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실려 역사 한바퀴… 2시간의 성곽 일주
전철 한번 타는 것으로 세계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음은 여행객들에게 행복한 일이다. 이번 주말에는 '고향의 봄'을 콧노래로 부르며 수원 화성을 답사해보자.
◆수원화성
1963년 사적 제3호로 지정되었고 199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성곽 둘레는 미복원 구역 포함 5.7km이다. 지난 2일에는 방화수류정과 서북공심돈이 보물로 지정받아 팔달문, 화서문과 더불어 4개의 보물을 품은 문화유산이 됐다. 김준혁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전 수원화성박물관 학예팀장)는 "방화수류정(동북각루)은 돌, 벽돌, 목재를 함께 쓴 독특한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윗부분은 2층 누각이고 아랫부분은 대포를 설치한 포대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선과 중국 정자의 디자인이 혼합된 것으로 정조의 아이디어이다. 서북공심돈은 전돌로 벽체를 쌓았으며 중앙부가 빈 공간이라서 군인들이 전투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지어져 독특한 구조를 자랑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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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을 품은 수원화성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화서문에서 팔달산으로 조금 올라간 언덕, 방화수류정에서 연무대 방면으로 향한 자리가 야경 명소다.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ydw@chosun.com
수원 화성은 느릿느릿 걸으면서 봄바람에 실려 성곽을 일주할 수 있으니 역사 공부에 건강 다지기는 덤이다. 수원시에서는 수원화성 관광 코스를 5가지로 개발해서 여행객들에게 제시한다.
수원 성곽을 일주하는 1코스는 수원역에서 시작된다. 경기도청→서장대→화서문→장안문→화홍문→연무대→창룡문→봉돈→팔달문을 거쳐 다시 서장대로 되돌아오기까지 총 6.7km를 걷게 되며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그 밖의 코스는 1∼2시간이 걸린다. 서장대관광안내소, 장안문종합안내소, 연무대관광안내소, 팔달문관광안내소 등에서 수원화성 안내 팸플릿을 받아 성곽 걷기에 나서면 편리하다. 야경도 좋다. 야간 비경 감상 포인트는 화서문에서 팔달산으로 조금 올라간 언덕, 방화수류정에서 연무대 방면으로 향한 자리이다.
◆행궁동 벽화골목
화성행궁의 신풍루에서 화홍문 방면으로 도보로 15분 거리, 화홍문에서 5분 거리에 행궁동 벽화골목이 있다. 낡고 허름한 골목의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들을 사진에 담기 위해 각지에서 젊은이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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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궁동 벽화골목.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ydw@chosun.com
행궁동은 한때 '팔부자 거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번화한 곳이었다. 그러나 재래시장 침체와 수원화성 복원사업 등이 진행되면서 주민들은 대거 이주했고 행궁동은 낙후되고 말았다.
행궁동 벽화골목은 구도심 슬럼화에서 탈피하기 위해 이웃과 공감하는 예술프로젝트를 실천한 사업의 결과로 변화된 모습을 드러냈다. 1970~80년대 가옥들이 빼곡히 들어선 좁은 골목길은 '사랑하다 길' '처음 아침길' '뒤로 가는 길' '로맨스 길'등으로 갈라진다. 골목 중심에 '대안공간 눈' 갤러리(031-227-1711)가 있다. 이윤숙 대표가 틈나는 대로 여행객들에게 길을 안내해준다.
◆화장실 변기 모양의 집 '해우재'
1996년 당시 수원시장 심재덕은 2002 월드컵경기를 수원에 유치하기 위해 공중화장실 개선사업을 펼쳤다. 노후에 '미스터 토일렛'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의 집은 변기 모양의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화장실 변기 모양의 집 이름은 해우소(解憂所)에서 따온 '해우재'(031-271-9777)이다. 이 집은 2007년 한국기록원으로부터 '대한민국 최초의 가장 큰 화장실 조형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층에는 국내외 화장실 자료와 아름다운 수원의 화장실, 화장실과 관련된 자료들이, 2층에는 세계화장실협회장을 지내는 등 화장실 문화운동을 펼치며 살다간 고 심재덕의 삶을 정리한 유물과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무료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