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 닭장의 닭이 한마리씩 없어지기 시작하였다.
밥상머리에서는 닭 걱정이 계속 되었고, 누가 훔쳐가는 지가 화제였다.
전에도 족제비가 닭장에서 나오는 걸 몇 번 목격했던 터라
또 족제비 짓인가 했더니 누런 고양이가 닭을 물고 가는 현장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도둑질 전문인 그 고양이는 어찌나 눈치도 빠르고 행동도 재빠른지 도저히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닭장 문과 철망을 꼼꼼하게 단속할 뿐이었다.
닭은 시골집에서 귀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손님 접대용이어서 부모님도 걱정이 많았다.
그러던 겨울 어느 날, 대구에서 작은 형님이 막차를 타고 집에 오셨다.
근데 차시간보다 많이 늦어서 우째 이리 늦었냐고 모두 걱정을 했는데,
마을 앞 연못에 뜸부기가 있어서 그걸 엽총으로 잡아서 오느라 늦었다고 한다.
다음날 그 뜸부기를 잡아서 삶았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기름끼가 하도 많아서
아무도 못먹고 일꾼이 혼자 배불리 독식하였다.
당시 형님은 사냥에 취미를 들여서 여기저기를 다니며 노루나 꿩을 잡곤 했으며,
우리는 침을 꼴깍 삼키면서 사냥 이야기를 엄청 재미있게 듣곤 하였다.
그런데 도둑 고양이 이야기가 나와서 그 녀석을 사살하기로 결정하고,
다음날 소 뼉다귀를 푹 고아서 뚝배기에 담아 건넌방 옆 공터에 두고 고양이를 유인하였다.
저녁을 먹고 칠흑같이 깜깜한 밤, 건넌방에서 형님과 숨소리도 죽이면서 문 밖을 주시하고 있는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게 팽팽한 긴장감이 터질 듯 하였다.
어린 나는 아무런 기척을 못느꼈지만 형님은 문지방에서 바깥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서
한참동안 있다가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타앙~~ 타앙~~ 타앙~~
총은 한발을 쏘았지만 총소리는 앞산과 뒷산을 오가면서 메아리가 여러번 반복되었다.
순간 집 뒤편 커다란 참나무 아래서 뚝배기쪽으로 조심스레 다가오던 그 고양이가
털썩 하면서 떨어졌다.
불을 켜서 살펴보니 문제의 그 도둑 고양이가 틀림 없었다.
다음날 고양이를 새끼로 묶어서 대문 밖에 걸어놓고 주인장 있으면 찾아가라고 했으나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서 땅에 묻었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사고가 없이 닭들도 모두 무사하게 평화의 시대를 맞게 되었다.
헛간의 처마 아래에는 형님이 잡았다는 짐승의 뿔이 걸려 있었는데 말로만 듣던
녹용인 줄 알았더니 노루 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