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97년 봄 토요일 원주 단구동 옥탑방
남길(26세)이 부엌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고 있다. 싱크대 위에는 지저분한 식기와 술병이 가득하다. 방안에서 여자의 신음 소리가 흘러 나온다. 절정에 다다른 듯 고함소리가 크게 들리다가 멈춘다. 남길이 곤히 잔다. 잠시후 세탁기 탈수 할때 나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다시 난다. 남길이 아랑곳하지 않고 잘도 잔다.
남길이 오후가 되서야 일어나 쓰레기 봉지를 들고 나가다가 남자 운동화들과 섞여있는 빼딱구두를 발견한다. 빼딱구두 한짝에 발을 대보더니 망설이다 신어 본다. 옥상을 가로질러 캣워크를 한다. (팬티 바람으로) 빼딱구두로 바닥을 구르다가는 탭댄스를 추기 시작한다.
배경음악 "Puttin' on the Ritz" - Taco (30초간 지속)
갑자기 계단문이 열리더니 수지(24세)가 등장한다. 놀라는 두사람.
밥상 주위로 수지, 남길, 영운(26세), 은정(26세)이 앉아 있다. 영운과 은정은 잠이 덜깬 모습으로 피자를 바라보고 있다.
수지: 해장엔 피자가 최고지. (동의가 없자) 요새 서울사람들은 다들 그래.
남길: (영운과 은정에게) 너희들 이거 먹고 강릉 내려가라. 나도 잠 좀 편하게 자게. 아침에 세탁기 돌렸나?
은정: 오줌 싸려고 앉아 있는데, 이새끼가 또 덥치잖아.
영운: 그래서 내가 세탁기에 대놓고 뒷치기를 열라 했더니…
남길: 그거 카오스다. 고장 났으면 사놓고 가라.
영운: 대우 카오스. 수지 이번에 대우 들어 갔다 하지 않았나?
남길: 응 대우 자동차. 교환학생 다녀온 덕이 컸지 아마. (수지에게) 신입이 어떻게 일찍 나왔어?
수지: 주말에 강릉 본가에 간다고 했더니, 일찍 퇴근 시켜주더라고. (은정의 발에 시선이 꼳히더니) 언니 발이 생각보다 크네.
영운: 나는 손발이 큼지막한 여자가 섹시하더라. 줄리아 로버츠 처럼.
은정: 아침부터 왜 남 발 갖고 난리야?
수지: 성정체성에 문제 있는 사람이 생각나서…
#2. 1997년 봄 일요일 대낮 원주 단구동 옥탑방
외로운 지구별이 점점 다가오고,
한반도 상공에서 원주 시내로 내려와 옥탑 드론씬
옥탑 구석에 빈술병이 정렬되어 있고, 다른 한구석에는 쓰레기 봉지가 쌓여있다(최근에 청소한 것을 암시).
미닫이 현관 앞에 남자 운동화와 여자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신발을 바라보는 중년여인의 뒷모습
중년여인의 시선으로 화면 이동. 미닫이 손잡이를 잡고 망설이는 손.
잠시후 문이 조용히 열리고 비교적 깨끗한 부엌(최근 설거지한 것으로 보이는 식기들).
여인은 방문에 귀를 대보고나서 손잡이를 조심스레 돌린다.
문틈 사이로 전공서적들로 가득한 책장과 책상 반을 차지하는 CRT 모니터가 보인다.
시선이 방바닥에 이불깔고 자는 남녀로 이동
남자는 엎어져 있고 여자는 반듯이 누워 자고 있다.
수지가 눈(close-up)을 뜨고 여인과 눈이 마주친다.
여인은 놀라 급히 자리를 뜬다.
수지도 놀라 담요로 얼굴을 가린다.
눈(close-up)을 깜박이며 어리둥절
수지는 옆에 자고 있는 남길의 어깨를 톡톡치며 귀엣말로,
수지: 오빠! 좆됐어. 일어나
이불 밖으로 수지의 손이 나와 브래지어를 찾아 바닥을 더듬는다.
수지: 오빠엄마가 왔다 갔어. 오빠도 빨리 옷입어.
남길의 손도 이불 밖으로 나와 팬티를 찾아 바닥을 더듬거린다.
남길: 꿈꾼 것 아냐?
현관 미닫이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남녀의 손이 동시에 이불 속으로 숨는다.
방문 너머로 여인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공설 운동장에서 기다릴께. 수지도 데리고 와.
#3. 1997년 봄 일요일 대낮 운동장 가는 길
배경음악
햇살이 밝아서 햇살이 아주 따뜻해서
눈물이 말랐어 생각보단 아주 빨리
죽을 것 같아서 정말 숨도 못 쉬었었어
근데 햇살이 밝아서 햇살이 밝아서 괜찮았어
수지가 앞서고 남길이 따른다.
남길이 속도를 내어 수지에게 다가가 손을 잡는다.
#4. 1993년 봄 오전 파주시 탄현면
남길이 위병소를 향해 뛰어간다.
수지가 위병소 옆 등나무 그늘 아래 면회 장소에 앉아 있다.
수지가 생수병을 오픈하여 남길에게 건네며,
수지: 내가 그리도 보고 싶었어? 뛰어 오게.
남길, 처갓집양념통닭을 내려다 보며,
남길: 여기 이등병은 삼보이상을 구보로 다녀야해서.
수지가 치킨 포장을 열고, 닭다리 끝을 냅킨에 싸서 남길에게 건넨다. 그의 손톱에 낀 때를 애처롭게 쳐다본다.
