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여행 칠일째 ( 마드리드 - 세고비아 알카사르성- 로마수도교- 대성당 )
비가 조금씩 내린다. 우산을 쓰고 걷는 마드리드의 거리도 차분하고 운치 있다. 그리고 조금 후면 책으로만 보던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볼 수 있다. 우리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으로 향하는 중이다.
소피아미술관은 20세기 스페인을 대표하는 피카소, 달리, 미로 등의 회화와 조각 작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현대미술을 전시하고 있다.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피카소의 작품들과, 살바트로 달리의 그림들을 중점적으로 보고자 했다.
미술관을 들어서니 대형 메트로놈이 눈길을 끈다. 메트로놈의 큰 눈동자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똑딱 똑딱....... 이 미술관에서의 빠르기는 안단테보다 더 느린 라르고가 좋겠다.
메트로놈 사진만 따로 찍은것이 없어 선생님 사진으로..... ^^;;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의 그림은 무언가 꿈속인 듯 현실인 듯 무의식 속의 환상의 세계를 그려 놓은듯하다. 그런 그림들 속에서 특히나 눈길을 끄는 건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창가에 서 있는 소녀와, 기타를 연주하는 삐에로. 그녀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을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그림이다.
달리의 창가에 서 있는 소녀 (사랑스러운 그림이다)
달리의 기타를 연주하는 삐에로
기타를 좋아하니 기타만 눈에 보인다. 그림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ㅠㅠ 아시는분 알려주세요.
그리고 드디어.....
말로만 듣고 책에서만 보았던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볼 수 있었다. 여기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인터넷 이미지를 찿아서 올려 본다.
파블로 피카소 게르니카 ( 349 x 776.6cm )
소피아 미술관에서는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이곳 게르니카가 전시된 공간은 사진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만큼 미술관의 소중한 보물이어서 그런듯하다.
게르니카가 전시된 반대편 전시실에서는 게르니카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기록물이 상영되고 있었다. 스페인 내전당시, 프랑코군는 독일 공군의 지원을 요청했고, 요청을 받아들인 히틀러는 창설중인 독일 공군의 신병기 실험장으로 게르니카를 이용했는데, 그 결과 바스크족의 수도인 게르니카는 무차별 폭격을 당하게 되고, 민간인 1,5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비극이 일어난다.
당시 피카소는 파리에 머물면서 파리 만국 박람회에 출품할 작품을 의뢰 받았었는데, 모국의 비극적 소식에, 준비 중이던 ‘화가의 모델’이라는 원래의 구상을 접고, 거대한 캔버스에, 그것도 단 2개월만에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그림 게르니카를 완성해 낸다. 그러나 스페인 내전이, 프랑코군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피카소와 게르니카는 스페인으로 갈 수가 없었단다.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전시되던 이 그림은 뉴욕의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가, 스페인에 민주 정치가 부활되는 날에 “게르니카”를 스페인 땅으로 보내달라는 피카소의 유언에 따라, 1975년 프랑코가 사망한 뒤에야 비로소 조국 스페인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림속 인물들의 슬픈 눈, 어린 아이를 끌어안고 절규하는 엄마, 상처 입고 울부짖는 말, 쓰러진 채 부러진 칼들 들고 있는 남자. 무심한 황소의 눈빛, 갈 곳을 몰라 방황하는 사람들...... 칼라를 쓰지 않은 무채색으로 그려진 그림 앞에서, 무엇에 한 대 얻어 맞은듯, 잠시 멍하게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다. 왜 게르니카를 대작이라고 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처음엔 그 거대한 크기에 놀랐고, 그림을 들여다 보면 볼수록 가슴속에 뜨거운 무엇이 꿈틀거리더니 끝내는 눈물이 되어 흐른다.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런 건 절대 경험하지 못 할 줄 알았는데, 이번에 그것을 알아 버렸다. 계속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면서도 오래도록 그 그림 앞에서 떠날 수 없었다. 더 담아가고 싶었다. 두 눈 속에, 이 마음속에 깊이 깊이........
