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덕지맥분기점~양구두미재~청태산~둔내자연휴양림
백덕지맥은 영월지맥 상의 태기산 남쪽 1.3km에서 남쪽으로 분기되어 양구두미재,
청태산,오봉산 그리고 사자산과 백덕산을 넘어 영월군 서면 신천리의 주천강과 평창강
의 합수지점에 이르는 총 58km의 산줄기이다.이 산줄기를 다섯 차례로 나누어 산행을
할 참이다.오늘은 그 첫째 날이다.
우선 백덕지맥의 분기점을 오르려면 들머리로 적당한 양구두미재를 오르는 게 먼저다.
영동고속국도 상의 둔내나들목에서 사십리 어름에 자리한 해발980m의 양구두미재,
일기예보가 미리 전한 날씨답게(최고온도 섭씨15도,최저온도섭씨11도) 사위는 서늘한
기운이 가득하다.
양구두미재의 입간판
간 밤에 내린 가을 비로 인하여 도로는 물론이고 숲은 온통 축축하다.가을의 민 낯인
파란 하늘을 덮어씌운 잿빛 구름은 빈 틈이 없으며 일찌감치 떨어진 다갈색의 축축한
낙엽들이 널려있는 정경은 처연하기조차 하다.언덕배기 북쪽으로 나 있는 완만한
오르막의 아스팔트 차도를 따른다(9시10분).
아스팔트 도로는 비포장으로 바뀌기도 하고 양회임도로도 거죽을 바꾸기도 하면서
꼬리를 잇는다.머지않아 거대한 골리앗 덩치의 풍력발전기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태기산풍력발전 단지인 거다.2MW급의 풍력발전기가 20대 세워져 있는데,
총 발전용량은 40MW가 된다고.이 발전용량은 횡성군과 평창군의 25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안내문은 적고 있다.
양구두미재에서 1~1.5km쯤 떨어진 곳,4번 풍력발전기가 서 있는 지점 언저리가
백덕지맥의 분기봉이 된다.거기까지 발걸음을 하고 다시 발길을 돌려 양구두미재로
내려선다.횡성군 둔내면과 평창군 봉평면을 잇는 6번 차도가 넘나드는 양구두미재,
풍력발전 단지 진출입로이자 백덕지맥의 분기봉의 들머리 어귀의 길(6번차도) 건너
편에는 1948년 10월 남파된 무장공비 180명과 교전중 사망한 경찰관들을 추모하는
전적비가 세워져 있으며,그 뒤쪽의 산비탈에는 KT태기산 중계소가 자리하고 있다.
지맥의 들머리 산길은 이들 사이로 난 임도를 따르면 된다.
임도는 널찍한 주차장으로 이어지고 주차장 한구석에는 간단한 식음료를 판매하는
매점 용도의 반토막짜리 컨테이너도 하나 눈에 띤다.KT중계소 울타리를 오른 쪽으로
끼고 비탈을 오르면 누런 덤불로 잔뜩 뒤덮혀 있는 헬기장을 가로 지르게 된다.
어느 틈에 모든 잎사귀를 떨궈낸 앙상한 물푸레 나무 숲을 지나면 축축한 행색의
울긋불긋한 이파리의 활엽수들이 줄을 잇는 숲 길이 산객을 맞이한다.숲 길은
이내 조릿대들이 무성한 사이로 서걱거리며 이어진다.
양구두미재의 경찰전적비
그런 뒤에 완만한 비탈을 올려치면 해발 1038m의 삼각점봉(봉평153)에 오르게 된다.
이 삼각점봉에서 지맥의 방향은 좌측으로 10시 방향이다.산행안내을 맡고있는 암갈색
의 이정표가 이따금 눈에 띤다.다갈색의 낙엽이 두툼하게 내려앉은 산길이 꼬리를 물고,
먹줄 같이 곧은 낙엽송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울창하게 우거진 숲 길을 따르기도 한다.
그리고 두 길 높이의 머리 위로 굵직한 통신 케이블 대여섯 가닥이 지맥을 가로지르고
있다.산길은 다시 먹줄 같이 곧은 낙엽송 숲으로 꼬리를 드리운다.
산길은 수렛길처럼 널찍하고 부드럽고 밋밋하다.다갈색의 축축한 낙엽들이 새롭게
내려앉아 있는 산길은 조릿대 숲 길을 따르기도 하는데 조릿대 숲 길은 길 주변의
조릿대들을 일정한 폭으로 베어버려 산뜻하고 말끔하다.이렇게 숲 길은 먹줄 같은
낙엽송 숲에서 누런 단풍의 숲으로 이어지고,앙상한 가지들만의 조릿대의 숲 길로
거죽을 바꿔가면서 갈마든다.누런 빛의 단풍이 있는가하면 피 같이 붉은 단풍도
눈에 띠고 푸른 기색의 단풍 잎도 이따금 만나게 된다.
