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편불보은경 제3권
5. 서로 의논하는 품
[칠보탑]
그때 또 달바마라(闥婆摩羅)라는 한 건달바가 7보로 된 거문고를 타면서 여래의 처소로 와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한쪽에서 악기를 치고 타고 노래하여 미묘한 음을 내었는데, 그 음성이 온화하고 고아서 대중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였으므로, 성문과 벽지불 등도 모르는 결에 몸을 움직이며 일어나 춤추었고 수미산도 솟았다 잠겼다 하며 끄덕거렸다.
그때 여래께서는 곧 유상(有相)삼매에 드셔서 삼매의 힘으로 그 거문고 소리가 삼천대천세계에 멀리까지 들리게 하여 그 소리에 괴롭고[苦]ㆍ공(空)하고ㆍ무상하고ㆍ깨끗하지 못하고ㆍ나가 없다는 것을 완전히 갖추어서 널리 말하였으므로,
멋대로 놀던 중생들도 이 미묘한 음에서 여래는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았으며 오랜 한량없는 아승기겁에 부모를 효도로써 봉양하였다 함을 두루 갖추어 널리 말하는 것을 듣고서,
일체 중생들은 모두가 소리를 따라서 염부제에 이르러 부처님 처소에 와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한쪽에 섰다.
그때 대중들은 여래를 우러러 쳐다보며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는데, 여래께서는 그때에 삼매를 즐기며 잠잠하셨으므로 일체 대중들 역시 모두가 잠잠하던 차에
대중 가운데서 어떤 칠보탑이 땅으로부터 솟아 나와 허공에 머물러 있으면서 수없는 당기ㆍ번기가 그 위에 걸렸고 백천의 보배 방울이 흔들지 않아도 저절로 울리어 솔솔 부는 바람에도 움직여 미묘한 음성을 냈다.
대중들은 이 보배 탑이 땅으로부터 솟아 나옴을 보고 마음에 의심 내어,
‘무슨 인연으로 이 보배 탑이 땅으로부터 솟아 나왔을까?’라고 하였고,
여러 성문들과 사리불 등도 생각을 다하여 헤아려도 역시 몰랐으며,
옛날부터 살았던 사바세계의 보살마하살과 미륵보살에 이르기까지도 역시 몰랐다.
그때 6사들은 생각하기를,
‘또 어떤 인연으로 이 보배탑이 있는 것일까?
만약 어떤 사람이 와서 우리에게 묻는다면 우리도 모른다고 해야 할 것이니, 만약 모른다고 하면 어떻게 일체를 알고 보는 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고,
또 생각하기를,
‘구담은 왜 빨리 대중들을 위하여 이 일을 펼쳐 말하지 않을까?’라고 하였다.
그때에 여래께서 삼매에서 나오시자, 도리천의 왕인 석제환인이 곧 하늘의 옷을 사자자리에 펴니, 여래께서는 곧 이 자리로 오르시어 가부하고 앉음에 마치 수미산이 큰 바다에 있는 것 같았다.
미륵보살이 중생들의 마음을 자세히 살폈더니 모두에게 다 의심이 있었고 자신 또한 아직 모르겠으므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를 올리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이 보배탑이 땅으로부터 솟아 나온 것입니까?”
[인욕 태자가 몸을 바쳐 왕의 병을 고치다]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지나간 세상의 헤아릴 수도 없는 아승기겁 전에 어떤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셨으니, 명호는 비바시(毘婆尸)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 세존이었으며, 세상에 나오셔서 한량없는 백천 만억 아승기 중생들을 교화하여 모두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견고하게 하셨느니라.
그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후 상법 동안에 바라나(波羅奈)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바라나대왕은 총명하고 어질며 언제나 바른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려 인민들에게 잘못이 없었고, 왕은 60의 작은 나라와 8백의 마을을 관장하였느니라.
왕에게는 끝내 아들이 없었으므로, 왕이 몸소 산신(山神)과 수신(樹神)이며 모든 천신과 지기에 이르기까지 공양하여 받들어 섬기면서 12년 동안을 게으르지도 않고 쉬지도 않으며 아들 있기를 바랐더니,
첫 번째 부인이 문득 임신하여 열 달이 다 차서 한 남자 아기를 낳았느니라.
