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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9월 10일 화요일. 맑음, 건조.
아침 식사를 오전 6시 30분에 했다. 동글동글하게 차려진 식당의 반찬들이 맘에 든다. 빵과 계란, 치즈와 우유 커피로 든든히 배를 채웠다.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 로비에서 투어 픽업 차량을 기다린다.
호텔 로비에 있는 쿠션이 돋보이는 아랍풍의 고가구에서 사진을 찍는다. 커다란 도자기와도 추억을 남긴다. 호텔 앞에 여러 대의 픽업차량이 와서 손님들을 태우고 간다. 우리 차량은 좀 늦게 7시 50분에 왔다.
메디나 구시가지로 태우고 간다. 엄청 많은 사람들이 투어 차량에 올라타고 출발한다. 아침, 거리가 복잡하고 분주하다. 우리도 안내되는 차량에 올라타고 간다. 오전 8시 20분에 출발이다.
기사 포함 10명이 타고 간다.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다. 빈자리가 없다. 꼬마 탑승객도 있다. 기사 옆에 자리를 잡고 간다. 금방 시내를 빠져나와 계곡을 돌더니 언덕길을 올라간다. 거친 산에 접어든다.
일단 마라케시를 뒤로하고 아이트벤하두로 이동한다. 가는 길에 차창 풍경은 거친 산이다. 아틀라스 산맥(Atlas Mountains)을 넘어가는 것이다.
아틀라스 산맥은 모로코·알제리·튀니지에 걸쳐 있으며, 대체로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있다. 평원과 고원이 모여 있는 지역을 감싼 타원형으로 되어 있으며, 북부의 텔아틀라스와 남부의 사하라아틀라스로 구분된다.
아틀라스 산맥은 차고 습기가 많은 기단이 북쪽에서 내려오고, 덥고 건조한 열대기단이 남쪽에서 올라온다. 겨울 날씨가 혹독하여 살기 어려운 아틀라스 산맥에서 베르베르족은 자신의 언어·전통·신앙을 지키면서 살고 있다.
거대한 마그리브(Maghrib)의 와디(Wadi) 도시들이 이 산맥에서 시작되는데 침식작용이 매우 심하다. 마그리브는 지중해에 접해 있는 북아프리카 지역 고대인의 소아프리카를 말한다.
Maghreb라고도 쓰는데 '서쪽'이라는 뜻의 아랍어다. 경작지를 위한 토지개간 사업으로 인해 아틀라스 산맥에서 참나무·소나무·향나무 숲 등이 사라지고 있다. 주요광물로는 납·아연·구리·철·망간 등이 있다.
흥미로운 건 아틀라스 산맥이 자리 잡은 이 지역이 과거에는 얕은 바다였다는 사실이다. 오래 전 대륙이 이동하면서 유라시아 판과 아프리카 판이 충돌하였고 이로 인해 지각이 융기하며 산맥이 형성되었다.
히말라야 산맥처럼 바다가 산이 되어버린 것이다. 과거 바다였던 흔적으로 이 지역에서는 삼엽충이나 암모나이트 같은 화석이 많이 발견된다.
그래서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가다 보면 사막 마을 곳곳에서 화석을 판매하는 상점들을 볼 수 있었다. 기념품으로 사서 가지고 갈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이 산이 바로 아틀라스라고 한다.
아틀라스는 서쪽의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티탄으로 묘사되었다. 아틀라스는 아이 파토스와 클라 메네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아이 파토스는 하늘을 뜻하는 우라노스와 대지를 뜻하는 가이아의 아들이다.
아틀라스는 제우스와 티탄의 싸움에서 티탄의 편에 서서 대항했다가 대지의 서쪽 끝에 서서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벌을 받는다.
오랫동안 하늘을 떠받치고 있느라 지친 아틀라스가 메두사의 목을 베어 돌아가는 페르세우스에게 자신을 돌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여 메두사의 얼굴을 보고 산이 되었다고 한다. 그랜드 캐년을 보는 것 같다.
