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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개정행소집경 제6권
이때 악취(惡趣)를 벗어난 천자가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양하고 나서 마음으로 환희를 내었으니,
비유하자면 상주(商主)가 큰 재물의 이익을 얻은 것과 같았으며,
농부가 농사를 잘 지어 풍작을 이른 것과 같았고,
또한 용맹한 장수가 전쟁에서 승리를 얻은 것과 같았으며,
오랫동안 병을 앓던 자가 갑자기 쾌유를 하게 된 것과 같았다.
이때 모인 사람들 가운데 아라한(阿羅漢)이 있어서 저 천자의 시작부터 끝까지의 인연을 알아서 이것으로 말미암아 다음과 같이 추념(追念)하였다.
‘나의 본사(本師)는 돌아가신 지 오래 되었는데 어느 세계에 계신지 알아보자.’
그때 어떤 단나(檀那:시주)가 절에서 재(齋)를 봉행하였는데, 한 비구가 새로이 청정한 물을 길어다가 그 재가 끝난 뒤에 대중스님들에게 보시하였다.
그 아라한은 백동(白銅)으로 된 발우로 물을 받아서 마시려고 하였는데, 손가락 끝을 물에 대니 매우 시원하고 청량하였으므로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옛날에 우리 스승은 일찍이 절의 주지가 되어 대중의 일을 맡아볼 때에 대중의 모든 물건을 아끼고 인색하였으며, 자생(資生)에 탐착하면서 항상 후신(後身)도 다시 여기에 태어나기를 원하였다.
이와 같은 죄가 있어서 만약 양동지옥(洋銅地獄) 가운데 떨어진다면 이 감천(甘泉)을 마시고자 하여도 어찌 얻을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이 생각하고 나서 마침내 선정에 들어가 그것을 관하였는데,
지옥 속을 두루 찾아보았지만 방생귀취(傍生鬼趣)에 다 닿도록 전혀 보이지 않았으므로 다시 곧 생각하였다.
‘어찌 이전에 선근을 기른 것이 이제 성숙하게 되어 수승한 곳에 의탁한 것이 아니겠는가.’
곧 여러 하늘을 차례로 관찰하니, 그 스승이 사왕천(四王天)에 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존자가 그곳으로 가서 안부를 여쭈며 물었다.
“제가 듣건대 이곳의 하늘은 많은 선업(善業)을 닦고 청정한 계율을 굳게 지켜야만 비로소 태어날 수 있는 곳이라고 하였습니다.
스승께서는 지난 세상에 허물을 많이 쌓았는데 어찌 이곳에 올 수 있었습니까?”
그러자 천자가 존자에게 말하였다.
“내가 옛날에 절의 주지로 일할 때에 아둔하여 악한 행을 하였는데 죄를 드러낸 적이 없었다.
장차 목숨이 다하려 할 때에 지성으로 간절히 빌기를,
‘오직 불ㆍ법ㆍ승에 제가 귀의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삼보의 은력(恩力)을 염한 것으로 연유하여 이러한 선근을 계승하였기 때문에 이곳으로 와서 태어날 수 있었다.”
그때 저 존자가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마음이 정화되고 기쁨으로 뛰어오르면서 미증유(未曾有)를 얻었다.
그리하여 곧 인천(人天)과 유학(有學)ㆍ무학(無學)의 대중 가운데에서 세 번이나 “기이하도다”라고 칭송하고, 위와 같은 일을 모두 진술하였다.
불법승의 힘은 그 공력을 생각으로 헤아리기 어려우니, 능히 지옥의 한없이 지극한 고통을 소멸시키고 능히 유정의 무량한 선관을 증장시키고 번뇌를 끊어서 없애시며 모든 의심의 그물을 찢어버리며 필경에는 능히 보리의 피안에 이르게 한다.
모든 지혜가 있는 자들은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해서 몸과 입과 뜻을 깨끗하게 하고 보시ㆍ지계ㆍ선정을 닦아야 하니, 이러하면 곧 부처님의 큰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모든 중생은 성품과 의욕이 각기 다르기에 차츰 이 세 가지 행을 모두 닦게 할 때에,
혹은 풍요하게 5욕(欲)을 수용하는 것을 즐기면 세존께서 방편으로 열심히 보시하도록 권하시고,
혹은 하늘에 태어나 수승하고 미묘한 즐거움 누리는 것을 즐기면 세존께서는 방편으로 깨끗한 계율을 지니게 하시며,
혹은 고제(苦際)를 해탈하여 벗어나는 것을 즐거워하면 세존께서는 방편으로 선정을 닦게 하신다.
