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 제4권
[태자의 결혼]
이때에 정반왕은 이 일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곧 여러 신하와 석씨 성바지들을 모아 놓고 자세히 이 일을 알렸다.
그 때, 대신이 있다가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만약 반드시 태자에게 전륜왕의 자리를 잇게 하려면, 속히 나라 안의 공경(公卿)의 신하에서나 선비며 서민들의 집에서 숙녀를 선택하여 그의 비로 삼으셔야 하리니,
이에 각자기 훌륭한 의복과 진주ㆍ영락과 값진 완구며 사택ㆍ누각 등을 짓고, 이렇게 짓기를 마치면 곧 좋은 날을 가리어서 태자를 왕의 정전(正殿)에 사자자리에 앉게 하고 공경의 신하와 장자며 거사 등의 모든 동녀들에게 명하여 모두가 왕궁으로 나오게 하고서
만일 단정하고 복과 덕이 아주 뛰어난 여인으로서 태자께서 좋아한 이가 있다면 곧 위의 훌륭하고 값진 완구 동물을 주고 들여서 부인을 삼게 하소서.”
그때에 정반왕은 즉시 아뢰는 바를 따랐었는데 뒤에 좋은 날이 이르자 실달다 태자에게 왕의 보배 전각에 올라 사자자리에 앉게 하고, 모였던 동녀들을 모두가 와서 모임에 다다르도록 명하였다.
[야쇼다라]
그때 야륜타라(耶輪陀羅 : 야쇼다라)라는 한 동녀가 있어서 부름에 나아가지 아니하였는데, 아버지가 그 까닭을 묻자 야륜타라는 말하였다.
“금과 비단이며 재화는 저희 집에도 절로 있거늘 하필 왕궁에서 하사한 물품을 받아야 합니까?”
아버지는 또 말하였다.
“네가 왕궁에 이르면 태자가 보고서 혹은 채택하여 부인으로 들이기도 할 터인데, 어찌 보내며 완구를 가득히 주어 보내는 것뿐이겠느냐.”
그러자 동녀는 듣고서 곧 훌륭한 의복을 입고 몸에 영락을 꾸미고서 왕궁으로 나아갔는데,
태자는 이 동녀의 복된 상호가 아주 뛰어났고 몸에 광명이 있음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사자자리에서 내려와 예의 의식에 의지하여 서로가 절을 하고 절하기를 마치자 다시 앉아서 합장하고 공경하였다.
“이와 같은 동녀는 여러 상호가 두루 갖추었고 복과 덕이 깊고 도타웠으므로 태자와 함께 할 만하였고, 그의 부인이 되겠더이다.”
그러므로 왕은 곧 조직으로 2만의 동녀에게 명하여 야륜타라를 에워싸고 같이 궁실에 들게 하였다.
[태자의 신통]
그때에 가비라성에서 멀지 않은 데에 로하가(嚕賀迦)라는 하나의 큰 강이 있었고 강 언덕 위에는 사라가리노(娑囉迦里努)라는 하나의 큰 나무가 있어서 태자와 같은 때에 났었는데,
이 나무는 오래지 않았는데도 자라나 백 주(肘)까지 미쳤으며, 태양이 아직 돋아나지 않았을 적에는 나무의 몸이 부드러워서 손톱으로도 자국이 생길 수 있는 것이 해가 하늘에 오르기만 하면 도끼가 들어갈 수 없을 뿐더러 불로도 태울 수가 없었는데
이윽고 강가의 나루가 범람하여 나무의 뿌리를 차츰차츰 무너뜨려서 큰 하천(河川)에 가로 쓰러졌는지라 하류가 바짝 말라버렸다.
이때에 소발라몰타왕은 로하가강이 큰 나무 때문에 막혀서 물이 소통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국내의 민중들이 받아 쓸 물이 모자라졌는지라 사신을 나라에서 출발시켜 정반왕에게 말하였다.
“물에 쓰러져서 흐름이 막혔으므로 나라 사람들이 크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태자의 신력을 빌어서 나무를 제거시키고 냇물이 빠지도록 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때에 정반왕은 잠자코 허락은 아니하면서도 만약 태자 스스로가 가면 뜻대로 하게 하리라고 하였다.
손나(飡那)라고 하는 대신이 있었는데, 은밀히 왕의 뜻을 알아채고 방편의 힘을 써서 태자에게 말하였다.