우리 차는 구불구불 올라가 전망대(Mirador pueblo Beréber) 공터에 잠시 차를 세웠다. 베르베르 마을이 보인다. 올리브 나무들도 보인다. 집을 짓는 데 사용되는 점토나 암석은 짙은 갈색이다. 전체적으로 붉은색 토지다.
아틀라스를 보기 좋은 곳이다. 보이는 마을이 300년 동안 존재해 왔고 아직도 그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엄청 험하다. 산을 오르다가 도착한 전망대다.
수정을 비롯해 화석을 팔고 있다. 내려다보면 시원하다. 일행 중 한명이 멀미가 심해서 자리를 바꿔 주었다.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가면서 전망대에서 또 선다.
지도에 Tizi n' Tichka 라고 되어있는데, 아틀라스 산맥의 높은 곳의 전망대다.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갈수록 풍경은 점점 사막의 기운을 품기 시작한다.
어느덧 초록은 사라지고 거칠고 광활해져가고 있는 게 몸소 느껴진다. 꾸불꾸불한 도로를 올라와 뷰포인트에서 차를 멈춰 세웠다. 도로가 굽이쳐 보이는데, 정말 아찔하다.
해발 2,260미터로 모로코에서 가장 높은 고개 중에 하나란다. 베르베르어로 Tizi는 '산길', Tishka는 '위험한'을 뜻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위험한 고개다.
복잡하고 험해 보이지만 길이 잘 닦여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단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투어 차량이 많이 있어서 우리 차를 잘 찾아야 한다. 힘들게 올라오는 트럭들도 보인다.
건너편 산 중턱을 자세히 보니 길이 만들어져 있고 사람 사는 주택도 보인다. 붉은색 주택이다. 일본 총각이 사진을 찍어 달란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일행 중 동양인은 우리 셋이다.
거친 바위 아래 당나귀 한 마리가 쉬고 있다. 거친 산맥을 넘어간다. 마을을 지나간다. 도자기 파는 곳도 보인다. 카페와 레스토랑이 보이고 모스크도 꼭 있다. 모스크 탑에는 황새가 집을 지어 놓았다.
스페인 성당 종탑에서 자주 보던 풍경이다. 나무 없는 거친 산을 끼고 계속 달린다. 회색빛이다. 도로 포장은 잘 되어있다. 새롭게 조성된 주택 단지를 지나간다. 부대 같기도 하고, 형무소 같다는 생각이 든다.
PASSAGE라는 글씨가 보이는 아랍 풍 건물 앞에 차가 잠시 멈췄다. 카페 레스토랑이다. 아이트벤하두(Aït Benhaddou)에 도착한 것이다. 사진으로만 보던 진흙으로 만들어진 붉은 건물 성채가 강 건너 보인다.
모로코 남부에 위치한 '크사르'(요새화된 마을)로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인데 유럽의 성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아이트 벤 하도우의 건축물은 진흙과 짚을 섞어 만든 재료로 지어졌다. 그래서 건물들은 붉은 황토색을 띠고 있는데 멀리서 보면 정말 이국적이고 독특한 풍경을 자랑한다.
사막 한가운데 시간이 멈춘 듯한 황토빛 요새가 서있는 모습이 드라마 속 한 장면 같다. '아이트'는 가족 또는 부족, '벤'은 아들을 의미하는 아랍어다.
따라서 아이트 벤 하도우의 뜻은 '하도우의 아들' 또는 '하도우의 집안'을 의미한다고 한다.
베르베르족 사회에서는 마을 이름을 주로 가족이나 부족의 이름에서 따왔기 때문에 '하도우' 라는 부족이나 가문의 후손들이 살던 마을을 나타내는 이름일 수 있다.