그 아들은 단정하여 상호를 완전히 갖추었으므로, 낳은 뒤에 여러 대신과 작은 나라 왕들을 부르고 청하여 상호의 길흉을 점쳐서 이름을 지었으니, 이 태자는 착하고 성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이름을 인욕(忍辱)이라 하였느니라.
인욕태자는 자라고 크면서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총명하고 인자하여 모든 중생들에게 똑같이 인자한 마음을 내었느니라.
대왕에게는 여섯 명의 대신이 있었는데 그 성질이 포악하고 간사하고 아첨하며 제멋대로 굴어서 법도가 없었으므로 인민들이 꺼리고 근심하였으며, 여섯 명의 대신들은 스스로의 행동에 위반함이 있는 줄 알았는지라 언제나 시새우면서 태자를 미워하였느니라.
그때에 대왕은 몸이 약하고 병이 무거워서 괴로워하였고 파리하여졌으며, 목숨은 곧 죽을 지경에 이르렀으므로,
인욕태자가 가서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기를
‘아버지 왕께서 몹시 고생하시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겠읍니까?’라고 하자,
여러 신하들이 듣고는 성을 내면서 태자에게 말하기를,
‘왕의 목숨은 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미묘한 약을 구하려 하여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머지않아 돌아가실 것으로 아셔야 합니다.’라고 하므로,
태자는 듣고서 마음으로 괴로워하다가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느니라.
여섯 대신들이 곧 고요한 방에 들어가 함께 모의하기를,
‘인욕 태자를 없애버리지 않으면 우리들은 마침내 안온할 수 없으리라.’고 하자,
첫 번째 대신이 말하기를,
‘인욕 태자를 없앨 수 있는 방도는 없습니다.’라고 하였는데,
한 대신이 다시 말하기를,
‘나에게는 방편이 있으므로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곧 태자의 처소로 가서 태자에게 말하기를,
‘신(臣)은 이전부터 밖에 있으면서 60의 작은 나라와 8백의 마을 안에서 약을 구하고 찾았지마는 끝내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하였다.
태자가 묻기를,
‘구하는 바의 약초는 어떠한 물건입니까?’라고 하였더니,
대신이 대답하기를,
‘태자는 마땅히 아셔야합니다.
구한다는 약초는 바로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성을 내지 않은 사람의 눈동자와 그 사람의 골수입니다.
만약 이 약만 얻게 되면 왕의 생명을 보전할 수 있겠지만, 만약 얻지 못한다면 생명은 오래가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국토에도 이런 사람은 없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태자가 듣고 나서 마음으로 근심 걱정하다가 곧 대신에게 말하기를,
‘이제 나의 몸이면 바로 그런 사람일 듯도 합니다.
왜 그런가?
나는 나서부터 아직까지 성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
대신이 말하기를,
‘태자께서 혹시 그런 사람이라 하여도 이 일 또한 어렵습니다. 왜냐 하면, 천하에 자기 몸보다 소중한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하므로,
태자가 말하기를,
‘여러 신하들이 말한 것과 같지 않습니다. 다만 아버지 왕의 병만 낫게 할 수 있다면 설령 백천 번 몸을 버린다 하여도 또한 어려운 것이 아니거늘 하물며 오늘날 이 더러운 몸이겠습니까?’라고 하자,
대신이 대답하기를,
‘그와 같은 일이라면 태자의 뜻에 따르십시오’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인욕 태자는 마음에 기뻐하면서 생각하기를,
‘만약 이 약으로 아버지 왕의 병만 낫게 할 수 있다면 빨리 이 일을 해야 하겠구나.’ 하고,
바로 궁중으로 들어가서 그 어머니 처소에 이르러 땅에 엎드려 발에 예를 올리고 합장하고 어머니에게 말하기를,
‘이제 이 몸으로 부왕을 위하여 병을 다스리는 약이 되려고 하니, 아마 그 몸과 목숨은 살아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머니와 이별하는 것이니, 원컨대 어머니는 근심하고 괴로워하거나 아들을 그리워하지 마십시오’라고 하였다.
