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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보살소문경론 제3권
2.5.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음
[문] 어떻게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아니한가?
[답]
[몸에 대한 소견 따위의 고달픔의 원인을 여의기 때문이다]
견도(見道)하는 때에 몸에 대한 소견 따위의 고달픔의 원인을 여의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밝히는 것인가?
모든 범부는 나라는 고집[我相]을 지니기 때문에 나고 죽는 등의 갖가지 고통의 핍박을 받으므로 세간 가운데서 고달픈 마음이 나겠지만, 모든 보살들은 법의 바탕을 볼 때에 모두 다 나라는 고집 등의 집착을 멀리 여읜다. 그러므로 보살은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다섯 가지 두려움을 멀리 여의기 때문이다]
또,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은 까닭은 다섯 가지 두려움[五怖畏]을 멀리 여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세간의 중생들은 아직 살지 못하리라는 두려움[不活畏] 등의 다섯 가지 두려움을 떠나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세간에서 고달픈 마음이 나겠지만,
보살은 살지 못하리라는 두려움 등의 다섯 가지 두려움을 떠나고 나라는 고집[我相] 따위를 떠났기 때문에 공덕과 지혜를 완전히 닦고 모은다.
그러므로 보살은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남을 이롭게 하는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또, 한결같이 남을 이롭게 하는 마음을 얻었기 때문에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모든 보살은 사랑함과 가엾이 여기는 마음에 의지하여 남을 이롭게 하는 행을 일으킴으로써 깊은 마음이 잘 닦아짐이 마치 큰 바닷물이 똑같이 짠 맛인 것과 같으며,
보살도 그러하여 남을 이롭게 하는 한결같은 마음 때문에 모든 보살은 남을 이롭게 하는 행이 곧 이는 자기 이익이라 여기어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모든 행을 닦고 모은다.
그러므로 보살은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마음을 편안히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살은 마음을 편안히 머무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이는 무슨 뜻을 밝히는 것인가?
모든 보살은 나쁜 길인 이른바, 활지옥(活地獄)ㆍ흑승(黑繩)지옥ㆍ합(合)지옥ㆍ규환(叫喚)지옥ㆍ다파나(多波那)지옥ㆍ파다파나(波多波那)지옥ㆍ아비(阿鼻)지옥ㆍ구구라(究究羅)지옥ㆍ사시(死屍)지옥ㆍ도림(刀林)지옥ㆍ검림(劒林)지옥ㆍ벽렬(劈裂)지옥ㆍ알부타(安浮陀)지옥ㆍ아파파(阿波波)지옥ㆍ아타타(阿吒吒)지옥ㆍ우발라(優鉢羅)지옥ㆍ구물두(拘勿頭)지옥ㆍ향(香)지옥ㆍ분타리(分陀利)지옥ㆍ파두마(波頭摩)지옥과 갖가지 춥고 더운 모든 고통을 받는 지옥이며, 축생ㆍ아귀ㆍ아수라ㆍ사람ㆍ하늘이 서로가 죽이고 서로가 잡아먹으며 끌어당기고 뒤쫓으며 혹은 나기도 하고 혹은 물러나기도 하며
아만을 일으키고 시샘하고 성을 내며 사랑하는 이는 이별하고 원수는 서로 만나며 늙고 병들고 죽게 되는 등의 근심과 슬픔과 괴로워하는 이러한 가지가지 괴로움의 형상을 보고 듣고 좋아하고 떠나고 하면서도
중생을 이롭게 하는 그 마음은 한결같아서 물러나지 않고 옮아가지 않으며 마침내 큰 보리심에 편안히 머무르나니,
이를 보살은 모든 세간(世間)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고 한다.
[서원이 견고하기 때문이다]
또, 고달프지 않다 함은 서원이 견고하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모든 보살이 크게 사랑함과 가엾이 여김 따위에 의하여 중생을 이롭게 하는 행을 일으키고 마침내 깊은 마음의 근본인 모든 행을 얻으며, 견고한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모든 서원을 따라서 이익되는 행을 짓는다.
그러므로 보살은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문] 어느 것을 보살마하살의 견고한 서원이라 하는가?