파란 하늘을 지워버린 잿빛의 하늘은 삭은 얼굴 같다.그리고 곱게 물 든 가을 철
단풍을 줄기려는 산객을 시기하고 있음이다.임무를 마치고 아름답게 퇴장하려는
이파리들의 마지막 성장(盛裝)을 그르치고 있지 않은가.잘 다듬어진 조릿대 숲 길도
여전하고 먹줄 같이 곧게 하늘을 찌를 기세의 낙엽송 숲 길도,비록 축축한 물기를
머금고 있지만 애써 고운 빛으로 숲 길을 밝히고 있는 단풍나무들도 줄을 잇는 숲
길이다.머지않아 잘 다듬어진 조릿대 숲 길이 사라지면서 산길은 다소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벌겋게 녹이 슨 철사줄 같은 개다래 넝쿨들이 얼굴을 찌르고 몸을 휘감는다.누런 빛의
잡풀들도 한몫을 거들 심사이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조릿대들도 산길을 뒤덮고 있어서
산길은 마치 두더지굴 같다. 잣나무숲을 빠져나가면 산길은 임도로 들어서게 되며
임도를 조금 따르다가 임도 우측의 숲으로 슬그머니 들어서면 거대한 송전철탑의 곁을
지나게 된다.그런 뒤에 완만한 비탈을 올려치면 해발 936m의 삼각점봉에 오르게 된다.
다듬어지지 않은 조릿대 숲 길은 버석거리는 소리만 요란하다.그리고 그러한 산길은
두더지굴처럼 발치에 숨어있으며 어림짐작으로 발걸음을 뗄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부지불식간에 두더지굴에 숨어있는 간벌목이나 나무토막에 발목이 걸려
앞으로 엎어지는 불상사를 염려해야 한다.
산길은 또다시 누런 덤불로 뒤덮혀 있는 헬기장을 가로지르며 이어진다.어깨를 덮을
만큼 키가 큰 억새들이 가득하다.그 사이로 지맥의 산길은 짐승들만의 통로처럼 꼬리를
잇는다.그리고 헬기장을 뒤로하면 잘록한 안부 삼거리로 내려서게 된다.흰색 바탕의
네모난 입간판이 하나 서 있다.좌측으로는 '등산로 아님'이라고 써 있으며,오른 쪽으로는
'영동1터널 입구'라고 적고 있다.그리고 오른 쪽 저만치 얼룩무늬의 초소 같은 작으마한
건물이 한 채 눈에 들어온다.청태산 정상을 3.9km 남겨둔 지점의 안부 삼거리다.
안부삼거리를 지나서 한 차례 비탈을 올려치면 누런 덤불로 뒤덮혀 있는 헬기장이
기다린다.이 헬기장에서 지맥은 오른 쪽 2시 방향으로 꼬리를 문다.'청태산 가는 길'
이라고 써 있는 흰바탕의 화살표 모양의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청태산까지는 3.5km
라는 내용과 함께. 청태산으로의 산길 안내 팻말은 머지않아 또다시 만나게 된다.
이번에는 '6등산로가 폐쇄되었으니 5등산로로 돌아가시오'라고 적혀있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청태산 정상을 2.8km쯤 남겨둔 지점이다.
두더지 굴 같은 조릿대의 숲 길을 따라 완만한 비탈을 올려치면 삼각점이 부여가
되어있는 해발 1009.8m봉에 오르게 된다.산길은 이전보다 좀 더 거칠어지고 희미
한 행색으로 이어진다.녹 슨 철사줄처럼 구불거리는 개다래 넝쿨들도 그렇고 잡목들의
기세도 거칠어져 있다.청태산 등산지도가 자리하고 있는 붕긋한 멧부리에서 지맥의
방향은 산행안내 이정표가 가리키는 4등산로 방향이 된다.청태산 정상까지 2.6km를
남겨놓고 있다고 알린다.다갈색의 낙엽이 두툼하게 내려앉아 있는 숲 길은 축축하기만
하다.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는 물푸레 나무 숲을 지나고 다소 희미하고 거친 잡목들을 헤치며
완만한 오르막을 올려치면 누런 덤불과 억새가 무성한 헬기장을 오르게 된다.이 헬기장
에는 좌측으로 5등산로가 나 있는 삼거리봉이기도 한 헬기장이다.지맥의 방향은 맞은
쪽의 3등산로를 가리키는 산행안내 이정표의 화살표 방향이다.청태산 정상까지는
1.6km라고 알리고 있다.삼거리 헬기장봉을 내려서면 또다른 삼거리가 기다린다.
매표소 방향과 4등산로 방향이 직각을 이루며 갈라지고 지맥의 방향인 청태산 정상
방향은 2등산로를 따르도록 산행안내 이정표는 주문한다.청태산 정상을 1.2km가량
남겨둔 지점이다.
이렇게 청태산 정상으로 이르는 지맥의 산길에는 여러 갈래의 산길이 나 있다.
