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점말~1061.6m봉/비룡산갈림봉~862.5m봉~현동교
후텁지근한 무더위와 긴 장마,그리고 연이은 태풍까지 몰아치던 질풍노도의 계절도
순식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어느 사이 매미들의 애끓는 합창과 귀뚜라미의 세레
나데가 은은하게 귓전을 두드리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權不十年 花無十日紅(권불
십년 화무십일홍)'! ,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세도 10년을 넘기지 못하고,절세의 미색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이다. 권세가나 절세미인이나
억지로 버틴다고 권력과 미색을 유지할 수 없는 노릇이니,구질구질 생떼까지 부리며
역겹게 망가지지 말라는 경책이다.
가을 비는 농부들의 피눈물이라고 하였던가.오곡백과가 무르익어 결실을 맺으려면
한낮에는 따끈따끈한 햇볕이 필요한데, 하늘은 비를 머금고 있는 잿빛의 구름으로
잔뜩 오만상이다.언제 비가 쏟아져 내린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 날씨다.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봉화군 소천면 고선리에 도착도 하기 전에 이미 차창 밖으로는 비가 내리
기 시작한다.노드리듯 쏟아지는 장대비 같은 빗줄기는 아니지만 하늘 빛을 가늠
하면 금세 그칠 비는 아닌 성 싶고 노량으로 질척일 것만 같다.
홍점골 홍제사 입구
소천면 고선리 홍점골 맨 윗뜸의 산 아래 첫 농가로 여겨지는 집 앞에서 좌측으로
꼬리를 잇는 양회임도가 홍제사 입구다(10시4분).농가 앞의 주차장 같은 여유공간
에서부터 우중산행은 본격적으로 발행이 된다.길래 꼬리를 물며 노량으로 내릴 것만
같은 갈가랑비가 소리없이 내리는 심산유곡이다.홍제사 가는 길은 물때가 덕지덕지
더께가 진 양회임도다.
양회임도 좌측의 계곡에는 암반을 타고 흐르는 맑은 계류가 넉넉하고, 재잘거리며
흐르는 맑은 물소리는 상쾌함이 넘치고 골짜기는 청량감이 가득하다.그러한 행색
의 절길을 5,6백 미터쯤 따르다가 홍제사 경내를 50여 미터쯤 남겨둔 지점에서 우측
의 우묵한 골짜기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골짜기로 꼬리를 잇는 산길은 수렛길처럼
다소 널찍한 행색인데,들고 나는 입산객들이 그동안 뜸했었는지 잡풀만이 무성하다.
청류의 홍점계곡
게다가 완만한 오르막 수렛길은 골짜기 윗쪽에서 맑은 물이 도랑처럼 흘러 내리고
있는 게 아닌가.절벅거리며 발걸음을 재촉하면 군데군데 산길을 가로지르며 쓰러져
있는 수목들이 발걸음을 무디게 하기도 하고, 산길을 흩뜨려 놓기도 하여 이동에
애를 먹이기도 한다.머지않아 본격적인 오르막으로 접어들면 다소 번듯한 산길이
기다린다.소리없이 내리는 갈가랑비의 기색은 여전하다.
무더운 여름철 산행을 감안하면 시원스럽지만 옷깃을 파고 든 빗물로 산객들의 행색
은 금세 후줄근한 모습이다.시나브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르막을 헐떡헐떡 올려치면
비로소 주능선 등성이의 안부에 닿게 되는데, 부드러운 안부 한켠에는 서낭당 고개
처럼 돌무더기가 수북하다.심심산촌 주민들의 토속신앙터인 거다.
서낭당 안부
이러한 행색의 서낭당 안부에서 우측의 오르막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완만하지만
꾸준하게 꼬리를 잇는 등성잇길은 끌밋한 노송들이 줄을 잇고, 오르내림이 잦아지는가
하더니 이내 바위등성이로 행색이 바뀌기 시작한다.빗물로 희번덕거리는 바위는 으레
미끄러운 법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엄장한 바위봉은 마음대로 거스르지도 못하고 우회의 방식으로 비껴가고,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만만한 바위봉을 올려치면 대개 화려한 조망이 기대되는 전망의 멧부리지만
가랑비가 내리고 게다가 수증기처럼 운무가 드리워져 있으니 조망은 아예 기대할 상황
이 아니다.굴곡이 잦은 말갈기 같은 암릉과 노송이 한데 어우러진 등성이를 뒤로하고
가풀막진 비탈을 헐떡헐떡 올려치면 봉긋한 멧부리에 오르게 되는데,이 멧부리에서
분맥의 산길은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이어진다.
