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판(懸板)에 담긴 의미
경상북도와 안동시가 주최하여 11월 27일 28일 양일간 退溪先生 逝世450주년 추모행사인‘君子有終, 세상의 빛이 되다.’란 학술발표회가 안동시청 대동관에서 개최되었다. 안동은 추로지향이라 가문마다 顯官祖님들의 학술발표회가 해마다 경쟁적으로 열린다. 많은 것을 배우는 좋은 기회여서 거의 참석하는데 그 중에서‘퇴계선생과 현판’에 대해 요약해 보았다.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옛 건축물은 한결같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화려하지 않으면서 고풍스럽고 단아하고 정갈한 멋이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儉而不陋 華而不侈). 이같이 소박하면서도 단순한 옛 건축물에 인문적가치의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懸板이다.
현판은 글씨나 그림을 나무판이나 종이 또는 비단에 쓰거나 새겨서 문 위에 거는 액자류를 말한다. 넓은 의미로 말하면 건물에 거는 모든 나무판을 일컫는다. 그 가운데 건물정면의 문과 처마사이에 거는 나무판을 편액(扁額)이라고 한다.
편액은 건물을 대표하는 명칭으로 현판보다 좁은 의미로 쓰인다. 현판은 간판과는 달리 여기에는 선현들의 독특한 현판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사서오경으로 대표되는 유교경전이나 선현들이 남긴 문집에서 몇 글자 안 되는 대표적인 구절을 인용하여 명명(命名)하였다.
그런데 이 몇 글자 안 되는 현판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건물의 기능과 용도뿐만 아니라 건물 안에 생활했던 선현들의 삶의 지향이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나아가 현판글씨를 통해 書藝史를 복원할 수 있고 글씨의 시대정신을 유추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書刻工藝의 예술적 측면을 확인할 수 있으며 훌륭한 현판은 작명과 글씨와 서각이 三位一體가 될 때 가능한 것이다.
요컨대 현판은 대중들에게 그 공간을 상징하는 뜻을 시각에 호소하여 의미를 전달하는 홍보성을 띈 뛰어난 예술작품이다.
현판의 유형은 사람의 號나 堂號현판, 교육공간인 精舍나 書堂, 그리고 書院과 관련한 현판, 樓亭과 관련한 현판,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양과 관련한 警句현판으로 나눌 수 있다.
호에 관련한 현판으로는 後彫堂, 挹淸亭, 養正堂, 雪月堂, 臨淵齋, 野翁亭, 貯月塘, 粧春塢, 觀物堂, 慶壽堂, 慶流亭, 惺齋, 臨淸閣 등이 있고, 교육공간과 관련한 현판으로는 陶山書堂, 易東書院, 玉川精舍, 志道齋, 依仁齋 등이 있다. 또 누정과 관련한 현판으로는 仙夢臺, 孤山亭, 白雲亭, 二樂門과 朝陽門, 種善齋 등이 있고 수양과 관련한 경구를 새긴 현판으로서는 思毋邪, 毋自欺, 愼其獨 등이 있다.
한마디로 현판의 의미는 出入觀省, 顧名思義로 대변할 수 있다.
수없이 그 건물을 드나들면서 건물을 상징하는 현판의 의미를 생각하고 내 자신을 성찰하며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선현들이 남긴 현판문화의 전통을 이어받아 자신이 거처하고 있는 공간에다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구절을 취해 이름을 부여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2020년 11월 28일(토) 호광 류 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