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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이론과 기독교교육(1)
1. 인간발달
흔히 사람을 평가할 때, “성숙한 인격”, “훌륭한 인격”, 또는 “미숙한 인격”, “형편없는 인격”, 등 인격과 관련해 다양한 표현이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첨단정보, 과학기술, 전문성의 유무에 따라 인간 가치를 기능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정보, 기술, 전문성 등은 인간의 행위와 기능적 측면에 불과할 뿐, 인간 본질이나 인격 자체와 같은 것으로 여길 수는 없다.
‘인격’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어떤 한 개인의 특성을 통전적으로 나타내는 용어로서, 윤리적으로는 도덕행위의 주체이고 심리적으로는 지, 정, 의의 주체가 됨으로써, 더 이상 분할할 수 없는 독립된 개인의 품격을 의미한다.
‘personality’ - ‘성격’ 또는 ‘성품’,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 또는 특징
‘character’ - ‘인격’ 또는 ‘인품’, 후천적 요인에 의해 변화, 개선될 수 있는
도덕적, 의지적 차원
그럼, 인격은 어떻게, 어떤 절차를 통해 형성되며 발전되는 것일까? 인격이란 지성, 감성, 의지 중 어느 한 차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생각할 때, 인격 형성 및 발전 역시 지, 정, 의의 상호 유기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2. 프로이드(Sigmund Freud)의 정신분석과 심리성적발달이론
1) 생애
1856년 5월 6일, 지금은 체코슬로바키아의 영토가 된 오스트리아의 프라이베르크 모라비아라는 작은 마을에서 유태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프로이드는 일곱 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다. 프로이드는 그 시대의 다른 젊은이들처럼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공부했으며, 다른 나라의 고전들을 많이 읽었다. 특히 독일어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으며, 한때는 문학적인 재능으로 상을 받기도 했고,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 이태리어에도 상당히 조예가 깊었다. 프로이드는 어린 시절에는 위대한 장군이나 고급 관료가 되고 싶어 했으나 유태인이었기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그 당시 유럽에 만연했던 반유태주의로 오스트리아의 지식 있는 유태인들은 의학과 법학을 제외한 다른 직업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1873년 비엔나 대학 의학부에 입학하였다. 1881년에 의사 자격을 얻었고, 졸업 후에는 15개월 동안 비엔나 대학의 생리학 연구소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그 후 대뇌 해부 학회에 가입해 성인과 태아의 뇌를 연구하기도 했다.
프로이드에게 있어서 일대 전환기는 1885년에 찾아왔는데, 스승의 추천으로 장학금을 받고 파리로 유학을 가게 된 것이다. 그는 파리에서 유명한 신경 의학자인 쟝 샤르코와 함께 수개월 동안 공부하였다. 당시 샤르코는 최면 암시에 의해 히스테리 신경증의 증상을 유발시키거나 제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프로이드는 파리의 유명한 살페트리에르 병원에서 체류하는 동안 신경학자에서 정신 병리학자로 전환하면서 정신분석을 창시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 후 프로이드는 귀국하여 1895년에 비엔나의 유명한 외과 의사인 요셉 브로이어와 공동으로 『히스테리 연구』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그 책이 학자들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게 되고 더욱이 프로이드가 히스테리의 주된 원인이 성욕이라고 주장하자, 브로이어는 프로이드와 결별하게 된다. 그러나 프로이드는 다른 의사들의 비판이 계속 되었지만, 1896년에 비엔나 의사회에서 사퇴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고수했다. 그 무렵 프로이드는 『히스테리 병인론』이라는 책에서 정신 분석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그는 혼자 정신 분석학 이론의 기초를 닦았으며, 그런 노력들은 그의 가장 위대한 저서라고 평가되는 『꿈의 해석』(1900)에 잘 나타나 있다. 1902년에 비엔나 정신 분석학회를 창립하여 이후 융, 아들러, 오토랭크와 같은 많은 정신 분석 학자들을 배출하였다.
