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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니원경 하권
[부처님의 마지막 말씀]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미 여래의 바른 교화를 즐겁게 받고 불ㆍ법ㆍ승과 고ㆍ집ㆍ멸ㆍ도에 의심하지 않는 이는 마땅히 탐욕심과 잘난 체하는 마음과 잘못된 마음을 버리고 부처의 가르침을 좇아 이으며 정진하여 묵연히 도행(道行)을 생각하라. 이것이 마지막 부처의 유언이 되나니 반드시 그대로 할지니라.
너희 비구들은 부처의 모습과 얼굴을 보아라. 다시는 보기 어려우니라.
지금으로부터 1억 4천여 년 뒤에야 다시 미륵불이 나올 것이니 늘 만나기 어려우니라.
세상에 구담발화(漚曇鉢華)가 있으니 꽃이 피지 않고 열매를 맺느니라. 만일 그것이 꽃이 피면 세상에 부처가 나타나게 되느니라.
부처는 세간의 태양과 같아서 항상 중생의 어둠 없애기를 걱정하느니라. 내가 성사(聖師)가 된 지 일흔아홉 해이어서 해야 할 것은 벌써 완전히 마쳤노라. 너희들은 부지런히 하여라. 벌써 밤중이로구나.”
[부처님의 열반]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제1 선정(禪定)을 사유하시어 곧 제1 선정에 드시고,
다시 깨어나셔서 2선정을 사유하시어 2선정에 드시고,
다시 깨어나셔서 3선정을 사유하시어 3선정에 드시고,
다시 깨어나셔서 4선정을 사유하시어 4선정에 드시고,
다시 깨어나셔서 공무제정(空無際定)을 사유하시어 공무제정에 드시고,
다시 깨어나셔서 식무량정(識無量定)을 사유하시어 식무량정에 드시고,
다시 깨어나셔서 무소용정(無所用定)을 사유하시어 무소용정에 드시고,
다시 깨어나셔서 불상입정(不想入定)을 사유하시어 불상입정에 드시고,
다시 깨어나셔서 상지멸정(想知滅定)을 사유하시어 상지멸정에 드셨다.
이때에 아난이 아나율(阿那律)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셨습니까?”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부처님께서는 지금 막 생각과 아는 것이 없어진 정[念想知滅定]에 드셨습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내가 예전에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니
‘4선의 사유에서 무지(無知)에 이르러 받은 나머지 무위의 정을 버리고 열반[般泥洹]에 드는 것이다’고 하셨습니다.”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상지멸정(想知滅定)을 버리시고
불상입정(不想入定)에 드셨다가 불상입정을 버리시고,
무소용정(無所用定)에 드셨다가 무소용정을 버리시고,
식무량정(識無量定)에 드셨다가 식무량정을 버리시고,
공무제정(空無際定)에 드셨다가 공무제정을 버리시고,
4선정에 드셨다가 4선정을 버리시고,
3선정에 드셨다가 3선정을 버리시고,
2선정에 드셨다가 2선정을 버리시고 제1 선정에 드셨다.
다시 제1 선정으로부터 3선정에 이르시고, 제4 선정에서 무지(無知)에 돌아와서 받은 나머지 니원(泥洹)의 정을 버리시고 곧 열반[般泥洹]에 드셨다.
이때에 땅이 크게 진동하며, 여러 하늘ㆍ용ㆍ귀신들이 허공에 가득 차서 꽃을 비 오듯 흩뿌리고, 탄식하고 사모하면서 와서 공양하였다.
이때에 제2 제석천도 내려와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5음(陰)은 변화해서 항상하지 못하니
다만 생겼다 없어지는 법이로다.
나는 것은 죽지 않는 것이 없으니
부처님의 열반만이 즐거움이 되도다.
제7 범천도 내려와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묘하도다, 부처님께서 벌써
세간의 온갖 것 다 버리시고
깨끗한 가르침을 남겨 두시니
3계(界)에 비할 이 없고
신묘하고 참된 힘 두려움 없는 이여
광명이 지금 막 없어졌도다.
