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6일부터 18일까지 #ABC = #안나푸르나_베이스_캠프 로 12박 13일의 트레킹 후기 2탄
▲2025.02.08.토
#안나푸르나_트레킹 3일차
아침에 샴푸티슈로 머리를 닦고, 다시 짐을 싸서 카고백에 넣는 게 큰 일이다.
쿡팀의 정성스런 한식 아침 식사 후, 한발 한발 언덕을 오르고, 각자의 주머니에서 간식을 꺼내 먹고, 또 오르면 3시간 남짓 후 #고레파니 에 위치한 그날의 롯지에 도착.
#다울라기리 산 과 #안나푸르나_남봉 의 풍광이 압도적이다. 모두 뷰에 취해 어찌할 바를 모르며 점심을 먹고, 예정엔 없던 #푼힐전망대_일몰 을 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2시간여 풍광을 보며 롯지 와아파이로 한국과 소통하며 개별 휴식을 취한 후 오르기 시작한 푼힐전망대. 안개가 짙게 끼기 시작해서 일몰을 볼 수 없을 거라며 만류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우린 탐험가들처럼 도전을 선택했다. 3210미터로 고도가 높아지면서 숨도 차고 머리도 띵한 증세가 나타나기도 했기에 #비스타리 (네팔어로 천천히 라는 뜻이다) 발걸음을 옮기며 정상을 향했다. 그러다보니 안개가 조금씩 발 아래로 내려앉았고, 머리 위로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며 안나푸르나 남봉과 #마차푸차레 가 그 모습을 한껏 뽐냈다.
우린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순식간에 사라지는 일몰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막판엔 나름의 전력질주를 해야 했다.
다울라기리부터 마차푸차레까지 다 보이는 석양의 뷰는 우리의 탐험을 위대하게 만들었고, 모두 뿌듯함까지 느꼈다. 어두운 돌계단 길을 헤드랜턴에 의지하며 일렬로 내려온 우린 저녁을 먹으며 스스로를 칭찬했다.
▲2025.02.09.일
#안나푸르나_트레킹 4일차
아침 4시 기상, #푼힐전망대_일출 을 보기 위해 다시 가쁜 숨을 쉬며 어두컴컴한 돌계단을 1시간 10분 걸어 올라갔다. 별이 쏟아지던 하늘엔 점점 여명이 드리우고. 어제 한번 왔다갔다고 길을 알겠어서인지 좀 가파른 동네 뒷산을 오르는 기분은 인간의 오만이겠지?
구름 한 점 없는 일출은 순식간이었고, 장관이었고, 아름다웠다. 빛나는 태양과 만년설로 반쯤 덮인 반짝이는 다울라기리와 안나푸르나 남봉, 마차푸차레는 사진으로 담기지 않는 장엄함 그 자체였고, 그 밑으로 짙게 깔린 운무는 신비로웠다.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마음속에 긴 여운은 남기며 1시간 남짓 내려왔다.
급하게 짐을 다시 싸고, 아침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오늘은 처음으로 총 8시간을 걸어야한다. 이미 새벽에 일출 보느라 반 이상의 체력을 소비한 우린 긴 트레킹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처음으로 체력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다울라기리 산들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타플라단다 능선 위에 올라 바람과 태양의 따뜻함을 만끽하다가, 눈으로는 가늠이 안 되는 아바타에 나올 것 같은 원시림의 깊디깊은 계곡의 선들 함을 반복하며 5시간여 오르락내리락하고
오후 2시가 넘어서야 겨우 따끈한 수제비를 점심으로 먹을 수 있었다.
