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교회에서 자랐고 줄곧 교회에서 생활해왔기에 뜨거운 신앙체험을 갖지는 못했지만 선택의 매 순간 하나님의 응답을 찾고 기다린다. 그것은 평범한 학생에서 CF 모델로 그리고 영화배우로까지 내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고 그 노력의 대가로 작든 크든 열매를 따는 일련의 과정 가운데 반복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반장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었다. 반장후보로 나선 후에는 당선을 위해 기도를 드렸는데 정작 선거에서 떨어졌다. 실망이 컸지만 함께 입후보한 친구의 말을 듣고 반성을 많이 했다. 친구 역시 교회를 다니고 있었는데 그 아이는 “개표 시에도 떨리는 마음에 계속해서 기도를 드렸다”고 했다. 선거 직전까지만 기도를 드렸던 내게 친구의 말은 어린 나이 였음에도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이 일이 있은 후부터 기도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중요한 선택의 순간 앞에서 건 또는 그렇지 않을 때에라도 모든 것을 내 생각보다는 하나님의 뜻을 구할 수 있게 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나님, 앞길을 지켜 주실 것을 믿습니다”라고 기도한다. 기도와 함께 조금씩이라도 매일 같이 성경말씀을 읽는다. 아무리 바쁜 일정 가운데도 주일을 지켜 예배드리고 십일조를 철저히 드리는 것은 뜨거운 신앙체험을 갖지 못한 아쉬움 가운데 모태신앙인으로서 갖게 되는 조금의 위안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습관은 인기의 굴곡에 따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느냐 사라지느냐의 생존경쟁 앞에서도 앞날에 대한 불안함을 떨쳐버리고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한다. 영화 ‘북경반점’을 크랭크 인할 때의 일이다. 영화가 시작할 때면 고사를 드리곤 하는데 배우와 스텝 등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영화의 성공을 위해 절을 하곤 한다. 영화계의 오랜 관행이기에 크리스천 연예인들에게는 매우 곤혹스러운 자리이기도 했는데 이 영화에 함께 출연한 김석훈씨와 정 준씨가 꿋꿋한 신앙인으로 설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이들은 밤샘작업을 하며 촬영이 진행중일 때에도 주일이면 가까운 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리곤 해 내 신앙생활의 자극제가 되었다. 텔레비전을 통해 연예인들이 말하는 탤런트 되려는 친구 따라 방송국 왔다가 연예인이 됐다는 얘기나 길에서 우연히 영화감독의 눈에 띄었다는 얘기는 모두 방송용으로 지어낸 얘기인줄 알았을 뿐 정작 내 얘기가 될 줄은 몰랐다. 내가 다니고 있는 동덕여대 디자인센터가 압구정동에 있어서 근처 백화점에서 자주 아이쇼핑을 하곤 했는데 그때 뮤직비디오 제작자의 눈에 띄어 신승훈씨의 뮤직비디오에 출연제의를 받았다. ‘재미있겠다’는 생각과 전공이 의상디자인이니까 좀 다르고 싶고, 튀고도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잡지 모델을 비롯해 CF와 영화 일을 하게되었다. 어느 날에는 영화제작사로부터 ‘남자의 향기’ 오디션에 참가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그때부터 ‘남자의 향기’의 여주인공 은혜가 되기 위한 점검에 들어갔다. 주인공의 성격분석을 비롯한 이미지 연구 끝에 주인공 은혜와 내가 갖고 있는 모습이 일치되지 않는 것 같아 덧니를 뽑았다. 덧니를 뽑고 약간 볼이 퉁퉁한 얼굴로 오디션에 참석했다. 잡지와 방송에서 한 번쯤은 본듯한 백 여명을 포함한 천 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조금 떨리기는 했지만 자신이 있었다. 그 자신감 뒤에는 평소 학교를 다니며 지하철 속에서 독파한 소설 ‘남자의 향기’에 대한 분석과 함께 하나님이 내 앞길을 지켜주실 것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 때문이었다. 당당히 여주인공으로 뽑혔다. 그러나 막상 촬영일자가 다가오니 얼마나 떨렸는지 몰랐다. 그럴 때마다 CF 촬영을 위해 머리를 깎았던 일과 영화 오디션 참가를 위해 덧니를 뽑았던 생각을 했다. 처음 찍은 영화라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영화에 대한 후회는 없다. 드라마 ‘순수’와 ‘종이학’ 그리고 영화 ‘남자의 향기’에 이르기까지 눈물 많고 착한 역들만 맡아왔다. 4월말에 개봉된 ‘북경반점’에서는 중국 음식점을 고집하는 아버지에 맞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적극적인 모습이지만 착하고 고운 이미지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했다. 덕분에 연기자로서 이미지 고착에 대한 부담이 적잖이 있었는데, 하나님은 작고 세심한 부분까지 내 필요에 가장 정확하게 응답해 주셨다. 내 이미지 변신은 SBS에서 8월에 방송될 드라마 ‘고스트’에서 이뤄낼 수 있을 것 같다. 1, 2회분에서는 의사지망생으로, 3, 4회분에서는 사고로 죽은 의사와 외모가 비슷한 기자로 나와 1인2역을 맡아 현재 촬영 중에 있다. 하나님은 내게 부모님과 같은 분이다. 세상에 태어나면서 단 한차례도 부모님의 사랑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기에 말이다. ‘예수님을 왜 믿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 믿음 또한 그럴 것이다. 왜 예수님을 믿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하며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예수님이 내 삶 가운데 더 깊이 간섭하시고 관여하시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