현자 아나율이 게송으로 말했다.
부처님께서 벌써 무위법에 들어
날숨 들숨 모두 다 쉬지 않으시네.
본래 무위에서 오셨으니
신령한 빛 여기서 다 꺼졌도다.
모든 뜻이 깨끗하여 걸림이 없건만
사람들 위하여 이 몸 받으셨나니
은혜의 가르침 널리 펴시고
이제는 물러가서 적멸에 드셨네.
부처님 만나 본 이 어느 누구도
은혜를 안 입은 이 하나도 없네.
지금 막 고요한 데 드셨지만
뵈려면 또다시 나타나시리.
이때에 여러 비구들은 모두 슬픈 표정으로 웅성거리고 왔다 갔다 하며 부르짖었다.
“이르기도 하여라.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심이 어찌 그리 빠르신가? 세상의 눈이 없어지는구나.”
그 가운데는 세간의 괴로움을 생각하였으나 이 도를 얻지 못한 것을 슬퍼하여 근심하고 탄식하는 이도 있었으며, 어떤 이는 유체를 보고 마음으로 탄식하며 생각하기를
‘인연에 의해 일어나니, 지음으로써 다시 짓는구나. 항상 하지 않는 괴로움을 받아 태어나면 죽음이 있고 죽으면 다시 태어나서 생사를 왕래하여 정신(精神)이 멸하지 않으니 이곳에 이름이 없다’고 하셨다.
이때에 현자 아나율이 말하였다.
“모두들 그만두시오. 아난이여, 비구들을 깨우쳐 주십시오. 천인(天人)들이 이것을 보면 미혹할 것입니다.
어찌 집을 버리고 무위법[自然律]에 들어온 이들이 법으로써 스스로 위안하지 못합니까?”
아난은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
“위로 하늘이 얼마나 있습니까?”
아나율이 대답하였다.
“위야월(威耶越)로부터 구다묘(漚茶廟)와 희련하(熙連河)에 이르기까지 480리에 여러 하늘이 가득 차서 빈틈이 없습니다.”
한편 여러 비구들은 웅성거리고 왔다 갔다 하며 제각기 말하였다.
“이르기도 하여라.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심이 너무 이르구나. 세상의 눈이 없어지는구나.”
그 가운데는 스스로
‘세간의 괴로움을 생각하였으나 탐욕에 가려져 이 도를 보지 못하였도다’ 하고 근심하고 탄식하는 이도 있었으며,
혹은 서로 깨우쳐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태어나고 죽는 것은 본래 인연으로 좇아 생기었으니 마음으로 지으면 다시 짓게 되어 항상 하지 않는 괴로움을 받게 된다. 태어나면 죽음이 있고 죽으면 다시 태어나서 식(識)이 행업(行業)을 따라 굴러다니기 때문에 열반을 알지 못한다고 하셨으니, 우리는 부처님께서 이미 열반하셨으니 마땅히 각기 정진하자’고 하였다.
밤이 이미 한밤중이 지나자 아나율은 아난에게 성안에 들어가서
“부처님께서 열반하셨으니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모두 와서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알리라고 하였다.
아난은 성안에 들어가서 전하자 모든 화씨들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모르며 슬퍼하고 부르짖었다.
“어찌 그리 이르신가, 부처님의 열반이 어찌 그리 이르신가? 세간의 눈이 없어졌구나.”
[부처님 장례]
온 성안에 모여 꽃과 향을 마련해 가지고 부처님 사리(舍利)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공양드린 후 아난에게 여쭈었다.
“장례의 법을 어떻게 합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부처님의 분부대로 전륜성왕의 법으로 하되 더 성대하게 할 것이다.”
모든 귀족ㆍ대성(大姓)들이 말하였다.
“이레 동안 음악ㆍ꽃ㆍ향ㆍ등촉(燈燭) 등을 공양하여 우리들의 마음을 펴고자 합니다.”
아난이 대답하였다.
“너희들 뜻대로 하여라.”
