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교육 - 12 월 9 일(목)
대리모 시장이 생겨난 것은 과학 기술의 발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근저에는
'자유 시장' 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런 기술과 거래는 역시 미국에서 발달한 것입니다. 원천 기술은 영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사실 알고 보면 가장 훌륭한 기술 보유국은 우리 나라입니다.
우리 나라 의사들의 3 대 특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성형 수술, 척추 수술, 인공 수정입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대리모 시장은 불법이고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있고, 사고 파는 사람들의 자유 의사에 따른 계약이라면
원칙적으로 본인들의 책임과 판단 아래 무엇이든 가능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무도 해를 입지 않고, 불임 부부에게는 자녀가 생기고 난자 제공자나 대리모에게는
자신들의 경제 수준에서는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얻고, 기술과 시설을 갖춘 의료 기관이나
알선 업체도 매출과 수익을 얻으니 누가 이 과정에서 해를 입느냐? 하는 것 입니다.
미국에서는 대리모 사업이 75,000 불인데, 이게 인도로 넘어가면 25,000 불 정도면
서비스(?) 구매가 가능해진답니다. 난자는 명문대에 재학 중인 우수한 여학생에게서 구매하고,
자궁과 임신 기간의 수고는 인도 여성이 제공합니다.
칸트의 명제 중에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수단이 되어선 안 되고, 목적이어야 한다.' 는 것이 있는데,
그게 유럽이나 우리 나라에서는 좀 더 강조되고 있으며, 자본주의 종주국에선 상대적인 가치가 된 셈입니다.
과연, 수정된 난자는 인간의 권리를 가진 것일까?
난자와 자궁은 제공한 사람의 인격과 분리될 수 있는 것일까?
난자와 자궁은 그것을 가진 사람의 완전한 소유물일까?
관련된 소송에서도 법원의 판단은 엇갈립니다. 이런 서비스 계약은 원천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도 있었고,
그걸 번복하는 판결도 있었습니다. 판사는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절대적인 최종 권한을 가진 것일까요?
계약은 무효지만, 정자는 대리모를 고용한 부부의 남편 것이기 때문에 양육은 이 부부가 하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리모는 방문권을 인정 받았다는 것이 결말인데...
어찌 보면 무책임한 사람들의 어이 없는 계약으로 신분과 복잡한 혈연 관계를 가진 채로 아이가
태어났고, 이에 대해 국가와 사회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샌덜 교수는 결국 모든 것은 '자유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습니다.
대리모 계약은 현대판 씨받이 인데, 그것이 기술과 과학 발달로 다소 변형되었고 정서적으로 반발을
덜 일으키는 형태이긴 하지만, 결국 태어난 아이와 임신 출산을 행한 여성에 대한 착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입양 문제는 어떨까요? 종교적으로나 정서적으론 입양이 보다 나은
가족 형성이 아닐까요? 혈연 관계를 초월한 보편적인 인간애를 수용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만... 스스로 불임 부부가 되기 전에는 함부로 말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모두들 아이들 양육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힘들어 하지만, 적어도 아이가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란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