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 봉말순여사 서울에서 단칸방에 신혼살림할때이다.
강원도 탄광에 취직되어 가 있는 오빠 봉말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요즘처럼 핸드폰을 발달린 놈은 다들구 다니던 시절이 아니다.
집전화두 없어서 친척들한테는 주인집전화번호를 알려줬었다.
주인집으로 전화를 받으러 가보니 주인집식구들이 식사중이어서
어려운 상태로 받았다.
내용을 잘 듣지는 못했어도 오빠로부터 삼척에서 집이 좀 가까운
장성에 있는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로 왔단다. 경치두 좋고 하니
두내외 한번 오라구 하는 전화다. 분위기 땜에 그저 네 네 하기만 했는데
확실하기는 장성에 와서 대한석탄공사 사무실을 찾아 봉말구
이름을 대면 사택을 알려준다는 내용이다.
봉여사 남편 오범중한테 말하니까 두내외 맞벌이 하느라 둘다
가기는 힘들고 말순씨 혼자 한번다녀 오란다. 장성이라고 하드라니까
“우리처남 나보다 군대는 쫄병이지만 요령은 좋다. 우째 벌써 간지도
얼마 되지두 않는데 강원도 탄광을 빠져나왔고 총각이
사택두 차지했데 우리보다두 신세가 낫네”
“아니 그럼 장성이 강원도가 아니유?”
“장성은 전라남도여 홍길동이의 고향이지 호남선이니까
영등포역에서 기차를 타구가면 멀어서 그렇지 한번에 갈수가 있지”
오범중 어떻게 알았는지 장성출신 이영진씨의 시도 눈을 지긋이 감고 읊조린다.
아파트 사이로 수평선을 본다 / 이 영진
네 등뒤에 서서 너를 배웅하는 일은 언제나 눈물겨워 좋다.
이럴 땐 등까지 차오르는 내 이유 없는 슬픔에도 온기가 배인다.
눈시울 가득 차오르는 눈물 너머로 너를 바라다보면 멀어지는
네 어깨의 수평선은 보폭을 따라 출렁이고 너는 멀어지는 만큼
내 안으로 걸어 들어와 불을 켠다.
모퉁이를 돌아 네가 사라진 뒤에도 나는 쉽사리 돌아서지 못하고
문득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아파트 사이마다 높게 걸려 빛나는
수많은 수평선들이 보인다.
봉말순 여사 어렵게 시간을 내서 오빠를 찾아 가기로 하고 보니
그냥 가는것 보다 오빠 색시감을 한번 물색해서 같이 가는 게
좋을 듯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주인아주머니 먼 친척 노처녀를 소개해서
같이 동행하게 됐다.
열차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말순씨 올케후보생으로 따라가는 아가씨 보고
이름을 물어봤다.
“이름이 뭐유”
“예 연재라구 해요”
말순씨 기가 죽는다. 벌써 이름만 들어 두 자기이름보다 얼마나 세련되냐.
오랜 시간 기차 여행 끝에 드디어 장성역도착
기차에서 내려서 길을 물어봤다.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가 어디 있시유?”
“장성엔 그런데 없어라”
봉여사 여러 사람한테 물어도 대답은 동일
그런데 한 어설픈 녀석이
“방구삼거리 한번가보시오 잉 거기 연탄공장이 있응께 물어 보드라구”
참 희한한 이름이 다 있네,
방구삼거리가 뭐여
방구를 안 뀌면 못 지나간다는 뜻이여 아님
방구를 뀌면 못지나간다는 뜻이여
좌우지간 봉여사 방구삼거리에 있는 연탄공장을 가서 물어봤더니
그 곳에서 제일 높은 연탄공장 공장장 왈
“우헤헤헤헤헤 내가 연탄공장을 해서 말이시 이 장성바닥에선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아는 사람 나 밖에 없지라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는 전라도 장성이 아니라 강원도 태백에 있소 태백시 장성리”
“뭐뭐뭐뭐뭐뭐 강원도 태백시 장성리에 있는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아니 대통령은 그래 같은 지명을 여기저기 지어놔 가지구 국민들 왜 헷갈리게 헌데유?”
봉여사 이제는 대통령을 원망 한다
봉말순 여사 본인은 이눔의 헷갈리는 지명땜에 고생하는 건
팔자에 타구 났다 치드래두 저 곱고 고운 올케후보생 연재씨 한테는 미안해서 어쩌누......
봉말순여사 오기가 나서 연재씨랑 그 길로 강원도 장성을 찾아가고야 말았다.
不干不吃了病 (불간불흘료병 : 모진놈 옆에 섰다가 벼락맞는다)
이말이 갑자기 생각나네 죄없는 연재씨 덩달아 고생
전라도 갔다가 강원도 갔다가...
아무리 봐도 연재씨의 앞날도 범상치는 않을 것같은 예감이......
재미있으셨다면 댓글도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