다만 역사적인 기록이 부족하여 만든 사람이나 시기는 명확하지 않으나 11세기로 추정하고 있다. 고대부터 이 지역은 사하라 사막과 마라케시를 연결하는 교역로의 중요한 거점이었다.
사하라 사막을 건너는 낙타 대상(카라반)들이 소금, 금, 향신료 등을 교역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 가던 곳이었다. 이런 교역로의 활성화로 마을은 점차 번창하였다. 당시에 낙타 수천마리의 대상도 있었다고 한다.
낙타 대상은 이곳을 지나며 사하라 사막, 지중해, 중동, 아프리카 남부 등을 연결하며 교역을 했다. 이 마을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방어시설의 역할도 했다.
언덕 위에 지어진 이유도 방어와 감시를 위해서란다. 그러나 15세기 대항해시대의 시작과 함께 해상 교역이 활성화되면서 아이트 벤 하도우를 비롯한 육로 교역로는 점차 쇠퇴하게 되었다.
아이트 벤 하도우의 교역 중심지로서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었다. 느낌이 따뜻하고 평화롭다. 모로코 건축의 전형적인 사례이자 보존 상태가 좋다.
원시 사하라 인들이 지은 성벽으로 골목을 돌아다니는 내내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풍경도 예쁘다. 잊지 못할 모로코의 한 곳으로 기억되리라.
지도에는 아이트벤하도우 궁전이라고 되어있는데 성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시내에서 다리 건너편에 집들이 있고 보이는 산꼭대기에 성채가 있다.
카스바(KASBAH)라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카스바’는 진흙과 짚을 이용해 지은 작은 요새나 성을 닮은 건축물을 말한다. 황토 빛의 높은 탑 형태 건물로, 벽은 높고 창문은 작아 외부 침입을 방어하기에 적합했다.
과거에는 지역 지도자나 고위직 인사의 거주지로 사용되었다고 하니 단순한 거주용이 아니라 방어 시설로서의 역할도 했던 것이다. 카스바는 스페인에 있는 '알카사바'와 같은 말이다.
711년 이슬람을 믿는 북아프리카의 무어인들은 이슬람 세력의 확장과 함께 이베리아 반도를 침입했다. 1492년까지 중세 이베리아 반도에 영향을 미쳤다.
이 시기를 알 안달루스 시대라고 한다. (지금 스페인 남부를 지칭하는 안달루시아의 유래다) 이 때 기독교 세력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을 쫓기 위한 국토회복운동을 벌인다.
이게 레콩키스타다. 1492년 마지막 이슬람 왕국, 그라나다가 함락되면서 알 안달루스 시대는 끝이 나고 레콩키스타는 성공을 하게 된다.
무려 781년 동안 알 안달루스(이슬람의 이베리아 정복)와 레콩키스타(카톨릭의 저항)가 충돌하며 이 시기에 이베리아 반도는 이슬람과 서양문화가 만나는 접점이 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 종교가 충돌하고 공존하며 많은 유산을 남기는데 유명한 그라나다 궁전, 세비야 알카사르 등이 시대에 지어진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스페인에 있는 알카사바 역시 무어인들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로 북아프리카의 카스바와 기원이 같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리를 건너 골목길을 따라 올라간다.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고 가운데 높은 곳에 성채가 있다 성채까지 올라간다. 성채에서 보는 조망이 정말 시원하고 감격적이다. 유대 광야 같은 분위기다. 내려가면서 보니 성곽에 구멍이 뚫린 곳이 있어서 사진을 찍는다.
여기서 촬영된 영화가 엄청 많다. 소돔과 고모라 (1963), 나자렛 예수 (1977), 나일의 대모험 (1985), 007 리빙 데이라이트 (1987),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1988), 쿤둔 (1997), 미이라 (1999), 글래디에이터 (2000), 알렉산더 (2004), 킹덤 오브 헤븐 (2005), 바벨 (2006), 페르시아의 왕자 (2010), 선 오브 갓 (2014) 등이다.
