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여행기 7 (기회의 땅 캄보디아 - 시하누크빌)

[비단신]

프놈펜에서 시하누크빌로 가는 버스는 두 가지가 있어.

프싸 트머이(신 시장)내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운행하는 저렴한 버스(4.5불)를 타든지

프싸 오르써이 내 터미널에서 운행하는 조금 비싼 버스(7불)를 타는 거야.

운이 좋으면 4시간 그렇지 않으면 7시간이 걸려 ㅎㅎㅎㅎㅎ

손님이 다 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휴게소에서 기사님 식사 끝나기 기다리거나

정류장마다 하차하는 손님들의 짐을 조수가 다 내릴 때까지 또 기다리거나 ^^*

(버스 뱃속에 짐이 어찌나 많은지 몰라. 버스 터미널이 왜 시장에 있는지 알겠더라니까.

시골 오지에서 대표 주자를 보낸 거야. 장 보고 오라고. 버스가 설 때마다 마을 사람들이

마중 나와서 조수가 내려주는 짐을 나눠서 이고지고 마을로 돌아가는데 코끝이 찡해져.)

그리고 좌석표를 두 개만 사서 어린 자녀들을 올망졸망 무릎에 앉히고 가는 부부들도 많아. 

우리 엄마도 옛날에 외가갈 때 그렇게 하셨어. 동대문시장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심지어 우리 기사님은 어린 조수 데리고 산비탈 사원에 들러 불공도 드리고 오더라 ㅋㅋㅋㅋㅋㅋㅋ   

                              - 4번 도로 톨 게이트 -

(아직 전산망이 없고 신용카드도 없어서 아가씨가 검은 트렁크 속에 돈다발을 가득 담고 있어. 리엘이 화폐 단위가 커서 한 뭉치씩 주고 거슬러 받거든. 또 인건비도 싸다보니 시장 입구든 은행 앞이든 별 하는 일 없는 사람들이 사제 제복을 입고 멀뚱멀뚱 있어. ATM에서는 직불카드만 쓰는데 그것도 예금액의 80%만 인출이 가능하대. 그러니까 캄보디아 신용카드 시장도 전망이 있다 할 수 있지. 또 동네마다 우리 80년대처럼 꼬마들 다니는 컴퓨터 학원도 많다)

                            - 시하누크빌 시내 전경 -

시하누크빌의 원래 이름은 '깜뽕 싸움'인데 전 국왕의 이름인 '시하누크'를 따서 고쳐 부르고 있어.

시하누크의 마을이란 뜻이겠지.

프놈펜에서 서남쪽으로 230 Km 떨어져 있는 시하누크빌은

1960년 프랑스 원조로 항구로 건설되었고 프놈펜과 잇는 4번 국도는

미국이 건설해 주었어.

1992년에 비로소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지금은 전 세계인들이 투자도 하고 즐기러 오고 있단다.

                 - 프놈펜에서 시하누크빌로 가는 4번 도로 -

(몇 번의 보수가 있었지만 아직도 캄보디아 도로 사정은 좋지 않아. 바로 이점에 착안해서 한국도로공사에서는

시엠립에서 바탐방에 이르는 길을 무료로 내 주었대. 일종의 맛보기 샘플이었던 셈이지. 승차감이 완전 다르거든.

도로공사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훈센 총리로부터 훈장도 받고 캄보디아 도로 공사 주문도 왕창 따내고 ㅎㅎㅎ

도로공사는 정말 생각 잘 한 거 같아. 

말했듯이 이곳은 평지라 도로 내기가 산악 지형인 우리나라보다 훨씬 쉽거든... 앞으로 십 년 이상은 할 수 있겠다)

캄보디아엔 두 계절이 있어.

그건 바로 건기(11월 - 4월)와 우기(5월-10월)야.

건기가 시작하는 11월부터 2월까지가 여행하기 가장 좋은 때이지.

'크쩔 롬퍼이'라는 산들바람이 부는 시기야.