“로하가의 물 곁에는 동산이 있사온데 정자와 누각과 화초며 못이 매우 잘 꾸며져서 가셔서 노니실 만하옵니다.”
태자는 말을 듣고 곧 권속과 여러 신하들과 함께 같이 가비라성을 나아가 그 동산 안에 가서 뜻을 따라 재미있게 놀았다.
이때에 제바달다는 하나의 비오리가 공중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활을 당겨 위로 쏘자 태자의 앞으로 떨어지는지라
태자는 보고서 다쳤는가를 근심하면서 그 화살을 뽑아 주며 비오리를 놓아서 날려 보냈는데,
제바달다는 사람을 보내서 비오리를 가지고 오게 하므로 태자는 말하였다.
“나는 보리(菩提)의 마음을 내어서 언제나 인자함과 가엾이 여기는 행을 하여 모든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다치거나 괴로워함을 보고 싶어하지 아니하는 지라 있었던 비오리는 화살을 뽑고 놓아 보내서 그를 편안하게 하여 주었다.
너는 마음을 돌려서 성을 내지 말아야 하리라.”
제바달다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잠잠하여 좋아하지 아니하였다.
그때 소발라몰타왕은 그 태자가 동산의 숲에서 가까이 있음을 알고 곧 나라 사람들을 파견하여 그 강가의 나루에 가서 그 큰 나무를 끌어내느라고 부르는 소리에 힘을 쓰도록 하였으므로 메아리가 들판을 진동하였는데,
태자는 그를 듣고 모든 좌우를 두리번거리자 여러 신하들이 자세히 아뢰었다.
“이것은 바로 소발라몰타왕이 그의 인민들을 파견하여 강물 가운데의 나무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그러자 태자는 듣고서 말하였다.
“내가 스스로 가 보겠노라.”
강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하나의 큰 굴이 있고 독룡이 살고 있었는데
태자가 앞에 이르자 용이 굴에서 나왔으므로 여러 사람들은 태자를 다칠까 두려워하여 곧 날카로운 칼로써 그 용을 끊어 죽였는데
용에게는 독기(毒氣)가 있어서 대기만 하면 온 몸이 검푸르게 되는지라, 그 때문에 이름을 짓되 가로나이(迦路那夷)라 하였다.
태자는 나아가 강가에 닿아서는 먼저 제바달다에게 그 큰 나무를 끌어내게 하였는데 제바달다가 그 신력을 다하였지만 끝끝내 들어 올리지 못하므로,
다음에는 난타를 시켰더니 힘을 다하여 나무를 당기자 조금은 땅에서 떨어졌다.
이때에 태자는 자신의 신력으로써 손으로 큰 나무를 붙잡아 두 동강으로 부러뜨리어 공중에다 내던지자 강의 양 가에 각기 한 토막씩 내려오는데,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이 사라가리노 나무는 바로 아주 좋은 약으로서 불로 써도 태울 수 없습니다.
만약 부스럼이 나서 바르기만 하면 바로 낫다니 그대 여러 사람들은 다시는 잊지 마십시오.”
태자는 이 말을 하여 마치고서 곧 수레를 타고 성읍으로 돌아왔다.
이때에 관상하는 이가 있다가 태자의 상을 보며 말하였다.
“만약 일곱 해에 이르기까지 집을 떠나지 않는다면 전륜성왕이 되리라.”
[오폐가]
태자는 성으로 들어가서 왕궁에 닿으려 할 적에, 석씨의 성바지로서 가타의리(伽咤儗里)라는 이에게 오폐가(娛閉迦)라는 하나의 딸이 있었는데
높은 다락 위에서 있다가 갑자기 태자를 보매 몸의 상호가 단정하고 엄숙하였으므로 마음에 그리고 숭앙하는 마음을 내었더니,
태자도 이 여인을 보자 수레를 머무르게 하고서 머리를 돌리고 쳐다보다가 손에 가진 활과 화살을 모르는 결에 땅에 떨어뜨렸다.
이때에 여러 사람들도 이 동녀의 복된 상호가 매우 뛰어났는지라 모두가 말하기를,
“이 여인이야말로 태자를 섬길 만하구나.”
그런데 부왕 정반왕은 이 일을 알고서 동녀 2만을 보내면서 오폐가 여인을 에워싸고 왕궁으로 들어오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