이러한 까닭에 세존께서는
“이러한 세 가지 행을 이름하여 복개(福蓋)라고 하니, 마땅히 구족하여 봉행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비유하자면 두 귀신이 세 가지 물건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다. 그 세 가지 물건이란 곧 상자와 신발 그리고 방망이를 말한다.
두 귀신이 서로 큰소리를 지르면서 다투다가 말하였다.
“어느 곳에 바라문이 있는데, 그는 참으로 정직하니 이 일을 판가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두 귀신이 물건을 마주 들고 곧 그곳으로 가서 합장하고 청하였다.
“대 바라문이여, 당신은 우리를 위하여 이 물건을 균등하게 나눠 주소서.”
바라문이 물었다.
“이것은 하찮은 물건일 뿐인데, 무엇 때문에 서로 다투면서 이 먼 곳까지 와서 결단을 구하는가?”
두 귀신이 말하였다.
“이는 사소한 일이 아니며 이 물건을 얻기란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당신은 이 상자를 보십시오. 곧 능히 변현(變現)할 수 있습니다. 가지고 싶은 물건은 모두 안에서부터 나옵니다.
이 신발 두 짝은 사람이 혹 그것을 신게 되면 곧 하늘에 올라가 온갖 묘약(妙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저 방망이는 곧 모든 원수와 적을 눌러서 굴복시킬 수 있으며 모두 물러나 흩어지게 합니다.”
그러자 바라문이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곧 두 귀신으로 하여금 물러서게 하고는 한쪽에 서서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서 오랫동안 사유하여 이 세 물건을 나누어 각기 평등하게 얻게 하겠다”고 말하였다.
그러고는 자기가 급히 그 신을 신고 방망이와 상자를 갖고서 공중으로 올라 사라져버렸다.
두 귀신은 그 모습을 보고 나서 이 세 가지 물건을 알려줘서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게 한 것을 후회하였다.
이러한 비유에서 마땅히 잘 분별해야 한다.
보시는 상자와 같으니 여의(如意)를 얻을 수 있는 까닭이며,
지계는 신발과 같으니 능히 하늘을 날 수 있는 까닭이며,
선정은 방망이와 같으니 모든 마를 항복시킬 수 있는 까닭이다.
이것을 일러 세존께서 보시와 지계와 선정을 설법하시고 방편으로써 복개정행(福蓋正行)을 섭수한다고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또 세 종류의 악행(惡行)을 밝히셨으니,
이른바 인색함과 계를 깨뜨리는 것과 산란함이다.
이것은 모든 과환(過患)을 낳으며 곧 악취를 윤회하는 근본이 되며 능히 보시와 지계와 선정의 공덕을 무너뜨린다.
이러한 까닭에 세존께서는 갖가지 인색함의 과실을 나타내 보이셨는데, 마치 더러운 때와도 같아 유정을 더럽히고 불여의(不如意)를 초래한다고 하셨다.
이와 같이 인색한 자는 진귀한 재물을 쌓아 두었더라도 능히 혜시(惠施)를 하지 않으니, 마치 올빼미와 솔개가 연꽃 떨기에 멈추는 것과 같다.
부모가 있는 곳에 공양을 올리지 않으며, 친척과 친구들의 모임도 버리고 피하여 도망간다.
좋은 말을 믿지 않으며 경법(經法)을 좋아하지 않으며 자기의 재산을 믿으며 남의 영화로운 것을 참지 못한다.
마치 술 취한 코끼리와 같아서 성질은 조복(調伏)시키기 어려우며,
또한 독사와 같아서 사람들이 보려고 하지 않으며, 선인(善人)들도 그를 보고 나서는 모두 다 멀리한다.
수승한 복업(福業)에 대하여 따라 기뻐하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와서 인도하여 권하는 것을 보면 마음에 곧 번뇌를 일으키니 말라버린 우물에 와서 물을 구하려는 것과 같다.
입에서 내뱉은 말과 소리를 다른 사람이 들으려고 하지 않으며 어디를 가든지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대중 가운데 있어서는 곧 어리석은 자와 같아서 네 갈래 길을 지나게 되며 마치 썩어버린 시체와 같아진다.
저 우매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비록 세간에 살더라도 갖가지 허물을 멀리 여의지 못하고, 모든 선공덕(善功德)을 호지(護持)하지 못하며 모든 선종자를 기를 수 없다.
