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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블로그에 쓴 3월 모임 후기입니다.
많이 늦었지만 ^^; 이렇게 공유합니다.
원문: https://blog.naver.com/may_31_/223425587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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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매달 종로 책방에 간다.
동료, 선배 한데 모여 책 한 권 꼼꼼히 읽고 생각 나누는 모임.
김세진 선생님 덕에 이 귀한 시간을 함께 누릴 기회가 주어졌다.
첫 책은 「자산접근과 대인사회서비스」이다.
그간 나는 약간 '주먹구구'식의 사회사업을 한 것 같다.
물론 복지요결 방식으로, '자주' '공생' 방식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긴 했다.
하지만 기본이 부족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실력이 탈로 났다.
그래서 올해 목표 중 하나로서 나는 이 '기본'을 새로 익힐 생각이다.
한 가지 먼저 고백하면, 시작을 장애인복지로 했음에도 최근 오 년간 어르신 부서에서,
장애 유무 관계없이 어르신 당사자를 만나왔기 때문에 장애인복지 관련 주요 정책, 변화, 또 이슈에 대해
아주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스스로 이름 붙일 때도 '어르신 만나 뵙는' 사회사업가였다.
몸과 마음의 불편, '등록' 장애는 나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특성으로 생각했고
그래서 장애보다 더 큰 범주로서 어르신을 정의했다.
그런 나는 지난 3월 부서 발령으로 벌써 한 달 넘게 '등록 장애인' 당사자와 그 부모, 자녀와의 만남을 하고 있다.
또 조직 특성 탓에 '여성' 장애인에 조금 더 집중해서 여러 관계, 활동, 사업을 만들어 가야 한다.
물론 소속되어 있는 조직 이름이 '장애인'복지관이고 그래서 장애 '진단' 받은 이와 만남 이어가야 할 테지만,
그럼에도 '자주' '공생'하는 마음, 또 그런 방식이 바탕이 됨은 같다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이에 대한 근거를 보다 많은 책과 자료에서 찾아내고 싶다.
근거가 탄탄해야 주장에도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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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접근과 대인사회서비스」
'자산접근'이라, 영 익숙지 않다.
자산접근(asset approach) 또는 자산기반접근(asset based approach)은 자산기반 지역사회개발(Asset-Based Community Development, ABCD)에 기원을 두고 있다. (···) 이 접근은 지역사회가 보유한 강점을 기반으로 문제를 예방, 해결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자는 전략을 제안한다. _ 4쪽
이때 '자산'은 공동체 구성원의 실질적인 기술, 역량, 지식, 열정, 흥미,
또 개개인의 자산과 이를 연결하는 사회적 연결망, 자발적 지역조직, 민관자원,
공간 기반의 물리적, 경제적 자원 등등이며 사회사업가는 이를 실현, 발전, 생동하는 데에 관심을 둔다.
이는 욕구(need)에 따른 약점기반(deficit-based) 접근과 상반된다.
위 접근은 결핍-보충의 메커니즘, 혹은 문제-제거의 과정인데 물론 이와 같은 방식을 무조건 '잘못됐다' 할 순 없다.
때에 따라, 사안에 따라 당장의 결핍과 문제를 보충, 제거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운 대로 최소한, 임시로, 신중히.
ABCD 원칙을 적용할 때, 지역사회가 욕구와 문제의 복잡한 덩어리가 아니라,
오히려 다양하고 능력 있는 재능과 자산의 거미줄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각 지역사회에는 지역사회개발을 위해 연결할 수 있는 독특한 기술과 역량이 존재함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사회의 모든 사람은 자산과 재능을 가졌으며, 지역사회 모임에서 서로의 재능을 통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지역사회 공공 및 전문기관은 문제 해결에 요긴한 자원이며, 지역사회의 공간은 활동과 연결의 중심이 될 수 있으며,
사람 간의 재능과 자산의 공유는 연결을 만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_ 6쪽
김세진 선생님의 다른 표 참조.
사회사업가의 '자질' '관심'을 품성과 태도, 이해와 공감, '인간성'이라 했다.
이는 진단 능력, 모금 능력, (사회복지사의) 전문성보다 중요하다.
계약 관계가 아닌 애정과 인정, 인격, 더 나아가 '인간'적인 관계를 지향한다.
책 맨 앞장에 표를 따로 붙여뒀다. 이 표만 잘 살펴봐도 책 내용의 절반 이상은 이해할 듯싶다.
구구절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내용이다.
1장 2절에는 '지역사회와 ABCD 접근'을 작은 제목으로 하여
지역개발학 접근, 지리학 접근, 경영학 접근, 사회학 접근, 도시계획 접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은 가볍게 읽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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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수행 모형인데 자원, 방법, 기능, 평가 어렵지 않은 내용이다.
