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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 산사이의 제자 우파저사와 고리다]
그때 왕사성에는 산사이(刪闍夷)라는 도사(道士)가 있었다. 그는 출가하여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자신의 스승을 섬기고 가르침을 익히어 비로소 무상(無常)을 터득했다.
그에게는 두 제자가 있어서 무리들을 이끌었다. 한 사람의 이름은 우파저사(優婆底沙)이고 다른 한 사람의 이름은 고리다(古利多)였다. 이들 두 사람은 서로 약속하기를, 만약에 누구든지 먼저 감로(甘露)의 훌륭한 과위를 얻으면 반드시 서로 나누어 주자고 하였다.
언젠가 장로 아설기(阿說耆)는 이른 아침에 가사와 발우를 갖추고 왕사성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고 있었다. 때에 우파저사 도사(道士)도 왕사성에서 나오던 참이었는데, 마침 길 위에서 어떤 작은 일로 인하여 우파저사 도사는 우연히 장로 아설기를 멀리서 바라보고는 마음으로 환희를 일으켰다.
가사와 발우를 갖춘 모습을 한동안 지긋한 눈길로 바라보면서 그는 마음속으로
‘이 왕사성 안에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들 가운데 이와 같은 위의를 갖춘 사람은 어느 누구도 보지 못했다.
저 출가인에게 이제 나는 마땅히
≺걸사여, 그대의 스승은 누구인가? 그대는 무엇을 위해 출가하였으며, 그대는 누구의 법을 따르는가?≻라고 물으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는 길에 선채 장로 아설기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우파저사 도사가 장로 아설기에게 물었다.
“걸사시여, 그대의 스승은 누구이며, 그대는 누구에게 출가하였으며, 그대는 누구의 법을 따르십니까?”
“장로시여, 구담(舊曇)이라는 사문이 계십니다. 그는 석가족 출신으로서 머리와 수염을 깎고 괴색(壞色)의 옷을 입었으며, 바른 믿음으로 유위(有爲)를 벗어났습니다.
출가하여 도를 배우시어 위없는 ‘바르게 두루 아시는 분[正遍知]’이시자 ‘바르게 길을 깨달은 분[正覺道]’이 되셨습니다.
이 세존이시야말로 저의 스승이십니다. 저는 그 분에게 출가했으며, 저는 그분의 법을 따릅니다.”
“장로시여, 저를 위해 그 법을 설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장로시여, 저는 나이가 어리고 배운 지도 얼마 안 됩니다.
따라서 저는 여래(如來)이시자 ‘위없이 바르고 두루 아시는 분’의 깊고 넓고 큰 법을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만, 저는 이제 가르침 가운데서 아주 일부의 뜻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원컨대 그것을 설해 주십시오. 저는 오직 그 뜻을 바랄 뿐, 장황한 말씀은 바라지 않습니다.”
이때 장로 아설기가 게송으로 설하여 말했다.
만약에 법이 원인을 따라 생긴다면
여래께서는 이것이 원인임을 말씀하시고
이러한 원인을 멸하는 일 말씀하시니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가르치시네.
이와 같이 법을 설하자, 도사 우파저사는 번뇌의 때[垢]에 물들지 않고 벗어났으며, 법에 대하여 법안의 청정함을 얻었다.
이때 도사 우파저사는 이미 법을 보고, 이미 법을 얻고, 이미 법을 알고, 깊고 깊은 법으로 들어가 바라고 구하는 마음을 건넜으며 모든 의심의 그물을 건넜다.
다시는 다른 것을 믿지 않고 다른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으며, 불세존의 두려움 없는 경지[無畏]를 얻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한 채로 장로 아설기를 향하여 예를 올리고 나서 거듭 이렇게 말했다.
“세존의 가르침인 이런 심오한 법을 설해 주시니, 흔들림도 없고 번뇌도 없게 되었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나유타(那由他)의 겁 이래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말씀입니다. 세존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바로 여기 왕사성 가란타의 주처인 죽림에 계십니다.”
이때 도사 우파저사는 장로 아설기의 말이 끝나자 마음속으로 기뻐하면서 아설기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고는 물러났다.
도사 우파저사는 고리다 도사를 찾아갔다.
고리다는 도사 우파저사를 멀리서부터 보고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모든 감관은 맑고 기쁜 빛이며, 낯빛은 청정하고 피부는 하얗게 빛이 나는군요. 장로여, 그대는 이미 감로를 얻었습니까?”
“그렇소, 장로여.”
“장로여, 나를 위해 법을 설해 주시오.”
이때 도사 우파저사가 게송으로 설하여 말했다.
만약에 법이 원인을 따라 생긴다면
여래께서는 이 원인을 말씀하시고
이러한 원인이 없어짐을 말씀하시니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가르치시네.
장로는 다시 그를 위해 거듭 설하였다.
만약에 법이 원인을 따라 생긴다면
여래께서는 이 원인을 말씀하시고
이러한 원인이 없어짐을 말씀하시니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가르치시네.
이와 같이 법을 설하자, 도사 고리다는 번뇌의 때에 물들지 않고 벗어났으며, 법에 대하여 법안의 청정함을 얻었다.
이때 도사 고리다는 이미 법을 보고, 이미 법을 얻고, 이미 법을 알고, 깊고 깊은 법으로 들어가 바라고 구하는 마음을 건넜으며 모든 의심의 그물을 건넜다.
다시는 다른 것을 믿지 않고 다른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으며,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에서 두려움 없는 경지를 얻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한 채로 도사 우파저사를 향하여 예를 올리고 나서 거듭 이렇게 말했다.
“세존의 가르침인 이런 심오한 법을 설해 주시니, 흔들림도 없고 번뇌도 없게 되었네.
