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농기계, 빌려쓰면 농가부채 줄어요
△ 김홍도作 - 좌)논갈이, 우)밭갈이
요즘 드라마 <바람의 화원> 많이들 보시죠. 위의 그림은 단원 김홍도의 농촌 풍속도입니다. 소와 농부가 논을 갈고 있는데요. <논갈이> 그림에서 위에 있는 농부들은 쇠스랑이로 돌을 골라내고, 아래는 쟁기를 가지고 땅을 깊이 가는 심경(深耕)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이제 농촌에서 사라진 풍경입니다. 요즘 농촌을 생각해보면, 큰 트랙터와 이앙기가 큰 소리를 내며 반듯한 논을 두루 갈아 모를 심고, 추수때는 콤바인이 자동으로 벼를 수확하는 풍경이 연상되는데요.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 여러명의 농사일을 척척해내는 듬직한 일꾼인 농기계는 이제 농부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입니다.
아,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농기계 때문에 요즘 농가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일을 잘하는 만큼 그 몸값이 비싸기 때문인데요.
트랙터는 성능에 따라 한 대당 3,500만원~6,500만원 가량 된다고 합니다. 농민들이 농기계를 구입하지 않고 주변 농가에서 쉽게 빌려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농사는 때마다 적절한 시기가 있어 동시에 바쁘기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렇게 비싼 기계를 많은 농가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농가의 연간 수입은 많아야 3천만원을 웃도는데(2007年) 많은 농가가 적지않은 융자를 내어 농기계를 구입하고 있습니다. 농기계를 보유한 농가의 부채 현황을 보면, 한 가구 당 대략 2천140만원 정도의 부채를 갖고 있는데 이중 농기계로 인한 부채는 8백만원 정도로 농업용 부채의 38.5%에 달한다고 합니다. 2007년 농기계 부채 총액은 1조 5천억으로 전체 농업용 부채 20조원중 7.6%에 해당합니다. 즉, 농기계 구입은 농가부채에 피할수 없는 큰 부담인 것이죠.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월 농림수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가부채 문제가 지속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농촌 현실을 놓고 보면 농기계가 농가부채의 큰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농협이 농기계를 농민들로부터 좋은 가격에 사서 관리하고 농가에 싼 가격으로 임대하면 농가부채 감소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시 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조치로 농식품부는 '한국형 농기계 은행사업'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농기계 은행사업이란?
농협에서 부채가 남아있고 사용 가능연수가 1년이상 남은 중고 트랙터,이앙기,콤바인을 농기계부채와 중고시세를 비교해서 높은 가격으로 매입한 후 다시 농민에게 장ㆍ단기 임대를 해 주거나 농협이 직접 농작업을 대행해 주는 사업을 말합니다.
※ 농작업대행 : 농협이 일정 수수료를 받고 논갈이, 모내기, 벼베기 등 농작업을 대신해주는 사업
20080908농기계은행사업보도자료[1].hwp
농기계 은행사업을 통해 5년간 1조원이 투자 될 예정이며 이에 따른 영농비용 절감 등 효과는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잉공급된 농기계를 줄여 농가가 보유하고 있는 농기계 이용 효율성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이번 '농기계 은행사업'은 그동안 지자체나 지역농업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안성의 양성, 고삼마을을 모델로 삼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청와대 블로그는 경기도 안성시 양성마을을 찾아 농민들의 생생한 의견을 가감 없이 들어 보았습니다.
[인터뷰] 양성마을 심희상,한기성님
▷ 농가 부채를 감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요즘은 농가가 모두 대형화 됐습니다. 기계도 대형화 되고, 살 여력이 안되니 농가 부채도 따라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농가 소득이 높지 않으니 이자에 대한 부담도 점점 커지죠.
그리고 사료, 비료 값도 농가 부채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 농기계 은행 사업에 대해 들어 보셨죠?
농협에서 보내준 사업설명회 개최 공문을 받고 알게 되었습니다.
우선 어려운 농촌 현실에 좋은 제도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소유하고 있는 농기계는 어떻게 구입하셨나요?
예전에는 논, 밭 규격이 작았는데 경지정리가 이뤄지면서 경작지 단위가 커졌고 대부분 가족농이라 농기계는 필수입니다. 작은 농기계로 하려면 하루 종일 해도 못하는 경우가 생기다 보니 농기계도 점차 대형화 되어 구입 비용도 커졌습니다. 농촌 사람들 대부분 자기 자금이 없어 농협에서 융자를 얻어서 구입 합니다. 우리 마을은 농가별로 거의 농기계를 소유하고 있는데 다들 부채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죠.
▷ 주민들의 농기계 은행사업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부채이자가 안나가니 일단 여러모로 이득이 되는 사업입니다. 좋은 지원제도라 농협 설명회에 참석한 사람들 거의 다 매도 신청을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해당자가 적으니 그에 대한 불만들도 있었습니다.
소유명이 바뀌는 건 서운하지만 금전적으로 이자가 안 나가니 도움이 될 거 같아 신청하게 됐습니다.
(편집자주*본 사업은 영세소농가(1.3ha미만)와 고령농 등이 보유한 농기계를 우선 매입하고 내년에도 매입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매입하고 얼마나 도움이 되나요?
중고농기계 매입 대상은 트랙터, 승용이앙기, 콤바인 등 3개 기종이고, 내용연수(Life cycle)이내 부채가 있고 잔존 사용연수가 1년 이상 남은 농기계를 대상으로 합니다.
매입가격은 잔존부채이내가 원칙이나 중고시세, 농기계품질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조합이 매각 농가와 협의하여 결정합니다. 중고농기계를 매각하게 되면 농가는 정부융자금에 대한 이자 연3%와 매각차액 10%에 해당하는 만큼의 혜택이 발생합니다.
예를들어 심희상님이 소유하고 있는 트랙터의 경우 내용연수가 5년 일때 이 기계의 ⓐ중고시세는 2,900만원이고, ⓑ부채비용이 3,000만원일때, 농협은 이 기계를 높은쪽인 3,000만원에 매입합니다.
그리고 심희상님이 농기계 사용(재임대)을 원하면 매각가의 80%인 2,400만원을 5년간 분할하여 내고 다시 임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5년후에 농협구입가(3000만원)의 10%인 300만원에 재인수가 가능합니다. 이렇게 되면 매각차액으로 300만원의 수혜를 보는 셈입니다.
또한, 매각하지 않고 부채 이자를 계속 낸다고 생각했을때와 비교해 보면, 소유주는 이자비용을 절약하여 270만원 (융자잔액X3%이자X5년⇒5년간 3천~6백만원 상환 일때)의 수혜를 보게 됩니다.
따라서 심희상님에겐 총 570만원의 수혜가 돌아가는 셈입니다.
만약 심희상님이 재임대를 하지 않고 농협에 농작업 대행을 의뢰하면 이보다 훨씬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이명박 대통령께서 좋은 정치 한다고 하셨으니 농업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정책을 구상할 때 교수, 연구원들과 토론회, 설명회를 갖고 정책을 내놓는데, 농가 현실에 맞는 정책을 낼 수 있게 농민들도 같이 토론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