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성적 쑥쑥 올리는 ‘노트 정리 비결’

[한재욱]

내 아이 성적 쑥쑥 올리는 ‘노트 정리 비결’

노트는 배운 내용을 정리하며 복습하는 과 

정을 담고 있기에 시험을 대비한 공부법  

그대로라고 할 수 있다. 전교 1등은 과연  

어떻게 노트를 정리하고 있는지 ‘대치동  

교육 전문가’ 김은실씨에게 들어보았다. 

‘대치동 아이들’ 시리즈로 유명한 교육 전문 작가 김은실. 그녀가 전교 1등의 노트에 ‘눈독’을 들이게 된 것은 잠실의 한 중학교 2학년 전교 1등 학생을 인터뷰할 때였다. 공부법에 대한 질문을 하다가 우연히 찾아보게 된 노트는 마치 인쇄라도 해놓은 듯이 깔끔하게 필기가 돼 있었던 것. 그 노트에 감탄한 건 그녀뿐이 아니었다. 겨울방학만 되면 동네 후배들이 노트를 물려받으려고 줄을 선다고.  

실제 학교에서 전교 1등의 노트는 가격이 매겨져 복사본이 팔리기도 한다. 정리가 잘 되어 있기도 하지만 1등들의 공부법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과연 1등들은 어떻게 노트 정리를 하고 어떻게 공부하는 것일까? 서울 시내 중고등학교 전교 1등 10명의 노트를 샅샅이 취재해 <전교 1등 핵심 노트법>이란 책으로 묶어낸 김은실씨에게 들었다. 

---

▶전교 1등의 여섯 가지 필기법

---

화려하게 필기한다  

전교 1등은 노트 필기에 많은 공을 들인다. 시험 기간에 다시 볼 때 금방금방 내용이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다. 염창중학교 2학년 정승혜양은 각각의 펜의 기능까지 구분해서 쓴다. 형광펜의 경우 눈에 확 띄는 효과를 내기 위해 중요한 문제나 잘 틀리는 문제를 표시할 때 쓰고, 모나미 삼색볼펜은 부드럽게 잘 돌아가기 때문에 채점을 할 때 사용한다. 수학, 과학 등 계산 문제를 풀 때에는 연필을 사용하고, 정말 특별히 강조해야 할 때에는 반짝이펜을 쓴다고. 

정승혜양처럼 펜을 잔뜩 사용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전교 1등의 노트는 형형색색으로 가득 차 있다. 보통 연필로 일관하기 마련인 수학문제 풀이노트도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다른 펜을 쓸 정도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화려한 노트를 만들면서 마음이 안정되는 효과도 누린다. 연필을 쓰는 서걱서걱 소리, 색연필을 쓸 때의 껄끄러운 느낌, 볼펜의 부드러운 느낌은 기분이 좋아지게 하고 긴장과 집중의 연속인 공부에 색다른 재미를 붙이게 해준다. 

다이어리를 가지고 철저한 계획을 세운다 

전교 1등은 철저한 노트 정리에 더해 철저하게 다이어리를 관리한다. 청원중학교 3학년 이동준군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계획적으로 시험을 준비했다. 시험 일정이 발표되면 시험 시작 3주 전에 계획표를 작성한다. 보통 첫째 주는 주요 과목을 공부하고, 두 번째 주는 암기과목, 세 번째 주는 모든 과목을 병행한다. 그렇게 하면 시험 당일까지 5번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 이때 계획표는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짜야 한다. ‘국어 1~3단원 읽고 문제 풀기’ 식으로 교과서 및 문제지의 목표량을 페이지까지 구체적으로 작성할수록 좋다. 

정승혜양은 다이어리를 통해 오늘의 계획을 실천했는지 매일 관리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보통 하루에 할 일을 10~12가지 적는데 한 가지 한 가지 실천할 때마다 펜으로 죽죽 지운 후 자신의 사인까지 덧붙여 성취감을 더한다고. 과목이 분화되지 않았던 초등학교 때에는 매일의 복습과 예습을 담은 학습일기를 6년 내내 쓰기도 했다. 

자신만의 노트를 만들어라 

각자 취약한 과목이 다르기 때문에 필요한 노트도 다르다. 정신여중 3학년에 재학 중인 장지수양에게는 국어가 ‘올백’을 맞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 그래서 시간 여유가 있는 방학에 하루 사설을 세 개씩 스크랩해서 ‘사설 노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해당 사설과 관련된 기사를 찾아 붙이고, 그 밑에는 핵심주제를 뽑아서 써넣은 후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여름방학이 끝난 후 본 모든 시험에서 국어 100점을 맞을 만큼, 사설 노트는 큰 도움이 되었다. 