이와 같이 인색한 사람은 빈궁의 인(因)을 만들므로 현재는 부유하고 충족하더라도 능히 수용하지 못하며 마음을 낮춰서 구하러 오는 자에게 조금도 베풀지 않는다.
이 사람은 시다림(尸陀林)과 같아서 모든 세간의 사람들이 의지하기를 좋아하지 않음을 알아야 하니, 이 인색함의 인연에 대해서는 『대명장자경(大名長者經)』에서 설한 것과 같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사위성의 기수급고독원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저 사위성에는 큰 장자(長者)가 있었는데 이름을 대명(大名)이라고 하였다. 그는 대단한 부자였지만 아들을 두지 못한 채 홀연히 숨을 거두었다.
그러자 교살라국(憍薩羅國)의 승군대왕(勝軍大王)은 이 사실을 듣고 나서 급히 그 집에 가서 진흙으로 몸을 바르고 도착해서는 모든 창고와 모든 재물을 전부 취하여 모조리 관부로 보냈다.
일을 마치고는 어가(御駕)를 돌려 세존께서 계신 처소에 이르러 머리와 얼굴을 부처님의 발에 대어 예배하고 물러나서 한쪽에 좌정하였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대왕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홀연히 진흙을 몸에 바르고 여기에 왔습니까?”
왕이 앞서 있었던 일을 모두 말씀드렸다.
“그 집은 거부(巨富)이므로 재산이 많습니다. 금과 은과 진귀한 보물과 창고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각각 무량백천구지(無量百千俱胝)로 있습니다. 이렇게 재산이 많기로는 그 부호와 짝할 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오직 거친 음식만을 수용하며, 입은 옷은 찢기고 문드러져 추하며, 나갈 때에는 낡은 수레를 타고 나뭇잎을 모아서 그 덮개를 만들었습니다.
식사하고자 할 때에는 먼저 그 문을 닫고 참참이 먹고 마셨지만 한 번도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가령 사문이나 바라문, 그리고 여러 거지들과 먼 길을 가는 사람, 기예(技藝)를 하는 이와 같은 사람들이 와서 음식을 구걸해서 한 사람이라도 얻은 적이 없었습니다.”
승군대왕이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를 위하여 대명장자의 인색함의 과실이 초래한 과보를 말씀해주셔서,
그 법문을 들은 자들이 모두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이와 같이 장자는 큰 부(富)를 이루었어도 부모를 받들지 않았고, 자기에게도 쓰지 못했으며, 수승한 복전(福田)에도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친구들과 권속들에게도 조금도 베푼 적이 없었으며, 노비와 하인들과 여러 백성[人民]이 모두 다 버리고 떠나갔다.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비록 재산이 많은 부자이기는 하였지만 저 인색함으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들과 서로 믿고 따르지 못하였으니,
깨끗하지 못한 곳에서 연꽃이 나는 것과 같고,
아름다운 동산 숲에 맹호가 웅크린 것과 같으며,
진귀하고 맛있는 음식에 독극물을 넣는 것과 같고,
마니보가 낭떠러지에 생기는 것과 같으며,
감숙과(甘熟果)를 높은 절벽에 심는 것과 같으며,
청정한 곳을 오물이나 더러운 것으로 덮는 것과 같으며,
독약을 마시면서 수명이 길어지기를 원하는 것과 같으며,
음탕한 여자의 집에서 범행(梵行)을 한다고 스스로 일컫는 것과 같으며,
자주 화를 내는 자가 다른 사람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자 하는 것과 같으며,
잘못 이해한 자가 논의를 잘한다고 칭하는 것과 같다.
말은 어리석은 아이와 같아서 정량(定量)이 있지 않으며 법이 아닌 것을 법이라 말하고 선하지 않은 것을 선하다고 하며, 세간의 온갖 꾸짖음과 비방을 모두 초래한다.
이는 다만 재물을 지키는 것이며 이름을 왜곡시켜 부를 만들었으며 비록 진귀한 보물을 갖고 있다고 하여도 만물을 이롭게 하지 않을 것이고,
하루 종일 열심히 고생하면서도 마치 재물이 없는 사람과도 같아서 뭇 사람들이 그를 보고서는 모두 ‘좋지 않다’라고 하며, 친한 친구도 그를 보고서는 가서 안부를 묻지도 않는다.
이와 같이 인색한 사람은 뭇사람이 혐오하는 바가 되니, 저 기러기 떼가 한림(寒林)에는 둥지를 틀지 않는 것과 같다.
