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수골~657.2m봉~육화산~고추봉~오치고개~
~용암봉~백암봉~디실재~괴곡말
경자년(庚子年) 흰 쥐띠해의 동짓달 초사흗날,나라 안팎은 코로나19 감염병
의 3차 대확산으로 날이 지고, 밤을 지새우는 즈음이다.낮의 길이는 가장 짧고,
밤의 길이는 그 반대로 연중 가장 긴 동지를 나흘 남겨둔 꼭두새벽의 거리는
밤을 지새운 가로등 불빛만이 차가운 칠흑의 거리를 처연하게 밝히고 있을 뿐
이다.여느 때처럼 전철로 한차례의 환승을 거쳐 1시간만에 도착한 죽전의 밤
거리에도 어둠은 채 가시지 않았지만 가로등 불빛만의 휘황한 거리에는 두 눈
을 밝힌 차량들만이 분주하게 오고 갈 뿐이다.
경부고속국도상의 죽전 간이버스승강장을 뒤로하고 선산휴계소에서 잠시잠깐
휴식을 가진 뒤 곧바로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밀양시 봉의리 가락말의 통수골
들머리에 득달한 때는 버스에 오른지 꼬박 3시간 30분쯤이 흐르고 난 뒤다(10시
45분).통수골 동천의 어귀에는 띄엄띄엄 구만산 관광농원과 펜션 그리고 카페,
음식점,편의점 등이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마치 농가처럼 생긴 두어 채의 '구만암'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는 절집의 곁을
지나고 나면 계곡은 크고 작은 바위투성잇길이다.지난 두 번째의 하산길을 곧장
올려치지 않고, 그 반대 쪽인 서쪽 방면의 천길 바위절벽 아래의 바위굴 좌측
방면의 산길을 따를 참이다.바위 투성이의 좌측 계곡을 건너 곧바로 이어지는
치받이 오르막은 겉모습대로 벼랑길이다.그러나 바위굴까지의 오르막은 뚜렷하다.
직경이 3,4십 미터쯤 되보이는 둥그스름한 반원꼴의 굴이 두어 개 뚫려 있는
바위굴은 제여곰 2,3십 명은 넉넉하게 대피를 할 수 있을 만큼 큼지막한 바위
굴이다.이곳에서 오르막 산길은 좌측으로 꼬리를 잇는데,치받잇길은 시나브로
가풀막지게 산객을 다그치기 시작한다.그러나 이 치받잇길은 머지않아 약초나
산양산삼 따위의 재배지 울타리로 인하여 앞길을 이을 수가 없게 된다.
해발657.2m봉의 이정표
이곳까지 오른 입장에서 더 이상 머뭇거릴 수는 없지 않은가.곧바로 울타리를
도둑고양이처럼 넘어서고 나면 머지않아 재배지의 울타리를 다시 맞닥드리게
된다.이럴 땐 내친 걸음이니 다시 도둑고양이처럼 넘어서야 한다.그러면 재배
지를 벗어날 수 있는 거다.재배지를 뒤로하고 지난 번의 하산지점으로 어림되는
해발657.2m 멧부리의 가파른 오르막을 헐떡거리며 올라서고 나면 해발657.2
m봉은 아직도 저멀리에서 산객을 애처러운 표정으로 굽어보고 있는 게 아닌가.
7,8백 미터쯤의 가파른 오르막을 헐떡헐떡 애면글면 올려치면 비로소 오르게
되는 봉우리가 지난 번의 하산 지점이었던 해발657.2m봉이다(11시52분).이곳
에서 지맥의 산길은 당연히 좌측 9시 방향이다.657.2m봉을 뒤로하고 한차례의
수더분한 안부를 거치고 나면 삼거리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지맥의 산길은
맞은 쪽이고,우측 3시 방향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이곳에서 800미터쯤 지맥에서
동떨어져 솟구쳐 있는 해발674.1m의 육화산(六花山) 정상으로의 산길이다.
