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방법론
사회의 붕괴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까?
과학은 흔히 '실험실에서 반복된 실험으로 획득한 지식의 집합'이라고 정의되지만 잘못된 것이다.
과학은 그보다 훨씬 폭넚은 것, 즉 세계에 대한 확실한 지식을 획득하는 과정이다.
화학이나 분자 생물학과 같은 분야에서 실험실의 반복된 실험은 그 자체로 충분할 수 있다.
따라서 지식을 얻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나는 실험실에 파묻혀 살면서 생물학과 생화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생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5년부터 2002년까지는 하버드 대학교의 생리학 실험실에서 지냈고,
그 후에는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at Los Angeles)의 실험실에서 똑같은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1964년 뉴기니의 열대우림에서 새를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곧 바로 난관에 부딪혔다.
실험실이든 야외이든 반복된 실험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얻은 지식이 확실한지 판단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한 지점에서는 새의 개체군을 실험적으로 멸종시키거나 조작하고
다른 지점에서는 그 개체군을 자유롭게 방치하으로써
새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았고 합법적이지도 않았다.
더구나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았다. 따라서 나는 다른 방법을 써야만 했다.
실제로 천문학, 전염병학, 지질학, 고생물학에서 그렇듯이
집단 생물학(population biology)의 많은 부분에서도 비슷한 방법론적 문제가 야기된다.
흔히 사용되는 해결책은 '비교 방법론' 혹은 '자연 실험(natural experiment)'이라 불리는 방법을 응용하는 것이다.
즉 연구하려는 변수에 대해서 다른 현상을 보이는 자연환경들을 비교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조류학자로서 내가 뉴기니에서
계피색 눈썹을 가진 멜리덱테스꿀빨이새가 다른 꿀빨이새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하려면
계피색 눈썹을 가진 멜리덱테스 꿀빨이새의 개체군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환경 혹은 상당히 유사한 조건을 가진 산악지대들에서 새들의 분포를 비교한다.
『제3의 침팬지: 인간의 진화와 미래(The Tbird Chimpanzee:The Evoltion and Future of the Human Animal)』와
『왜 섹- 스는 즐거운가? 인간에서 성- 욕의 진화(Why is Sex Fu? The Evolution of Human Sexuality) 』는
동물의 여러 종, 특히 영장류의 여러 종을 비교해서,
여성이 다른 종의 암컷들과 달리 폐경을 겪고 배란의 뚜렷한 징후를 보이지 않는이유,
남성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성-기를 갖는 이유,
그리고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달리 보편적으로 밀폐된 공간에서 섹- 스를 하는 이유를 밝혀보려고 한 책들이다.
이런 비교방법론에서 자칫하면 빠지기 쉬운 함정과 그런 함정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책들도 많다.
특히 과거를 실험적으로 다룰 수 없는 진화생물확이나 역사지질학처럼
역사를 다룬 학문에서는 실험실 실험을 포기하고 자연에서 실험하는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도 나는 비교 방법론을 사용해서 환경 문제로 인한 사회의 붕괴를 추적해 보았다.
나의 이전 책『총,균,쇠: 인간 사회의 문염(Guns, Germs, and Steel:the Fates fo Human Societies)은
정반대의 문제, 즉 과거 1만 3,000년 동안 대륙마다 문명의 발달 속도에 차이가 있었던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
비교 방법론을 적용한 예이다.
그러나 이책에서 나는 문명의 건설보다 붕괴에 초점을 맞춰
과거와 현재의 사회들, 즉 환경적 취약성, 이웃과의 관계, 정치 제도,
그리고 한 사회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입력' 변수들에서 다른 사회들을 비교해 보았다.
또한 붕괴나 존속으로 나타난 '출력' 변수도 아울러 살펴보았고,
붕괴가 있었다면 어떤 형태로 붕괴되었는가도 조사했다.
이처럼 출력 변수를 입력 변수와 관련시킴으로써
나는 입력 변수가 붕괴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찾아내려 애썼다.
이 방법을 엄격하고 포괄적이며 계량적으로 적용해서
삼림 파괴로 인한 남태평양 섬들의 붕괴를 설명할 수 있었다.
선사 시대에 남태평양 사람들은 섬들의 숲을 퐈괴했다.
물론 그 정도는 약간의 파괴에서 완전한 파괴에 이르기까지 다양했고,
그 결과로 오랜 존속에서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할 만큼 철저한 붕괴에 이르기까지 달랐다.
나는 동료 배리롤렛(Barry Rolett)의 도움을 받아 남태평양의 81개 섬에서 삼림 파괴의 정도를 계량화시켰고,
삼림 파괴에 영향을 미치는 9가지 입력 변수(강우량, 격리, 토질의 복원 등)의 값도 계량화시켰다.
그리고 통계적 분석을 통해서 우리는 각 입력 변수가 삼림 파괴의 결과에 미친 상대적 영향력을 계산해낼 수 있었다.
한편 중세 시대에 노르웨이 바이킹들이 북대서양에서 정복한 땅,
정확히 말해서 농경의 적합성에서 차이가 있는 여섯개 섬과 육지에서도 비교 실험이 가능했다.
각 지역이 노르웨이와 교역을 가졌지만 입력 변수의 차이에 따라 결과는 달랐다.
즉 노르웨이가 금방 미련 없이 버린 지역, 500년 후에 완전히 버려진 지역,
그리고1.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번영하는 지역이 있다.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형성된 사회들 간의 비교도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이런 비교는 각 사히에 대한 세밀한 정보, 특히 고고학자, 역사학자 등이
그동안 끈기 있게 측적한 정보가 있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이 책의 말미에 나는 고대 마야와 아나사지, 현대 르완다와 중국 등
내가 비교한 과거와 현재사회들에 관련된 참고문헌을 수록해두었다.
이 문헌들이 없었더라면 이 책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 사회만을 면밀하게 연구해서는 끌어낼 수 없는 결론,
많은 사회를 비교해야 비로서 끌어낼 수 있는 결론이 있다.
예컨대 마야의 붕괴 원인을 올바로 이해하기 이해서는
마야의 역사와 환경에 대한 정확한 지식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마야를 좀더 넓은 맥락에 놓고, 붕괴한 사회나 그렇지 않은 사회,
즉 마야와 미슷하면서도 달랐던 사회들과 비교함으로써
마야가 붕괴한 원인을 더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비교 방법론이 필요하다.
나는 한 사회를 개별적으로 연구하고 다시 다른 사회들과 비교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사실 개별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는 비교의 성과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한 사회의 역사에 대한 전문가는 비교를 하찮게 생각하고,
비교를 중요시하는 전문가는 개벌 사회의 연구를 근시안적이고
다른 사회를 이해하는 데 제한적 가치밖에 갖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확실한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두 접근법 모두가 필요하다.
특히 한 사회의 결과를 일반화시키거나, 한 사회의 붕괴를 해석하면서
지나치게 확신하는 것은 위험한 짓일 수 있다.
따라서 다른 결과로 나타난 많은 사회를 비교 연구함으로써 얻는 증거를 근거로 할 때에야
우리가 설득력 있는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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