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7.5.26(토)
며칠 전만 하더라도 만발했던 아까시꽃이 어느새 다 져버렸다.
나는 매년 아까시꽃이 필무렵부터 질무렵까지 주말이면 산나물 산행을 간다.
오늘은 그 세번째 산행이다.
산행 전날 오후 태백에 도착하였다. 마침 태백산 당골광장에서 철쭉제 폐막 전야제가 있어 구경나갔다.
공연이 끝나고, 갑자기 돌풍이 심하게 부는 바람에 불꽃놀이도 모닥불 지피기행사도 모두 취소되어 싱거운
행사가 되어버렸다.
07.5.27(일)
다음날 아침 일찍 태백산 건너편에 있는 함백산 입구에 가보니 입산금지구역이 되어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올라갈 수 있었는데...
하기사 관광버스까지 동원되어 산나물을 뜯어 재끼니 통제할 만도 하지.
어쩔 수 없이 우리 일행은 다른 가까운 산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곳과 검룡소가 있는 금대봉 일대. 두 곳이 입산금지 구역이다. 자연생태보전지역이니깐.
그리고 백두대간이니깐.
산에 오르니 철쭉꽃이 아직 다 피지 않았다.
여기저기 철쭉의 큰 꽃봉오리가 탐스럽니다.
발밑에는 큰앵초의 꽃이 아름답다.
여기저기 군락을 이룬다.
이곳 고산에는 미역취가 많았다. 낮은 산, 양지의 것과는 달리 개체가 큼직해 쉽게 배낭을 채울 수 있었다.
나무 그늘 습한지역에는 참나물이 군락을 이룬다.
하나하나 뜯는 것이 꽤 지루하지만 가지런히 한 웅큼씩 배낭에 집어넣게 되면 생각보다 양도 빨리 채울 수 있다.
참나물은 아마 여자분들이 뜯기에 알맞은 나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당귀 개체가 많다.
순한 잎을 따 산나물로 해 먹으면 이 또한 맛있는 산나물이 되고 또한 약도 된다.
어떤 이는 요즘 뿌리를 캐는 일이 있는데 뿌리는 가을에 캐는 것이 좋다.
약효도 그렇고 또 씨가 떨어져 번식이 되니까.
아래 사진은 막 피어나는 참당귀의 어린 개체이다. 이정도면 생으로 먹으면 좋다.
이놈도 어린 개체이다. 참당귀일까? 개당귀일까?
무척 먹음직스럽게 보이지만 개당귀다.
자세히 보면 마디에 붉은 점이 보인다. 어린 것은 더 속기 쉽다.
막 올라오는 어린 순일 때는 잎이나 피부를 보아서는 구별하기 어렵다.
붉은 점과 맛으로 파악하면 된다. 앞니로 약간 씹어보는 보는 정도면 독초라해도 괜찮다.
어린 놈은 가끔 붉은 점이 없는 경우도 있으니 두 가지로 파악해야만 확실하다.
아래는 개당귀의 전초 사진이다.
개당귀는 유독하니 참당귀와 혼돈하여 뜯는 일이 없어야겠다.
줄기에서 세 가닥 잎줄기로 나누어지는 부분에 암적색 반점이 있는 것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참당귀에 비해 잎이 단정하고 가지런한 편이다. 그리고 뒷면이 더 하얗다.
줄기를 확대해 보도록 하자.
검붉은 피를 찍어바른 듯 모가지 부분이 붉다.
숙달이 되면 멀리서도 단번에 파악이 되지만 초보자는 자세히 봐도 구분이 쉽지 않으니 우선 이 붉은
점만이라도 잘 살펴보도록 하자.
취나물 중에서도 아래 사진과 같은 것이 고산에 있다.
이곳 산나물꾼들은 이것을 청옥이라 하는데 정확한 식물명은 아직 잘 모르겠다.
취나물에 비해 개체가 좀 작다. 부드럽고 향이 좋아 묵나물로 해 먹으면 참 좋다.
생으로 삶아 먹으면 쓴맛이 너무 진해 묵나물로 해 먹는 게 낫다.
이것을 자세히 살펴보면
뿌리에서 잎줄기가 올라오는 부분에 하얀 잔털이 거미줄처럼 붙어있다.
취나물 종류는 참 많기도 하다. 다음 언제 취나물만 모아 시리즈로 정리, 비교해 봐야겠다.
마가목도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열매로 술을 담궈 먹으면 좋은 약용주가 된다.
올 가을에는 열매를 따려와야겠다고 미리 마음에 둬 본다.
만병초도 띄염띄염 그런데로 많이 보인다.
이름 그대로 좋은 약초이다. 겨울에 그 잎을 따는 것이 좋다하니 그때 따야겠다.
무척 독한 약재이니 진하게는 절대 먹지는 말아야겠다.
산작약도 가끔 눈에 띈다.
뿌리를 남획하는 바람에 개체수가 적어 쉽게 찾을 수 없다.
뿌리는 가을에 채취하는 것이 좋다. 작은 개체는 캐지 않고 남겨두는 아량도 필요하다.
아래 꿩의 다리 종류는 삼지구엽초로 잘 못 알려져 엉뚱하게 수난을 격고 있다.
가지가 세갈래로 갈라지고 잎이 세개씩 붙어 있으니 삼지구엽초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삼지구엽초가 아니다.
삼지구엽초 때문에 애매한 꿩의다리가 수난을 만난다.
하산길에 갑자기 안개가 몰려와 길을 헤매게 한다.
하지만 직감으로 길을 찾아 일행을 인솔하니 큰길로 나올 수 있었다.
주목과 어우러진 운무가 사진촬영에 좋은 소재를 안겨 주었다.
(사진을 클릭하면 큰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며,
땀 흘리며 산에 오르고, 산야초들을 관찰하고, 이것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몸에 좋은 산나물을 뜯는 즐거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나는 내내 산중에 머물고 있으면 마음이 푸근해 진다.
사는 세상의 근심 걱정 다 잊고 잠시나마 나 혼자가 되어본다.
그래서 봄이 가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