이런 법은 헤아릴 수 없는 나유타의 겁 이래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일세.
세존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
“바로 여기 왕사성 가란타의 주처인 죽림에 계신다네.”
“그렇다면 서둘러 함께 세존께 가세. 세존 계신 곳에서 범행(梵行)을 닦으세.
마땅히 그곳으로 가서 대중들을 살펴보고 그곳에도 역시 우리와 같은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지 알아보세.”
이때 도사 우파저사와 도사 고리다는 바라문 제자들에게 고하여 말했다.
“우리들은 불세존이 계신 곳에서 범행(梵行)을 닦고자 한다. 너희들은 이제 어떻게 하겠느냐?”
제자들이 대답했다.
“저희들이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이는 모두 스승님들의 가르침에 의한 것입니다.
스승님께서 만약에 세존을 의지하여 범행(梵行)을 닦으신다면 저희들도 스승님들을 따라 출가하겠습니다.”
“너희 바라문들이여, 지금이 바로 그때인 줄 알라.”
이때 우파저사와 고리다는 각각 250명의 권속을 거느리고 왕사성을 나와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갔다.
마침 그때 불세존께서는 헤아릴 수 없는 백천의 중생들에게 법을 설하고 계셨다.
세존께서는 우파저사와 고리다라는 두 도사가 각각 250명의 권속을 거느리고 오는 것을 멀리서 보시고는 곧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두 도반을 보거라. 각자 무리들을 이끌고 앞장서서 이곳으로 오고 있으니 우파저사와 고리다 일행이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 두 사람은 분명히 나의 가르침을 가장 훌륭히 따르는 제자가 될 것이다.
한 사람은 신통이 제일이고, 한 사람은 지혜가 제일인 자가 되리라.”
그때 대중 가운데 있던 한 비구가 게송으로 말했다.
저 두 사람 오는 것을 보라.
우파저사 일행과
고리다가 오고 있으니
이 죽림에는 아직 닿지 않았네.
세존께서는 이제 미리 말씀하시니
부처님의 지혜는 끝이 없어라.
모든 근(根)이 세상 사람보다 뛰어나고
바라밀을 완성하고 두루 갖추리라.
세존께서는 세상에서 제일 높으시어
저들 무리의 두 사람이 찾아오네.
반드시 대제자가 되리라
세존께서 이미 예언하셨으니,
한 사람은 신통제일이요
한 사람은 지혜제일이라네.
이때 도사 우파저사와 고리다 일행은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를 올리고 한켠으로 물러나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희들은 부처님 계신 곳에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부처님 계신 곳에서 범행을 닦고 싶습니다.”
우파저사와 고리다 일행은 자연의 가르침[自然法]에 출가하여 계를 받고 비구가 되었다.
[비구의 복장]
그후 모든 비구들이 이른 아침에 가사와 발우를 갖추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을 할 때였다.
이때 왕사성의 주민들은 도사 산사이의 제자들이 출가하여 계를 받은 것을 보고는 그 비구들을 게송으로 비난하여 말했다.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오셨으니
마가다야말로 훌륭한 나라일세.
그런데 웬 일로 썩 어울리지 않는 것일까
저 산사이의 권속들은.
이때 모든 비구들은 그대로 가만히 있으면서 대처하지를 못했다. 방법도 모르고 말재주도 없어서였다.
모든 비구들은 왕사성에서 차례대로 음식을 얻어 식사를 마치고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가사와 발우를 제자리에 놓고 발을 씻은 다음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린 다음 자리를 물러 나와 한 켠에 앉았다.
앉고 나자, 이때 비구들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 비구들이 오늘 이른 아침에 가사와 발우를 갖추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을 할 때였습니다.
왕사성의 주민들은 도사 산사이의 제자들이 출가하여 계를 받은 것을 보고는 비난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오셨으니
마가다야말로 훌륭한 나라일세.
그런데 웬 일로 썩 어울리지 않는 것일까
저 산사이의 권속들은.
이때 비구들은 그대로 가만히 있으면서 대처하지를 못했습니다. 알지도 못하고 말재주도 없어서였습니다.”
“만약에 왕사성의 주민들이 그와 같이 말하거든 너희 비구들은 반드시 이와 같이 답하거라.
대웅(大雄)께서 제도하고자 하는 이들이니
여래께서는 바른 가르침과
선법으로 중생을 거두시거늘
그 누가 알지도 못한 채 기이하다 하는가.
만약에 이와 같이 말한다면 즉시 왕사성의 주민들은 할말을 잃고는 가만히 있을 것이다.”
다시 비구들이 이른 아침에 가사와 발우를 갖추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을 할 때였다.
이때 왕사성의 주민들은 도사 산사이의 권속들을 보고 또 게송으로 비난하여 말했다.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오셨으니
마가다야말로 훌륭한 나라일세.
그런데 웬 일로 썩 어울리지 않는 것일까
저 산사이의 권속들은.
이때 다른 비구들이 즉시 게송으로 말했다.
대웅께서 제도하고자 하는 이들이니
여래께서는 바른 가르침과
선법으로 중생을 거두시거늘
그 누가 알지도 못한 채 기이하다 하는가.
이와 같이 설하자 왕사성의 주민들은 할 말을 잃고는 잠자코 있었다.
이때 불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외도의 모양과 복색을 하고 출가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고 하셨다.
세존께서는 곧 계율로 정하여 외도의 모양과 복색으로는 출가할 수 없도록 하셨다.
그때 어떤 비구가 외도를 제도하여 출가시킬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여 이러한 일을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기를
“그렇기 때문에 비구들은 반드시 이러한 일을 거듭 물어야 한다”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