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승화 상인에게 주다(贈承華上人)
대저 사람이 한 세상을 살면서 젊던 얼굴이 쉬지 않고 변천해 가니, 달리는 말과 같다느니 풀잎에 맺힌 이슬과 같다느니 서쪽으로 지는 햇빛과 같다느니 하는 말들은 무상이 신속함을 말한 것이며, 똥 무더기 같다느니 꿈속 같다느니 원수와 같다느니 독사와 같다느니 하는 말들은 허망하여 좋은 일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
공자는 “나는 말이 없고 싶다.”35)라고 하였고, 또 “오로지 주장함도 없고 오로지 부정함도 없다.”36)라고 하였으며,
장자莊子는 “현주玄珠를 잃었는데 망상罔象이 찾았다.”37)라고 하였고, 또 “천지는 하나의 손가락이고 만물은 하나의 말이다.”38)라고 하였는데,
하물며 우리 불법을 배우는 사문이야 말할 나위 있겠는가. 응당 본래 마음을 궁구해서 정밀히 연마하여 명묘明妙해져야 한다. 그렇게 하면 백천 가지 삼매와 한량없는 묘의妙義가 구하지 않아도 절로 얻어질 것이니, 모든 불조佛祖가 어찌 특이한 사람이겠는가.
그런데 지금은 성인의 시대와 멀어져 출가한 사람들이 자기의 체제는 알지 못하고 그럭저럭 한가로이 지내다 일생을 보내고 만다. 그리하여 우리 부처님의 정법안장이 매몰되어 밝혀지지 못하고, 오로지 허위와 사악의 습성이 들었으며, 심한 자는 도리어 불법을 비방하니, 슬프다! 말을 할 수조차 없구나.
육조 대사는 “앞 생각이 미혹하면 중생이요, 뒷 생각이 깨달으면 부처다.” 하였고,
위산 선사潙山禪師는 “생각하되 생각함이 없는 묘妙로 신령한 광염光焰의 무궁함을 돌이켜 생각하여, 생각이 다하여 근원으로 돌아가면 성性·상相이 항상 머물고 사事·리理가 둘이 아니라 참 부처가 여여如如하리라.” 하였다.
그 빛을 얻으면 하루아침에 제불과 같아지고, 그 빛을 잃으면 만겁토록 생사를 따르고 말 것이다.
용이 뼈를 바꿀 때 비늘은 바꾸지 않듯이 범부가 마음을 돌이켜 부처가 됨에 그 얼굴은 바꾸지 않는 법이니, 무명의 참 성품이 곧 불성이요, 허깨비처럼 덧없는 이 육신이 곧 법신이다. 이 도리는 너무 가까이 있으니 눈을 뜨면 곧 보고, 눈을 감은 곳에서도 그대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바로 너이다.”
이러한 명백한 가르침들은 이루 다 인용할 수도 없거니와 모두 범부를 고쳐 성인을 만드는 직절直截한 도리이다.
고인들이 이와 같이 노파심으로 고구정녕하고 간절히 말했으니, 이러한 가르침들을 외워서 학습하고 돌이켜 궁구하며 선각들을 두루 찾아가 물어서 분명히 결택決擇하여 도를 깨닫겠다고 생각하여 자세히 탁마한다면, 그 누군들 도를 이룰 수 없으리오. 현우賢愚, 귀천, 노소,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 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슬프다! 머리를 깎고 먹물 옷을 입었으니, 응당 무슨 일을 해야 하겠는가. 눈이 색色에 끌려가면 아귀가 되고, 귀가 소리를 따르면 아비지옥에 들어간다. 그런데 색과 소리라는 짐주鴆酒39)에 취하고, 수受와 상想이라는 함정에 빠져서 정신이 흐려서 깨닫지 못하고 오늘도 이와 같이 보내고 내일도 이와 같이 보내다가, 납월 30일(죽음)에 이르면 머리가 찢어질 듯 아프고, 오장이 칼로 저미는 듯 아프고, 손발을 잡아 뽑는 것과 같아 마치 끓는 물속에 떨어진 게처럼 발버둥도 칠 수 없고,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지는 거북처럼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정신이 혼미하여 천당에 올라가는지 지옥에 들어가는지 도무지 알 수 없으니, 아아 안타까운 일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도를 깨달은 옛날의 현인들은 임종할 때 앉아서 죽고 서서 죽어 마치 사람이 방문을 열고 밖에 나가는 것처럼 쉬웠다.
계 선사戒禪師는 지팡이에 기댄 채 입적했고, 불인 장로佛印長老는 한 번 웃고 입적했으며, 어떤 이는 밥을 먹다가 수저를 멈추고는 입적했고, 어떤 이는 한쪽 발을 드리운 채 입적했고, 어떤 이는 거꾸로 선 채 입적했고, 어떤 이는 몇 자 높이로 허공에 뜬 채 입적했으니, 이는 모두 자기 본성을 돌이켜 궁구하여 정定과 혜慧를 온전히 갖춘 결과이다.
슬프다! 고인인들 어찌 지금 사람들과 다르리오. 동산洞山 화상이 “가사 아래에서 사람 몸을 잃는 것이 고통이다.” 하였으니, 잠계箴戒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네 번 ‘슬프다’라고 한 데에서 감회와 한이 바다처럼 크고 많건만 누가 알리오. 이 글을 써서 승화 상인承華上人에게 주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