가풀막진 바위 오르막
그러나 지난 번 두 번째의 분맥 구간은 동남 방향의 비룡산 정상을 넘어서 배바위산
정상을 거친 뒤 곧바로 비동마을로의 하산이었는데,오늘 구간은 비룡산 갈림봉에서
남쪽으로 갈래가 지는 산줄기다.그러므로 비룡산 갈림봉까지 발걸음을 한 뒤에 다시
발걸음을 되돌려 남쪽 방향으로 갈래가 지는 산자락을 따라야 한다.
결국은 백두대간상의 깃대배기봉에서 동남 방향으로 분기가 되는 청옥분맥은 이곳
비룡산 갈림봉에 이르면 동남쪽과 남쪽의 두 방향으로 다시 갈래가 지니, 두 곳을 세
차례에 걸쳐 죄다 해치우려는 거다.소나무들만의 붕긋한 멧부리에서 비룡산 갈림봉인
해발1061.6m봉은 5,6십 미터쯤 북쪽으로 발품을 더 보태야 오를 수 있다(11시).
해발1061m의 비룡산 갈림봉
해발1061.6m의 비룡산 갈림봉에서 발걸음을 되돌려 남쪽으로 뻗어 있는 등성이로
발걸음을 옮긴다.내리받이 등성이는 펑퍼짐스레하고 산길은 뚜렷하지만 좌우로 갈림
길이 있으니 주의를 게을리 하면 알바의 우려가 있다.하늘을 찌를 기세로 우뚝우뚝
하고 끌밋한 아름드리 노송들이 그들먹한 산길을 지나고 나면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이 울창한 숲이 갈마들며 꼬리를 잇는다.
두 아름은 훨씬 넘어뵈는 노송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는 봉긋한 멧부리를 넘어서고
엄장한 덩치의 바위들의 곁을 지나고 나면 납작스레하고 볼품없는 봉분의 묵묘의
곁이고, 다시 아름드리 노송들이 그들먹한 산길이 뒤를 잇는다.어깨 높이까지 차오른
철쭉을 비롯한 관목들의 잎사귀마다 빗물을 방울방울 머금고 있어서 그들의 곁을
스치고 지날 적마다 온몸은 점점 물에 빠진 생쥐 행색이 되어 간다.
고선리와 승부리,분천리 사이의 임도
아름드리의 헌걸찬 몸매에 치자빛 속내까지 과감하게 드러낸 끌밋한 노송들의 숲을
벗어나면 분맥을 가로지르는 임도로 분맥의 산길은 슬며시 꼬리를 드리운다.이 임도
는 소천면 승부리,분천리 방면과 고선리 사이를 잇는 임도다.분맥의 산길은 이 임도를
곧장 가로지르며 산객을 안내한다.아름드리 노송과 허우대가 어상반한 참나무들의
숲이 꾸며나가고 있는 숲길이 갈마들며 여전하게 꼬리를 잇는다.
납작스레한 흙무더기 행색의 봉분의 묵묘가 차지하고 있는 넙데데한 멧부리를 넘어
서고 나면 2004년에 재설한 삼각점(소천403)이 아직까지도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납작스레한 해발862.5m봉이 기다린다(12시40분). 여태껏 내리던 빗줄기는 시나브로
좀더 가늘어지더니 종당에는 긋는 기색이 역력하다.그리고 이따금씩 일렁이는 바람
결이 가을의 문턱을 이미 넘어섰음을 증거라도 하려는 듯이 선득하다.