강가로 내려가 본다. 야자수가 자라는 주택들 사이로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여기서 올려다보는 성채가 또 멋지다. 점심을 여기서 먹는 것 같다. 점심은 우리가 사 먹어야한다.
호텔 레스토랑(OASIS DOR)으로 들어갔다. 제법 넓다. 모든 관광객들이 모두 여기서 식사를 한다. 가이드가 여기로 집어넣는다. 타진을 주문해서 먹었다. 타진에 수프가 따라 나온다. 빵과 함께 먹으니 맛있다.
요금이 좀 비싸다. 타진 하나에 140디르함(21,000원)이다. 일본 총각은 비싸다고 식사를 하지 않았다. 동네 구경을 하면서 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린다.
다른 팀들은 모두 출발하는 데, 우리 차만 출발할 생각을 안 한다. 차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이드도 차도 보이지 않았다. 차량번호 48584를 찾았다.
일본 총각과 함께 차를 찾고 있으니 가이드가 나타나 차를 알려준다. 일본 총각에게 현지 가이드가 3유로를 받아간다. 차는 또 달려간다.
가는 길에 와르자자트(Ouarzazate, Warzāzāt)의 타우리르트 카스바가 멀리 보인다. 와르자자트는 아틀라스 산맥에서 시작되는 여러 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지도에서 보면 딱 그런 위치다.
도시 근처에는 댐도 건설되어 있어 물길을 조절하고 있단다. 많은 강과 지류가 이곳에서 합류해 남동쪽으로 흘러가는 ‘드라 강’을 형성한다. 과거엔 이 강이 사하라를 횡단하는 무역로의 중요한 길목이었다고 한다.
시네마 박물관이라고 되어있는데 지금은 문이 닫혀있다고 한다. 아틀라스 영화 스튜디오(Atlas Studios Ouarzazate)다. 내가 본 영화중에 이곳에 촬영한 영화가 있어 기대를 하고 있었다.
멀리서 영화의 장면만 상상해 보니 그럴듯하다. Kingdom of Heaven, Jerusalem City Film Set, 영화 스튜디오다.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이다. 영화 세트장이 이곳의 관광자원이다.
또 달려 Skoura마을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스코우라의 암리딜 카스바를 쳐다본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 간다. 오후 시간이 다 흘러간다. 숙소에 사람들을 내려 준다.
신청한 투어비에 따라 숙소도 다르다. 먼저 도심(Boumalne Dades)에 있는 럭셔리한 호텔에 몇 사람을 내려준다. 호텔(Hotel Almanader, 데이즈 살루카 호텔Dades Xaluca Hotel)이 크고 멋지다.
덕분에 호텔 구경도 살짝한다. 그 다음 차는 달려 다데스 계곡으로 들어가서 일본 총각을 내려준다. 우리는 한참을 달려 계곡으로 들어간다.
날이 어두워져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호텔 이름은 Auberge des Peupliers. 다데스 협곡 숙소 주변에 불빛이 없는 아주 캄캄한 곳이다. 숙소도 작고 어둡고 초라한 모양새다. 선풍기도 없는 2층 방이다.
그래도 구별된 숙소를 주어서 감사했다. 저녁 8시에는 식사도 제공해 준다. 1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식당 테이블에 둘러 앉아 함께 식사를 한다.
먼저 야채 샐러드를 자기 접시에 담고, 나중에 나온 타진 요리를 빵과 함께 먹는다. 작은 공연도 해준다. 어두운 조명이 분위기에 어울린다.
긴 여정이 힘들다. 에어컨이 없어도 잘만했다. 이렇게 사하라 사막 투어 첫째날이 끝났다.
*9월 10일 경비 – 사막 투어 점심 타진 140, 아이스 크림 30. 계 25,500원. 누계2,374,000원. *모로코 1디르함=15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