[답] 다섯 가지 법이 있는데, 이를 보살의 견고한 서원이라 한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 성문승이 움직이거나 옮기게 할 수 없으며,
둘째 벽지불승이 움직이거나 옮기게 할 수 없으며,
셋째 모든 외도의 의론이 움직이거나 옮기게 할 수 없으며,
넷째 온갖 악마들이 움직이거나 옮기게 할 수 없으며,
다섯째 인연이 없이 저절로 움직이거나 옮기게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보살은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또, 다섯 가지의 법이 있는데,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 혹은 손해와 이익을 보아도 마음에 근심하거나 기뻐함이 없으며,
둘째 할 일을 다 마치어 사실대로 도를 알기 때문이며,
셋째 사실대로 도의 결과를 알기 때문이며,
넷째 자신이 고요하게 되기 때문이며,
다섯째 중생들의 괴로워하는 마음을 뽑아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자비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또, 고달프지 않다 함은 크게 사랑함과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얻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모든 보살은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얻어서 중생들이 낢[生] 따위의 지극한 고통의 진창에 빠지고 무명에 장님이 되고 애욕에 속박을 당하여 돌아가 의지할 데가 없음을 보고서,
보살은 사랑함과 가엾이 여기는 마음과 힘으로써 지혜를 우두머리로 삼아 부지런히 행하고 힘써 나아가 중생의 고통을 뽑아 주며 중생들을 위하여 세간 안에서 괴로운 일을 받는다.
그러므로 보살은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또, 다섯 가지 법이 있어서 보살이 크게 사랑함과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있음을 안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 중생들에게 안온한 즐거움을 주기 위하여 온갖 살림이 되는 물건을 아끼지 않으며,
둘째 자기 몸을 아끼지 않으며,
셋째 목숨을 보호하거나 아끼지 않으며,
넷째 온갖 행을 닦으나 많은 때를 기다리지 않으며,
다섯째 원수와 친한 이를 똑같이 가엾이 여긴다.
그러므로 보살은 모든 세간(世間)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또, 고달프지 않다 함은 온갖 괴로움을 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모든 보살은 반연에 의지하는 힘을 얻어 그 마음이 용맹하여 수 없는 겁 동안 지나면서도 괴로움을 참을 수 있고 온갖 괴로움을 참고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보살은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다섯 가지의 법이 있는데, 모든 세간에서 괴로움을 받을 수 있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 모든 법이 나[我] 없음을 믿음이며,
둘째 모든 법이 공(空)함을 믿음이며,
셋째 세간의 법을 자세히 살핌이며,
넷째 모든 업보(業報)를 자세히 살핌이며,
다섯째 모든 업이 이미 다하였음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생들을 위하여 한량없는 겁 동안 괴로움을 받는다.
[깊은 마음으로 언제나 부처님 보리를 구하기 때문이다]
또, 고달프지 않다 함은 깊은 마음으로 언제나 부처님 보리를 구하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모든 보살은 언제나 깊은 마음으로써 열반을 즐기고 부처님 보리를 구하며 견고히 더욱 자라게 함으로써 일체 중생을 위하여 보리의 인연인 선한 뿌리의 종자를 심고 세간의 행을 행한다.
그러므로 보살은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또 다섯 가지 법이 있는데, 보살은 언제나 위없는 보리를 구한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 다른 법[乘]과 같지 않고 지혜는 다른 법보다 훌륭하기 때문이며,
둘째 세간에서 맨 위며 우두머리이기 때문이며,
셋째 자신을 제도하기 때문이며,
넷째 다른 사람을 제도하기 때문이며,
다섯째 온갖 공덕의 창고를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서이다]
또 고달프지 않다 함은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서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보살은 오랜 세월 동안 모든 세간을 위하여, 교화할 수 있는 중생은 따르면서 교화하고, 중생들 세간의 괴로움을 끊기 위하여
비록 갖가지 고통의 화살을 맞는다 하더라도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5승]
또 중생을 교화한다 함은 중생의 마음을 자세히 살피어 중생들에 따라 5승의 법으로 교화 받아야 할 이에게 가르쳐 주었다.
무엇이 5승인가?
첫째 응정변지승(應正遍知乘)이며,
둘째 벽지불승이며,
셋째 성문승이며,
넷째 천승(天乘)이며,
다섯째 인승(人乘)이다.
[용맹하고 씩씩하여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또 고달프지 않다 함은 용맹하고 씩씩하여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밝히는 것인가?
모든 보살은 큰 지혜의 힘에 의하기 때문이며 용맹하여 두려움이 없는 힘에 의하기 때문에,
비록 세간의 괴로움의 화살에 맞는다손 치더라도 세간에서 고달픈 생각을 내지 않는다.
다섯 가지의 법이 있는데, 보살은 용맹하고 두려움이 없음을 알게 된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 쇠망하고 무너져도 그 마음은 근심하지 않으며,
둘째 온갖 이익되는 법을 성취하여도 그 마음은 기뻐하지 않으며,
셋째 모든 괴로움을 받아도 그 마음은 슬퍼하지 않으며,
넷째 모든 뛰어난 즐거움을 얻어도 그 보살은 즐거워하지 않으며,
다섯째 성냄과 기쁨의 두 가지 모양을 헤아려 알 수가 없나니,
이것이 보살의 용맹과 두려움이 없는 것이라 하는 줄 알아야 한다.