프로이드와 정신 분석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09년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당시 미국 메사추세츠 주 클라크 대학의 총장이었던 스탠리 홀이 프로이드와 융을 초청해서 강연하도록 하면서부터이다. 그리고 1차 세계 대전은 프로이드의 생애와 그의 학설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독일군을 상대로 한 임상 연구는 정신병학의 다양성과 미묘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두 아들이 전쟁에 참전하였고, 반유태주의 사상이 고조됨에 따라 프로이드는 인간의 사회적 특성을 비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더욱이 프로이드는 암에 걸려 말년을 병마와 싸워야했다. 프로이드는 담배를 무척 좋아했고, 그래서인지 1922년 후두암에 걸려 사망할 때까지 17년 동안에 무려 33회나 수술을 받았다. 독일에서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당이 집권하자 독일의 비밀경찰들은 1932년에 유태인인 프로이드의 저서들을 모두 불태웠다. 그러다 1938년 나치군이 오스트리아에 침입해 '국제 정신분석 출판소'를 몰수하며 압박을 가하자, 그와 그의 가족들은 그 해 6월 영국으로 망명하였다. 이 후 프로이드는 병이 더욱 깊어져 수술을 받을 수 없게 되었고, 이듬해인 1939년 9월 23일 영국의 런던에서 83세의 삶을 마감하였다. 프로이드는 사망할 때까지 24권의 저서를 남겼으며, 사망할 무렵 『정신 분석 개론』을 집필하고 있었으나 완성하지는 못했다.
2)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중심개념
(1) 정신 에너지
마음을 양극의 관점으로 보아 인간의 정신활동에 작용하는 에너지를 크게 생의 본능과 죽음의 본능으로 나누었다. 생의 본능인 에로스(eros)는 생명을 유지, 발전시키고 사랑하게 하는 본능이며, 인간은 이것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고 생명을 지속하며, 종족을 보존시킨다는 것이다. 죽음의 본능인 타나토스(thanatos)는 생물체가 무생물체로 환원하려는 본능으로 이것 때문에 생명은 사멸되고, 살아있는 동안에도 자신을 파괴하거나 처벌하며, 타인이나 환경을 파괴시키는 공격적 행동을 하게 된다. 생과 죽음의 본능은 서로 영향을 미치거나 혼합된다.
(2) 리비도
리비도(libido)는 생물학적인 힘이 아니라 정신적인 힘으로 성적 본능의 에너지를 의미하는데 출생 시부터 나타나고 아동의 행동과 성격을 결정한다. 리비도의 개념은 처음에는 협의의 성적 에너지로 생각되었다가 점차 그 개념이 넓혀져 사랑과 쾌감의 모든 표현이 되었다.
(3) 의식 구조
프로이드는 의식을 인간의 정신생활의 중심이라고 보지 않고 인간의 마음을 빙산에 비유하고 물위에 떠있는 작은 부분이 의식이라면 물속의 훨씬 더 큰 부분을 무의식으로 비유하고 이 거대한 무의식 영역 속에 추진력, 정열, 억압된 관념 및 감정들이 숨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것들은 인간생명의 거대한 하층구조로서, 인간의 의식적 사고와 행동을 전적으로 통제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① 의식 (consciousness)
의식은 어떤 순간에 우리가 알거나 느낄 수 있는 모든 경험과 감각을 말한다. 프로이드는 정신생활의 극히 일부분만이 의식의 범위 안에 포함된다고 했다. 우리가 어떠한 순간에 경험하는 의식 내용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주로 규제되는 선택적 여과과정의 결과이며, 이 경험은 잠시 동안만 의식될 뿐 시간이 경과하거나 주위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 그 순간에 전의식이나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 잠재하게 된다. 그러므로 의식은 성격의 제한된 적은 부분만을 나타낸 것이다.
② 전의식 (preconsciousness)
전의식은 흔히 이용 가능한 기억으로 불린다. 즉, 어느 순간에는 의식되지 않으나 조금만 노력하면 곧 의식될 수 있는 경험이나 기억을 말한다. 이 전의식은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을 연결해 주는데 예컨대, 어떤 치료기법에 의해서 무의식 내용이 전의식으로 나타나고 또 그 다음에 의식이 될 수 있다고 프로이드는 생각했다.
