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트 여행
- 이재일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다녀온 사람은 드물다는 나라 스위스를 60넘은 우리 내외가 10월 4일 출발하여 8일 만에 다녀왔다. 오랫동안 그 추억이 남아 있겠지만 글로 흔적 남겨 간직해 본다. 풍경 사진에 감탄하면서 홍콩 경유 스위스 행 티켓을 샀다. 그리고 스위스 공부를 한다. 취리히 루체른 베른 제네바란 도시까지는 기억하겠는데 그린델발트 샤프하우센 라우터브루넨등은 발음과 기억조차 힘든 지명을 가진 나라다. 화폐는 스위스 프랑을 쓰고 유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와 함께 독일어를 주로 사용하고, 대중교통이 발달되었다는 것까지 배웠다. 만년설 쌓인 알프스 산악지대를 기준으로 남북이 갈라져 있고 인구 850만, 인당 GDP가 세계 2위의 나라이다. 사진에서 보던 풍경 그대로를 직접 눈으로 보자는 막내딸을 리더로 하여 아내와 함께 들뜬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도착 후 처음 각인된 것은, 알프스 산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산과 호수와 초원, 베란다를 조화같이 예쁜 꽃들로 치장한 집들, 산 중턱에 있는 마을까지도 전봇대와 전기 줄이 보이지 않는 풍경들이다. 우리에겐 익숙한 태양광 판넬도 있을 법 한데 아주 드물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여행객인 것만 같고, 출퇴근에 시달린 모습이나 바쁘게 사는 모습은 안보이고 여유가 있어 보인 모습들이다. 많은 사람이 이동하는 역세권에도 차량 흐름이 원활하다. 교통 흐름을 어떻게 운용하는지 모르지만 차량 정체나 매연을 볼 수가 없다. 여행을 하면서 내가 얻은 결론은 철도와 트랩이라는 버스와 유람선, 산악열차와 케이블카까지도 스위스 패스 하나로 통용되기 때문인 것 같다. 즉 필요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시내는 레일 위를 달리는 2층 전기버스가, 2량에서 5량 정도를 달고 도로들 달리면서 승객을 잘 분산시키는 듯하다. 더욱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각 지역별로 누비는 대중교통 차량 종류와 호수와 지역을 출발 시각별로 실시간 공유하는 것이다. 도착과 출발시각 또한 정확하며 도착시각까지도 전광판과 모바일 앱으로 공유하니 너무너무 편리했다. 도로에는 가로지르는 현수막이나 광고대가 안 보인다. 화려한 간판도 찾아볼 수 없고 행인의 20-30프로는 무임승차하는 반려견과 함께 다닌다. 그러면서도 남녀노소 실외 아무데서나 뿜어대는 담배연기는 정말 아이러니였다.
첫째 날, 우리는 취리히에서 루체른으로 열차 이동 후, 루체른 역사에 20,000원정도하는 보관함에 케리어 네 개를 넣고, 아름답기가 빼어나 산중의 여왕이라는 리기산 행 유람선을 타고가 리기산 정상 해발2000미터까지 톱니구동으로 오르는 산악열차를 탔다. 모든 것이 신기하지만 호수와 집과 풍경으로 어우러진 전형적인 스위스 모습이다. 그 모습에 취한 사람들은 절로 적어도 한시긴 반을 걸어 하산하여 산악 열차가 아닌 10분 만에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를 탄다. 긴 줄 서서 한 시간 이상 지루한 기다림이지만, 이들은 느긋하게 대화하며 즐기는 듯했다. 리기산은 족히 우리를 여러 모양으로 서 있게 했다.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모습과 올라가 정상에서 눈 덮인 알프스 산맥을 보거나, 푸름으로 치장한 주위를 내려다 보는 모습을 담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댔다. 열여섯 시간 비행 후 이른 아침 스위스에 도착한 몸, 하산 트래킹 후 트랩버스를 타고 짐 찾아 루체른 숙소에 도착하니 절로 녹초가 되어 나는 씻지도 못하고 기절했다.
