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자라며 다양한 일탈(Deviation. 이른바 '문제행동'이라고 하는)행동을 보여요.
어떤 내용은 2~3세쯤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또 어떤 내용은 6~7세에, 또 어떤 건 학령기 전반에 걸쳐 나타나기도 하며, 때론 일과성(一過性)으로 스쳐지나가기도 하고, 여러 일탈이 중복해서 나타나 고질(痼疾)처럼 끊임없이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고 가족까지 힘들게 합니다. 아이에게 어떤 일탈행동이 내재화(lnternalization, 內在化)할 때, 유심히 행동을 관찰하고 섬세하게 환경의 변화를 살피면, 더 일찍 그 신호를 포착할 수도 있어요.
TV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 정신과 의사인 오은영 선생님의 처방과 상담이 상당히 인기가 있더라고요. TV에선 쉽게 보지만, 몇 개월을 대기해야 한다거나 검사와 상담 비용도 엄청나다고 들었어요. 개인의 특화한 능력을 사회적 선의와 의미를 살리는 방향이면 더 좋을 법한데, 접근이 어려운 점은 아쉬운 대목이기도 해요. 오늘은 성장기의 다양한 일탈(Deviation)행동을 가볍게 공부해보겠습니다.
참고로 전 AMS 인턴쉽을 마친 교사이기도 하지만, 1급 상담지도자, 독서지도자, 복지사 자격을 갖고 있으며(아, 운전면허도^^) 가족관계 상담과 성장기 심리상담 전문가이기도 해요.
97년 2월생이니까, 사랑스러운 엉덩이의 주인공이 우리집 막둥이 18~20개월쯤 되겠네요...^^
아이들이 자라며 보이는 일탈행동 중에 수줍음, 부끄러움, 산만함, 과잉행동, 폭력성, 다양한 불안증, 언어발달의 문제, 성적인 행동, 거짓말, 소유욕, 충동성, 신경증적 행동, 일과성 틱, 대인관계의 문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답니다. 정신의학에선 장애(Disability)란 이름으로 사회적 모델과 의학적 모델을 포함하는 다양한 발달장애를 다루는 데 반해, 저 같은 상담 전문가들은 성장기의 인적 물적 환경과 인과 관계를 중심으로 사례를 다룬답니다.
몬테소리 선생님의 아이들을 느끼는 탁월한 통찰력, 특유의 과학적인 교육방법론은 현대의 발달심리와 상담학, 가족학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압도적인 교육 사상가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선생님 자체로도 가히 인문학의 보고라고 할 만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애니타임 존경 뿜뿜...♡
제가 '부모교육'이란 이름으로 매 시기 학부모님들과 지속적인 대화와 상담을 할 수 있었던 건, 영유아기를 관통하는 보육원과 어린이집에서의 경험, 대형교육기관의 '방과 후 몬테소리 프로그램'을 통한 6~12세 과정, 그 속에서 아이들이 보여준 온갖 문제를 통해 스스로 각성하고 단련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저의 부모교육은 늘 뜨거웠어요. 몬테소리교육에서 부모가 배우는 일은 정말 중요하거든요.
로마 뒷골목 슬럼가에서 발견한 위대한 관찰을, 선생님은 '어린이의 비밀'( The Secret of Childhood. 1936)에서 '교육의 기적'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교육(Self-Education)을 완수하는 과정을 이 책에선 매우 과학적이고 치밀하게 설명하고 있어요. 선생님 사후에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몬테소리 부흥운동(Montessori Movement)은 외아들 마리오 몬테소리와 손녀 레닐레 몬테소리에 의해 지속적으로 이어졌어요.
아들 마리오는 어머니가 남겨놓은 교육 이념을 완성하기 위해 몬테소리 운동에 전념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어린이를, 핀을 꽂은, 박제된 나비처럼 만들지 마라.”
어때요? 좀 찌릿찌릿하지 않나요?
사실 이 말은 선생님이 생전에 교사 양성코스를 지도하며 교사들에게 늘 했던 말이랍니다.
이론적 배경은 이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제가 관찰하고 기록하며, 또 가르치고 배운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건 '집중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었어요. 아이의 소소한 일탈을 일상 속에서 감지하면, 교사는 더욱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아이를 대하게 됩니다. 즉 뭔가를 작업하도록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작업을 시작하면 최대한 방해받지 않도록 아이를 둘러싼 환경을 조심스럽게 콘트롤해야 해요. 그리고 스스로 이끌린 어떤 작업으로 집중이 완수되었을 때, 교사는 아이의 표정과 에너지를 잘 살피며 가능한 한 충분히 쉬게 하는 게 좋답니다.
집단상담이어요. 타인의 고통과 경험에 공감하고 자각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한번 볼게요. 어린이집에 입학한 후 소소한 일에도 걸핏하면 울어 주요 관찰대상^^이었던 만 3세의 여자아이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오전 내내 63개의 색판(Color Tablets)을 깔아놓은 매트를 벗어나 피아노 의자 밑에까지 침투하며 색판 늘어놓는 일에 집중하는 걸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그 아이가 작업을 다 마쳤을 때 "선~생~니임~"하고 제게 다가오더니, 곁에서 지켜보던 제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누워, 단 몇 초도 안 되어 잠들었어요. 그 놀라운 완전한 휴식!