그는 재산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속박되어서 수명을 알지 못하니 마치 산의 폭류(瀑流)와 같고, 덧없음을 생각하지도 않으니 큰 공포가 장차 닥쳐 한 찰나에 자신의 목숨을 잃게 된다.
마땅히 알라. 재산과 부는 오래가지 않으니 마치 코끼리의 귀가 잠시도 정지하거나 쉬지 않는 것과 같다. 설법하는 스승에게 묻지도 못하고 보시행을 찬양하는 것을 듣고서 마음으로 믿거나 즐거워하지 않는다.
와서 교화하고 가르치는 것을 보면 숨거나 피하고 멀리 떠나가며 설령 보게 되더라도 도리어 모욕을 당하게 된다.
이와 같은 어리석은 사람은 재산이 많더라도 마치 사람이 꿈속에서 얻은 것과 다름이 없다.
그리고 인색하여서 땅 속에 묻고는 갑자기 병이 들어 괴로움을 당할지라도 좋은 약을 구하지 않으며, 의사를 불러 와도 마음에는 곧 번뇌가 생긴다.
이 병으로 말미암아 목숨이 끊어지게 되지만 사람들은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유쾌하다고 하지 않는 이가 없다.
몸의 모든 부분은 문드러지고 무너져 가까이 다가갈 수 없으며, 맹렬한 기세로 불타올라 몸을 태우니 악취가 풍기고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몸은 모조리 재가 되어 바람이 부는 대로 흩날린다.
마땅히 알라. 이러한 사람은 반드시 악도(惡道)에 떨어져서 지옥 가운데서 갖가지 고통을 받게 죄며, 지옥에서 나와서 아귀(餓鬼) 가운데 태어나게 되면 그 형체는 장대(長大)하지만 벌거벗은 모습으로 검게 병들어 있으며 항상 치솟아 오르는 불에 휩싸여 태워지니 몸의 사지는 타서 문드러진다. 두 눈은 구덩이처럼 파여졌으며,
그 배는 매우 크나 목구멍은 바늘과 같아서 오랜 겁(劫)을 지나도 먹거나 마실 수 없으니, 피골이 상접하여 스스로 지탱할 수조차 없다.
항상 똥과 먼지를 먹고 그것으로 스스로의 목숨을 유지하며, 입술에 더러운 것이 묻어도 혐오감을 내지 않으며,
만약 침 흘리는 것을 보면 서로 다투어서 빼앗으며 어쩌다 조금이라도 얻으면 받은 것이 많다고 놀란다.
다시 아득히 멀리 떨어진 황야나 가문 바다에 태어나는데, 그곳에서는 물이라는 이름을 듣지도 못한다.
그 몸이 고대(高大)하여서 마치 산봉우리와 같은데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면 흔들리고 소리를 지른다.
다시 하늘을 나는 짐승들이 왕래하고 둥지를 파는데, 그들은 쪼거나 붙잡기 때문에 이로 인해 온갖 고뇌를 받는다.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다시 여타의 귀신들로 태어나니, 이른바 야차(夜叉)ㆍ나찰사(羅刹娑)ㆍ필사차(畢舍遮)ㆍ부다(部多)ㆍ구반나(矩畔拏)ㆍ포단나(布單那)ㆍ갈타포단나(羯吒布單那)ㆍ색건나(塞建那)ㆍ온마나(嗢摩那) 등이 된다.
설령 사람이 되더라도 그 형체가 극히 추하여 몸의 가죽은 검고 껄끄러우며 생김새는 마치 피어오르는 것과 같으며, 모든 근(根)이 막히고 닫혀져 눈으로는 분명하고 또렷하게 볼 수 없고 빈궁하고 굶주려 파리해져서 구걸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연명한다.
항상 벽돌을 가지고서 그것으로 가슴을 때리며 남거나 버려진 깨끗하지 못한 음식을 얻게 된다.
혹은 구더기로 태어나서 똥을 족함으로 삼으며, 항상 바람과 비와 추위와 더위에 핍박받고 모기와 등에 등 온갖 곤충의 먹거리가 되어 영원히 쾌락과 명문(名聞)과 길상(吉祥)을 잃게 된다. 이와 같이 악한 과보는 매우 무섭고 두렵다.”
