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부 <최우수상>
사과 나무
삼평중학교 2학년 정예지
눈앞이 깜깜했던 거센 빗줄기
동네를 한바탕 쓸고 간 것도 모자랐는지
우리 집 농장에도 그 흔적이 남았다
매년 예건되는 재난에도
우린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바람에 얽히고설켜 부서진 비닐하우스와
쓰러진 나무 굴러다니는 낙과
죽은 동물들....
비를 온전히 받아낼 수 없던
아빠와 엄마의 나무에는
나이테까지 반점이 생기고
사과는 화상 입은 듯 새까맣게 변했다
속도 모르고 퍼부은 비에
우리의 마음도 흠뻑 젖어 발걸음이 무겁고
아빠는 사과꽃 같은 새하얀 담배 연기를 내뿜고
엄마의 눈물은 빗소리를 빌려
더 낮은 곳으로 흐른다
가장 약한 건
우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몇 안 되는 멀쩡한 사과를 고르고
비가 그쳐도
여전히 머리 위에 가득한 먹구름
댐이 곧 넘칠 수도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물 위로 둥둥 떠다닌다.
중등부 <우수상>
섬
서울 대원국제중학교 2학년 이율희
시험기간 우리는 모두 섬이 된다
다닥다닥 붙어 있던 다도(多島)들은
띄엄띄엄 무인도가 되어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서로의 섬에 갇혀 고개를 숙이고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로빈슨 크루소들
그럴 때도 우리는 다도였음을 잊지 않는다
늦은 밤까지 공부를 해도
가끔 마주치는 눈빛에는
그리움과 아쉬움이 잔뜩 묻어
깜빡깜빡 조그맣게 올라가는 입꼬리
서로의 등을 토닥토닥 해주는 듯
고개 한 번 끄덕하고 다시 무인도로 향한다
다도와 무인도 사이
수많은 파도와 너울들이 몰아치는 시간
우리는 서로를 잊지 않고 있다가
무인도 유배가 끝나는 날
서로가 그리웠다고 다시 꼭꼭 붙어
다도가 된다
교실은 거대한 섬이 된다.
중등부 <장려상>
나무이야기
서울 상명중학교 1학년 황호진
산에 있는 나무들은
모두 제각각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새에 대한 이야기를 품을 수도 있고
매미에 대한 이야기를 간직할 수도 있다
때로는 덩굴 이야기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러다 사람들에 의해 베어져
나무들은 종이가 되고 책이 된다
나무들의 이야기는 모두 끝이 났다
그리고
책이 되어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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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박두진 전국백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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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부 / 최우수상 -정예지, 우수상 - 이율희, 장려상 - 황호진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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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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