모든 화씨들은 곧 함께 황금 항아리와 황금 상여의 시상(尸床)과 황금 관(棺)을 만들고 또 철곽(鐵槨)도 만들었다. 그리고 새 겁파(劫波) 비단과 5백 장(張)의 모직물[氈]을 갖추었다.
이때에 사방에서 모인 사람들이 480리에 꽉 메웠다. 모두 음악ㆍ꽃ㆍ향 등을 가지고 쌍수(雙樹) 있는 데 나아가 부처님의 유체를 받들어 황금의 상 위에 안치하고 음악을 연주하며 예를 올리고 공양하였다.
이때에 모든 화씨들이 여러 동자를 뽑아 황금 상여를 붙들어 가지고 구다신지(漚茶神地)에 가서 화장[闍維]하려 했으나 여러 동자들은 부처님 유체에 가까이하여 상을 들지 못하였다. 그래서 다시 나아가 두세 번 거듭 들게 하여도 끝내 들리지 않았다.
현자 아나율은 아난에게 말하였다.
“부처님의 시상(尸床)이 들리지 않는 것은 필시 여러 하늘들의 뜻일 것입니다. 화씨의 동자들로 하여금 상(床)의 왼쪽을 메게 하고, 여러 하늘들은 오른쪽을 메게 하며, 백성들은 그 뒤를 따르게 하고, 다 같이 상을 들어 동쪽 성문으로 들어가 두루 성안을 돌면서 하늘 음악으로 공양해 마치고 서쪽 성문으로 나와 구다신지에 모셔 두고 향나무를 많이 쌓아 화장하도록 하십시오.”
아난은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늘의 원(願)과 같이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화씨들에게 말하자, 화씨들도 모두 말하였다.
“공손히 따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여러 동자들은 왼쪽을 향하여 약간의 비단을 상의 왼쪽 모서리에 매고, 하늘들은 오른쪽을 향하여 여러 하늘들의 비단을 상의 오른쪽 모서리에 매게 하였다. 나머지 수없는 하늘들은 허공에서 여러 가지 꽃을 흩뿌리고 향수를 뿌리어 비 오듯 하였다.
이때에 바현(婆賢) 대신이 구이(拘夷) 대신과 의논하기를, 인간의 음악으로 노래하고 하늘의 음악으로 뒤를 이어서 상여를 보내자고 하였다. 곧 의논한 것과 같이하여 천천히 동쪽 성문으로 들어와서 두루 성안을 돌고 네거리ㆍ길ㆍ마을ㆍ골목과 곳곳에 머무르면서 꽃과 향과 음악으로 공양하고, 서쪽 성문으로 나와서 구다신지에 이르러 겁파 비단으로 부처님의 신체를 싸고 5백 장의 모직물로 천 겹 이상을 싸고, 삼씨 기름[麻油]을 몸이 젖도록 금관에 가득 붓고 신체를 그 속에 모시고, 황금관을 들어서 철곽 속에 넣고 둘러 싸 가지고 빈소를 차려 향나무를 많이 쌓아 마쳤다.
구소(漚蘇) 대신이 불을 들어서 부처님의 유체를 태우려고 하였다. 불을 섶에 붙였으나 갑자기 꺼졌다. 세 번이나 연거푸 붙여도 타지 않았다.
현자 아나율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불이 타지 않는 까닭은 모든 하늘의 뜻입니다. 대가섭이 5백 대중을 거느리고 파순으로부터 오는데 거의 반쯤 와서 부처님을 뵙고자 하기 때문에 불이 타지 않는 것입니다.”
아난이 말했다.
“예, 하늘의 바람대로 공경히 하십시오.”
[가섭]
이때에 아이유(阿夷維)라는 한 외도가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것을 보고 하늘 만나라꽃[曼那羅華]을 얻어 가지고 가는 도중에
가섭이 이를 보고 수레에서 나아가 물었다.
“그대는 우리 성사(聖師) 부처님을 아는가?”
곧 대답하였다.
“저는 잘 압니다. 열반에 드신 지 벌써 이레가 되어서 천상ㆍ인간이 다 모여 그 유체에 공양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곳으로부터 왔으므로 이 하늘 꽃을 얻었습니다.”