③ 무의식 (unconsciousness)
프로이드는 무의식이 인간정신의 가장 크고 깊은 심층에 잠재해 있으면서 의식적 사고와 행동을 전적으로 통제하는 힘이라고 생각하였다. 전의식과는 달리 무의식은 전혀 의식되지 않지만,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주된 원인이 된다. 인간의 모든 생활경험은 잠시 동안만 의식의 세계에 있을 뿐 시간이 지나면 그 의식의 경험들은 전의식을 거쳐 깊은 곳으로 들어가 잠재하게 되는데 이를 무의식이라고 보았다. 즉 의식 밖에서 억압되는 어떤 체험이나 생각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 잠재하여 그 개인의 행동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억압된 생각이나 체험 혹은 그 밖의 잠재된 경험들은 생물학적 충동이나 어떤 일과 연상되어 나타나면 현실에서 불안을 일으키고 다시 밑으로 밀려나 끝없는 무의식적 갈등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무의식적 갈등을 분석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정신분석학적 방법은 초기에 최면술로 시도되었으나, 후에 자유 연상법으로 억압된 무의식을 의식화하였으며 이로써 프로이드는 무의식이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증명될 수 있고 제시될 수 있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4) 성격의 구조
① 원초아 (Id)
원초아는 성격의 가장 원시적인 체계이다. 원초아는 프로이드가 무의식이라고 불렀던 성격의 한 부분으로, 유전되며 출생 시에 이미 존재하며 그 속에서 자아와 초자아가 분화되어 나오는 모체이다. 원초아는 공격적이고 동물적이며 조직되지 않은 것으로서, 규칙도 따르지 않는 개인에 내재하는 정신적 원동체이며 개인의 생의 기초가 된다. 또한 긴장을 감소시키려는 쾌락의 원리를 따르므로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억압을 싫어하고 무시한다. 따라서 모든 행동은 자애적인 방법으로 표현되며 언제나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② 자아 (Ego)
자아의 구조와 기능은 원초아에서 파생되며 생후 6∼8개월부터 발생하기 시작하여 2∼3세에 형성된다. 자아는 원초아의 충동들을 어떤 방법으로든지 충족시켜 주어야 하지만 그것은 초자아가 침해를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같이 자아는 원초아의 욕구(yes)와 초자아의 거절(no) 사이에서 현실에 맞도록 조정하여 개체를 적절히 유지시키는 기능을 한다. 자아는 원초아의 쾌락적 원리와는 달리 현실의 원리를 따른다. 현실원리의 목적은 욕구충족을 위해서 적당한 대상이나 환경조건이 이루어질 때까지 본능적 만족을 지연시켜 개체를 안전하게 보전시키는데 있다. 다시 말하면 자아의 목적은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원초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적절한 과정을 발달시키는데 있다. 즉, 자아는 성격의 조정자이며 집행자이다. 자아는 원초아의 목적을 좌절시키는 것이 아니고 적절히 추진하기 위해 존재하며 자아와 원초아는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으므로 본능적인 요소와 주위 환경의 상태를 적절히 조정하여 개인의 생활을 유지시키는 기능을 한다.
③ 초자아 (Superego)
인간은 바람직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그 사회의 질서체계인 가치, 도덕, 윤리체계를 습득해야 한다. 이것들은 사회화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며, 정신분석학적 용어로는 초자아이다. 초자아는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윤리적, 도덕적, 이상적인 면을 말하며,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성격구조 중 마지막으로 발달되는 체계로써 부모의 양육태도 즉, 부모가 주는 보상과 처벌에 대한 반응으로 발달한다. 초자아는 아동이 옳고 그름을, 선과 악을, 그리고 도덕과 비도덕을 분별할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나타나며, 아동의 생활범주가 점차 확대되면서 그 집단들이 인정하는 적절한 행동규범을 추가하면서 초자아를 형성한다.
3) 프로이드의 심리성적 발달단계
프로이드에 의하면, 성격발달은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다섯 단계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초기의 세 단계가 성격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시기에 리비도는 신체의 특정 부위에 자리 잡고 그 신체 부위에서 만족을 추구한다. 그러나 심리성적 발달단계가 모두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의 진행이 저해되면 특정 단계에 고착될 수 있다.
(1) 구강기(oral stage : 출생에서 1세까지)
유아는 입을 통해 쾌락을 얻는다. 생후 1년간은 입이 성적, 공격적 욕구 충족을 하는 신체 부위가 되며, 입, 입술, 혀, 잇몸 등을 자극하는데서 만족을 느끼기 때문에 빨고, 삼키고, 깨물면서 만족을 얻는다. 구강기에는 수동적으로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생활하기 때문에 유아는 의존적이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분화되지 않은 상태이다. 구강 전기에는 어머니에게 접근하고 합치되려는 경향이나 후반기에는 애정과 우호적인 태도를 갖는 동시에 적대적이며 파괴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구강기 전반기에 좌절 혹은 방임을 경험하면 수동적인 성격이 되며, 타인에게 의존적이며,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인정받고 싶어 한다. 구강기 후반기에 고착되는 공격적 혹은 가학적 성격의 특징은 논쟁적이고 비꼬길 잘하며, 타인을 이용하거나 지배하려고 한다.