둘째 날, 스위스에서 가장 크다는 취리히 시내 중앙공원 벼룩시장으로 향했다. 골동품 수준의 가격이 새것과 비슷하거나 조금 싼 정도인데 득템 할 것도 있었다. 호객이나 경쟁, 흥정하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한 십분 흥정해 보니 파는 사람 사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 모두 즐거워한다. 누가 사가는 지는 모르지만 헌 시계 줄, 못쓰는 필름카메라 뚜껑까지 주인을 기다리는 것이 신기했다. 낡고 싫증나 버릴 물건 대부분이 구색별로 분류된듯하지만 무질서하게 공원 좌판에 흩어져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에는 기차를 타고 샤프하우젠으로 이동했다. 라인강에서 흘러 온 강물이 만든 라인 폭포의 모습과 솟아오르고 뒤틀리며 내려꽂는 시원한 물줄기와 웅장한 소리를 2-3메타 앞 전망대에서 보고 들을 수 있었다. 모두가 떠나기 싫은 발걸음들 뿐 이었다. 배낭여행을 하는 이유가 이런데서 찾아볼 수 있었던 하루였다. 여행 내내 달리는 차창 밖 풍경은 정말 어릴 적 동심의 동화마을 연속 이였고, 함께 빠져들고 싶은 충동이 샘솟는다. 꼭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산골 예쁜 오두막들은, 사람이 사는지 이야기 속 난장이들이 사는지 정말 자연속의 한 폭 그림이었다.
세째 날, 이른 새벽 지칠 만도 한데 가까이 루체른 호수와 공원 카펠교등을 둘러보고 서둘러 다음 여행지인 체르마트 마테호른을 찾아 나섰다. 족히 네 시간 동안 베른을 거치며 기차를 몇번 갈아타고 가는 여정이지만 지루한 줄을 몰랐다. 창밖 풍경은 쉴 틈을 주지 않았고 나는 놓칠세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생애 첫 유럽 자유여행에 도전하는 부모님의 편안한 여행을 위하여 줄곧 준비한 일정표를 보면서 모바일 검색으로 숙소 가는 길이나 볼거리 먹을거리를 찾느라 구경도 못하고 애쓰는 막내 딸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했다. 환갑지난 늙은이가 젊은 사람을 따라 갈 수 없었지만 대중교통 노선과 시각 현 위치 등을 함께 확인해 가면서 힘겹게 알프스산맥 남쪽도시 체르마트로 이동했다. 체르마트는 버스 택시 경화물차가 모두 전기차 뿐이었다. 마을이한 손에 잡힐 듯 아담했지만 초콜릿 모양으로 초콜릿 산이라고도 하는 만년설에 쌓인 웅장한 마테호른 때문에 널리 알려진 관광지다. 이른 아침 산봉우리에 햇살이 비칠 때 황금색을 띄면서 천천히 황금 초콜릿이 나타나는 모습을 베란다에서 보고자 산 가까이 예약한 호텔로 우리는 찾아갔다. 이제는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잊고 자연스레 자유여행을 즐기고 있다. 시내 상가를 누비면서 물건 가격이나 브랜드 등을 살피기도하고 일대의 호텔과 마트 레스토랑 등을 구경하기도 한다. 마을 한가운데 교회 근처에서공동묘지를 발견했다. 그곳은, 그리 크지 않은 면적에 여러 모양의 묘비와 글, 꽃과 식물들로 가지런히 장식된 공원 같은 공간 이었다. 누워 있는 이는 이 땅을 지키고 살다가 먼저 갔지만 마을에서 함께 머무르고 있었다. 묘지에 아랑곳 않고 주위에는 최고급 레스토랑과 호텔들도 즐비했다. 우리도 그곳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큰 딸의 배려로(인당 디져트 포함 8만원 정도) 양고기와 소고기 바비큐와 정통 서비스를 곁들인 만찬을 했다. 사장님이 자랑하시며 직접 서비스로 주신 백포도주 음미하면서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여 마담과 웃고 떠들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자유여행의 맛을 즐기고 있었다. 밤에는 천정 창으로 알프스의 가을 은하수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매일18,000보씩 걷는 피곤한 몸은 그냥 별빛에 묻히고만 하루였다
