물이 있었는데, 그 속에 독룡(毒龍)이 있었으니, 이름은 산타리(酸陀梨)였다. 매우 크고 흉악하여 우박과 서리를 내려서 오곡을 상하여 익지 못하게 하니 인민이 굶주렸다.
그때 바라문이 주문으로 용으로부터 항복받고 우박과 서리를 내리지 못하게 하여 오곡이 제대로 익게 되었다.
몇 해 동안 이렇게 하였는데 이 바라문이 마침내 늙어서 주술을 행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때 어떤 젊은 바라문이 주술을 잘하였는데 소리를 높여서 주문을 외우니 구름이 곧 흩어져서 우박과 서리를 내리지 못하게 되어 오곡이 풍성하게 익으니 인민들이 기뻐하면서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여기 머무른다면 마땅히 모자람이 없도록 공급해 주겠다.”
바라문이 좋다고 하고 거기에 머무르니 인민들이 항상 함께 거두어서 바라문에게 모자라지 않게 공급해 주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나라에 들어오시면서부터는 널리 경법을 설하시니, 인민들이 모두 도(道)의 교화를 받아서 도를 얻는 이가 매우 많아졌고, 모든 용과 귀신들도 다 모두 선하게 되어서 나쁜 폐해를 짓지 않으니, 바람과 비가 때에 맞아서 오곡이 풍성해졌으므로 천하게 여길 정도였다.
다시 바라문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지 않아서 바라문이 다니면서 구걸하였으나 모든 인민들이 도리어 침을 뱉고 욕하면서 주지 않았다.
그때 바라문이 마음에 성냄을 일으켜,
‘내 은혜의 힘을 입어서 배부르고 만족함을 얻었거늘 도리어 나를 욕하는구나.
내가 이 나라의 인민과 국토를 파멸시키고야 말리라’ 하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마음에 원하는 바를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는가?”
사람들이 말하였다.
“부처님의 네 분 높은 제자께 공양하면 반드시 하고 싶은 대로 소원을 이루리라.”
그때 바라문이 곧 음식을 장만하고 대가섭(大迦葉)과 사리불(舍利弗)과 목련(目連)과 아나율(阿那律)을 청하여서 대접하고 이 네 분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절하면서 마음속으로 소원을 구하였다.
‘내가 이제 지은 이 복덕으로 부디 나로 하여금 큰 힘을 지닌 독룡(毒龍)이 되게 하여 이 나라를 파멸하게 하여지이다. 반드시 나로 하여금 이 소원을 얻게 하소서.’
그때 사리불이 도안(道眼)으로 그가 어떤 소원을 구하는지를 관찰하여 보고 바라문의 마음속에 원하는 바가 독룡이 되어서 이 나라를 멸망시키고자 하는 것임을 알았다.
그때 사리불이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이러한 서원을 짓지 말아라.
용과 뱀 따위의 해롭고 악한 몸이 될 것이다.
만약 전륜성왕이나 천제석ㆍ마왕ㆍ범왕(梵王)이 되려고 한다면 다 될 것이다.
이렇게 사나운 몸이 되려는 것은 좋은 소원이 아니다.”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오랫동안 이 서원을 구하여 마침 이것을 얻으려 하니 나머지 원은 소용이 없습니다.”
그때 바라문이 손을 드니 다섯 손가락에서 물이 곧 흘러 나왔다.
사리불이 그 뜻이 견고해서 증거로 나타남이 이와 같음을 보고 묵묵히 그만두었다.
그때 바라문과 아내와 그 두 아이들도 함께 용이 되기를 원하니, 죽어서 용의 몸을 받아 큰 신통의 힘이 있었고 아주 독하고 사나웠다.
곧 산타리용을 죽이고 그의 거처를 빼앗아 머물면서 바람과 비를 함부로 내리고 우박과 서리를 크게 퍼부으니 오곡이 절단났고, 오직 풀과 짚만이 남았다.
이로 인하여 그 용을 아파라리(阿波羅利)라 이름하였고, 아내는 비수니(比壽尼)라 이름하였으며, 용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하나는 이름이 기선니(璣鄯尼)였다.
인민 가운데 굶어 죽는 자가 매우 많았고 게다가 전염병까지 더하여서 죽는 자가 헤아릴 수 없었다.
그때 아사세왕(阿闍世王)이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서 절하고 꿇어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나라에 백성들이 악룡과 역귀(疫鬼)에게 상해를 입어 죽는 자가 헤아릴 수 없으니, 오직 세존께서 대자대비로 일체를 가엾이 여기시어 구호하여 주시고 재해(災害)를 물리쳐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곧 좋다고 하셨다.
세존께서 다음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음식을 구걸하시어 용이 있는 샘에 가셔서 식사하시고 발우를 씻어서 그 발우를 씻은 물을 샘에 부으셨다.
용이 크게 성내어서 곧 물에서 나와 부처님을 향해서 독기를 토하고 불을 토하자 부처님 몸에서는 물이 나와서 이것을 없앴다.
또 큰 우박을 퍼부으니 그것이 허공에서 변화하여 하늘 꽃이 되었다.
또 큰 돌을 퍼부으니 변화해서 구슬과 장식품이 되었다.
또 칼과 창을 퍼부으니 변화해서 7보가 되었다.
이번에는 용이 나찰(羅刹)로 화현하여 부처님께서 다시 비사문왕(毘沙門王)으로 화현하시니, 나찰이 문득 없어졌다.
용이 다시 큰 코끼리로 변화해서 코로 예리한 칼을 잡으니 부처님께서 곧 큰 사자왕으로 화현하시자 코끼리가 문득 사라졌다.
마침내 용의 모습을 짓자 부처님께서 금시조(金翅鳥)의 왕으로 화현하시니 용이 문득 달아났다.
그 신통력을 다하였으나 능히 부처님을 해칠 수 없어서 샘 속으로 돌입하니 밀적역사(密迹力士)가 금강저(金剛杵)를 들어서 산을 치자 산이 무너져서 반은 샘 속으로 떨어졌다.
용이 달아나려고 나오는데, 부처님께서 그 샘물을 화하여 없애고 큰 불을 만드시자 다급하여 달아나려고 하였다.
이에 세존께서 용의 정수리를 밟으시니, 용이 달아나지 못하여 드디어 항복하고 꿇어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늘의 괴로움은 가혹합니다.”
부처님께서 용에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악을 품고 중생을 괴롭히느냐?”
용이 머리를 조아려서 부처님 발에 절하고 꿇어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디 놓아 주십시오. 세존께서 신칙하시는 바를 제가 마땅히 받들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용에게 말씀하셨다.
“반드시 5계를 받아서 우바새(優婆塞)가 되어라.”
용과 그 처자가 다 5계를 받아 우바새가 되었으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선을 행하니, 다시 서리와 우박이 오지 않고 바람과 비가 때에 맞춰서 오곡이 풍성하게 익었으며, 모든 염병의 귀신 무리가 모두 달아나서 비사리(毘舍離)로 향하였다.
마갈국(摩竭國)의 인민들은 배가 부르고 온갖 병들이 없어져서 드디어 안락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