[몸과 목숨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고달프지 않다 함은 몸과 목숨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세간의 사람들은 몸과 목숨에 집착하기 때문에 언제나 나고 죽는 괴로움의 화살을 맞으므로, 세간을 싫증내어 등지며 고달파하는 마음을 낸다. 그러므로 보살은 중생들 이익되는 일을 즐거이 지으며 사실대로 몸과 목숨을 알기 때문에 버리면서 집착하지 않고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려 한다.
그 때문에 보살은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보살은 다섯 가지 법을 잘 알기 때문에 자기 몸에 집착하지 않는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 몸은 지나간 세상에서부터 온 것이 아닌 줄 앎이며,
둘째 몸은 장차 오는 세상을 향하여 가는 것이 아닌 줄 앎이며,
셋째 몸은 견고한 법이 아닌 줄 앎이며,
넷째 몸은 실로 신아(神我)가 없는 줄 앎이며,
다섯째 몸은 실로 내 것이 없는 줄 아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자기 몸에 집착하지 않는다.
보살은 다섯 가지 법을 잘 알기 때문에 목숨을 탐내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 지혜로운 생활에 의하고 삿된 생활에 의하지 않으며,
둘째 온갖 착하지 못한 법을 두려워하며,
셋째 끝없는 세상에서부터 일찍이 죽지 않았던 일이 없는 줄 자세히 살피며,
넷째 일체 중생들에게 똑같이 존재하며,
다섯째 항상 보존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즐거움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고달프지 않다 함은 자신의 즐거움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모든 중생은 자신의 즐거움에 집착하므로 갖가지 괴로움을 받고 고달픈 마음을 내지만, 보살은 자신의 즐거움은 버리고 중생의 고통을 뽑아 준다.
그러므로 보살은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보살은 사실대로 다섯 가지 법을 알므로 자신의 즐거움을 구하지 않는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 즐거움은 마치 물거품과 같은 줄 앎이며,
둘째 즐거움이 무너질 때에는 괴로움인 줄 앎이며,
셋째 세간의 방편을 얻고서 모든 보살은 선지식에 의지하여 바른 법을 들으며 마음에 잡아두어 생각하며 근본을 삼고서 자신과 중생의 세상 벗어나는 방편을 얻음이며,
넷째 다른 이의 지혜에 의지하지 않음이며,
다섯째 자신의 지혜 힘에 의지하는 것이다.
[온갖 흰 법을 실제로 보기 때문이다]
또 고달프지 않다고 함은 온갖 흰 법을 실제로 보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한 것인가?
모든 보살은 장부다운 힘에 의하여 과보를 얻으며,
모든 흰 법은 장부다운 힘에 의하기 때문에 한량없는 겁의 일을 실제로 꿈과 같이 보며,
미래세상에도 다른 이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장부다운 힘에 의지하여 모든 흰 법을 닦고 모으면서,
생각하기를
‘일체종지는 다른 이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힘에 의하여 얻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보살은 다른 이에게 의지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 스스로 힘써 나아가 모든 행을 닦고 모으므로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
부처님께서 아난(阿難)에게 말씀한 것과 같나니, 오직
“정진바라밀만이 큰 보리를 얻을 수 있느니라”고 하셨다.
그러므로 보살은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자연지를 증득하기 때문이다]
또 고달프지 않다 함은 자연한 지혜[自然智]를 증득하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모든 보살은 고달픔의 원인을 넘어서므로 그 때문에 고달프지 않은 마음을 성취한다.
온갖 인연의 법을 잘 알므로 법에 의하여 법을 내며, 차례로 더욱 자라게 함이 마치 사다리와 같아서 반야의 근본에 의지하여 정진을 성취한다.
그러므로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다.
[물러나지 않고 옮아가지 않는다 하는 따위의 모든 구절]
또, 물러나지 않고 옮아가지 않는다 하는 따위의 모든 구절은 그 밖의 온갖 수다라 중에서 자세히 말씀하셨으니, 그런 줄 알아야 하리라.
또, 뜻이 있다.
물러나지 않는다 함은 깊은 마음의 법을 성취하게 되기 때문이며,
또 물러나지 않는다 함은 행의 마음[行心]과 버림의 마음[捨心]을 성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옮아가지 않는다 함은 깊은 마음의 법을 성취하게 되기 때문이며,
온갖 악마와 원수와 적을 항복시킨다 함은 잘 회향할 줄 아는 방편의 마음[善知廻向方便心]을 성취하게 되기 때문이며,
사실대로 온갖 법의 자체의 모습을 안다 함은 방편을 잘 앎을 성취하게 되기 때문이며,
모든 세간에서 마음에 고달프지 않다 함은 크게 사랑함과 크게 가엾이 여김의 마음을 성취하게 되기 때문이며,
마음이 고달프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이의 지혜에 의지하지 않고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한다 함은 반야바라밀을 성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시기를
“보살마하살이 마침내 여덟 가지의 법을 성취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느니라”고 하셨나니,
이와 같은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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