이때에 가섭이 낙담하여 슬퍼하였으며, 5백 비구 중에 어떤 이는 허둥지둥하면서 하늘을 우러러 울부짖었다.
“부처님의 열반이 어찌 그리 빠르신가, 세상의 눈이 없어졌구나.”
또 어떤 이는 근심하고 탄식하고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세상의 괴로움을 생각하였으나, 은혜와 사랑에 얽혀 이 도를 보지 못하였다.”
가섭은 깨우쳐 말하였다.
“여러 현자들이여, 너무 슬퍼하지 말고 마땅히 알라.
몸이란 모두 인연에 의하여 생긴 것이니 마음으로 지으면 다시 짓게 되어 항상 하지 않는 괴로움에 이르느니라. 태어난 이는 문득 죽고 죽으면 다시 나게 되니, 다섯 갈래[五道]는 편안함이 없고 오직 열반만이 즐거운 것이니라.
도를 얻지 못한 이는 마땅히 법의 이익을 구하여 유위법을 버리고 모이는 것이 없으면 도를 얻으리라. 옷을 걷고 빨리 가면 부처님의 유체를 뵐 수 있으리라.”
그들 가운데는 단두(檀頭)라고 하는 이가 있었는데, 석가 종족의 자제로서 부처님과 같이 집을 나온 이였다.
그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근심만 하는가? 우리들은 이제부터 자유롭게 되었다. 저 늙은이는 항상 이렇게 행해야 된다, 이렇게 행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였는데, 이제 그가 아주 돌아가셨다니 매우 좋지 않은가?”
가섭은 이를 못마땅히 여기고 사라쌍수로 가서 이르러 부처님의 쌓아 놓은 무더기를 보고 아난에게 말하였다.
“아직 화장하지 않았으니 부처님의 유체를 뵙고자 합니다.”
아난은 대답하였다.
“부처님 몸은 이미 싸고 삼씨 기름에 적셔 금관 속에 모셔져 있고, 밖에는 향나무를 쌓고 기름을 부어 적셨으니, 비록 화장[闍維]은 안 했으나 뵙기에는 어렵습니다.”
가섭이 두세 번 청하였으나 아난은 처음과 같이 부처님 유체를 다시 보는 것은 어렵다고 대답하였다.
이때에 부처님의 유체가 겹겹의 관으로부터 두 발이 밖으로 나타났다. 이를 본 여러 사람들은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가섭이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렸는데 부처님 발 위에 이상한 색이 있음을 보고 아난에게 물었다.
“부처님 몸은 원래 금색인데 어찌하여 다른 색이 있습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어떤 쇠약한 할머니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울 적에 눈물을 그 위에 떨어뜨렸으므로 다른 색이 있게 되었습니다.”
대가섭은 이를 마땅치 않게 여기어 한숨을 내쉬고 게송으로 말했다.
저것이 열반이라 생멸을 떠나
다시는 늙고 죽음 받지 않으리.
또 다시는 모이지 않으니
원수와 서로 만나지 않으리.
은혜와 사랑을 벌써 버렸네.
이별할 걱정도 하지 않으리.
마땅히 방편을 어서 구하여
이렇게 좋은 데 가야 하겠네.
부처님은 5음에 깨끗하여서
모두 다 끊어서 다시없으니
유위도 또한 다시 하지 않으리.
받음이 있으면 이것이 5음이네.
괴로움 벌써 모두 다하였으니
유(有)의 뿌리까지 또한 없네.
마땅히 부지런히 방편 구하여
이러한 안락함을 얻으리라.
부처님 이 세상을 끊으셨으니
애욕 일체를 벗어났네.
또 능히 모두 다 참기 때문에
근심과 어려움을 여의었도다.
스스로 안온함이 되어 가지고
천하도 안온하게 하여 주시니
마땅히 이 분에게 머리 조아리면
영원히 삼계를 벗어나리라.
부처님 말씀하신 경전과 계율
세간에 제일 밝음이네.
바른 길 이미 널리 나타냈으니
참되고 자세하여 의심 없네.