해발862.5m봉의 삼각점
금령김가의 묵묘의 곁을 지나고 납작스레한 흙무더기 행색의 봉분인 묵묘가 차지하고
있는 납주그레한 멧부리를 차례로 넘어서고 콘크리트 재질의 사각기둥이 세워져 있는
언덕 같은 등성이를 지나고 나면 숲은 다시 끌밋한 노송들이 그들먹한 산길이 뒤를
잇는다.그러한 품격의 숲길을 벗어나면 분맥을 가로지르는 임도로 분맥의 산길은 다시
꼬리를 드리운다.조금 전의 고선리와 승부리,분천리 사이를 잇는 임도인 거다.
이 임도를 곧장 가로지르며 분맥의 산길은 연신 산객을 이끌어 나간다.그러나 납작
스레한 봉분의 묵묘 1기가 차지하고 있는 납주그레한 멧부리를 한 차례 넘어서고
나면 분맥의 산길은 다시 임도 삼거리로 꼬리를 드리운다.조금 전의 그 임도인 거다.
이번의 임도 한켠에는 산악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삼거리 임도다.
산악기상관측소와 임도삼거리
임도삼거리를 곧장 가로지르며 분맥의 산길은 지칠줄 모르고 산객을 안내한다.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삼지사방에 드리워진 희뿌연 운무는 다 가시지 않았으니
먼 데까지의 시야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임산물 무단채취를 엄금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산길은 임도처럼 널찍하다.임도 행색의 노송의 숲길은 해발602.7m의
삼각점봉 갈림길을 내놓으며 산객의 의중을 묻는다.
이 갈림길에서 해발602.7m의 삼각점봉으로의 산길은 우측 3시 방향인 북쪽 방향
으로 3,4백 미터쯤 동떨어져 솟구쳐 있는 멧부리다.분맥의 산길은 그 반대 쪽인
좌측 9시 방향의 남쪽이다.삼각점봉을 못 본 체 하고 남쪽 방면으로 발걸음을 재우
친다.산길은 뚜렷하고 끌밋한 노송들이 꾸며나가는 숲의 행색도 여전하다.
납작스레한 흙무더기 행색의 봉분인 묵묘 1기가 차지하고 있는 납주그레한 봉우리를
넘어서고 나면 가근방의 소천산악회에서 세워놓은,'600고지 정상'이라고 써 있는입간
판의 넙데데한 멧부리에 오르게 된다.600고지 정상을 뒤로하고 나면 등성이를 따라
울타리가 아금받게 둘러쳐 있다.보호할 만한 가치의 귀한 산약초 재배지역인 모양이다.
울타리를 좌측으로 끼고 발걸음을 재촉하면 분맥을 가로지르는 왕복2차선의 차도
고갯마루로 분맥의 산길은 슬며시 꼬리를 드리운다.이 도로는 봉화군 지역과 울진군
방면 사이를 잇는 36번 국도다.오고가는 차량이 뜸한 때를 기다렸다가 냅다 국도를
가로지른다.도로 건너 쪽 절개지 우측 가장자리로 콘크리트 재질의 오르막 계단으로
분맥의 산길은 연신 꼬리를 잇는다.
낙동강과 현동천 합수점(현동교에서)
묵묘 2기가 나란히 터전을 마련하고 있는 걀쭉한 등성이를 한 차례 거치고 나면
지맥의 등성이는 사뭇 갸름한 행색이고, 말갈기 같은 암릉의 행색이다.소나무와
말갈기 같은 암릉의 등성이는 머지않아 36번 국도로 슬그머니 꼬리를 드리운다.
오늘 산행의 날머리이자 청옥분맥의 최종 날머리인 현동천이 낙동강과 한데
어우러지는 물목에 걸쳐 있는 현동교에 득달함으로써 청옥분맥의 종주를 마무리
짓게 된다(15시20분).
-청옥분맥을 죄다 마무리 지은 산우들이 봉화읍 외곽의 음식점으로 이동을 하여
지맥을 모두 완주한 고재호 군의 완주 축하의 뒤풀이 행사를 갖는다.조촐한 축하
의 뒤풀이를 마치고 귀경을 하게 된 것은 2,3십 분쯤이 흐르고 난 뒤다.하늘 빛은
여전하게 우중충한 잿빛이고,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결에는 가을 기운이 담뿍 담겨
있다. (산행거리;13.2km. 소요시간;5시간15분) (2020,9/12)
청옥분맥3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