그날 이후 아이는 일주일 내내 오로지 그 색판 교구에만 집중했고, 전 그때 어머님께 가정 통신문을 보냈어요. "요 며칠 동안 아이에게 매우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니 최대한 조용하고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세요."라고 말이어요. 그렇게 일주일이 흐른 후 아이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소소한 트러블에도 쉬 짜증 내며 울던 아이가 눈물이 뚝 사라졌고 매우 밝아졌어요. 누구의 설명과 방해, 갈등 없이,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울화, 짜증, 눈물에 길든 자기를 물리친 거죠. 선생님이 저서에서 '개선하는 전차'처럼 전쟁터에서 아이들이 돌아온다고 표현했던, 그런 상황인 거죠. 더 놀라운 건 말여요, 아이가 밝아지자 집안 분위기가 전보다 화목해지는 건 당연하겠지만, 당시 OO전자에 다니던 아빠가 그 시기에 회사에서 승진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거였어요. 그 아빠 지금은 쉬 만나기도 힘든 OO 임원이래요...^^
교육청 주최로 각 지역의 도서관을 순회하며 부모교육을 했어요. 이 뜨거운 열정도 집에 돌아가면 '내가 언제?'...^^
또 다른 남자아이 얘기입니다. 이 제자는 가족 모두가 지금까지 친하게 지낸답니다...^^
엄마는 서울서 대학을 다닌, Little 패셔너블 & Many 모던한^^ 분이었는데,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데리고 왔을 때, 아이는 엄마 치마 뒤에 숨어 얼굴을 내보이지 않았어요. 한눈에 몹시 까탈스럽고 내향적이구나, 싶었죠. 저희 어린이집 입학원서는 좀 특별해서, 질문에 답하고 항목마다 기입하는 데에만 30분, 또는 그 이상 걸리는, 마치 생육사의 기록서 같은 거였어요. 당시 어느 검사 부인이었던 콧대 높은^^ 한 엄마는 어린이집 원서 쓰는 일이 자존심 상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어요...@"@;; 그렇게 복잡한 형식의 입학원서는 아이의 생육 환경과 기질적 특성을 정확히 알고 시작하겠다는 뜻이었어요.
아무튼, 이 아이는 온몸으로 민감한 아이였는데, 고래와 자동차에 푹 빠져있었어요. 입학하자마자 어린이집에 있는 고래와 자동차에 관한 모든 책과 부교재를 순식간에 섭렵했어요. 전 이 아이 때문에 고래 그림과 자동차 그림 엄청 그렸습니다...ㅠㅠ 특히 입학 초기엔 제가 그린 자동차, 고래 그림 위에 기름종이를 덮어 베끼고 색칠하는 작업에 매우 집중했어요. 나중엔 색종이 접기(학, 전투기를 정밀하게 접을 만큼 감각이 예민했던^^)와 바느질을 일년 내내 했던 아이랍니다. 이 아이는 색종이를 반으로 접다가 꼭지점이 잘 안 맞으면, 불같이 화를 내며 제게 색종이를 뭉쳐 던지며 때리기도 했어요...ㅠㅠ
처음엔 끝을 제거한 바늘과 종이바느질로 시작해, 마침내 자기 혁명에 성공한 닥터 김의 유년기...^^
지나치게 민감한 신경증적 기질과 충동이 특징인 아이였는데, 그렇게 만 4년을 꼬박 몬테소리교육을 받고 졸업했답니다. 그 아인 지금 경북대 의대 전문의 과정 중입니다. 제 막둥이가 어깨 수술하느라 백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어떤 과정으로 그 소식을 들었는지 아이 엄마가 백만 원을 들고 병문안을 올 정도로, 늘 제게 감사를 표하는 분이며 지금도 가족 모두 친하게 지냅니다. 전 이 제자가 부산에서 개업해 제가 늙어 아플 때 공짜로^^ 치료 해주면 얼마나 행복할까, 손꼽아 기대하고 있답니다...^^
얘기가 자꾸 길어지네요.
이런 사례를 쓰는 건 성장기의 일탈행동과 행동수정의 원리를 쉽게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작업을 통한 '집중'은 스스로의 힘으로 완수하는 자기 혁명이며 자기 치유의 핵심입니다. 앞에서 줄줄이 얘기한 모든 일탈은 선생님의 흡수정신(Absorbent mind)을 통해 수정이 가능합니다. 어떤 아이는 며칠 만에, 어떤 아이는 몇 달에, 어떤 아이는 한두 해에 걸쳐(또는 그 이상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일으키려고, 본능(Horme)의 힘으로 진력을 다합니다.
일상생활 영역의 바느질은 매우 중요하게 여겼던 작업이라 다양한 형태로 제시했어요. 지능 발달, 협응력, 조정력을 키우는 작업.
그렇게 소중한 시간을 보낸 아이는 스스로 견고하고 성실하며 따뜻하고 친절하게 변합니다.
그 변화의 과정을 온전히 지키고 기억하며 기록한 교사는, 아이들이 표현하는 그 모든 과정의 좌절과 불안과 기쁨을 함께 겪으며, '침묵의 격려'와 '시냇물처럼 낮게 흐르는 시선'으로, '전인격적인 통찰력의 세계'를 아이에게서 늘 배우고 깨우칩니다.
또 이야기가 니 맛 내 맛도 없는 피자의 치즈처럼 죽죽 늘어났네요...^^
아이들을 향한 사랑의 편지라 생각하시고 찬찬히 읽어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