천하를 모두 두루 살려 가지고
늙고 죽음 벗어남 얻게 하시니
모든 부처님 만나는 이
어느 누가 넓은 은혜 받지 못하랴.
비유하면 달이 밤에 비추어
흐리고 어두움을 제거하듯이
저 태양이 낮에 비추어
천하를 밝게 환히 비춰 주네.
번개 빛 번쩍이며 나타날 적에
갑자기 짙은 구름 비춰 주듯이
부처님 밝은 광명 한때 나와서
삼계를 이미 모두 밝히셨네.
여러 곳 이름 높은 강은
곤륜강(崑崙江)보다 크지 못하고
이름난 온갖 큰물도
그 역시 바다보다 크지 않네.
하늘에 반짝이는 온갖 별 중에
밝기로는 저 달이 제일 가듯이
세간의 도사[導]이신 부처님께서는
하늘 위 하늘 아래 가장 높네.
부처님 일체 세간 제도하시어
베푸신 복만 해도 벌써 두루해
말씀한 교법ㆍ계행 그 모두가
있는 것 모든 것이 분명하네.
그 또한 법으로써 유포하시매
제자들 기뻐하며 받아 지니고
천상ㆍ인간ㆍ귀신ㆍ용까지도
공손히 이어받아 행하리라.
가섭은 게송을 마치고 부처님 발에 절하고 나서 쌓아 놓은 것을 세 번 돌고 물러가 한쪽에 서 있었다. 여러 비구ㆍ비구니ㆍ청신사ㆍ청신녀ㆍ하늘ㆍ용ㆍ귀신 왕ㆍ천악신(天樂神)ㆍ질량신(質諒神)ㆍ금시조신(金翅鳥神)ㆍ애욕신(愛欲神)ㆍ사구신(蛇軀神) 등이 각기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쌓아 놓은 것을 세 번 돌고 나서 한쪽에 물러가 서 있었다.
그때에 쌓아 놓은 것이 불을 붙이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타기 시작하였다.
현자 아난이 이때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안팎의 깨끗하신 부처님께서
범천의 몸이 되어 태어나실 때
본래는 정신(精神) 타고 내려오시어
지금 여기에 이르셨네.
비단으로 싸매고 전(氈)으로 천 번
옷으로 몸에 입은 것이 아니며
빨거나 씻은 것도 아니건만
언제나 깨끗하고 선명하네.
[부처님 사리와 탑묘]
그 밤이 새고 쌓아 놓은 것이 다 타고 난 뒤에 그 자리에서 저절로 나무 네 그루가 났으니, 소선니수(蘇禪尼樹)ㆍ가유도수(迦維屠樹)ㆍ아세제수(阿世鞮樹)ㆍ니구류수(尼拘類樹) 등이었다.
나라의 여러 호족(豪族)들이 함께 부처님의 사리를 모아 황금 항아리에 가득 담아 수레에 싣고 성안에 들어가 대전(大殿) 위에 모셔 놓았다. 그리고 다 같이 음악을 연주하며 꽃을 흩뿌리고 향을 사르며 예를 올리고 공양하였다.
이때에 파순국의 여러 화씨들과 가락국(可樂國)의 모든 구린족(拘鄰族)과 유형국(有衡國)의 만리(滿離)들, 신주국(神州國)의 범지(梵志)들, 유야국(維耶國)의 이건(離揵)들이 부처님께서 쌍수 아래에서 열반에 드셨다는 말을 듣고 저마다 네 가지 군사, 곧 코끼리를 탄 병사[象兵]ㆍ말을 탄 병사[馬兵]ㆍ수레를 탄 병사[車兵]ㆍ보병(步兵)들을 거느리고 구이성(拘夷城) 밖에 이르러서 사자를 보내어 말을 전하였다.
“들으니 부처님께서 이곳에서 열반하셨다 하니, 그는 또한 우리의 스승이십니다. 공경하고 사모하는 마음으로 함께 와서 그대에게 청하건대, 부처님의 사리를 나누어 가지고 본국에 가서 탑묘(塔廟)를 세워 봉안하고자 합니다.”
