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덕호장자경 하권
[부처님의 게송]
여래께서 묘하신 범음으로
덕호 장자에게 말씀하시네.
여래는 일체지라
일체의 독 물리치노라.
탐ㆍ진ㆍ치 3독과
세간의 독약
여래께서 진실로 말하노니
멀리 여읜 지 이미 오래다.
탐ㆍ진ㆍ치 세 가지와
세간의 독약은,
독을 여읜 청정한 법은
실로 말하노니 다 멀리 여의노라.
탐ㆍ진ㆍ치 세 가지와
세간의 독은,
독을 여읜 청정한 승(僧)은
실로 말하노니 다 멀리 여의노라.
부처님께서 이 말을 말씀하실 때에 한량없는 여러 하늘들이 큰소리로 말하였다.
“청정하신 큰 지혜(부처님)께서 이미 온갖 독을 여의시고 불구덩이를 없애시니, 집 안이 맑고 깨끗하기가 본래와 같고 다름이 없구나. 모두가 곧 법왕의 위신력이로다.”
[덕호 장자의 가족들의 참회]
그때에 덕호 장자는 곧 부처님께 큰 신심을 내었고 값이 백천만억이나 가는 좋은 옷으로 부처님의 몸 위에 덮었으며, 덮은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본래 어리석고 못나서 6사(師)들의 가르침을 받았사오나 이제 부처님 앞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합니다.
옛적에 아버지께서 외도를 공경해 믿었던 까닭에 아버지에게 순종하다가 이와 같은 죄를 지었으며, 이제 월광으로 말미암아 저는 부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은근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옵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으니, 부처님께서는 저를 구원하소서.”
그때에 색계의 모든 하늘들이 다시 큰소리를 내어 하늘의 우발라화(優鉢羅花)와 바두마화(波頭摩華)와 구물두화(拘物頭華)와 분타리화(分陀利華)와 만타라화(曼陀羅華)와 마하만타라화를 흩어서 두루 땅에 가득하여 무릎까지 쌓였다.
장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의 아들 월광은 천만여 겁에 만나기 어려운 이온데 저를 가엾이 여겼기 때문에 저의 집에 와서 났으며 저를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잘 말하였으니 천만 겁토록 은혜를 갚기 어렵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값을 칠 수 없는 진주 영락을 부처님 위에 흩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덕호 장자가 깊이 신심을 내었으므로 신통력으로써 백천만 보배 빛깔 섞인 구름을 피웠다.
그때에 노흘다수(盧紇多輸:赤馬란 뜻의 신의 이름)와 비질라사(毘桎邏莎:신의 이름)는 광명이 비치는 갖가지의 보배 꽃을 부처님 위에 흩었으며, 아승기 보살들은 한량없는 신통을 지어 부처님 앞에 이르렀다. 이는 백천만억 여러 중생들을 교화코자 함이었다.
이때에 덕호 장자와 월광 동자와 덕생동자 등은 마음에 환희심을 내어 부처님 발에 절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여 이렇게 말했다.
“아, 기이합니다. 석가여래의 신통변화는 불가사의하여 백천만 겁토록 얻어 보기 어렵겠거늘 더구나 깨끗한 믿음을 냄이겠습니까.
한량없는 억 겁에도 부처님 세상은 만나기 어렵습니다.
이 아이 월광은 큰 지혜가 있어서 일찍이 시방의 한량없는 억 부처님을 뵈었으며 일체 모든 부처님의 세계에 놀면서 부처님께 머리 조아려 귀명하고 예배했습니다.
마치 석가여래께서 시방의 부처님 보았듯이 월광 동자 또한 이와 같아서 시방 모든 부처님 뵙고 발에 대고 절하였으며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법을 듣고 잊지 않았습니다.”
[부처님의 수기]
그때에 여래께서 덕호 장자의 집안 권속인 남녀노소와 월광 동자가 삼보에 대하여 이미 바른 믿음을 내어서 예배하고 찬탄하였으며 널리 선근을 심어 심행을 더욱 이익케 한 것을 보시고,
곧 모든 부처님의 법대로 미소를 지으시니 그 입[面門]에서 한량없는 천만 가지 빛깔의 광명 불꽃 나왔으며, 입의 마흔 개 이빨과 네 어금니가 낱낱이 다 한량없는 천만 억 광명을 놓으셨는데 파랑ㆍ노랑ㆍ빨강ㆍ하양ㆍ자주ㆍ파리(頗梨) 빛이었으며,
그 광명이 널리 동쪽의 일체 불찰을 비추었고 이와 같이 남쪽ㆍ서쪽ㆍ북쪽 사방과 위와 아래를 광명이 두루 비추기가 이와 같았으며, 다 비추고는 몸을 세 바퀴 돌고 도로 정수리로 들어갔다.
그때에 이반연덕보살(離攀緣德菩薩)이 자리로부터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하며 부처님을 향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무슨 인연으로 이런 미소를 지으셨습니까?
모든 부처님께서는 다 아무 인연 없이 웃지 않습니다.”
그때에 세존께서 이반연덕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참 좋은 질문이다, 선남자여. 네가 부처님께 이와 같은 인연을 묻는구나. 너는 일찍이 지난 천만억 겁 전에 늘 이 뜻을 물었더니 이제 너는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었으므로 이 뜻을 물었도다.
