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Ld는 7시리즈 롱 휠베이스의 호화스러움과 BMW 디젤의 경제성을 모두 잡았다. 고속도로에서는 기분 좋은 속도로 달려도 쉽사리 12km/h 내외의 연비를 기록하고 승차감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3리터 디젤은 정속 주행 시 더 조용해지고 탁월한 가속력은 기본이다. 어렵지 않게 제원상의 최고 속도를 찍는다. 롱 휠베이스 모델은 2열의 편의 장비가 더 돋보인다.
구형 7시리즈(E65)를 시작으로 한동안 BMW의 디자인 파격이 시작됐었다. 요즘은 디자인보다는 파워트레인의 효율 향상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가장 빠르게 엔진과 변속기를 갈아치우고 있는 메이커가 BMW이다. 파워트레인을 빠르게 업그레이드 한다는 자체가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출시된 7시리즈는 외관의 큰 혁신보다는 내용의 충실함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겉으로는 구형만큼의 변화가 아닐지 몰라도 내용에서는 큰 개선을 이루고 있다. 마케팅 도구로도 이용되는 코드네임도 이니셜 F의 시작을 알리는 F01이다. 기본형 보디는 F01, 롱 휠베이스의 코드네임은 F02이다.
현행 모델인 5세대는 2008년 파리 모터쇼에서 데뷔했다. 구형의 데뷔와는 달리 안팎 디자인은 무난함을 지향하지만 세계 1위 프리미엄 브랜드의 기함답게 첨단 기술을 가득 탑재했다. 루프와 보닛, 도어, 프런트 스포일러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무게 증가를 최대한 막은 것도 특기할 만한 부분이다.
국내 출시된 730d는 7시리즈 데뷔 때 가장 먼저 선보인 유닛이다. 주력 엔진은 가솔린이 326마력(45.9kg.m) 3리터 트윈 터보(740i), 407마력(61.1kg.m) 4.4리터 V8 트윈 터보(750i), 그리고 245마력(55.1kg.m) 3리터 터보이다. 새로 개발된 3리터 디젤의 무게는 185kg으로 이전 보다 5kg 가벼워졌다. 7시리즈는 톱 모델인 760Li와 하이브리드 버전까지 라인업 되어 있다. BMW의 세단으로서는 처음으로 프런트에는 더블 위시본 방식이 채용된 것도 특징이다. 리어는 기존과 동일한 멀티 링크를 고수하고 있다.
BMW 730d 모델이 국내에 선보였다. 국내에 7시리즈의 디젤 모델이 출시되는 것은 730d가 처음이다. BMW는 가솔린은 물론 디젤까지 다양한 모델을 라인업하고 있지만 기함급에 디젤의 출시는 미뤄 왔었고 올해서야 출시하게 됐다. 730d가 나오면서 BMW 디젤 대부분의 모델이 국내에 선보이게 됐다. 시승차는 롱 휠베이스 모델인 730Ld이다.
EXTERIOR & INTERIOR
현 7시리즈 이후 BMW의 스타일링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새 7시리즈는 기존의 파격 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전면의 모습은 CS 컨셉트의 요소가 대폭 적용되었으며 한 눈에 봐도 차체 사이즈가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테일램프와 일체형 스포일러 등의 뒷모습은 구형의 흐름을 따르면서 보다 일관된 디자인을 보이고 있다.
롱 휠베이스의 7시리즈를 오랜만에 시승해서 그런지 유난히 커 보인다. 특히 옆에서 보면 3,210mm에 이르는 휠베이스가 더욱 길어 보인다. 2열 승객을 위해 마련된 가리개는 고급 세단의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5,212×1,902×1,479mm이다.
스타일링은 구형만큼의 파격은 아니다. 기존 디자인을 좀 더 다듬었다고 봐야겠다. 각 디테일은 보다 부드러워졌고 크기가 늘어난 키드니 그릴도 눈에 띈다. 키드니 그릴의 사이즈를 점점 키우는 것은 BMW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공기저항계수는 0.30으로 차체 사이즈를 생각하면 좋은 편이다.
타이어는 245/50R/18 사이즈의 콘티넨탈 컨티스포트컨택트3 SSR이다. 기존의 7시리즈에 워낙 큰 사이즈의 휠이 들어가서인지 18인치는 작아 보인다. 컨티스포트컨택트3 SSR은 스포티한 트레드 패턴을 갖고 있다.