지맥의 북쪽 산기슭으로 청태산 자연휴양림과 둔내자연 휴양림이 자리하고 있는
탓이다.삼거리 헬기장봉을 지나고부터의 산길은 관리의 손길이 느껴질 만큼 반듯하고
뚜렷하다.그런 탓인지 단풍의 빛깔도 이전의 산길에서 만났던 느낌보다 한결 곱게
느껴진다.그런데 빗방울이 하나 둘 듣기 시작한다.조금 전보다 사위는 한층 어둑져
있다.지맥의 산길 우측으로 매표소(1.3km) 쪽으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삼거리를
지나면 오르막 산길은 침목계단이 오르막을 안내한다.
긴 침목계단을 올라서면 헬기장으로 올라서게 되는데 삼거리 갈림길이 나 있는 헬기장
이다.오른 쪽으로 제1등산로가 나 있다.지맥의 줄기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청태산 정상을
오른 뒤에 발길을 되돌려 이곳에서 제1등산로로 접어들어야 지맥을 잇게 되는 거다.
청태산 정상은 이곳 헬기장 삼거리에서 0.3km의 거리다.한 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이
여러 갈래로 떨어지더니 무수하게 세를 불리며 떨어진다.빗방울은 가늘지만 옷깃을 파고
드는 것은 시간문제 아니던가.그렇지만 여느 때와 달리 마음은 느긋하기만 하다.
내리는 빗줄기가 가늘고 나긋한 때문일 게다.미상불 가랑잎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실감이 된다.
우묵한 접시를 엎어 놓은 것처럼 붕긋한 행색의 해발1194m의 청태산 정상에는 검은
빗돌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으며 맞은 쪽으로는 철망 울타리로 막아놓았다.등산사고가
빈번하게 발생이 되는 지역이니 휴양림 방향으로 하산을 바란다는 청태산자연휴양림
명의의 현수막이 울타리에 걸려있다.소리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조금 전의 삼거리
헬기장봉 으로 돌아와서 좌측 방향의 제1등산로 쪽으로 도망치듯이 발걸음을 재우친다.
곧바로 만나게 되는 삼거리 갈림길에서는 좌측의 산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이후부터의 산길은 '성우리조트'에서 매달아 놓은 흰바탕의 달걀모양의 산길 안내판의
지시를 따르면 걱정이 없을 거다.비가 내리는 탓에 사위는 사뭇 어둑해졌는데, 숲 속은
한결 시끄러워졌다.우묵한 골짜기에는 희뿌연 안개가 나지막하게 드리워져 있다.
빗줄기가 아무리 쫓아내려도 사라질 기미가 없다.
930m봉을 4.3km남겨두고 있다는 안내문을 뒤로하면 머지않아 '술이봉6.3km,930m봉
3.7km'라고 써 있는 안내문을 또 만나게 된다.빗물로 희번덕거리는 조릿대 숲 길을
헤치고 다갈색의 낙엽이 두툼하게 내려앉은 산길을 잇다보면 먹줄 같이 곧게 하늘을
찌를 기세의 낙엽송이 울창한 작은 안부로 슬그머니 내려서게 된다.안부 오른 쪽으로
둔내유스호스텔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삼거리 안부다.
둔내자연휴양림
이곳 둔내분기점에서 맞은 쪽으로 계속이어지는 지맥은 930m봉(2.8km)과 술이봉
(5.4km)을 준비해 놓고 있으나 오늘의 지맥 산행은 이곳에서 마치게 되며 우측의
둔내유스호스텔 방면으로의 하산만을 남겨두게 된다. 울창하게 우거진 활엽수들로
숲은 더욱 어둑하다.속새 군락지를 지나고 하늘을 찌를 기세의 낙엽송 숲을 빠져
나가면 벌목지대를 지나가게 된다.벌목지대를 뒤로하면 이내 임도로 들어서게 되며
꺽다리 소나무와 낙엽송 그늘의 임도는 곧바로 아스팔트 도로로 합쳐진다.
이국적인 멋의 유럽식 통나무집이 도로 우측의 산기슭에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다.
둔내 자연휴양림에 이미 들어선 거다.도로는 곧바로 삼거리 갈림길을 내놓는데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은 이곳에서 우측 방향의 차도를 따라야 한다.그리고 나지막한
고개를 한 차례 더 넘어서면 저만치 주차장이 바라다 보인다(13시30분).
긴 추석연휴을 지난 시간이 꽤나 길었나보다.그 이전의 숲은 푸른 빛 그대로 힘과
활기와 열정이 넘쳐났던 숲으로 기억이 되는데,추석을 지나고 첫 번 째로 맞은 산행
에서의 숲은 벌써 만추의 저물녁 기색이 역력하다.지난 여름의 무더위 속의 산행이,
온 산에서 솟아오르는 땅의 온기와 새순에서 풍겨나는 풋내가 진동하던 봄의 산행이
아련하게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군도(群盜)를 쓴 독일의 실러가 시간의 걸음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썼다.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지만 현재는 화살처럼 빠르게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하고 있다고. (2017,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