(발음 이쁘지? 크쩔 롬퍼이...크쩔(바람) 롬퍼이(산들) 소리 내면 기분이 좋아져) 

시하누크빌에 간 건 1월이었는데 남편이 일 주일 휴가를 내서 함께 갔어.

시내 터미널에서 내리면 기다리고 있던 툭툭이 기사들에게 둘러싸여 흥정을 해야 해.

또 3불을 부를 거야. 재미로 조금 깎다가 안 되면 그냥 주고 타^^*

우린 지금 절약하러 다니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추억을 저금하러 여행을 하는 거니까.

시하누크빌은 우리나라 서해안과 비슷해.

밀가루처럼 곱고 가는 모래를 가진 해변이

위로부터 빅토리아 비치, 하와이 비치, 인더펜던스 비치, 소카 비치, 세렌티피티 비치, 오스띠얼 비치 순으로 나열되어 있지.

두 마리 황금사자상이 있는 광장이 이 해안들의 갈림길이야.

각각의 해안은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는데 이곳에도 한국인이 하는 호텔이 두 군데나 있어.

선샤인 비치 호텔(1박 40불)과 캄샵 비치 호텔이란 곳인데

나는 세렌티피 해안 레포츠 호텔에 갔어. 

매니저가 중국인 젊은 남자였는데 중국어는 물론 영어와 캄보디아어도 자유자재로 유창하게 구사해서

현지 종업원들에게 캄보디아어로 꼼꼼하게 설명하고 지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

대부분 한국인 사장님들은 캄보디아어 대신 영어 단어 몇 개나 한국어로 지시하시거든.

                   - 세렌티피티에서 내가 묵었던 호텔 - 

                        (바다 쪽 40불, 수영장 쪽 32불)

- 숙소 베란다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 -		- 같은 풍경의 밤바다-

해안에는 무수한 카페와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들이 즐비해 있어.

대개가 프랑스인, 독일인, 오스트레일리아인, 러시아인 등 외국인들이 돈을 투자하고

눈빛이 반짝반짝하고 총명한 현지 여자들이 매니저로 있는 곳이야.

저럼하게 한철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

서양 사람들로 넘쳐나서

마치 유럽의 어디쯤인 듯 착각이 들 때도 있어. 

                 - 시하누크빌 시내 프랑스 빵 가게 카페 -

우리 부부는 이곳에서 백수건달로 4일을 살았어.

느즈막하게 일어나 툭툭이를 타고 시내로 가서 아침 쌀국수(1.5불)를 사먹고

시장에서 슬리퍼, 티셔츠, 모자 등 생필품을 사고

과일을 사고(망고스틴, 망고, 석류, 총 3.5불),

프랑스인이 하는 빵가게에서 캇구운 바케트와 커피를 마시고 (빵 2개에 카푸치노, 앙코르 비어 2캔 모두 4.5불) 돌아와

바다물에 수영을 하고

1달러짜리 맥주 하나만 시켜도 하루종일 사용할 수 있는 썬베드에 누워 

노래 듣다, 졸다, 깨다

호텔 수영장에서 짠 물 묻은 몸을 씻고

객실 베란다에 앉아 일몰을 지켜보며

냉장고에 재워둔 과일을 깎아먹고

낮에 장 봐온 볶은땅콩에 맥주를 마시지. 

                            - 먹고, 먹고, 또 먹고 - 

                      - 바다가 보이는 숙소 베란다 -

그리고는 낮에 점 찍어 두었던

예쁜 레스토랑에 가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시키는 거야.

둘이서 아무리 비싼 걸 먹어도

20불이 안 나와.

돌아오는 길에는 안면을 익힌

가게 점원이나 툭툭이 기사들과 시시껄렁한 농담도 하면서

우리의 삶이 언제나 꼭 이만큼만 하기를

서로 바라 주었어.

              - 웅산과 바비킴과 스팅이 함께 해서 더 행복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