실내도 외관과 동일한 흐름이다. 기본 디자인을 고수하면서 디테일을 개선했다.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아이드라이브이다. 2세대로 진화한 아이드라이브는 센터 콘솔 앞에서 기어 레버 우측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아우디의 MMI처럼 CD와 라디오, 내비게이션, 메뉴 등의 버튼을 주위에 배치해 사용의 편의성을 고려했다. 아이드라이브의 모니터는 10.2인치로 커지면서 시인성도 개선되었다. 8GB 용량의 하드 디스크도 BMW로서는 처음으로 채용되는 것이다. USB로 외부 기기의 파일을 옮길 수 있다.
실내의 공간은 두말 할 필요 없이 넉넉하다. 시트에 앉으면 시인성이 탁월하고 아늑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가죽 시트는 쿠션이 약간 소프트한 편이지만 착좌감은 대단히 뛰어나다. 섬세하게 시트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은 주로 비싼 차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쿠션의 앞부분이 튀어 나오는 기능은 장거리 운전을 할 때 유용하다.
아이드라이브는 확실히 이전보다 사용이 편해졌고 모니터의 화질도 좋아진 게 눈에 띈다. 내비게이션의 화질이나 기능은 수입차 중에서는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기능이 한글로 지원되는 것도 투자와 성의를 느끼게 한다. 파킹 시스템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은 시야를 제공해 주정차 시 대단히 편하다. 사이드 뷰 카메라는 광각이어서 차에서 한 발짝 떨어진 물체나 사람도 잡아낸다.
롱 휠베이스 모델인 만큼 2열의 공간은 엄청나게 넓다. 다리를 꼬고 앉아도 될 정도다. 거기다 2열 승객을 위한 다양한 편의 장비가 만재해 있다. 개별적으로 2개의 모니터가 마련돼 있으며 가리개도 전동이다. 발을 편하게 놓을 수 있는 발판도 있다. 2열은 1열보다 모니터가 더 크고 선명하다. 시트의 메모리 기능도 2인분이 마련되고 시트의 조절 폭도 상당히 크다.
POWERTRAIN & IMPRESSION
파워트레인은 245마력(55.1kg.m)의 힘을 내는 3리터 직렬 6기통 디젤 엔진과 ZF의 2세대 6HP가 조합된다. BMW는 상당수의 모델에 8단 자동변속기의 적용을 넓혀 나가고 있다. 곧 모든 모델이 8단으로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ZF의 8단은 760Li에 가장 먼저 적용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730d에는 아직이다.
아이들링 시 정숙성은 7시리즈의 급에 흠이 되지 않을 만큼 좋다. 신경 써야 들릴 정도로 방음이 잘 돼 있다. 물론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이 들리긴 한다. 3리터 디젤은 2톤 무게의 7시리즈에도 충분한 동력 성능을 제공한다. 정지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순간적으로 휠 스핀이 일어날 정도로 토크가 좋다. 제원상 최대 토크는 1,750 rpm에서 나오지만 그 전에도 힘은 충분하다.
0→100km/h 가속 시간이 7.3초이니 순발력도 부족함이 없다고 해야겠다. 200km/h까지는 손쉽게 도달하고 그 이후에도 꾸준하게 속도를 높여 나간다. 동영상의 가속은 대략 180km/h까지는 완만한 내리막, 이후부터는 오르막이었다. HUD에 찍힌 최고 속도는 245km/h로 제원과 동일하다.
다른 7시리즈처럼 DDC(Dynamic Driving Control)도 기본으로 탑재된다. DDC는 컴포트와 노멀,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 4가지 모드가 제공되며 모드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 등의 성향이 달라진다. 평소에는 노멀이 가장 좋고 연비를 생각한다면 컴포트가 권장된다. 노멀에서 컴포트로 바꾸면 약간은 김이 빠진 느낌이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반응이 느려진다. 노멀과 컴포트의 차이가 크다. 반면 스포트 모드만 바꿔도 차 자체가 한결 기민해진다.
7시리즈 같은 대형 세단의 디젤 모델도 좋은 연비는 예외가 아니다. 공인 연비는 13.5km/L나 되고 실제 연비도 좋다. 80km/h로 달리면 순간 연비가 25km/L 내외를 기록한다. 도심과 고속도로가 섞인 거리(114km)에서는 평균 연비 11.6km/L를 기록했다. 낮 시간에다 도심에서는 차가 많이 밀렸고 고속도로에서는 고속 주행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좋은 연비이다.
730Ld는 7시리즈의 호화스러움에 경제성까지 겸비한 모델이다. 가솔린 7시리즈에서는 얻을 수 없는 연비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차 자체만 본다면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7시리즈의 오너에게 이 연비가 얼마나 메리트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