피카소 거대한 크기의 “게르니카”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신문 기사의 사진을 인용)
미술관을 나오면서 기념품 가게에서 달리의 창가에 서 있는 소녀와, 게르니카가 그려진 작은 엽서를 구입 하였다. 가끔 들여다보며 여행을 추억하게 되리라.
이제 세고비아로 향한다. 세고비아라고 해서 리냐레스의 세고비아를 떠올렸지만, 그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곳이란다. 세고비아에는 이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건재한 로마의 수도교가 있고, 백설공주성이라고도 불리는 알카사르 성이 있다. 테츠카 선생님은 아름다운 알카사르 성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장소로 우리를 이끄셨다.
아름다운 알카사르 성을 배경으로 우리도 공주가 되어 볼까나~~^^
알카사르 성은 이슬람 지배후, 스페인에서 무어인을 몰아내기 위해 축조된 건축물이라는데 너무 아름답다. 이런 동화 같은 이미지에 월트 디즈니에서는 백설공주의 배경 이미지로 사용하고, 디즈니랜드에 똑같은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저 쪽으로 로마 수도교가 보인다. 영토 확장으로 인구가 늘어나니 물 사용량도 늘어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근처 산에서 물을 끌어 오기 위해 만든 수로가 바로 로마 수도교이다. 연결 되는 길에 산이 있으면, 산을 뚫고, 계곡에 막히면 다리를 놓고 해서 만든, 물이 지나는 통로인 수도교. 이천년 전 건축물이 지금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저 거대한 다리를 건축할 때 시멘트와 같은 접합 재료를 전혀 쓰지 않고 화강암만 썼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수로로 이용되고 있다고 하니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지금까지 건재한 로마 수도교 (규모가 어마 어마 하다)
점심 식사로는 꼬치니와 아사도. 태어난지 2개월 정도 된 어린 새끼 돼지 구이인데, 이것을 먹을지 말지, 여행이 시작되기 전부터 의견이 분분했었다. 같은 돼지고기지만, 아기 돼지여서 망설여졌던 것인데, 스페인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중 하나로 소개된 만큼, 먹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결정 되었고, 이곳 세고비아에서 로마교를 바라보는 전망 좋은 식당에서 맛볼 수 있었다.
구이가 나오자, 식당의 주인장일까... 새끼 돼지를 위한 의식인듯 퍼포먼스가 거행된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사람들의 먹거리를 위해 희생된 새끼 돼지를 위한 축성이려니 생각한다. 축성이 끝나자 들고 있던 접시로 구이를 자르더니 바닥으로 냅다 던져 버린다. 바닥으로 팽개쳐진 접시는 산산조각이 나 버린다. 아마도 구이를 자른 접시도 그 의식의 희생물인가 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깜짝 놀랬지만, 이젠 구이를 맛 볼 차례이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러운것이 꼭 닭고기 같다. 하지만, 나에겐 기름기가 많아서 좀 느끼하다. 한 번은 호기심에 먹겠지만, 두 번은 먹지 않을 것 같다.
희생된 새끼 돼지를 위한 퍼포먼스
이어 볼거리가 하나 더 있었으니,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이다.
생크림위에 와인을 붓고 불을 붙인다. 잠시 동안 불꽃이 타오르는 뜨겁고도 차가운 아이스크림. 스페인 사람들은 단것을 엄청 좋아하는지, 저 큰 사이즈가 1인분이란다.
후식으로 나온 겉은 뜨겁고 속은 차가운 달콤한 아이스크림
맛있는 시간을 즐겼으니, 이젠 세고비아 대성당으로 이동한다.
스페인후기 고딕 양식의 건축물로, 아름다워 대성당중의 귀부인이란 별칭을 얻었다고 한다.
성당 내부의 단편과 성화들
이렇게 오늘 일정을 마무리 한다. 오전부터 내리던 비가, 저녁때가 되니 빗줄기가 조금 더 굵어진다. 내일은 맑은 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