다만 잠시 멈추어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 몇 군데 있다.
먼저 '자원'에서 주민의 기여(contributions of residents).
재능, 기술, 열정, 지식이 이에 해당하는 데 이 네 가지 중 '열정'이 눈에 띈다.
현장에서 자주 쓰는 단어가 아니다 보니 조금 낯선 느낌, 하지만 다른 세 가지와 짝이 맞는 느낌이다.
열렬하고 애정 하는 마음.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나는 이 문장에 이렇게 응용한다.
한 사람의 자기 복지, 주변 복지, 지역 복지를 이루기 위해
당사자는 물론 그 주변 여러 사람의 열렬하고 애정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라고.
반면 '열정은' 이 세 가지보다 조금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마음'만 있으면 뭐해, 재능, 기술, 지식이 있어야지. 이런 느낌?
'자원'의 다른 세 가지는 타고나야 하는, 또는 학습, 개발해야 하는 특성이기 때문에,
그래서 활용하기 쉽고 결과가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듯싶다.
그럼에도 '열정'은 평가절하 되어서는 안 될 자원이라 생각한다.
재능, 지식, 기술의 발견,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함은 물론,
당사자와 둘레 사람, 지역사회의 '열정'에도, 더더욱 관심을 두어야겠단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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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자원에는 '이야기(stories)'가 있다.
책에서는 이 '이야기'를 통해 희망과 발전이 공유되며 구성원 간 연결이 가능하다 했다.
'이야기'가 자원이 될 수 있네!
이렇게 반가울 수가.
현장에서 마주하는 삶과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찾아내는 사람으로서 나는,
이와 같은 분류가 놀랍고 고맙고 반갑다.
이로써 우리 실천에 대해 더더욱 읽고 쓰고 나누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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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D 접근에서 평가는 배움의 과정이며 중간 수정의 과정이라 한다.
전통적 하향식 과정이 아닌, 형성적(formative) 과정, 이 책에서는 '평가'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통적 하향식'이라, 말이 조금 어렵다.
나름대로 풀어보면 '전통적'이란 말은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경직되어 있는 구조에 의해, 양을 기준으로, 딱딱하게 평가함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하향식'은 아래로 내려다보는 방식, 역시 긍정적인 느낌은 아니다.
이 책은 ABCD 접근의 평가를 조금 다른 의미로서 설명하고 있다.
평가는 배움의 과정이고, 때문에 중간중간 고쳐나갈 수 있는 '형성적' 과정이라 했다.
이는 틀릴 수도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틀릴 수 있고, 틀림을 배웠으면 고치면 되고, 그렇게 차곡차곡 '자기'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게 바로 평가이다.
또한 평가의 초점은 재능 교환의 극대화, 서로 어울리는 삶, 소외 당한 이의 참여에 두고 있다.
이렇게 되면 더더욱 질적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건, 명과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 따위 숫자로는 이를 온전히 다 알아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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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자산접근의 대인사회서비스 영역으로의 확산.
지역사회개발 관점의 자산기반 접근은 욕구 중심 접근과 대비된다.
욕구 중심의 접근은 문제를 중심에 놓고 더 나빠지지 않거나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인사회서비스를 운영해 온 주류적 방식이다.
반면에 자산과 강점기반 접근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스스로 대처해 가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방식이다. _ 25쪽
약점 중심, 욕구 중심, 전통적 패러다임은 한 사람의 기능을 의료 관점으로 평가하고
점수로서 표시되는 평가 결과에 따라 급여 자격과 양을 결정한다.
한편 자산접근에는 담당자의 재량적 판단이 중요하다 했다.
담당자의 '재량적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공부해야 한다.
담당자의 '재량적 판단'에 의해 한 사람의 자기 복지, 주변 복지의 양과 질이 좌우될 수 있다.
책에 이렇게 명시되어 있는 만큼, 책임과 의무로서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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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 正名이란 말이 있다.
이는 비단 사람에만 국한되는 표현이 아닐 테다.
어떤 사람, 제도, 원리, 현상을 지칭할 때 역시 이에 적절성과 적확성을 따져야 한다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여러 문장 가운데 눈에 띄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자력화'
책의 저자는 Empowerment를 '자력화'로 바꾸어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Em + power + ment
접두사 em은 make, put into를 의미한다. ~하게 만든다, ~을 부여하다
접미사 ment는 동사를 명사로 만들어주는 역할, 예를 들어 movement, management.
그래서 Empowerment는 힘, 권한을 갖게 만듦,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역량 강화는 그 힘의 방향이 바깥에서 안으로 향하는 듯한 느낌이 있다.
