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이유는 감기를 잘 이겨내기 위해서입니다.
아이 몸에 침입한 감기 바이러스가 체온을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해 아이의 몸이 스스로 체온을 올리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체온이 올라갈수록 면역세포가 더 활발해지기 때문이죠.
그래야 활발해진 면역세포가 감기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으니까요.
열감기에 걸리면 체온이 38도씨로 올라가는 일은 흔하지요.
이럴 때 해열제를 먹여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먼저 열감기에 걸리게 되었을 때 상황을 보겠습니다.
정상 범위이던 아이의 체온이 갑자기 38도씨 이상으로 후끈 올라갑니다.
(그래프의 가로축은 시간, 세로축은 체온입니다.)
만약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놔두게 되면 아이는 대략 30시간 정도 열감기를 앓게 됩니다.
열감기를 앓을 만큼 앓고 나면 열은 저절로 떨어집니다.
이 30시간동안 아이의 면역세포는 열심히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는 일을 하지요.
바이러스를 다 처리하고 나서야 비로소 아이의 몸이 스스로 열을 정상 체온으로 떨어뜨리게 됩니다.
여기서 두 가지 사항에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아이의 면역세포가 감기 바이러스를 충분히 다 죽이기 위해서는
첫째, 38도씨 이상의 체온과 둘째, 30시간 내외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체온과 시간은 개인차가 있고요.)
그런데요, 보통 아이의 체온이 38도가 넘어가면 엄마들이 해열제를 먹이죠.
(그래프에서 파란색 동그라미는 해열제 투여시점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체온이 38.7도씨가 되었다 치면 엄마는 재깍 해열제를 먹이게 됩니다.
해열제를 먹이니 열이 바로 38.0도씨로 떨어지네요.
신난 엄마는 해열제를 한번 더 먹입니다.
그러자 열은 37도씨까지 떨어집니다.
이제 열감기가 낫나 보다 싶었는데, 왠걸요.
열이 다시 후끈 오릅니다. 다시 38.7도씨가 되어 버립니다.
놀란 엄마는 다시 해열제를 먹입니다.
다시 38.0도씨가 되었네요.
열감기가 확실하게 낫도록 이번에는 36.5도씨가 될 때까지
해열제를 계속 먹여야겠다 싶습니다.
그런데 왠일일까요. 아이의 체온은 다시 39도 가까이 훅 오릅니다.
이런 경험을 가진 엄마들이 꽤 있을 겁니다.
이런 경우도 있을 겁니다. 아이의 열이 39도씨 이상으로 오르는 경우요.
열감기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체온이 39.5도씨로 훅 오르는 거죠.
엄마로서는 굉장히 놀라고 당황스럽습니다.
위의 경우처럼 해열제를 먹여보지만 떨어지는 듯 하다가도
금새 다시 훅 올라갑니다.
왜 이렇게 해열제를 여러 차례 먹여도 자꾸 재발열이 생기는 것일까요?
그건 아이의 몸이 스스로 체온을 올리기 때문입니다.
감기 바이러스를 충분히 죽이기 위해서는
38도씨 이상의 체온과 30시간 내외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해열제가 자꾸 체온을 억지로 내립니다.
해열제가 자꾸 30시간을 중간에 끊어 버립니다.
그래서 해열제의 약 기운이 떨어지면 아이의 몸이 다시 발열을 일으키게 됩니다.
30시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아이가 열감기에 걸렸을 때 어찌 해야 할까요?
이렇게 해보십시오.
만약 아이의 체온이 38 ~ 39도씨 사이라면 그냥 지켜 보십시오.
이 구간의 체온에서는 결코 뇌손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뇌손상이 일어나려면 41.5도씨로 체온이 올라야 합니다.
그러니 38~39도씨는 안전 청정 구간입니다.
이 구간의 발열에서는 해열제를 먹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30시간, 즉 하루 반의 시간을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만약 아이의 체온이 39도씨가 넘었다면요?
네, 이럴 때가 정말 고민이 되죠.
이렇게 해보십시오.
39도씨가 넘는 체온이 되면 아이가 힘들어 할 수 있죠.
39도씨가 넘는 체온으로 인해 뇌손상이 생기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가 조금 덜 힘들게 열감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체온 구간을 한 칸만 내려주자는 겁니다.
그래서 체온이 39도씨가 넘은 상태에서 해열제를 딱 한번만 먹여 보세요.
38 ~ 39도씨 구간에서 체온이 30시간 유지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해열제를 딱 한번만(혹은 최소한으로) 먹이라는 말씀입니다.
(체온을 36.5도씨까지 떨어뜨리기 위해서 해열제를 수차례 먹이지 마시구요.)
(만약 아이가 별로 힘들어하지 않는다면 해열제를 먹이지 말고 지켜보셔도 됩니다.)
이렇게 한다면 하루 반 동안 아이의 면역세포가 열심히 바이러스를 죽인 후
체온이 저절로 정상으로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감기에 의한 발열이 맞다면 열은 반드시 떨어집니다.
발열이 자연 해열되기까지 아무리 길어도 사흘을 넘기지 않으니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세요.
열감기와 싸우는 아이를 도와주고 싶다면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입니다.
또한 호흡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따뜻한(혹은 미지근한) 물을 자주 먹여주시면 좋습니다.
감기 한약을 먹이시면 더욱 좋습니다.
따뜻하게 데운 감기 한약을 먹이신다면 아이가 감기를 잘 이겨내는데
더욱 도움을 줄 것입니다.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고들 하지요.
우리 아이가 감기를 이겨내는 면역력을 잘 키운다면
아토피, 비염, 천식 등과 같은 질환과도 담을 쌓으며
밝고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을 것입니다.
(2장 105 ~ 120 페이지 '감기' 편의 내용을 요약하고, 또 지면 관계 상 미처 싣지 못한 내용도 함께 펼쳐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