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9월 1일 일요일. 덥다.
아침 식사를 누룽지와 멸치로 한다. 더워지기 전 이른 아침은 참 상쾌하다. 짐을 챙겨서 대문을 조용히 빠져나와 루아지 터미널로 걸어간다. 길이 있는 지 잘 모르겠다. 터미널 방향으로 무조건 걸어간다.
도로를 건너 주택가로 들어선다. 막히면 옆으로 돌아가 열리는 길로 곧장 걸어간다. 강둑이 나온다. 강은 말라있다. 조심스럽게 둑길을 내려간다. 길이 나있는 오솔길을 걸어간다. 마른 풀과 쓰레기에 먼지가 가득하다.
루아지 터미널에 도착했다. 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가베스로 가는 표는 다른 창구에서 팔고 있다. 긴 줄은 어디로 가는 사람들인지 잘 모르겠다. 표를 사가지고 탑승지역으로 들어간다. 사람이 금방 찬다.
어제 타고 온 루아지다. 현대 스타렉스 차량이다. 반가웠다. 아침 7시에 탑승, 출발이다. 차는 쉽게 타투윈을 등지고 쉼 없이 달려 오전 8시 30분에 가베스에 도착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토주르(Tozeur)다. 표를 사는 곳에 가서 줄을 서서 표를 산다. 토주르를 가는 루아지는 없단다. 시간표에는 있는데, 가프샤에서 갈아타란다. 일단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서 차량을 알아보기로 했다.
가프샤 (Gafsa)행 루아지를 탄다. 요금은 13.35디나르(5,340원)다. 오전 9시 15분에 출발한 루아지는 가베스를 출발해 사막 길을 달려간다. 직선으로 뻗어있는 황량한 길이다. 그래도 포장되어 있어 반갑다.
휴게소에 잠시 들린다. 휴게소라기보다 작은 식당카페다. 서부영화에 나올 법한 황량한 사막 길의 작은 주막이다. 미국 서부나 멕시코 서부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그래도 건너편에는 관공서인지 모스크인지 새로 지은 건축물이 하나있다.
둥근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아내와 반 잘라 먹었다. 갓 구워낸 빵이라 아주 맛있다. 3디나르(1200원)이다. 잠시 쉰 차는 다시 달려간다. 운전석에 매달린 X자 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혹시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은 아닌가? 혼자 맘대로 상상해 본다.
가프샤(갑사)에 11시 40분경에 도착했다. 루아지 터미널은 커다란 공터에 마련되어 있다.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군데군데 루아지들이 모여 있다. 토주르 행 루아지를 물어보니 반대편 고목나무 아래서 기다리면 온단다.
여기서는 루아지가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루아지를 기다리고 있다. 일요일이라 차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내는 유료 화장실에 다녀왔다. 0.3디나르(120원). 30여분을 기다려 차가 한 대 들어왔는데 모두 서둘러 올라타는 바람에 짐이 있는 사람들만 타지 못하고 다음차를 기다려야했다.
줄을 서는 질서가 없고 먼저 타면 되는 것이다. 또 40여분을 기다려 루아지가 왔는데 동작이 느려 또 타지 못했다. 이렇게 차가 오기를 하염없이 한다. 이것도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여유 있게 기다린다.
젊은이들이 토주르 행 루아지가 없을 것 같다고 큰 버스를 타고 간단다. 우리도 따라서 가프샤 버스 터미널로 걸어간다. 아내는 양산을 쓰고 가프샤 시내로 걸어간다. 시내는 뜨거운 태양만 가득하고 사람들이 별로 없다.
루아지 터미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버스 터미널이 있었다. 사막으로 가는 오아시스의 도시 가프사(Gafsa)는 교통의 요충지다. 주변의 동서남북의 여러 도시로 이동하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튀니지의 70%를 차지하는 사막으로 접근하는 길목에 있는 오아시스 속의 도시다. 가프사로 이동하는 길은 건조한 지대를 통과하며 간혹 보이는 베르베르 족의 삶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튀니지에서 처음으로 보는 오아시스 타운의 야자수 나무로 이루어진 도시다. 곳곳에 자리 잡은 사막 민족인 베르베르족의 생활 모습을 직접 접해 볼 수 있으며 식사는 베르베르족 특유의 항아리를 이용한 요리법인 굴라(Gula) 음식이 유명하다.
건조 지대이며 사막이다. 전통적인 베두윈 족의 고장은 아라비아의 사막이다. 그러나 몇몇 무리들은 북아프리카로 이주해왔다. 오늘날 거의 3만 베두윈 사람들이 튀니지에 살고 있다.