이러한 인색한 업행(業行)은 다시 『존자소문경(尊者所問經)』에서 설한 것과 같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의 가란타죽원에 머물고 계셨는데 그때 성에는 한 장자(長者)가 있어서 항상 부처님의 처소에 가서 즐거이 법을 듣고자 하였고, 깨끗한 신심을 내어서 출가를 구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곧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어머니, 제가 불법 가운데에서 출가하여 도를 닦을 수 있게 허락하여 주소서.”
어머니가 말하였다.
“지금은 오직 너 혼자뿐이다. 내가 죽핀 나서 마땅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아들은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하였으며 힘껏 노력하여 영리를 구하였으며, 그렇게 해서 번 재물을 모두 어머니에게 드리고 말하였다.
“어머니께서는 이것을 마음대로 사용하시고 만약 남은 것이 있으면 여러 복업(福業)을 닦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재물을 얻은 후 보시는 전혀 하지 않고 널리 풍부하게 쌓고 모아서 땅 속에 묻었다.
어쩌다 사문이 와서 먹을 것을 구걸하면 손을 저어 꾸짖고 헐뜯으면서,
“귀신이 왔다”라고 말하였다.
아들이 듣고는 좋아하지 않으며,
‘나의 어머니께서는 무슨 까닭에 조금의 음식도 보시를 하지 않는 것일까?’라고 하며
다시 열심히 타이르고 깨우쳐드리면,
어머니는 거짓으로 그러하겠다고 말하였다.
오래지 않아 어머니는 곧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장자의 아들은 널리 큰 보시를 펴서 그 어머니를 천도한 뒤에 집을 떠났다.
그리하여 법(法)에 들어간 뒤에 열심히 정진을 더하고 즐거이 정법을 들었으며, 이치대로 사유하고 근력(根力)을 성취하였으며 유위행(有爲行)에 통달하였고, 생멸의 법을 깨닫고 모든 윤회를 멈추게 하여 5취(趣)를 뛰어넘었다.
무명(無明)의 껍데기를 깨고 삼계의 탐(貪)을 여의었으므로 금과 보석을 봐도 마치 질그릇이나 조약돌을 보듯 하였다.
몸을 단장하여도 사랑하지 않았고 몸을 잘라내도 성내지 않았으며 그 마음을 평등하게 하는 것이 마치 허공과 같았다.
결단 영원히 모든 번뇌를 끊고 현전(現前)에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니, 대범천왕(大梵天王)과 제석(帝釋)의 모든 하늘이 다 존중하고 공양하며 찬탄하였다.
그때 존자는 항하 언덕의 초가집에 살면서 선정(禪定)을 닦고 익혔다.
그런데 홀연히 한 귀신이 나타나서 그 앞에 와서 섰는데, 벌거벗은 모습에 추한 모양이 마치 불탄 나무 그루터기와 같았다. 머리카락은 풀어 헤쳤으며 큰 배에 좁은 목구멍이었고 팔다리 마디마디가 불에 그슬려 있었는데, 그 귀신이 소리를 내면 곡소리가 났다.
존자가 물었다.
“너는 누구냐?”
그러자 귀신이 존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곧 당신의 어머니였습니다. 목숨이 끊어져 지금에 이르기까지 25년이 지났는데, 아귀(餓鬼) 가운데 떨어져서 극도로 굶주리고 갈증에 시달렸지만 음식과 물은 그 이름조자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설령 큰 강을 보게 되더라도 갑자기 말라버리고 멀리서 과일나무 숲을 보고 도달해보면 숲은 간 데 없이 사라집니다.
게다가 찰나(刹那)라도 조그마한 즐거움이 없습니다. 존자시여. 저를 구제하여 주십시오.
여기에 의지하여 머물며 적은 물이라도 구하여 마시게 해 주십시오.”
존자가 듣고 나서는 눈물을 흘리며 슬피 탄식하였다.
“살아서 복을 닦지 않으면 죽어서 악도(惡道)에 떨어지니 마땅히 지극한 정성을 일으켜 지난날의 잘못을 후회하고 사죄해야 합니다.”
그러자 귀신이 말하였다.
“나는 인색함의 허물로 인하여 그 마음이 덮이고 가려 어떤 복전(福田)에도 조금의 보시도 한 적이 없습니다.
옛날에 가지고 있던 갖가지 재물은 모두 본래 살던 집에 땅을 파서 그것을 숨겨두었습니다.
존자께서는 저를 위하여 속히 그 재물을 취하여 큰 보시를 위한 법회를 마련하셔서 사문과 바라문에게 마시고 먹게 하시고 빈궁한 자들에게 보시하시며, 제불(諸佛)과 뭇 현성(賢聖)에게 공양 올려 주십시오.