점점 서늘해지는 기온 탓에 우린 밥을 먹자마자 서둘러 가방을 매고 다시 2시간여 가파른 산과 계곡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우린 그날 일출 때 본 신비롭고 짙은 운무 속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눈과 뇌는 즐겁지만 허벅지와 무릎은 곡소리가 나는 계곡은 천국의 모양새를 한 현세였다. 겨우겨우 신음을 내며 #타다파니 롯지에 도착해서 따뜻한 난로에서 차를 마시고, 샤워티슈로 땀 냄새를 제거하고, 저녁으로 네팔 전통 백반 #달밧 을 손으로 먹어보고, 난롯가에서 그날의 풍경과 노고에 대해 수다를 떨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롯지의 환경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열악하다. 울레리와 고레파니에선 그나마 찬물이 나오는 세면대와 수세식 변기가 있는 화장실이 각 방 안에 있었는데, 이제부터는 한 층에 2개씩의 공용 화장실이다. 그나마 수세식 변기라도 있으니 다행. 하지만 열악한 상황에 난감해하며 식음을 전폐하면 체력적 한계가 찾아온다. 진퇴양난. 그냥 이틀 못 감아 간지러운 머리를 모자로 덮어버리듯 받아들여야한다.
여기선 이르면 밤 7시, 늦어도 밤 9시면 모든 게 마무리된다. 다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해야 다음날 6시부터 시작되는 일정에 그나마 남들에게 피해 안주는 컨디션으로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날들의 체력이 가장 문제다.
▲2025.02.10.월
#안나푸르나_트레킹 5일차
타다파니 롯지 방문을 열면 안개를 비켜 뜬 일출을 바로 볼 수 있었다. 롯지는 춥고 바람막이 벽체로만 유용하지만 탁월한 뷰 맛집이다.
오늘은 #타다파니_2680M 를 출발해 #츄일레_2245M 와 #구중_2050M 을 지나 #ABC = #안나푸르나_베이스_캠프 의 여행자 체크인 센터가 있는 #촘롱_2170M 에서 점심을 먹고 #로어_시누와_2300M 에서 자는 일정이다.
어제에 비해 오르락내리락 경사는 적어 나름 완만하고 경치가 좋은 안락한 길들이 이어졌지만, 체력의 한계가 오면서 선두팀과 중간, 후미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난 중간 어디쯤에서 한동안 혼자 걷기도 했는데, 처음엔 좀 무섭다가 경치에 취하기도하고 한국과 비슷한 산세에 용기를 얻기도 했다. 촘롱에 가까워져 해성선배를 만나 홀로 걷기엔 좀 무섭더라 얘기했더니 괜히 미안해하며 점심 이후부터는 중간에서 속도를 맞춰주었다. 13명이 움직이고 각자의 트레킹 능력치가 다르다보니 이제는 점점 개인차가 두드러지는 것 같다.
점심 식사 때 둘째 날 홀로 코스 개발에 나섰던 팀크루 마실님이 합류해서 완전체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계단에 취약한 후미팀에 든든한 조력자가 생겨서 다행이다.
통곡의 계단이라 불리는 촘롱의 돌계단을 내려와서 시누와로 가는 길에 접한 계곡 사이의 출렁다리는 고소가 조금 있는 내겐 그닥 반가운 지물은 아니었지만, 큰 무리 없이 건너고 나니 다시 능선까지 끝없이 이어진 계단. 점심 먹고 2시간 반의 계단 내리막오르막은 허벅지를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시누와에 도착해서 보니 저 멀리 촘롱의 마을 불빛이 반짝인다. 쩌어기서 내려와서 여어기로 올라온 것이다. 발자취를 돌아보니 뿌듯하고 내가 대견하다.
점점 떡이 되어가고 있는 헤어와 에탄올이 가미된 샤워타올에 만족해하는 스스로를 보며 깔끔함은 한순간일 뿐이구나 하며 삶의 형태에 미련이 덜어진다.
시누와 부터는 닭 소 염소는 먹으면 안된단다. 영엄한 산신의 분노를 살 수 있고, 그래서 사고를 당한 사람들도 있단다. 우린 당분간의 금욕생활을 다짐하며 저녁은 백숙으로 든든하게 보양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