그들은 샤트 알 가리드(Shatt al-Gharid)라고 알려진 중부 튀니지의 수원 북쪽에 자리 잡은 가프사(Gafsa 혹은 Qafsa)라고 하는 도시에 주로 모여 있다. 베두윈 사람들은 크게 두 종류로 분류된다.
하나는 "진짜" 베두윈이라고 알려진 자들이며 유목생활을 한다. 또 다른 한 족속은 농업을 받아들였다. 펠라힌(fellahin)이라고 불린다. 펠라힌들은 사막의 가장자리에서 비교적 정착된 생활을 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진짜" 베두윈들은 불모의 사막을 지나는 동안 만나는 모든 대상(隊商)들을 공격하는 것으로써 알려져 있다. 그들은 겨울의 우기동안 사막으로 들어가고 덥고 건조한 여름에는 사막의 가장자리로 나온다.
가프샤 베두윈 족은 거의 펠라힌 쪽인 것으로 보인다. 터미널에 가서 표를 사려고 하니 문이 닫혀있다. 화장실도 있다. 물이 나와서 세면을 간단하게 했다. 나무 그늘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린다.
큰 버스가 한 대 들어왔는데, 타려고 하니 버스표가 있는 사람만 태운다. 타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결국 타지 못하고 또 남았다. 터미널은 텅 비어있고 낡은 버스 한 대만 빈 터를 지키고 있다.
우리는 기약도 없이 다른 도시에서 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다. 더위에 기다림도 지친다. 오후 3시 30분에 겨우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비 8.5디나르(3,400원). 고맙게도 에어컨 버스다.
버스는 사막 길을 조용히 달려 오후 5시가 넘어서 토주르 버스터미널로 들어섰다. 토주르의 날씨 기온은 꼭 미국 서부 데쓰벨리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웠다. 더위에 숨이 탁탁 막힌다.
토주르(Tozeur)는 튀니지 토주르 주의 주도이다. 인구는 4만명 정도다. 오아시스 도시이다. 튀니지 서남부의 도시. 가프사에서 서남쪽으로 60km, 가베스에서 서쪽으로 120km 떨어진 평지에 위치한다.
튀니지의 도시들 중 베르베르 색채가 가장 강한 곳이다. 오아시스를 끼고 형성된 메디나(구도심)에는 사막의 모래 바람을 막기 위해 14세기에 진흙 벽돌로 지은 높은 담벼락이 유명하다.
시가지 서남쪽에는 노천 온천과 리조트 단지가 있어 사막 투어를 마친 여행자들이 쉬어가는 경우가 많다. 인근 관광지로는 아프리카 최대의 염호이자 스타워즈의 촬영지로 유명한 쇼트 엘 제리드가 있다.
일대에서 생산되는 대추야자가 특산물이다. 시가지 서북쪽 외곽에 토주르 네프타 공항이 위치하고, 메디나 근처의 토주르 역은 튀니지 철도의 서남단 종착역이다. 고대의 지명은 투수로스로, 베르베르어로 강하다는 의미인 '투세르'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먼 옛날부터 사하라 횡단 교역으로 번영하였다. 12세기 지리 왕조의 쇠퇴를 틈타 현지 베르베르인들이 자치 공국을 세우기도 했으나 13세기 하프스 왕조에게 병합되었다.
안달루스 출신의 역사가 겸 지리가인 알 바크리에 의하면 당시 주민들은 개에게 대추를 먹여 살찌운 후 잡아먹었다고 한다. 중세에는 1221년 토주르에서 태어난 문학가 아불 카셈 셰비가 유명 인물이다.
하프스 왕조는 정복 당시 도시를 파괴했으나 14세기에 재건하여 현재 메디나의 모습을 남겼다. 역사가 무함마드 이븐 칼둔에 의하면 매일 수천명의 상인들이 도시를 방문했다고 한다.
프랑스 당국은 지배력을 확립한 직후인 1885년 토주르 수자원을 국유화하였고, 호텔을 세워 관광지로 개발하였다. 1956년 독립 후 알제리와의 국경이 확립되자 당국은 현지 베두인들을 강제로 정착시켰다.
1984-87년에는 메디나에 대한 보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숙소를 찾기 위해서 터미널 앞의 카페 직원에게 호텔 이름(Résidence Le Ruisseau)을 알려주었더니 바로 뒤라고 알려준다. 우리 숙소는 터미널 바로 건너편에 있었다.
