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다니다 보면 여러가지 지형과 지질을 만나는데 이번 황철봉 지형만큼 독특한 지형을 다른 곳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다. 특히 대간길이 포함되어 있으니 말이다.
설악산은 한마디로 화강암 덩어리다.
화강암이란 마그마가 식어서 생기는 화성암인데 이 화강암이 여러 작용에의해 독특한 모양을 만들어 낸다. 지질 전문가들은 그안에서도 고생대니 중생대니하며 형성의 시기를 나누고 거기에따라 다른 모습들을 보인다는데 나는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귀때기와 황철봉 주변의 암석은 애추(테일러스, 너덜겅,너덜지대)가 쉽게 나타난다고 한다.
너덜지대는 물리적 풍화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 표면에 작은 입자들이 돌출되어 산행때 미끄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질 전문가가 아니니 그만하고 산행 얘기를 해야겠다.
설악은 대청봉에서 시작되는 큰 세 능선이 있다. 서북능선, 화채능선 그리고 대간길인 공룡능선에서 이어지는 마등. 황철봉 능선이다.
이 대간길은 내설악과 외설악은 구분하는 능선이기도 해서 설악의 모든 면을 다 감상할 수있는 멋진 등로 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도 날씨가 도와줘야 되는데 맑고 청명한 날을 만나기가 쉽지 않으니 아쉬운적이 한두번도 아니다. 분명 내 덕이 부족함 때문이니 누구 탓을 할 수도 없다.
지난번 이 구간 산행이 계획되어 있을때 빠질 수 밖에 없어 혼자 다녀 왔었다. 그런데 이번으로 변경되어 3개월만에 다시 황철봉을 밟게 되었다.(그때는 날씨도 좋고, 바람도 시원하고, 경치도 좋고, 꽃들도 이쁘고, 혼자 여유도 있었고, 사진도 많이 찍고, 리본도 달아가며 뿌듯하게 산행했음을 자랑합니다)
주중에 비소식도 오락가락하여 노심초사 했으나 다행하게도 바람은 강하지만 흐리기만 한다고 해서 산행에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나저나 우선 밑밥(ㅎㅎ)을 깔아 놓자면 이번 산행에서 내 산행은 많이 못한것 같다. 고약한 바람때문에 사진 찍을 여유가 많지 않았고 최근에 갔다 왔다고 들머리 찾아주는 일부터 잠깐씩 이지만 등로 안내와 안전산행에 대한 생각에 조금은 어수선하게 산행을 한것 같다.
속초시내에서도 우리의 불빛이 보였을까?
들머리(미시령)에서 한시간 여 정도 숲길을 지나면 너덜지대가 시작된다.
경치 감상은 그곳부터 시작되는데 아직은 어둠속이니 조금 더 가 봐야 된다.
올라 오면서 소리도 지르고 오르락 내리락,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사진도 못찍고 여기까지 왔네.
(지난 6월 혼자 산행때 날씨가 너무 좋아 찍어둔 사진이 있으니 조만간 추가 로 올려 보겠습니다.)
귀한 2등 삼각점이 있는 1318.8봉에 올라 왔다. 황철 북봉이니 아니니 하는데 공식적인 지명은 아니고 등산객들이 편의상 붙인 이름이다.
멀리 저항봉과 마등봉 넘어 대청과 서북능선은 구름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오늘 대청을 볼 수 있을까?
서서히 설악의 속살들이 드러나고 있다.
화채봉 하늘이 붉다.
붉은 태양이 설악을 비추는데 나는 아직 숲에 있다.
너덜이 힘든 구간인데 경치는 너덜에서 봐야 시야가 트이고 좋으니 너덜이 좋다는 얘긴지 너덜이 않좋다는 얘긴지. . . .
너덜 얘기하다 말과 글이 너덜하다. ㅋㅋㅋ
정상석이 없으니 정확히 황철봉이 어딘지 모르겠다.
고도계를 가지고 보면 1381m를 나타내는 곳일텐데 정상석 놓였던 흔적이 있으니 일단 이곳을 정상이라고 하자.
고도를 높였으니 구름속이다.
오는 도중 환자가 발생했다.숲속 이끼가 낀 바위때문에 넘어져 발목이 삐끗한것 같다고 한다.