구이왕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스스로 이곳에 오셨으니 내가 마땅히 공양하겠습니다. 멀리서 여러분이 수고하셨으나 사리만은 나누어 줄 수가 없습니다.”
적택국(赤澤國)의 여러 석씨(釋氏)들도 또 네 가지 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말하였다.
“들으니 부처님께서 이곳에서 열반하셨다 하니 그 분은 석가 종족의 성웅(聖雄)이십니다. 우리의 친족에서 나셨으니 실로 우리의 모든 어버이입니다. 공경하고 사모하는 마음으로 와서 청하건대, 사리를 나누어 가지고 돌아가서 탑묘를 세워 봉안하고자 합니다.”
구이국 왕은 처음과 같이 대답하고 나누어 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마갈국(摩竭國) 아사세왕(阿闍世王)도 또 네 가지 군사를 거느리고 물을 건너 나루에 와서 범지 모궐(毛蹶)을 시켜 들어가게 하여 소식을 묻고 은근히 말하였다.
“우리는 본래 지난날 믿는 마음으로 당신들과 우호하여 빼앗거나 다툰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 부처님께서 여기에서 열반하셨으니 그 분은 삼계에서 높으신 분이며, 실로 우리의 하늘이십니다. 공경하고 사모하는 마음으로 와서 사리 나누어 주기를 청하니, 당신이 나에게 나누어 주면 나와 당신이 소유한 중보(重寶)를 끝까지 같이 보존할 것입니다.”
구이국 왕이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스스로 여기에 오셨으니 내가 마땅히 공양할 것이로다. 너의 대왕에게 아뢰되 ‘사리를 나누어 줄 수 없다’고 하라.”
이에 모궐은 여러 사람들을 모아 놓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제 저마다 사람을 뽑아서
멀리 찾아와 머리를 조아리고
겸손히 나눠 주기를 구하였으니
만일 나에게 주지 않으면
손들어 신호하여 군사 움직이리니
네 가지 병사들이 여기 있도다.
의리의 이 말을 듣지 않으면
반드시 목숨 걸고 겨루리라.
구이국 사람들이 또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멀리서 그대들이 수고롭게
욕되고 비굴하게 절하여도
부처님 남겨 두신 이 사리는
감히 허락하지 못하겠노라.
만일에 무리들을 움직인다면
내게도 이 또한 모두 있노라.
다 같이 명령하여 겨루어 보자.
그런 것 두렵지 않노라.
범지 모궐은 여러 사람들을 달랠 심산으로 말하였다.
“그대들이 일찍이 부처님의 엄하신 가르침을 받아서 날마다 법언(法言)을 외우고 마음으로 인화(仁化)에 감복하여 언제나 온갖 중생을 편안하게 하려고 생각하였고, 또 부처님께서 크게 사랑하시므로 몸을 불살라 사리를 남긴 것은 널리 천하를 도우려고 하신 것이니, 어찌 근본 은혜의 뜻을 저버리려고 합니까? 사리가 여기 있으니 서로 나누어 갖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여러 대중들은 감복하여 훌륭하다고 하고, 함께 사리 앞에 나아가 절하고 한쪽에 물러가 서 있었다. 그리고 모궐에게 사리를 나누도록 하였다. 이에 모궐은 한 섬들이 밀봉된 한 항아리를 가지고 나누어 8등분으로 갈라놓았다.
그리고 나서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미 부처님을 공경하고 또한 여러분의 뜻을 가상히 여기니, 사리 담았던 항아리를 얻어 가지고 돌아가서 탑묘를 쌓으려고 합니다.”
그때에 대중들이 모두 말하였다.
“매우 슬기로운 일이다. 이것은 때를 아는 처사다.”
곧 모두가 가져가기를 허락하였다.
또 온위(溫違)라는 범지가 있었는데,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간절히 좋은 뜻을 사모하나니, 땅에 있는 타고 남은 숯을 얻어 가지고 돌아가서 탑묘를 세우고자 합니다.”
모두가 그것을 주라고 말하였다.