(2) 항문기(anal stage : 1세에서 3세까지)
항문기란 대소변을 가리는 훈련이 시작되는, 리비도가 항문에 집중하는 시기를 말한다. 이 시기의 유아는 신경계의 발달로 괄약근을 조절할 수 있다. 괄약근의 발달로 아동은 마음 내키는 대로 배설하거나 보유할 수 있다. 그러나 대소변 훈련이 시작되면서 유아의 본능적 충동은 외부에 의해 즉, 양육자인 어머니에 의해 통제된다. 유아는 자신이 원하는 때에 배변을 하기 원하나 어머니는 사회적 관행을 따르도록 하며 유아는 배변 시기를 조정하기 위해 갈등하며 욕구의 만족을 늦추어야 할 필요성에 의해 자아가 발달한다. 부모는 배변 훈련 시 옳고 그름에 대해 말하고 유아는 부모에 동조하며 부모의 의견을 내면화시켜서 이를 따르게 된다. 이것이 초자아 발달의 시초가 되며, 배변 훈련이 성공하면 유아는 사회적 승인을 얻는 쾌감을 경험하게 된다. 부모가 거칠게 혹은 억압적으로 훈련하여 고착된 항문기 강박적 성격은 고집이 세고 인색하고, 시간을 엄수하며, 지나치게 청결한 특징을 가진다. 반대로 지나치게 관대하게 고착된 항문기 성격은 잔인하고 파괴적이며, 난폭하고 적개심이 강하며, 불결한 특징을 갖는다.
(3) 남근기(phallic stage : 3세에서 6세)
남근기는 리비도가 아동의 성기로 집중되는 때이며, 아동은 자신의 성기를 만지고 자극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시기이다. 이 시기부터 원초아, 자아, 초자아는 역동적으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남근기의 가장 중요한 상황은 외디푸스 콤플렉스와 일렉트라 콤플렉스로 아동이 이성의 부모에게 성적 관심을 갖고 접근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리킨다. 남아는 어머니에 애착을 느껴 아버지를 경쟁자로 생각하고 적대감을 느끼며, 거세불안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어머니가 인정하는 남성다움을 갖기 위해 동성의 부모에게 성적 동일시를 함으로써, 남자아이는 남자답게, 여자아이는 여자답게 행동하려고 애쓴다. 남근기에 고착된 남자는 경솔하고, 과장이 심하며, 야심이 강하고 여자는 유혹적이 된다.
(4) 잠복기(latent stage : 6세에서 12, 13세까지)
잠복기는 리비도의 신체적 부위는 특별히 한정된 데가 없고 성적인 힘도 잠재된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외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난 후의 평온한 때로 성적 욕구가 억압되어 비교적 자유롭지만 그 감정은 무의식 속에 계속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원초아는 약해지고 자아와 초자아는 강해지며 성격에서 이루어지는 주요한 발달은 초자아의 기능이다. 리비도의 지향 대상은 친구, 특히 동성의 친구로 향하고 동일시 대상도 주로 친구가 된다. 잠복기 아동의 에너지는 지적인 활동, 운동, 친구와의 우정 등에 집중된다. 잠복기에 고착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이성에 대한 정상적인 친밀감을 갖지 못하고 이성과의 관계를 회피하거나 정서적 감정 없이 단지 공격적인 방식으로 행동을 한다.
(5) 생식기(genital stage : 사춘기부터 성적으로 성숙되는 성인기 이전까지의 시기)
생식기는 심한 생리적 변화가 특징이며 격동적 단계로 불린다. 호르몬과 생리적 요인들로 인해 그 동안 억압되었던 성적 감정들이 크게 강화되면서 잠복기 동안 억제되었던 성적, 공격적 충동이 자아와 자아의 방어를 압도할 정도로 강해진다. 따라서 이전의 방어 양식들은 적절치 않게 되고 광범위한 재적응이 요구된다. 사춘기 전기에는 리비도가 다시 유아기의 애정 대상을 지향한다. 원초아가 우세할 때는 지나치게 쾌락 추구에 몰두해 공격성, 야수성, 범죄 행동이 왕성해지며, 반대로 자아가 너무 표면화되면 불안이 심해지고 금욕주의, 지성화의 경향이 강해져서 원초아를 억제하고 자아를 방어하려고 애쓴다. 사춘기에는 성적 성숙이 다 이루어져서 사춘기 전기의 불안은 사라진다. 이 시기에는 부모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가족 밖에서 연장자와의 친교를 가지며, 이성을 향한 성욕 충족을 추구한다. 이러한 성적 욕구는 독서, 운동, 자원봉사 등 다른 활동을 통해 승화되기도 한다. 이 시기에 성격발달을 위해서는 근면을 배워야 하고 즉각적인 만족을 지연시켜야 하며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3. 피아제(Jean Piaget)의 인지(認知) 발달론
피아제는 1896년 스위스의 도시 뉴샤텔(Neuchatel)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역사학자였고 어머니는 감정에 매우 민감해서 가족 간에 긴장과 갈등을 종종 만들어내곤 하였다. 피아제는 어머니의 감성적 영향보다 아버지의 지성적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그는 그의 나이 불과 10세 때 이미 학술 논문을 써냄으로써 그의 탁월한 지적 능력을 통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그는 15살 때 그의 종교적, 철학적 신념을 뒷받침해 줄 만한 과학적, 논리적 토대가 부족함을 느끼고 폭넓은 독서를 하였을 뿐 아니라 집필에 있어서도 새로운 이념들을 정립하게 되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연체동물에 관한 연구를 발표함으로써 외국학자들의 강연 초청을 받는가 하면 박물관장직을 맡아달라는 제의도 받게 된다. 마침내 그는 21세에 자연과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그런데 그는 종교, 철학, 인문과학, 자연과학 등 광범위한 분야의 서적들을 읽어 일종의 지적 혼란에 빠지게 된다. 23세가 되자 그는 지적 혼란의 극복을 위해 인간 정신의 지적 발달 자체에 대해 연구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그러한 연구를 통해 아동들은 어른들에 비해 단지 지식이나 정보의 양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전혀 다른 형태의 사고와 판단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즉 아동과 어른의 사고는 양적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질적 차이의 문제라는 것이다.
