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는 우리도 잘 몰랐지만
'어림짐작과 편향'이 심리학이아닌 분야서도 폭넓은 호응을 얻는 주된 이유는
우리 작업의 우연한 특징 때문이었다.
우리는 논문을 쓸 때면 거의 항상, 우리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응답자에게 던진 질문의 전문을 공개했다.
이 질문은 논문을 읽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사고가 어떻게 인지 편향에 사로잡히는지를 깨닫게 하는 증거가 되었다.
독자도 앞서 스티브와 사서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의 인지 편향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 질문은 유사성이 확률 추측에 미치는 힘이 얼만 큰지,
관련 통계가 얼마나 쉽게 간과되는지를 보여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처럼 증거를 직접 체험하는 방식은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에게,
특히 철학자와 경제학자에게 그들의 사고방식에도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인식하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되었다.
이들은 자신의 오류를 발견하면서, 인간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라는 당시 널리 퍼진 독단적 단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방식을 택한 것은 아주 유효했다.
기존방식의 실험만 실시해 결과를 발표했더라면 주목도 덜 받고 사람들의 기억에도 오래 남지 않았을 것이다.
호의적인 사람들은 우리 실험에서 나온 판단 오류가
심리학 연구에 흔히 동원되는 대학생 참가자들의 무능 탓이라며 연구 결과를 무시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기존 실험보다 증거를 직접 체험하는 실험을 택한 이유는
철학자와 경제학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단지 그 방식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었는데, 우리는 여기서도 다른 많은 경우처럼 운이 좋았던 셈이다.
이 책에서 반복되는 주제 하나는 성공이야기에는 언제나 행운도 큰 몫을 한다는 것이다.
하마터면 그저 그런 성과로 끝났을 법한 연구가 작은 변화로 놀라운 성취가 되는 이야기는 아주 흔하다.
우리 이야기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연구에 긍정적인 반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편향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정신 작용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과학계에서 흔히 그렇듯이, 어떤 학자는 우리 견해를 다듬었고, 어떤 학자는 그럴듯한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우리 정신세계는 체계적 오류에 취약하다는 견해는 이제 전반적으로 인정받는 추세다.
판단에 관한 우리 연구는 사회과학에 애초 우리 예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판단에 관한 논문을 마무리한 뒤에 곧바로 관심 분야를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결정으로 옮겼다.
우리 목표는 단순한 도박에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리는가에 관한 심리학 이론을 만드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동전던지기를 하는데,
앞면에 나오면 130달러를 따고 뒷면이 나오면 100달러를 잃는다면, 게임을 하겠는가?
이런 초보적 선택은 오래전부터 결정을 둘러싼 다양한 긍금증을 조사하는데 이용되었다
이른테면 확실한 결과와 불확실한 결과 중에 사람들은 어디에 더 무게를 두는가와 같은 문제다.
우리는 이때도 같은 방법으로 연구했다.
여러날 동안 선택 관련 문제를 만들고, 직관적인 선호가 선택 논리와 맞는지 알아보는 방식이다.
판단을 연구할 때처럼 여기서도 우리 자신의 결정에서
그리고 직관적인 선호에서 합리적 선택의 법칙에 위배되는체계적 편향을 지속적으로 목격했다.
우리는 〈사이언스〉에 논문을 실은 지 5년이 지나
〈전망 이론 : 위험 부담이 따른 상황에서의 결정 분석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앞선 판단 연구보다 더 중요한 연구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 이 선택 이론은 행동경제학의 기초가 되었다.
아모스와 나는 지리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공동 작업을 지속할 수 없을 때까지,
서로 생각을 주고 받는 대단한 행운을 누렸다.
공동 작업을 할 때면 각자 생각할 때보다 훨씬 더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리고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한 덕에 연구가 생산적일 뿐 아니라 재미도 있었다.
나는 판단과 결정에 관한 공동 작업 덕에 2002년에 노벨상을 받앗다.
아모스가 1996년에 59세로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함께 받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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