가장 보편적인 노트는 바로 복습 노트. 용인외고 1학년 서한별군은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과목은 복습 노트를 만들어 수업이 끝난 후 바로 정리해두는 방법을 추천한다. 그의경우 도덕과 사회가 외울 내용이 많고 잊어버리기 쉽다고 판단해 복습 노트를 만든 경험이 있다. 매일 귀가 후 교과서와 필기를 보면서 요약정리를 하는데, 시간이 없을 경우 주말에 보충해서라도 절대 빼먹지 않았다. 두 과목에서 대부분 만점을 받은 것도 복습 노트 덕분이라고. 

신상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임건군은 매일 꾸준히 해야 하는 영어 과목의 경우 받아쓰기 노트를 추천한다. 듣기 교재를 이용해 매일 받아쓰기를 하는데, 처음 들을 때에는 우선 들리는 단어만 받아 적는다. 그 후 반복해 청취하면서 들리는 동사나 숙어를 합해서 문장을 완성한다고. 국어를 위한 사설 노트, 암기과목을 위한 복습 노트, 영어를 위한 받아쓰기 노트까지 전교 1등은 자신의 취약한 과목을 위해 ‘맞춤형 노트’를 만들어낸다. 

알아보기 쉽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전교 1등의 노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전교 1등을 하는 학생 중 글씨 못 쓰는 학생은 드물다. 이동준군의 경우 7세부터 시작한 펜글씨를 중학교 진학 후에도 꾸준히 해왔다. 호되게 노력한 결과인지 그의 노트는 깔끔하게 정리된 것으로 유명해 시험 때가 되면 늘 친구들의 참고서가 된다. 

장지수양은 노트 정리에 그림을 적극 활용한다. 줄줄 외워서 시험을 보는 경우 문제가 조금만 응용이 돼도 모르는 데 비해 이해한 만큼 그림으로 표현하다 보면 확실하게 구조가 잡힌다고. 시험 전날 그림을 보면 내용이 단번에 읽히기 때문에 막판 정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전교 1등의 노트에는 다양한 도표와 지도, 기호가 첨부되어 있다. 

예습보다 복습에 철저하다  

전교 1등도 모르는 문제는 있다. 다만 전교 1등은 모르는 것부터 불확실하게 아는 것까지 확실하게 체크한다. 그래서 그들은 완벽한 예습은 없어도 완벽한 복습은 있다고 말한다. 장지수양은 복습은 주요 과목, 비주요 과목을 나누지 않고 매일 전 과목을 대상으로 한다. 대신 총 소요 시간은 과목별로 30분 이내에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중 암기과목은 수업이 끝난 후 5분 안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대부분의 전교 1등들이 쉬는 시간 10분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복습에 활용한다. 10분을 둘로 나눠 5분은 배웠던 내용을 필기와 함께 확인하고 나머지 5분을 예습에 쓰기도 한다. 

교과서에 충실하게 접근한다 

전교 1등들은 교과서부터 완벽하게 공부하는 게 특징. 대원외고 2학년 우현이의 경우 학기 초 과목이 시작되기 전에 단원의 목차부터 훑어보며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우선 정리한다. 

장지수양은 연습장에 ‘깜지’를 하듯이 교과서를 베껴 쓰면서 외운다. 암기과목의 경우 ‘사진을 찍듯이’ 통째로 외우는 게 특징이다. 외울 때도 점잖게 앉아서 쓰는 게 아니라 소리를 내어 읽으면서 쓰면 졸릴 틈도 없이 집중이 잘된다. 

중계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임윤정양은 수학 교과서에 나온 문제는 한 문제도 빠트리지 않고 푼다. 이때 모든 문제를 풀었는지 정확히 표시하기 위해 별도의 노트를 만들어둔다. 풀다가 막히는 문제는 별도로 표시를 해두어서, 3번 이상 풀면 완벽하게 소화하고 넘어갈 수 있다. 

전교 1등들이 교과서를 반복해서 보는 횟수는 보통 3~5번이다. 다섯 번을 훑어보고 나면 어떤 도표나 내용, 그림이 몇 페이지 어느 위치에 있는지도 머릿속에 그려진다고. 다섯 번은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고 반복할 수 있는 공통적인 횟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