선남자여, 너는 이제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너를 위해 말하리라.
선남자여, 너는 지금 이 덕호 장자의 큰 아이 월광 동자를 보았느냐?”
“예, 이미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동자는 믿지 않는 중생으로 하여금 깨끗한 믿음이 나게 하였으며, 조복되지 아니한 자로 하여금 조복하게 하였으며, 성숙하지 아니한 자로 하여금 성숙케 하였으며, 자기 아버지에게 선지식이 되었다.
왜냐하면 길잡이의 법으로써 그의 아버지를 교화하고 한량없는 천만 나유타 아승기 중생들을 불법 가운데 편안히 두어서 그들로 하여금 신심을 내게 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내게 하기 위함이었느니라.
또 이 동자는 내가 열반한 뒤인 미래 세상에서 나의 법을 보호하여 지니고 여래께 공양하여 불법을 받아 지니고 불법을 편안히 두고 불법을 찬탄하며 다가올 말법 세상에 염부제의 수(隋)나라에 대행(大行)이란 국왕이 되어서 수나라 안의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불법을 믿어 갖가지 선근을 심게 하리라.
그때 대행왕은 큰 신심과 큰 위덕으로써 나의 발우에 공양할 것이며 그 수년 뒤엔 나의 발우가 사륵국(沙勒國)에 이를 것이며, 그러한 차례로 수나라에 이르는데 그 대행왕이 부처님의 발우에 크게 공양을 시설하며,
또한 일체의 불법을 받들어 지닐 것이며, 또한 크게 대승방광경(大乘方廣經)을 한량없는 백천억 수로 써서 곳곳이 모든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모시리니 이름이 법탑(法塔)이다.
또 한량없는 백천 불상을 만들며 한량없는 백천 불탑을 만들어 한량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불법 가운데 나서 불퇴전을 얻고 불퇴전의 믿음을 얻게 할 것이다.
그 왕은 이렇게 공양한 인연으로 일컬을 수 없고 헤아릴 수 없고 끝이 없으며 말할 수도 없는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 늘 함께 태어나며 일체의 불국토에서 번번이 전륜성왕이 되어서 늘 모든 부처님을 만나며 일체의 불ㆍ법ㆍ승에게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하며 몸과 절을 세우고 온갖 악기로 받들어 보시할 것이다.
이렇게 반평생을 지내면 5욕을 버리고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깨끗이 범행을 닦으며 법공양을 행하리라. 그리하여 염부제 안의 일체 남녀가 왕의 출가함을 보고 역시 따라서 출가하여 깨끗이 범행을 닦으리라.
이 대행왕은 한량없는 보살들의 수승한 원을 성취하고 큰 신통을 성취하며 헤아릴 수 없는 겁 동안 보살의 행을 수행하여 그 낱낱 겁마다 교화된 중생의 수를 헤아릴 수 없고 말할 수 없으며 헤아릴 수 없어서 다 모두 불법에 편안히 머물리라.
또한 겁 동안에 교화된 중생처럼 일체 겁 동안 또한 이와 같으리라.
이 보살은 이렇게 머물러 한량없고 가없고 말할 수 없는 중생이 불법에 머물게 한 뒤에 맨 마지막 몸으로 부처가 되리니,
이름은 이구월부동무장애대장엄(離垢月不動無障礙大莊嚴)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으로 세상에 나타나며, 그 세계의 이름은 무장애(無障碍)니라.
그 부처님 몸은 넓고 크며 한량없는 광명과 한량없는 광염(光炎)과 한량없는 신통력과 한량없는 설법과 한량없는 제자들과 한량없는 법륜 굴림과 한량없는 몸매[身相]로써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며 그 부처님이 열반하고자 할 때에 덕호 장자에게 부처되리라는 것을 수기하리니,
이름은 무등신(無等身)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라 하리라.
덕호 장자의 집안권속 중 나의 신통변화를 보고 보리심을 낸 이는 다 그 겁에서 각기 이름대로 부처가 될 것이며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인비인(人非人) 무리들 중, 내가 덕호 장자의 집에서 신통을 나툴 때 보고 보리심을 낸 이는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시방세계의 각자의 국토에서 각기 이름대로 다 부처가 되리라.
선남자야, 이 월광 동자는 과거 한량없는 아승기겁에서 덕호 장자를 이미 교화하였느니라.
이 동자와 덕호 장자는 오는 세상에서 번번이 부처님 계시는 세계에 태어나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리라.”
이렇게 월광 동자와 덕호 장자에게 인연을 수기하실 때에 한량없는 세계의 땅이 6종 진동을 하고 큰 광명이 널리 비추었으며, 온갖 하늘 꽃이 내리고 온갖 하늘 보배가 내렸으며, 하늘의 영락이 내리고 하늘 보배 일산이 내렸으며,
온갖 하늘 옷이 내리고 하늘 전단가루향이 내리고 하늘 침수향이 내리며 하늘 다가라향이 내렸으며,
하늘 우발라화가 내리고 하늘 파두마화가 내렸으며,
모든 하늘 음식이 미묘하게 소리 내었고 모든 하늘의 노래 읊조림이 났다.
이와 같은 모든 것들은 다 부처님의 신통력이었으며 또 월광의 전 세상의 선근의 힘이 덕호 장자와 권속들을 교화하였기 때문이며, 또한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을 교화하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