넷째 날, 이른 아침, 우리는 구름이나 안개 때문에 좀처럼 볼 수 없다는 황금호른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출발 전 연일 비 소식으로 옷과 우산 우의까지 챙긴 것이 액막이가 된 듯 모습을 드러낸 아름다운 황금호른을 보느라 늦은 조찬을 하고 헐레벌떡 챙긴 짐을 체르마트 역사에 보관하고 영문 모를 채 주네가호수행 산악열차에 오른다. 몸은 천근 만근이지만 새벽에 탕 속에 잠시 몸을 맡긴 탓에 견딜 만은 했다. 아내는 발가락에 물집이 집혔지만 파라다이스 아래 라이호수를 보면서도 주네가 호수를 찾아 가겠다고 산에 오른다. 산위에서 바라보는 눈 싸인 마테호른이 너무 아름다워 마구 사진 찍느라 피곤한 줄도 모르고 자꾸 오르고 있었다. 세 시간 가까이 오르자 마침내 바위 두개가 반 쯤 잠긴 슈텔리 호수가 나타났다. 작은 물고기 떼의 유영을 보면서 어떻게 내려 갈까는 잊은 지 오래다. 다시 올 수 없다는 아쉬움에 역사에 남을 사진을 찍는다. 잡은 구도에 감탄하고 있는데 국적 모르는 여행객들이 연신 부탁을 한다. 그 솜씨에 프로작가로 각인되어 한참 더 수고했다. 물속에 거꾸로 잠긴 마테호른의 모습과, 호수 언저리 바위의 영상과 칭찬과 흐뭇함으로 베낭을 채운다. 빙하수는 아니었지만 산꼭대기에서시작 되었을 물소리가 조잘댄다. 나는 가지고 온 고리컵으로 청량한 맛이라고 말할 물을 연신 퍼 마셨다. 이 물의 만남은 호수고 헤어짐은 폭포리라 노래하며, 목마른 줄도 배고픈 줄도 지친 줄도 모르며 내려오다 보니 또 하루가 후딱 지나가고 있다. 기차를 서너 번 갈아타고 산과 협곡 지대를 지나니 바다 절경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툰 호수가 있는 인터라켄 ost 도착한다. 기차를 또 갈아타고 예약된 숙소가 있는 조그마한 시골마을 라우터브루넨을 찾아 나섰다. 지면에서 족히 300미터가 더 될 만한 높이의 벼랑 산꼭대기의 마을 풍경을 보면서 기차에서 내려 좌우를 살핀다. 홍수가 지거나 산사태가 나면 어쩌라고 산 아래나 중턱에 집을 짓고 살까하는 의구심이 든 협곡 언저리 마을이다. 이곳에 숙소를 정한 것은 그 높이에서 내려 꽂히는 슈타흐바흐 폭포 물줄기를 창밖으로 보면서 빙하협곡을 눈에 담고자한 가이드 막내딸의 용기 때문이었다. 늘 알고는 있었지만 유럽은 오래된 역사를 귀히 여기며 간직하는 탓에 호텔시설이 머무르는 곳마다 규모면에서는 무척 소박했지만 있을 것은 다 있고 더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정갈함이 스며 있었다. 소품하나에도 의미를 두고자했고 모양과 방향까지도 세심한 배려로 정갈함과 정겨움이 함께 어우러진 쉴만한 공간들이었다. 시골답게 큼지막한 방 하나에 주방과 거실, 욕실과 화장실이 따로 분리되어 배치된 펜션 같은 이층집 일층이다. 모처럼 장 본 것으로 주방에서 셋이서 요리를 해 먹으면서 여행의 또 다른 묘미를 즐겼다. 이제 두려운 내일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섯째 날, 이른 새벽 일찍 일어나 구름 한 점 없는 알프스 가을 하늘의 은하수와 오리온 등 반짝이는 별들을 카메라에 담아도 본다. 