육화산 정상으로의 산길은 다소 밋밋하고 부드럽게 이어진다.등성이 좌측인
청도군 매전면 내2리 동문사(좌측2km) 갈림길을 지나고 나면 이내 오르게 되는
붕긋한 봉우리가 해발674.1m의 육화산(六花山) 정상이다(12시13분).정상에서는
북쪽 방면인 청도군 매전면 일대를 남북으로 유연하게 흐르고 있는 동창천과
산하가 한데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산객에게 안겨준다.
아담한 정상빗돌과 육화산 등산 안내도가 담겨 있는 입간판,그리고 삼각점까지
갖추고 있는 육화산 정상을 뒤로하고 다시 육화산 갈림길로 되돌아오면 이제
지맥의 방향은 우측 3시 방향이다.육화산 정상을 올랐다가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
오는데 25분쯤의 발품이 들었다.육화산 갈림길을 뒤로하고 나면 산길은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줄을 잇는다.그러한 행색의 산길을 따라 2,3백 미터쯤 발걸음을 옮기면
기름한 꼴의 멧부리에 오르게 되는데, 해발655.4m의 고추봉 정상이다(12시29분).
이곳에서도 북쪽 방면인 청도군 매전면 일대의 그림 같은 조망이 눈을 즐겁게
한다.고추봉 정상에서 지맥의 산길은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꼬리
를 잇는다. 등성이 좌우의 산사면은 급경사를 이루어 사뭇 가늘어 날렵한 행색
이고, 크고 작은 바위들과 소나무들이 어우러진 등성잇길은 머지않아 작으마한
돌탑1기가 덩그렇고 기름한 꼴의 멧부리로 산객을 안내한다.
돌탑봉을 뒤로하고 5분여의 발품이면 소나무들만이 엄부렁하고 길쭉한 꼴의
해발 528.4m봉이고,그곳에서 10분쯤의 발품을 더 보태면 오르게 되는 붕긋한
봉우리가 해발 559.7m봉이다(12시53분).정수리에는 2층 철구조물 위에 얹혀
있는 산불초소가 우뚝 세워져 있고,그 곁에는 무인산불감시카메라가 장착이
되어 있는 철탑과 삼각점까지 부여를 받은 삼각점봉이다.그리고 산불초소에는
빨간 모자에 빨간색 쟈켓의 초소원 한 분이 산객들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해발559.7m봉
이러한 행색의 산불초소봉을 지나고 나면 지맥의 산길은 우측 2시 방향으로
꼬리를 잇는다.금빛 햇살은 따사롭게 쏟아지는데 일렁이는 바람은 차거움이
가득하다.산길은 울타리를 두른 과수밭 사이로 이어지고,과수밭의 곁을 거치고
나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널찍한 임도 삼거리로 산객을 안내한다.밀양시 산내면
소재지 방면과 그 반대 방향인 상동면 신곡리 사이를 잇는 1077번 지방도로가
넘나들고, 고갯마루에서 북쪽 방면인 우측의 청도군 매전면 내리 방면으로
연결이 되는 또 다른 임도가 한데 어우러지는 고갯길,오치고개다(13시).
삼거리 고갯길인 오치고개 한복판에는 두 아름은 실히 되어뵈는 노송 한 그루가
수문장처럼 우뚝 서 있다.이곳에서 지맥의 산길은 내리 방면의 임도와 신곡리
방향으로 꼬리를 잇는 임도 사이의 오르막 숲길이다.오르막은 한 차례의 언덕
같은 등성이를 거치고 나면 산내면과 신곡리 사이를 잇는 임도의 곁으로 다시
이어지고,그곳의 곁을 지나고나면 등성이 8부 능선의 좌측으로 나 있는 수렛길
로 지맥의 산길은 꼬리를 잇는다.
오치고개의 노송
지맥의 등성이 8부 능선으로 꼬리를 잇는 수렛길은 곧바로 해발535.4m봉을
못본 체 지나치며 산객을 이끌어 나간다.그러한 행태의 수렛길은 머지않아 오치
고개와 신곡리 사이의 1077번 지방도로를 다시 한 번 더 가로지르게 된다.차가운
냉기가 가득 서려있는 동짓달 찬바람이 고갯마루를 훑고 지나간다.고갯마루를
곧장 가로질러 비탈을 헐떡헐떡 올려치면 해발545.6m봉이다(13시32분).
