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타경 제3권
[여래께서 희유한 모양을 나타내는 인연]
약상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 때문에 여래께서 이렇게 희유한 모양을 나타내십니까?
인연이 없다면 여래께서 희유한 일을 나타내지 않으실 텐데요.”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많은 사람들이 시방으로부터 여기 와서 모인 것을 보았느냐?”
약상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보지 못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시방 일체 세계를 관찰하도록 하라.”
그리하여 약상 보살마하살은 즉시 시방세계를 관찰하였다.
동쪽을 보니 큰 나무 한 그루가 7천 유순을 덮고 있었으며, 2만 5천억 중생들이 그 집회에 모여 묵묵히 앉아서 마시지도 않고 먹지도 않았다.
남쪽을 보니 큰 나무 한 그루가 7천 유순을 덮고 있었으며, 그 아래 2만 5천억 중생들이 모두 집회에 모여 말도 하지 않고 먹지도 않고 다니지도 않고 묵묵히 머물고 있었다.
서쪽을 보니 큰 나무 한 그루가 7천 유순을 덮고 있었으며, 그 아래 2만 5천억 중생들이 모두 집회에 모여 말도 하지 않고 먹지도 않고 다니지도 않고 묵묵히 머물고 있었다.
북쪽을 보니큰 나무 한 그루가 7천 유순을 덮고 있었으며, 그 아래 2만 5천억 중생들이 함께 집회에 모여 말도 하지 않고 먹지도 않고 다니지도 않고 묵묵히 머물고 있었다.
위쪽을 보니 큰 나무 한 그루가 7천 유순을 덮고 있었으며, 그 아래 2만 5천억 중생들이 함께 집회에 모여 말도 하지 않고 먹지도 않고 다니지도 않고 묵묵히 머물고 있었다.
아래쪽을 보니 큰 나무 한 그루가 7천 유순을 덮고 있었으며, 그 아래 2만 5천억 중생들이 함께 집회에 모여 말도 하지 않고 먹지도 않고 다니지도 않고 묵묵히 머물고 있었다.
그때 약상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가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 좀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들어주신다면 감히 질문을 하겠습니다.”
세존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여래는 너의 질문에 따라서 너를 위해 다 해설해 주겠다.”
약상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 때문에 시방으로부터 한량없는 중생이 와서 집회하며, 누구의 신통한 힘으로 여기에 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자신의 신통한 힘으로 여기에 와 있는 것이다.”
약상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가 모든 세계를 관찰하고자 하온데 누구의 신통한 힘으로 저기에 가서 이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너 자신의 신통력으로 저기에 가거라.”
그러자 약상보살이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는 홀연히 나타나지 않았다.
96억 세계를 지나자 일월명(日月名)이라는 세계가 하나 있었다. 저 나라에는 일월토(日月土) 여래ㆍ응공ㆍ정변지라는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8만억 보살에게 공경히둘러싸여 있는 가운데 법을 설하였다.
약상 보살마하살이 그 나라에 도착하고 나서 일월토여래 앞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어 예를 올리고 고하였다.
[누가 보며 누가 듣는가]
“세존이시여, 사바세계의 석가모니부처님 앞에서 관찰하니 시방에서 한량없는 중생이 모인 것이 보이는데 무슨 인연 때문에 여기에서는 보이지 않습니까?”
그때 약상 보살마하살이 일월토여래 앞에 와서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96억 불국토를 지나서 여기에 오는 동안 한 사람도 보지 못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누가 보며 누가 듣습니까?
아무 지각도 없는 나무 위에서 중생이 태어납니까?”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다. 선남자야, 너는 보고 들었느냐?
아무 지각도 없는 나무가 사람을 나게 한다는 것을?”
약상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보지도 못했고 알지도 못합니다.”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고 싶다면 지금 너에게 보여 주리라.”
약상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보고 싶습니다.”
그때 일월토여래께서 팔을 굽혔다 펴는 잠깐 사이에 백천억의 무리가 다 와서 모였는데,
그들은 손에 각각 향과 꽃을 가지고 여래께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약상아, 너는 지금 보았느냐?”
약상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보았습니다, 선서시여.”
부처님께서 약상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중생들은 다 아무 지각 없는 허깨비와 같다.”
그때 저 3만억 중생이 각각 두 손을 펴서 모든 꽃과 향을 여래께 공양하였다.
약상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일은 희유합니다. 잠깐 사이에 이 모든 중생이 백 손으로 여래께 공양을 했어도 해탈을 얻지 못했는데 하물며 두 손으로 한 자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선남야, 이 모든 중생은 아무 지각 없이 태어나고 멸한다.
선남자야, 내 몸도 그러하다.
환술로 만들어낸 허깨비같이 태어나고 멸함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