땅거미가 걷히자 햇살에 비친 길일다란 슈타흐바흐 폭포의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보니 탄식이 절로 나왔다. 이래서 스위스 여행을 한 사람은 또다시 스위스를 동경하여 찾아 오는 것이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 높은 곳까지 물은 어떻게 올라갔고 그 물줄기는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이며 단애는 언제까지 그 자리를 지킬지를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인터넷에 올라온 그림 같은 숙소의 사진 속에 우리들 모습을 넣기에 바빴다. 오늘 일정은 우선 스튜디오 기념 촬영과, 예약한 렌트카 찾기다. 인터라켄으로 가는 기차에 오르려니 아뿔싸 기차가 켄슬이라고 전광판으로 안내한다. 새벽 한기도 피할 겸 쿱이라고 하는 마트에 들러 이것 저것 장거리를 구경하면서 가지고 갈 것을 챙기다가 30분 늦게 출발했다. 도착한 인터라켄 OST에서 구글의 위대함으로 작은 스튜디오를 찾았다. 정말 볼품없이 초라한 줄만 알았는데 그룹 AOA의 전통복 사진을 보면서 연예인이나 된 듯 전통복으로 환복한다. 스무 장 넘게 찍고, 찍은 사진파일 원본을 메일로 받고 보니 흐뭇하여 정말 잘했다고 딸에게 칭찬세례를 한 후 이제 렌트카를 찾아 나선다. 렌트하는 곳, 인타라켄 반납하는 곳은 취리히 공항으로 예약된 차를 인수 할 곳이 호텔로 되어 있어 낭패는 아닐까 하면서 30분 늦게 찾아가니 호텔 한 켠에 조그마한 사무실을 내어 운영하는 유롭카를 발견했다. 사기이거나 점심시간이 걸리면 어쩌나하고 안절부절 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우리는 낯선 아우디 A4에 타고 주차비 정산도 배우고 우아한 점심을 먹으로 인터라켄 ost 앞 이층 레스토랑에 이른다. 뷔폐는 우리 식문화와는 너무 큰 차이가 있었다. 메뉴별 접시별 가격으로 셋팅 된 음식을 담아 카운터에서 정산하고 식사하는 식이었다. 이제 차를 타고 아들이 부탁한 가방 사러 나섰다. Freitag 브랜드 가방이다. 많은 시간을 헤매게 한 미션이었다. 걷다가 차를 타고 찾으니 수월하기는 한데도 계속 뺑뺑이 돌기라, 호텔 주차장에 주차 후 길거리서 알 만한 사람을 찾아 물어보니 인터라켄에는 그 매장이 없다는 사람, 본 듯하다는 사람 등 도무지 오리무중이다. 할 수 없어 내일 일찍 취리히 매장을 방문하기로 하고 검색하니 비행기 탑승시간과 개점시간의 여유가 30분이라 낭패가 났다. 그 때 점심시간 세 시간 휴식이라 붙어서 들리지 못한 점포(서역의 빅토리녹스로 기억)에 문이 얼려 들렸더니 친절하게도 한국인 사장님이 종업원에게 직접 안내해 주고 오란다. 천재일우란 말이 생각났다. 가서보니 매장은 함께 쓰는 상가 한 켠 윈도우에 한줄 썬팅 간판이다. 우리가 찾을 수 없는 이유고 사람들이 잘 알 수 없는 이유인데도 동양인 구매객들이 카운터에 줄지어 선 모습을 보고서야 뿌듯한 마음으로 가방을 챙겼다. 쇼핑을 마치니 야! 이제는 신나는 드라이브다. 하지만 헤매느라 진이 빠져 고작 어제 도착한 숙소로 한 이십분 달려온다. 오후 다섯 시 반 허전한 마음 추스르고 다시 한 시간 달려 간곳은 산골 옥빛호수인데 땅거미가 내리는 늦은 시간이라 사진 찍기도 버거웠지만 차창에서 바라만 보던 강원도 산길보다 더 구불구불한 스위스 산중턱 길을 직접 차를 몰고 넘나들며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시키고 있다는 뿌듯함에 모든 피로가 사라지고 새 힘이 솟아나는 듯한 하루가 지나간다.