아름드리 노송을 비롯한 소나무들만이 엄부렁하고 넙데데한 545.6m봉을
뒤로하는 지맥의 등성이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줄을 잇는 산길이다.꺼뭇한
행색에 두부모처럼 생긴 집채 만한 바위들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는 산길은
밀양시 산내면 용전리 저전말(좌측,2km) 방면의 등하행 갈림길로 산객을
안내한다.저전말 갈림길을 지나고, 집채 만한 두 개의 바위가 만든 4,5십
센티쯤의 바위틈 사잇길을 거치고 나면 비로소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해발
686m의 용암봉(龍岩峰) 정상이다(13시50분).
검은 색의 아담한 빗돌이 세워져 있고, 그 곁에는 삼각점(동곡334)도 다소곳
하다.걀쭉한 꼴의 정수리 주변에는 소나무들만이 엄부렁하고 금빛 햇살이
곱게 쏟아지고 있지만 서슬퍼런 동짓달 찬바람만이 산객의 발걸음을 재촉
할 뿐이다.산길은 여전하게 엄장한 허우대에 두부모처럼 각이 지고,여러 겹의
종이를 쌓아놓은 것 같은 책바위 모양의 기암들이 드문드문 줄을 잇는다.
그러한 모양의 기암이 줄을 잇는 산길을 따라 30분여의 발품을 쏟아 부으면
오르게 되는 납데데한 멧부리가 해발 681.2m의 백암봉(白岩峰) 정상이다.
백암봉 정상을 뒤로하는 산길은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선회를 하며 산객을
안내한다.그런데 내리받잇길은 내리 꽂힐 것만 같은 급경사의 내리막이다.
더군다나 바위절벽이 아닌가.
낭떠러지 같은 바위비탈에는 변변찮은 것이지만 매듭이 있는 PE로프를
이용한 고정로프가 늘여져 있다.고정로프를 거친 뒤에도 가파른 기색은
여전하다.가파른 내리받이 비탈을 구르듯이 내려서면 안부삼거리가 산객
을 기다린다.좌측으로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골안말과 괴곡말 방면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오늘 산행의 날머리 지점인 디실재다(14시33분).
디실재에서 연신 꼬리를 잇는 지맥의 산길은 맞은 쪽이고,좌측의 내리받
잇길은 하산길이다.하산의 내리받잇길은 다시 내리 꽂힐 것만 같은 가파른
내리막이다.게다가 산길은 희미하고 그나마의 희미한 산길은 수북한 가랑
잎이 흔적을 죄다 지워버린 행색이다.수북한 가랑잎 속에는 울퉁불퉁한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발걸음 이동을 거스르고 있다.
길고 긴 내리받잇길 저 아랫쪽으로 마을 농가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길없는 길' 행색의 가파른 내리받이는 머지않아 파란색 물탱크
두엇과 폐허가 된 듯한 농가 한 채의 곁을 지나고 나면 널찍한 수렛길과
한데 어우러지며 산 아래의 첫 동네인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골안말로 산객
을 안내한다.
동향받이의 골안말 사이를 지나고 나면 우리들의 이동 베이스 캠프인 버스가
산객들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아랫뜸 괴곡말의 동구가 될 터이다(15시10분).
아직은 해가 서편으로 반쯤 밖에 기울어 있어 한낮이나 다를 게 없지만,산협을
둘러싼 멧덩이들로 인하여 산협은 마치 서산너머로 해가 진 행색이 아닌가.
산그늘이 시나브로 산골 주변으로 번지면서 동짓달 찬바람의 행티가 옷깃을
아금받게 파고 들 기세다. (산행거리;15.7km.소요시간;4시간20분)
(2020,12/17).
산 아래의 첫 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