약이나 붕대를 주려하니 있다고 한다.
걸음을 못걸으니 걱정이 앞선다. 달리 방법이 없으니 안타깝다.
이곳 저항령에서 탈출이 결정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길을 아는 이성범님이 이끌고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현상 총무님이 있어 안심하고 6명이 탈출을 한다.
무사히 잘 내려기길 모두가 바라고 격려 한다.
이런 모습이 진정한 산꾼들의 모습이다. 자기 산행을 포기하고 다친 산우를 위해 나서 주시고 희생과 봉사의모습을 보여 주신 분들께 감사 한다.
산행 시작땐 선두에 있다가 이젠 후미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다시 부상자가 없어야 할 텐데. . .(그러나 이 후 까지고 터지고하는 작은 부상들이 있었다. ㅠㅠ)
저항령에도 아무런 표시가 없다.
오래 전 이곳을 지날때 곰취가 많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숲이 우거져 흔적도 없다.
저항봉 오를때 본 설악동과 속초.
낮게 드리운 구름이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다.
그리고 바람이 거의 태풍수준으로 불고 있다. 너덜길 바위 위에서 몸이 휘청인다.
황철봉 남쪽 사면에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가 웅장하다.
저항봉에 도착.
이 이름도 산객들이 지은 이름일 것이다. 너덜이 심해서 그런지 걸레봉이라고도 부른다.
넘어 밧줄아래 발이 안닿아 돌 몇개 옮겨 임시로 계단을 만들어 놨다.
뒤에 누가 오더라도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
구름이 점점 내려와 서북능선을 완전히 가렸다.
그와중에 권금성과 칠성봉을 찾아보고 설악동을 내려다 본다.
달마봉과 황철봉 너덜에서 봤던 울산바위를 다시한번 본다.
내설악 깊은 곳까지 구름이 내려 온다.
서둘러 산행을 재촉한다.
지나온 저항봉도 구름속이다.
황철봉의 남쪽 사면의 화강암 모습과 저항봉위로 바람과 구름이 세차게 지나간다.
공룡능선과 범봉에 미친 듯한 바람이 구름을 갈기 갈기 찟어 놓는다.
참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다.
구름이 흩어지는 1275봉과 멋쟁이 범봉은 언제봐도 멋있다.
오늘의 대간길이 끝나는 곳에 오니 공룡과 화채가 다음을 기약해 준다.
산행을 하다보면 특히 대간길에는 여러 곳의 비 탐방로를 지날 수 밖에 없다.
생태계 보호를 위하는 일이지만 산줄기를 밟아야 하기에 범법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1년에도 수천명의 대간꾼들이 오늘도 철조망을 넘나 들고 위험구간을 뚫고 산에 오른다.
어차피 가야할 산이라면 오히려 생태계 보호를 위해 야간 산행을 없애고 신고제나 허가제로 산행을 허락하면 어떨까 한다.
사람도 위하고 동물들과 식물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어쪃든 잠을 자야하는 짐승과 야행성 동물들에게 미안하고 본의 아니게 나에게 밟혀진 풀과 꽃들에게 미안하다.
19km나 되는 산행을 마쳤다.
아무리 천천히 간다해도 이곳은 힘든 구간이다. 그리고 위험이 어느곳보다 제법 많은 곳이다.
산행을 하는 이유는 늘 얘기 하지만 각 개인이 모두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인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안전이다. 안전은 누가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니다. 각자 자기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산행을 해야한다. 서로 돕고 의지하고 함께하는 산행으로 목표를 이룰때까지 오래 오래 우리 서로 좋은 사람이 되어 산에서 만나길 기원한다.
늘 내가 하는 말 "모두 산같은 마음으로 산이 되자"
※ 곧 6월 황철봉 모습을 올릴 예정입니다. 비교해 보세요~^^
첫댓글 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산처럼 심곡님도 한결같이 따뜻한 마음이시네요. 가슴 먹먹해지는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참석하고 싶었지만 발목부상 완치가 여의치
않아 이번 기회를 아쉽게 보냈습니다. 산행기를 읽다보니 안 간게 잘한건지..모르겠네요.~^^
그래도
다음에는 꼭 도전해볼랍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