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문학 제47집』작품원고
오죽헌 어머니 외 4작품
조성돈
역사의 페이지 한 획 그은 거목 낳고
삶의 여정 승화하여 예술 꽃피운 별
문향 풍겨오는 배롱나무 옆에서
귀에 익은 시 가만히 읊조리면
생생하게 그려지는 삶의 수채화
뒤뜰
임 그리며 오죽 오솔길 오르면
바람 맞고 소스라치는 댓잎 사이
긴 이력의 등 비늘 내미는 미인 송
솔 향 교감하며 내려오는 언덕바지
저 아래
교훈 깃든 구사정이 기다린다
뜰 안 거니는 시간들 소중하고 귀한
그 숨결 빈 가슴 살찌우는 양식
사는 동안 그리워지면 걸음하리다
혼 서린 갈피마다 임의 향 느껴지는
어둠 밝히는 빛으로 계신 어머니
곶자왈 숲
생명의 숨 살고 있는 늪지대
정글 숲 타잔의 놀이터인가
서늘한 입김 속으로 들면
화산이 낳은 돌송이 쉼 박동
정화하는 화산 돌의 호흡으로
새롭게 태어난 신선한 생명수
목축이며 반기는 이끼 바위 꽃
정겨운 오솔길 따라 깊숙이 걷는다
직진으로 달리는 문명 앞에
섭리 고집하는 송이 닮은 검은 돌
상큼하게 내뿜는 청정한 기운
쾌적하게 자유 만끽하는 다래 덩굴
거목에 비늘 씌워 덩치 키운 콩짜개
멈춘 시간의 풍경이 살아 움직인다
촘촘하게 생명들이 꾸민 숲의 향연
영영 살아남을 환상의 별세계로다
광진산 솔숲 ‧ 2
맑은 영혼 깊은 숨 살고 있는 곳
내뿜는 숨 들숨으로 받아들이고
받은 만큼 날숨으로 돌려준다
푸른 솔 곁 지키는 물푸레나무
전생 금술 좋은 부부 인연이었나
뗄 수 없는 질긴 끈으로 사노라니
풋풋한 자손들이 많이도 태어났지
요즘 소문에 아기울음 줄었다고
걱정거리 잠 못 드는 솔바람이 운다
십수년 사는 동안 찾아주는 사람들
그들 향해 내민 고개 궁금증 커가고
비스듬히 기울여 누운 노송의 옆 태
언제부터인가 새겨놓은 그리움이다
쾌적한 숨 살고 있는 산소충전소
늘 푸른 숨으로 젊은 기운 뿜어내는
낯선 이와도 인사 나누는 소통의 장
배려 속에 핀 고운 미소 주고받는다
이팝나무 꽃 피면
이팝나무 꽃 피면 생각나는 얼굴
하얀 꽃비 맞으며 홀연히 떠난 이여
잡히지 않는 그리움만 울컥 다녀가고
못 보면 보고 싶다던 정든 말도 지나간다
즐겁던 시절 순백의 웃음 그대로인 거리
그와 함께 걷던 길 홀로 거닐고 있으면
꽃잎 물들인 슬픔이 하염없이 내린다
수많은 꽃들과 이별하고 질주하는 시간
기쁜 새 날 재촉하는 싸락눈이 쏟아진다
이팝나무 꽃 피면 그리워지는 사람아
봄 바다
붉은 여의주 살짝 밀어 올리는 일출
새봄맞이 금빛 비단길 여는 바다
겨우내 높이 치솟았던 거센 몸짓
고개 수그리고 까치발로 달린다
물빛 결결이 살랑 실어온 남풍
봄 향 가득 옥빛 물감 풀어놓으며
파릇하게 설레는 새 계절 찍는
향내 흠뻑 머금은 꽃바람 붙들고
포물선 그리며 물보라 피운다
출항 알리는 뱃고동소리 들리면
나래 펴는 갈매기 소풍가는 날
넓은 품 사람들도 나들이 나온다
수많은 이들이 남기고 간 사연들
모두 담고 선율 그으며 이는 물결
물 깊이 묻어놓은 그리움 키운다
분주한 하루 닻 내리며 깔아놓은
황금빛 융단은 용궁으로 가는 꽃길
* 호:은진 恩縉
* 강원대학교 문창과 졸
* 2008년 월간 「문학세계」신인문학상 등단
* 2016년 시집 「달빛」출간
* (사)세계문인협회 정회원, 두타문학회회원,
한국문인협회 삼척지부 회원
카페 게시글
47집(2024)
두타문학 제47집
조성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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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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