여섯째 날, 동트기 전부터 스위스의 마지막 밤을 뒤로하고 새벽 일찍 짐을 싣고, 어제 산 백팩이 탐이나 큰 딸에게 선물할 욕심으로 하나를 더 사고자 취리히 ost근처에 있는 매장으로 네비를 맞추고 07시 10분 126키로 드라이브는 시작되었다. 물안개 피어 오르는 인터라켄 튠 호수와 목초지로 출근하는 소떼와 양들, 멀리서 보니 더 앙증맞은 전통가옥의 아름다움들도 탐났지만, 길도 초행이고 운전도 초행이라 잠깐 슬쩍 훔쳐 볼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번갈아 운전대를 잡아 보려는 마음은 먹었지만 신경이 곤두서 혼자 운전하며 라우터브루넨에서 취리히로 이동했다. 계속된 산길이 강원도 귀네미 마을이나 이화령보다 더 높고 좁고 구불거려 기념 삼아 네비의 안내사진을 찍으라고 하고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오금이 저려 도저히 운전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기다랗게 꼬리를 문 차량행렬을 인도하며 산마루 안전지대까지 가긴 한 숨을 돌렸는데, 올라온 아랫길을 보고서는 깜짝 놀랐다. 엊그제 까지 기차와 트랩여행을 하면서 좌우로 펼쳐진 풍경에 감탄했던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산마루 위에서 내려다보는 새벽 호수의 물안개 쌓인 풍경을 바라보고 셔트를 누르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는데 차들은 겁도 없이 잘도 달린다. 나도 이제 대열 중간쯤 합류하여 좌우 경치를 훔치면서 조심조심 80키로 속도로 도로를 달리는데 아뿔싸 왼쪽에서 번쩍하고 후래쉬가 터진다, 과속단속 카메라인 것 같다는 아내의 핀잔이 영 마음에 걸린다. 스위스 초보인 나는, 주눅 들어 제한속도와 차속도만 보면서 오느라 네비 볼 시간을 놓쳐 두 번쯤 돌아 취리히 OST근처 1프랑에 30분만 허용하는 주차구역에 주차타임 시계를 10시로 돌리고 헐레벌떡 빅토리녹스 매장을 찾았는데 찾는 가방은 없단다. 건너편 매장에 비슷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대답에 썩 마음에는 내키지 않았지만 나중에 후회 할 것만 같아서 가서 44.9프랑을 지르고 비슷한 것을 사왔다. 이제 남은 일정은 360km를 주행한 아우디 A4 오토매틱 차량에 기름을 가득 채워서 반납하는 것이 남았다. 미리 안내받은 주유소에 들러니 셀프인지라 방법을 몰라 안내 문구를 해석 중이었는데 고맙게도 친절한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다. 너무 부드럽고 조용해서 휘발유 차령인 줄로만 알았던 아우디A4 차량에 디젤 39리터 43000원정도 주유하고 주유기 번호를 편의점 카운터 알려주고 38.9프랑 결제 후 돌아서 렌트 반납 위치인 공항 주차장 P3존 유롭카 구역에 조심스레 주차한다. 스크래치 확인 후 미리 촬영하고 받아둔 내역과 주유확인, 내용물 손괴와 분실물 확인 후 굳 땡큐로 반납했다. 백팩 때문에 쫓겼던 미련 때문에 공항매장과 면세점을 뒤져본다. 산 것과 같은 것을 찾지 못하자, 나만 당첨된 로또인 냥 즐거워하며 매일 16000보에서 24000보 강행했던 꿈같고 숙제 같았던 다이어트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2018년 10월 4일부터 11일까지.
*교통비:1일 1인 약10만원, 렌트 비: 보험, 주유, 주차비포함 1일 약22만원, 식비: 쿰 마트 이용 시 1일 1인 약3만원, 레스토랑 이용 시 후식포함: 약7만원, 숙소:2인 1실 조식포함 약30만원, 미포함 숙소 약20만원, 항공: 경유노선 110만원, 직항 150만원이상, 렌트비 지출 143프랑 주유비 지출 39프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