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경이 없애려 한 것은 반절표의 꼴찌...
주시경(1876~1914)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본 적이 없었다.
천지인 3재를 기본으로 하여 중성 11글자를 만들었다는 훈민정음 제자원리도 모르고
대한국어문법(1906)에서 '우리 글의 모음의 원소는 ㅏㅓㅗㅜㅡㅣ 이 여섯ᄌᆞ 뿐'이고
[ㆍ]는 [ㅣ]와 [ ㅡ ]의 합음이라고 주장하며 다음 6가지 증거를 제시했다.
제1증과 제2증은 반절표에서 [ㆍ]가 꼴찌라는 이유로 만들어진 논리다.
제1증 : ㅏㅑㅓㅕㅗㅛㅜㅠㅡㆍ에서 ㅑㅕㅛㅠㆍ는 [ㅣ]와 ㅏㅓㅗㅜㅡ의 합음이다.
제2증 : ㅏㅑㅓㅕㅗㅛㅜㅠㅡㆍ에서 ㅑㅕㅛㅠㆍ는 ㅏㅓㅗㅜㅡ에 가획한 것이다.
제3증 : 정음과 옥편에 呑을 [ᄐᆞᆫ], 思를 [ᄉᆞ]로 쓰고 [탄][사]로 읽지만 [ㅏ]는 아니다.
제4증 : 婦(며ᄂᆞ리)를 '며나리, 며니으리, 며느리'라 발음한다.
제5증 : 훈몽자회에 [ㅏ]는 阿, [ㆍ]는 思라 했는데 阿와 思는 다르다.
제6증 : 중국어에서 思를 [스][시으]라 발음하고 일본어도 이에 따른다.
주시경은 1896년 독립신문에서 교정업무를 담당하면서 언문의 8종성법을 뒤짚는 새 받침 이론을 세웠다
深 : 깊다(기프다), 깊어도(기퍼도), 깊으면(기프면), 깊고(기프고), 깊은(기픈)
好 : 둏다(됴타), 둏아도(됴하도), 둏으면(됴흐면), 둏고(됴코), 둏은(됴흔)...
언문 받침에 쓰던 8종성을 확대하고 연철표기를 분철표기로 바꿔서 형태소를 찾았다.
주시경의 한글표기법은 세종의 언문표기법을 능가하는 위대한 업적이다.
그러나 훈민정음의 제자원리에서 핵심 글자를 빼버렸다.
주시경의 저서에 따르면
1910년과 1914년, 불과 4년 사이에 우리 말에서 [ㆍ]가 갑자기 소멸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말이 이처럼 급변하지는 않으므로 말보다 먼저 글에서 [ㆍ]를 없앴음이 분명하다.
대한국어문법(1906)과 국어문전음학(1910) 본문에 [ㆍ]를 사용했으나
'말의 소리'(1914)에서는 [ㆍ]를 완전히 배제했다.
대한국어문법(1906)
'우리 글의 모음의 원소는 ㅏㅓㅗㅜㅡㅣ 이 여섯ᄌᆞ 뿐이라... ㅏㅓㅗㅜㅡㅣ는 단음이요 ㅑㅕㅛㅠ는 합음인ᄃᆡ
ㅑ는 ㅣㅏ의 합음이요 ㅕ는 ㅣㅓ의 합음이요 ㅛ는 ㅣㅗ의 합음이요 ㅠ는 ㅣㅜ의 합음이라.
이러케 되 규모를 밀어보면 응당 ㅣㅡ의 합음도 잇고...
[ㆍ]는 훈민졍음에 呑ᄌᆞ 즁셩과 ᄀᆞᇀ다 ᄒᆞ엿고 ᄌᆞ회와 통셕에 思(不用初聲)이라 ᄒᆞ엿스니
呑ᄌᆞ 즁셩이나 思(不用初聲)올 다 漢음으로 考解ᄒᆞᆫ 즉 [ㅣ][ㅡ]의 합음이요
[ㅏ]는 훈민졍음에 覃ᄌᆞ 즁셩이라 ᄒᆞ엿고 ᄌᆞ회와 통셕에 阿라 ᄒᆞ엿스니
覃ᄌᆞ 즁셩과 阿음을 다 漢음으로 고ᄒᆡᄒᆞᆫ 즉[ㅏ]라. 이럼으로 [ㆍ][ㅏ]와 不同ᄒᆞ며
[ㆍ]가 [ㅣ][ㅡ]의 합음임을 증명ᄒᆞ여 근ᄅᆡ에 [ㆍ]를 [ㅏ]와 ᄀᆞᇀ이 닑음이 긇음을 들어내노라'
국어문전음학(1910)
'漢字 思士 等字를 漢學家에서 訛讀ᄒᆞ여 사라ᄒᆞ는 習慣이 己熟ᄒᆞ고 ᄯᆞ
國文은 조금도 硏究ᄒᆞ여보지도 안이ᄒᆞ는 所以로
漢文訛習의 影響이 國文에 及ᄒᆞ는 獘가 거진 다 漢學家로 流出되엿ᄂᆞ니라'
말의 소리(1914)
'삼개를 흔하게 상개라 하고 손가락을 더러 송가락이라 함의
다 위로 [ㅁ]나 [ㄴ]를 [ㄱ]의 우에서 [ᅌ]로 박구어 나임과
삿갓을 흔하게 삭갓이라 하여 [ㅅ]을 [ㄱ]의 우에서 [ㄱ]로 박굼과
팟밥을 흔하게 팝밥이라 하여 [ㅅ]를 [ㅂ]의 우에서 [ㅂ]로 박구어 나임이 잇으니
이는 다 저의 소리대로 나일 수가 잇는 것이라'
주시경은 [ㆍ]를 별 볼일 없는 글자로 보고 1910년 국문연구의정안 10제에 [ㆍ]폐지안을 상정했으며
1912년 조선총독부는 보통학교용 언문철자법에서 [ㆍ]를 없애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