바깥의 도움, 동기부여, 영향으로 한 사람의 힘, 권한이 성장, 발전, 상승하는 느낌.
반면 자력화는 그 힘의 근원이 바깥보단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정확히 '딱 그렇다'라기보단 어'감'이 그렇다.
생존, 존재하게 하는 힘이 이미 그 사람 안에 있음을 가정하고 시작하는 느낌.
그렇게 치면 역량 강화보단 '자력화'가 더 적절할 듯싶다.
그간 나는 Empowerment는 곧 '역량강화'라고,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 쓸 이유를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저자의 설명을 읽고 나니, 앞으로 더더욱 단어 사용에 유의해야겠단 결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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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 강화'에 대해 이렇게 구구절절 쓰는 이유는 최근 부서 이동 이후 새로 맡은 한 사업의 전신이 바로
동료상담 기반 여성 정신장애인 '역량강화'지원 사업이기 때문이다.
시각장애(또는 저시력)를 가진 여성 동료 상담가와 정신장애(또는 정신적 고생, 어려움) 당사자를 연결하여
상담하고 상담받게 하는 사업인데, 이때 이 두 사람 사이 관계는 '멘토-멘티'이다.
사실 잘 모르겠다.
한 사람이 겪고 있는 정신 '장애' 또는 그에 상응하는 고생, 어려움을 해소, 개선 또는 제거하기 위해
어떤 역량을, 어떻게 강화해야 할까?
한 달에 두 번, 총 열여섯 번의 만남과 이야기 나눔을 통해 가능할까?
지역사회에 본을 둔 장애인'복지관'에서 과연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그래서 처음 사업 인계받을 당시, 바로 이 지점, '역량 강화'에서 자꾸 마음이 삐거덕댔다.
뭘, 어떻게 '강화'하지? 아니, 왜 '강화'해야 하지?
아니, 아니. 그게 가능하긴 할까?
다행히, 부서 발령 직전 이 사업의 공식 이름이 바뀌었다 한다.
여성 정신장애인 '일상회복' 지원 사업으로.
처음보단 낫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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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동료 상담, 동료 상담가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은 터라
지금 당장 이 사업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기에는 사실 무리가 있다.
이는 지금 함께하고 있는 일곱 분의 동료 상담가에게 실례되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나는 점검 차원에서 지난 한 달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나름 궁리했던 내용을 이렇게 글로 정리한다.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겐 의료, 치료 영역에서 개입해야 하는 지점이 있기 마련이다.
정기검진, 약물 복용, 때에 따라 수술, 입원, 재활 치료 등등.
그렇다면 이는 의료, 치료 전문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장애, 또는 등록하진 않았지만 우울, 조울, 조현 같은 증상, 그리고 증상으로 겪는 여러 고생, 어려움을
완화, 경감하는 의료, 치료 접근은 이를 잘 다룰 수 있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더 적절할 듯싶다.
사회사업가 나는 장애, 증상, 질환보단 '사람'에 집중하고 싶다.
물론 이에 대해 알긴 알아야 한다. 더 공부해야 함이 옳다.
하지만 이 사람의 장애와 저 사람의 장애가 같은 유형으로 분류된다 해서
이 사람의 장애와 저 사람의 장애는 결코 같지 않기에, 장애, 증상, 질환 너머 사람을 개개인으로,
각각으로 알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쉽게 말해, 숲도 보고 나무도 보고, 꽃과 곤충, 여기저기 얽히고설킨 '생태'를 모두 살펴보는 접근.
한편 책을 통해 배운 내용을 써먹어 보자면 또 이렇다.
저시력, 시각장애 멘토의 '장애'만 보면 동료 상담이란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을 테다.
여성 정신장애인 '멘티'를 욕구 중심, 약점 관점으로 살펴보면 '문제' 수십 개는 순식간에 적어낼 수 있다.
하지만 '자산'으로 분석하면 접근 방식은 전혀 달라진다.
멘토, 멘티의 자산을 활용, 교환, 재생산하고 주변 사람과 어울리며 이를 교환하는 방식.
멘토, 멘티의 열정을 중요 자산으로 규정하고 이를 더욱 발휘할 수 있게 응원, 지지하는 방식.
또 '매칭' 사업의 특성 상, 사회복지사의 직접 투입만큼 멘토의 역할이 중요하다.
멘토 그 자체가 큰 자산이며 살뜰히 살펴봐야 할 사람이다.
그렇기에 매칭 사업 담당자로서 나는 멘토의 활동을 적극 돕고 보다 효율적 근무환경 마련하는 데에 힘을 써야 한다.
동료 상담에 대해 나 역시 배워야겠다. 또 멘토 선생님과 공부 모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자산의 하나로써, 이야기를 십분 활용해야겠다.