뒤에 유형국(有衡國)의 외도 도사(道士)도 와서 땅에 남은 재를 구하여 얻었다.
그때에 여덟 나라가 부처님의 사리를 여덟으로 나누어 얻어 가지고 각기 돌아가 탑을 세우고 모두 매우 아름답게 장엄하였다. 범지 모궐과 종읍도인(種邑道人) 대온위(大溫違)는 비분읍(俾賁邑)으로 돌아갔고, 유형국 도사는 땅에 남은 재를 얻어 가지고 돌아가서 모두 탑묘를 세웠다. 여덟으로 나눈 사리는 여덟 개의 탑이 되었고, 아홉 번째는 항아리 탑[甖塔]이요, 열 번째는 숯 탑[炭塔]이요, 열한 번째는 재 탑(灰塔)이었다.
부처님께서 4월 8일에 태어나셨고, 4월 8일에 집을 버리고 떠나셨으며, 또 4월 8일에 불도(佛道)를 얻으셨고, 4월 8일에 열반[般泥洹]에 드셨으니, 모두 불성(佛星)이 나올 때였다.
이때에 온갖 풀이 꽃 피고 수목도 무성하였다. 부처님께서 이미 열반에 드셨으니 천하에 광명이 없어졌으므로 시방의 모든 천신(天神)들이 모두 부처님께 귀의하지 않음이 없었다.
이미 사리를 나누고, 또 먼 곳의 여러 네 무리[輩] 제자들이 아직 다 듣지 못하였기 때문에 90일을 머물렀다가 탑묘를 세웠다. 다른 나라에서는 임금ㆍ귀족ㆍ백성ㆍ집안 권속ㆍ노비들이 모두 90일 동안 재계(齋戒)하였다.
먼 곳에 있던 네 무리 제자들이 다 구이성에 모여 함께 아난에게 물었다.
“어디다 탑을 세울 것입니까?”
아난은 대답하였다.
“마땅히 성에서 40리쯤 되는 위치향(衛致鄕) 네거리 가운데 탑묘를 세울 것이다.”
구이국의 호족들이 함께 벽돌을 만들었는데, 가로와 세로가 3척씩이었다. 이를 모아서 탑을 쌓았으니 높이와 가로와 세로가 모두 1장 5척이나 되었다.
황금 항아리에 사리를 담아 그 속에 안치하고 찰간대를 세워 법륜(法輪)을 표시하고 그 위에 비단 번을 달고 등ㆍ꽃ㆍ향과 음악 등으로 예배하고 공양하여 온 나라 백성이 모두 복을 지었다.
대가섭ㆍ아나율 등 여러 비구들이 모여 의논하였다.
“오늘의 탑묘 조성과 공양에 참여한 30만 대중과 여러 나라의 호성(豪姓)ㆍ군신(群臣)들이 부처님 계신 때를 만나서 공순한 뜻으로 복을 지었으므로 마침내 모두 마땅히 제4천(도솔천)에 태어나서 미륵보살을 만나 해탈을 얻을 것입니다. 구이국 왕은 마땅히 제12 수음천(水音天)에 태어나서 미륵보살이 부처가 될 때에 내려와 부처를 위하여 정사(精舍)를 지을 것이니, 지금의 급고독원(給孤獨園)보다 훌륭할 것입니다.”
아난은 대가섭에게 물었다.
“구이국 왕은 어찌하여 미륵불에게 응진(應眞)의 도(道)를 구하지 않습니까?”
대가섭이 대답하였다.
“이 왕은 나고 죽는 괴로움을 싫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고 죽는 괴로움을 싫어하지 않는 이는 응진(應眞)을 얻지 못합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나는 이미 몸이 괴롭고 세간을 떠나지 못함을 걱정하고 싫어하거늘 어찌하여 도를 얻지 못합니까?”
가섭이 대답하였다.
“그대는 다만 계만 지니고 몸의 관법[身觀]을 행하지 않고, 앉아서 생사에 의지하여 먹고 살아갈 생각만 있으니, 나고 죽음의 행(行)이 쉬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