저의 이름을 대신하여 잘못을 드러내고 참회하여 주셔서 저의 몸을 속히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존자가 말하였다.
“만약 능히 이와 같이 자신의 책임과 허물을 참회하고 이겨낸다면 죄는 마땅히 소멸될 것입니다.”
그러자 귀신이 말하였다.
“나는 전생에 남부끄러움과 제부끄러움이 없었던 까닭에 이러한 벌거벗은 모습을 초래하게 되었으며, 여기에 있는 것은 견뎌내지 못하겠습니다.”
존자가 말하였다.
“만약 악업을 짓고 나서 마음으로 미루어 후회하지 않는다면 그 업은 결정됩니다.
만약 능히 드러낸다면 죄는 증장(增長)되지 않습니다.
지금 이미 발심하였으니, 여기에 능히 머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존자는 자신의 친속을 불러서 예전의 집으로 돌아가서 땅에 묻혀 있던 온갖 재물을 파내어서 어머니가 말한 대로 어머니를 위하여 보시를 위한 법회를 열었다.
매우 맛있는 음식을 삼보와 바라문 그리고 여러 걸인들에게 공양하여 모두 만족하게 하였다.
그러자 존자의 어머니는 한쪽에 머물러 서서 무수한 사람들의 광대한 집회를 보고서는 자기의 추한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였다.
“오직 원하건대 세존이시여, 애처롭고 불쌍히 여기셔서 저를 구제하여 주소서.”
그때 저 존자가 오체투지(五體投地)하여 큰 소리로 어머니를 위하여 그 이름을 불렀다.
“원하건대 이러한 선업(善業)을 이어서 빨리 해탈하게 하소서.”
그러자 세존께서는 방편력으로 위신(威神)을 가지(加持)하시고 설법을 하셨는데,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수천 명의 중생들은 법을 들은 뒤에 깨달음을 얻고 진실한 견해를 얻었다. 이에 귀신은 고통을 여의더니 곧 목숨이 끊어졌다.
존자는 그러한 연후에 다시 선정에 들어가서 관하여 그 귀신이 다시 재귀(財鬼) 가운데 태어나는 것을 보고 곧 그 처소에 이르러서 그를 위하여 숙세의 인(因)을 설명해 주며 발심하여 보시를 행할 것을 권하면서 말하였다.
“이제 마땅히 복업을 닦아서 빨리 생사에서 벗어나기[出要]를 구하십시오.”
귀신이 교화를 듣고 나서는 한참 동안 생각한 뒤에 말하였다.
“존자여, 나는 보시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존자가 탄식하였다.
“그대는 극히 우매하고 어리석어서 인색했던 습(習)이 여전히 남아 있어 흑업(黑業)을 알지 못하고 전전(展轉)하며 휩싸여 있다.
귀신의 세계[鬼趣]는 극악한데도 어찌 싫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단 말인가?”
갖가지 방편으로 힘써 절박하게 책(責)하고 나서 점자 달래어 두 개의 흰 모직물을 얻었다. 존자는 받아 가지고 가서 대중스님들에게 보시하였는데, 아직 돈으로 바꾸지 않고 한 비구에게 모두 맡겨 가지고 있게 하였다.
그런데 귀신은 여전히 인색하였으므로 마음으로는 능히 버리지 못하였다. 곧 그날 밤 몰래 취하여서 도망가 버리니 비구가 잃어버린 뒤에 존자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존자가 생각하였다.
‘이는 다른 사람이 아니다. 내가 마땅히 가서 취하여 오겠다.’
그리하여 귀신의 처소에 이르자 과연 모직물을 얻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세 번이나 도둑맞고 찾아와서 처음과 같이 회복되었지만 모직물을 맡은 비구가 마음으로 또한 번뇌를 내어 곧 모직물을 나누어 갈라서 대중스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각각 받고 나서는 혹은 옷을 꿰매는 데 사용하니 저 귀신이 다시 와서 옷을 훔쳐갔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알라. 인색한 마음은 커다란 허물이 되니, 그 번뇌에 얽매임으로 말미암아 영원히 악취(惡趣)에 떨어진다.
이러한 까닭에 나는 지금 방편으로써 보여준 것이니 여러 유정들은 인색함의 허물을 끊어 없애고 즐거이 광대하고 청정한 보시의 업을 닦아야 한다.
이것을 섭수보시복개정행(攝受布施福蓋正行)이라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