서로 간 만남, 시간, 그 가운데 주고받을 수백수천 가닥의 이야기.
공기 중에 흩어지지 않게, 사회사업가 나는 그 이야기를 꼼꼼히 새겨듣고 어디엔가 새겨 넣을 의무가 있다.
기록 방법, 매체, 활용 등등, 세부 사항은 조금 더 고민해서 차차 정해보는 걸로.
다음은 지역에서 함께 하기. 사실 이게 참 어렵다. 잘 모르겠다.
다만 만남의 장소를 복지 '기관' '시설'을 벗어나서 해야겠다, 싶다.
지역 변화, 협력은 억지로 밀어붙인다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지역 내 카페, 음식점, 도서관 등등 당사자의 시설 이용 빈도가 잦아지고 서로 익숙해지고,
때로는 약간의 불편과 소동도 있겠지만, 더 큰 뜻을 위해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실제 멘토-멘티 두 사람이 자주 찾는 카페가 한 군데 있는데 사장, 직원 모두 이 두 사람의 만남을 적극 돕는다.
음료 주문, 현금영수증 발행, 사진 촬영, 자리 정리 등등,
처음에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서로 헤맸지만 지금은 아주 익숙하게 도움받고 도움 준다.
덕분에 마음 편히 만남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조금씩 관계를 만들어가다 보면 변화는 천천히, 하지만 반드시 온다.
(덧)
어떤 사업이든, 전임자의 계획을 온전히 갈아엎을 수는 없다.
할 일은 하고, 하고 싶은 일은 추가해서 하면 된다.
예를 들면 평가.
양적 평가를 하긴 하되 여기에 질적 평가, 성과 평가,
배움, 소망, 감사 평가를 더해봐도 좋을 듯싶다.
내년 농사를 위해 올해 좋은 땅을 만들어야겠다.
(덧)
며칠 전만 해도 나는 그간 해온 '사회복지사로서의 상담'과 이 '동료 상담'이 크게 다를 게 없다 생각했다.
멘토-멘티라는 구분과 서로 간 호칭에 대해서도,
구조화된 상담과 만남에 대해서도 사실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다.
공식을 넘어 비공식, 언니-동생 하며 지낼 수 있는 관계, 제3의 공간,
이렇게 하면 안 될까? 하는 의문이 자꾸 맴돌았다.
그리고 엊그제 멘토 교육 겸 전문가 자문을 진행했다.
덕분에 '동료 상담'의 개념을 아조 조금 더 알게 됐다.
사회사업가 나는 '상담'이란 표현을 '만남', '이야기 나눔' 같은 말로 바꾸어 쓰곤 했다.
상담 '기술'을 익히기보단 공감하는 마음, 공감하는 능력, 또는 민감성, 감수성을 갖추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십 년간 해온 나의 상담은 당사자의 마음을 살펴보고 어루만지고,
당사자 자산을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만남, 이야기 나눔 같은 표현이 보다 적절하고 적확하다 생각한다.
반면 '동료 상담'은 장단기 목표가 있는, 구조를 갖춘 상담으로 이때 목표는 측정 가능, 실현 가능해야 한다.
또한 멘토-멘티는 동료 상담가-내담자 관계, 다시 말해, 공식적인 관계이며 공식적인 만남이다.
멘티가 겪고 있는 증상에 대해 다룰 때도 있고 마음 아주 깊은 곳에 숨겨 놓은 아픔, 슬픔을 끄집어 내기도 한다.
정말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와 지향은 같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차이는 분명하다.
사회복지사로서 지난 나의 상담은 심정, 감정의 영역, 공감, 지지의 역할이 컸던 반면
동료 상담은 이에 더해 내담자가 자기 '문제'를 직면하게 하고,
그 문제가 비합리적 추론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인식하고 이를 뛰어넘게 하며
매 회, 또는 매년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 여부를 평가한다.
매 회 같은 질문으로 시작, 마무리하고 지금 상태를 숫자, 점수로 표현하게 할 수도 있다.
서로 간 '선생님'으로 호칭하고 약속 시간 엄수하는 등, 여러 기술, 기법으로 상담을 더욱 구조화 시킨다.
사회사업가의 상담도 필요하고 동료 상담가의 상담도 필요하다.
둘 사이의 차이를 이해, 인정하고 이를 잘 활용하면 될 듯싶다.
한 멘토 선생님이 그랬다.
"지금은 서로 '선생님'으로 불러요.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나면 그땐 멘티의 언니가 되어주고 싶어요."
지금은 선생님, 그다음은 언니, 동생.
이게 맞는 것 같다.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면 그때를 살펴, 공식을 넘는 비공식 만남, 관계를 주선해 봐도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