그 어머니는 이 말을 듣자 마음이 아찔하여 어찌 할 바를 모르니, 마치 사람이 목이 메어서 삼킬 수 없는 것을 삼키라고 권할 수도 없고 뱉을 수 없는 것을 뱉으라고 할 수도 없는 것과 같았으므로, 곧 나아가 그 태자를 얼싸안고 기절하여 버렸는데 찬물을 얼굴에 뿌리자 한참만에야 비로소 깨어났느니라.
그때 태자가 그의 어머니에게 말하기를,
‘아버지 왕의 생명이 잠깐 동안이므로 오래 머무를 수 없습니다. 급히 마련해서 왕이 잡숫도록 해야겠습니다.’라고 하고,
대신과 여러 작은 나라 왕들을 부르고 대중 가운데서 이런 말을 선포하였으니,
‘나의 몸은 이제 대중과 이별하노라.’라고 하자,
대신은 즉시 전타라를 불러서 뼈를 끊어 골수를 내고 그의 두 눈을 오려 냈느니라.
대신이 곧 이 약을 찧어서 대왕에게 받들어 올렸는데,
대왕은 곧 먹고서 병이 나았으므로 병이 나은 뒤에 여러 대신들에게 묻기를,
‘그대들은 어디에서 이런 미묘한 약을 얻어 내 병환의 고통을 없애고 생명을 보전할 수 있게 하였는가’라고 하자,
대신이 왕에게 아뢰기를,
‘지금 이 약은 인욕태자가 마련한 것입니다. 여러 신하들의 힘으로는 마련할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하였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놀라며 털이 곤두서는지라 조그마한 소리로 신하들에게 묻기를,
‘인욕태자는 지금 어디에 있소’라고 하자,
대신들이 대답하기를,
‘태자는 지금 밖에 있습니다만 몸이 상한지라 목숨은 오래가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이 말을 듣고 소리 내어 크게 통곡하면서
‘괴이하도다, 괴이하도다.’ 하고는
스스로를 땅에 던지자 먼지가 몸에 들썼는데,
‘내가 이제 실로 무정하였구나. 어떻게 이 아들의 약을 먹을 수 있었을까?’라 하고
아들의 처소로 가니 그 목숨은 이미 죽어있었느니라,
왕과 부인과 여러 신하들이며 한량없는 대중들이 앞뒤에서 에워싸고 있는데,
그 어머니는 괴로워하면서 죽은 시체에 몸을 던지고서,
‘내가 전생에 여러 허물과 악행이 있었기에 이제 아들에게 이런 고통을 받게 하는구나.
이제 나의 몸이 어째서 가루가 되어 티끌처럼 되지 못하고 내 아들의 생명을 잃게 하는가’라고 하였느니라.
그때에 아버지 왕과 여러 작은 나라의 왕들은 곧 우두전단(牛頭栴檀)의 향나무를 쌓아 가리를 만들어서 태자를 화장하고 온몸의 뼈를 다시 칠보로써 탑을 일으켜 공양하였느니라.”
그때 세존은 미륵보살과 선남자들이며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알아라.
그때의 바라나대왕은 바로 지금의 나의 아버지 열두단(悅頭檀)이요, 그때의 어머니는 바로 지금의 나의 어머니 마야이며, 인욕태자는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보살은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에 부모를 효도로써 공양하고 옷과 음식과 방사와 침구며 몸의 살ㆍ뼈ㆍ골수에 이르기까지 그 일이 이와 같으니라.
이런 인연 때문에 스스로 부처가 되었나니, 이제 이 보배탑이 땅으로부터 솟아 나온 것은 곧 이는 내가 그 부모님을 위하여 이 골수와 생명을 버렸으므로 이곳에서 탑을 일으키고 공양하였는지라 내가 이제 부처가 되자 실제로 그 앞에 솟아 나온 것이니라.”
그때 대중 가운데 한량없는 사람ㆍ하늘과 여러 용이며 귀신들이 이 말을 듣고서 슬픔과 기쁨에 엇섞여 울먹이면서 소리를 같이하여 여래의 백천 공덕을 찬탄하였고 곧바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냈으며,
또 한량없는 백천의 중생들이 성문과 벽지불의 마음을 냈으며, 또 한량없는 사람들이 수다원의 과위와 내지 아라한의 도를 얻었으며,
또 한량없는 백천 만억 보살마하살들이 오래지 않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