남길: 대학생활은 재미있어?
수지: 여대라서 그저그래.
남길: 왜 하필…
수지: 울엄마 알잖아.
남길이 벌떡 일어나 보초근무 교대를 하러가는 병사에게 경례를 한다. “백마”
수지: 통금시간이 아홉시야. 엄마가 하숙집에 가끔 전화로 확인도 하고.
남길: 여전하시네.
수지, 남길의 생수병을 입대고 마시며,
수지: 근데 여기는 실내 면회장소 같은 것 없어?
남길: 최전방 독립포대라 피엑스가 따로 없어. 이곳은 대위가 왕이야. 참, 많이 기다렸지?
수지: 응. 한시간 정도?
남길: 외박 신고하느라고 늦었어. 여자친구가 면회 왔다고 해서 특박을 받았어.
수지: 와 잘됐다. 내가 면회신청서 작성할때 관계란에 애인이라고 썼거든. 크크. 우리 서울 가서 놀자.
남길: 외박은 위수지역을 벗어 날 수 없어.
남길이 벌떡 일어나 보초근무 마치고 가는 병사에게 경례를 한다. “백마”
#5. 1993년 봄 오후 파주시 시내 여관
방바닥에 펼쳐진 신문지 위에 파인애플 한송이, 산낙지 한접시와 기름장, 먹다남은 치킨, 썸싱 스페셜과 종이컵이 놓여있다.
수지: 이제 소원 풀었어? 파인애플과 산낙지가 그렇게 먹고 싶었어?
남길: 응
수지가 남길의 술잔을 채우며,
수지: 휴가 나오면 짜장면 부터 찾는다던데, 오빠는 유별나. 예나 지금이나
남길: 여기 파주에서 이등병이 편하게 술마실 식당이 있을까?
수지: 그래서 대낮부터 선남선녀가 여관방에 남사스럽게시리 하하. 오빠, 나 방안에서 못하는거 알지?
남길: 응. 브라와 양말
수지: 그럼 좀 편하게 있을게.
수지는 티셔츠 소매에서 브라를 끄집어 낸다.
수지: 뭘 그리 빤히 쳐다보나? 민망하게시리
남길: 변한게 없는 것 같아서리
수지: 오빠 내꺼 본적 있어?
남길: 네가 중2 땐가. 커졌다고 자랑했잖아.
수지: 맞다. 그때 딱 멈췄네.
티셔츠를 들어 올리고 오른 젖가슴을 잡아 보이며,
수지: 꼭지도 자라다 말았어. 애들이 색연필이라고 놀려.
남길: 왠 색연필?
젖가슴이 남길의 얼굴 가까이로 이동한다.
수지: 잘 봐봐. 꼭지가 색연필심 처럼 생겼잖아.
남길: …
수지: 얼굴은 왜 빨개지고 난리야?
남길이 정색을 하며,
남길: (두서없이) 작년말에 군에 와서 밖에 나온게 처음이라. 모든게 새롭네. 자대배치 받고 오늘 아침에 이란걸 처음 닦았어. 백일이면 사람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야. 자극하지 마라. 예전에 내가 아니니.
수지: 하하하
욕조에 앉아 있는 남길의 등을 밖에서 수지가 밀어 준다.
수지: 우리 어렸을 때는 목욕다라에 같이 들어가서 놀았는데 이젠 다 커서 함께 못들어 가겠다. 그지.
남길: 요새 찝쩍거리는 놈들 없어? 이뿐이를 가만이 둘리 없잖아.
수지: 학기초에 한양공대 애들하고 단체 미팅을 해서 하나 건젔는데, 통금시간 땜에 진도가 나가질 않아.
남길: 잘생겼어?
수지: 보통. 오빠처럼 착해.
남길이 등에 흐르는 땟국물을 바라보다가,
수지: 오빠 오늘 왜 처음 나왔어?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면회 안왔어? 오빠네 학과에 여자들이 더 많다며.
남길: 몇번 왔었는데 그때마다 비상이 걸려서.
수지: 그래서 면회는 했어?
남길: 응 아까 거기 등나무 아래서, 완전군장한 채로.
수지: 와~ 오늘 날 제대로 잡았네. 더 먹고 싶은것 없어?
남길: 여자
#6. 1993년 봄 밤 파주읍 용주골
남길이 신발을 들고 세수대야를 든 여자를 따라 방으로 들어간다. 방은 여느 가정집과 다름 없다. 식육점 조명만 빼고. 남길이 군복을 벗어 벽에 걸어 둔다. 여자는 세수대야 물로 남길이 그곳을 정성스레 닦는다.
남길: 방금 목욕하고 왔는데요.
여자: 이등병 아저씨 거시기 성내는 거 좀 보소.
여자가 누워서 다리를 벌린다.
남길: 콘돔은…
여자: 괜찮애. 나 깨끗하니 걱정일랑 붙들어 메고, 그렇고… 하고나서 시원하게 오줌 갈기고 나면 다 씻겨 나가서 괜찮애.
남길: 위에도 벗으면 안돼요?
여자: 이등병 아자씨가 바라는 것도 많네.
여자가 홀딱 벗고 이불 위에 누워 남길이를 받아들인다.
첫댓글 69년 닭띠 연재는 어떻게 하시고? 근친상간주의자로 넘어가셨습니까?
69년 닭띠가 더 재밌습니다.
69년 닭띠 연재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무기한 연기하겠습다.
근친상간주의자는 내가 혼신을 다해 집필 중이니 애독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