숙소로 들어가 체크인을 한다. 우리 방은 3층 옥상의 2호실이다. 에어컨이 별로 시원하지도 않다. 샤워 물이 뜨겁다. 그래도 나무 조각으로 장식된 조명등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테라스 창문을 열어보니 바로 눈 아래 터미널이 내려다 보인다. 노천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11시 방향에는 축구장이 보이는 데 유일하게 초록색 잔디 운동장이다. 말이 도로를 건넌다. 당나귀를 타고 가는 사람도 보인다.
짐을 풀어 놓고 메디나(구시가지)를 구경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오른쪽으로 조심스럽게 그늘을 찾아가며 걸어간다. 호텔 건물도 지난다. 도로 중앙에 이븐 칼둔의 동상이 초라하게 세워져 있다.
폐허의 철학자로 불리는 이븐 칼둔(Ibn Khaldun, 1332-1406)은 일반적으로 아랍 세계에 출현한 가장 위대한 지식인으로 여겨진다. 그는 이슬람 세계에서 만들어진 가장 중요한 역사 연구서인 무카디마(The Muqaddimah)를 저술했다.
흑사병으로 황폐해진 세상에 살았던 이븐 칼둔이 북아프리카와 이슬람 국가인 스페인의 소란스러운 이슬람 궁정에서 오랫동안 직책을 맡아 주요 정치인이자 교사, 작가가 되었다.
그는 독실한 수피 신비주의자로, 종종 우리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낯선 세계에서 살았다고 한다. 구시가지는 진흙 벽돌로 만들어진 건축물들로 가득하다. 카페 베르베르에서 사람들이 나와 카페를 둘러보란다.
1193년에 지어진 블레드 엘 하데르 모스크도 만난다. 골목길을 걷다보면 문고리 3개가 인상적인 전통 대문을 볼 수 있다. 우측 상단은 남성, 좌측은 여성, 우측 하단은 아동 용으로 모두 소리가 다르단다.
골목길을 걷다보면 아치로 된 건축물도 보이고 작은 광장도 만난다. 광장에서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다. 메디나 곁에는 작은 수크(시장)도 나온다. 실제로 주민들이 살고 있어 골목길이 정이 간다.
돌아오는 길에 햄버거를 샀다. 까르프 슈퍼에 들러 물과 요플레도 샀다. 밤이다. 버스 터미널 앞애서 만난 푸드 트럭에서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만두 같은 빵을 사고 있다. 우리도 줄을 서서 하나 사 먹었다.
가격(1,6디나르, 500원)은 저렴하고 맛도 좋았다. 더위에 흥분된 젊은이들을 비롯한 아이들이 요란하게 몰려간다. 축하하는 것인지 데모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불속에서 발버둥치는 것 같다.
거칠게 몰려가는 인파를 피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토주르에 와서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막 여행 일정이 모두 사라졌다. 너무 늦게 도착했기 때문이다. 토주르에 온 이유는 사막 투어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엘 게네브 산기슭에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해 뻗어있는 Chebika Oasis, 빛이 쏟아지는 계곡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셰비카는 토주르 북쪽으로 59km 떨어진 마을로, 산기슭에 위치하며 태양에 노출되어 있어, '태양의 성'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황량한 사막에 대추야자 나무들이 여기가 오아시스라고 알려주고 있다. 미데스 협곡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1981년 작품 레이더스와 잉글리쉬 페이션트 촬영지이다.
튀니지의 그랜드 캐년이라 불리우는 협곡이 펼쳐진 이 곳은 미국 그랜드 캐년을 닮았다고 한다. 협곡 아래에서 독일군과 싸우는 장면을 촬영했다고 한다. 그랑 케스케이드도 있다.
우리말로 그랑은 '크다', 케스케이드는 '폭포'라고 한다. 옹그제멜이라는 곳도 있다. 낙타의 목이라는 뜻이다. 낙타 바위를 구경하는 곳이다. 스타워즈 촬영지 모스에스파를 둘러보는 사막투인데 그냥 거너뛰기로 했다. 분위기는 대충 알 것 같다. 내일 찾아 갈 카세린 근교의 수베이툴라 호텔을 예약했다. 카세린가지 찾아가는 것도 커다란 숙제로 떠올랐다. 사가지고 온 빵과 쥬스로 저녁을 했다. 엄청 덥다. 밖에 있는 더위를 안으로 못들어오게 문 단속을 철저히 했다.
*8월 31일 경비 – 루아지 49, 버스비 17, 빵 3, 햄버거 빵 6.5. 슈퍼 6.38, 트럭푸드 빵 1.6, 숙박비 38.4유로(53,760원). 계 86,960원. 누계1,2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