피아제의 인지발달 각 단계는 그 속에 또 세분된 하위단계들로 나누어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크게 나눈 네 단계만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감각운동기(Sense-motor Stage) : 영아기(0세-2세)
감각운동기는 어머니 뱃속에서 잉태된 후 약 1.5세가 될 때까지 영아가 인지하는 형태로서, 이때의 영아는 주로 손, 발, 피부, 눈, 귀, 코, 입 등 신체의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의 환경을 점차로 인지해 나가게 된다. 영아가 보이는 최초의 반사운동은 빨기 반사이다. 영아는 무엇이든지 손이나 얼굴에 닿기만 하면 그것을 입으로 가져간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영아기는 인간의 생리적, 본능적 에너지(libido)가 입으로 집중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이가 무엇이든 입으로 먼저 가져가는 것은 빨고 싶은 욕구의 충족, 생존을 위한 본능적 반사와도 직결되어 있다. 영아의 이러한 행동은 주변 환경과 세상을 인지하려는 가장 원시적 인지형태라고도 할 수 있다. 즉 아이는 우주를 그 입으로 파악해 나가는 것이다. 입을 중심으로 해서 쥐기, 차기, 돌리기, 구르기, 듣기, 보기, 냄새 맡기 등은 자신과 외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환경을 파악해 나가는 영아기 특유의 감각운동기적 인지형태인 것이다.
감각운동기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일종의 ‘대상영속성’(object permanence)이란 개념을 체득하게 된다. 대상영속성이란 사물이나 대상의 지속적, 일관된 인식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초기 단계의 영아는 어떤 사물이 눈에 보이다가 사라지면 더 이상 그것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없어졌다고 생각하거나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지구조가 조금씩 분화함에 따라 대상영속성이 생기게 되면 엄마나 아빠가 공을 앞에 들고 있다가 등 뒤로 숨기면 그 공을 어떻게든 찾아내려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또 그 공을 저 멀리로 던지면 아기는 그 공이 날아가는 곳, 떨어지는 곳을 응시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곧 ‘대상영속성’ 개념이다. 영아는 그러한 대상영속성을 통해 외부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늘어나게 된다.
2) 전 조작기(Pre-operational Stage) : 유아기(2세-6세)
‘조작’이란 “사고체계의 논리적 조작”을 말하는 것으로 조작기가 되어야 비로소 일관성 있는 사고, 체계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유아기에는 단순히 직관적, 즉흥적 사고밖에 할 수 없다. 따라서 유아기의 사고를 ‘전(前)조작기’ 라고 부른다. 전 조작기가 되면 감각운동기와는 달리 본능적, 단편적 사고 외에, 비로소 감각을 통해 인지된 것을 과거의 경험과 비교, 연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나게 된다. 이러한 능력은 ‘비언어적 상징’ 을 통해 뚜렷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나무 막대기를 집어 들고 그것이 마치 칼인 것처럼 칼싸움을 한다든지, 목에 보자기를 두르고 자기가 슈퍼맨인 것처럼 뛰어내리는 것은 이 시기 아이들이 보이는 ‘상징놀이’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이 시기의 놀라운 변화는 드디어 말을 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언어의 습득으로 말미암아 아이는 드디어 주위 사람들에게 자기표현을 하게 되고 또한 언어를 통한 지식과 정보의 양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한 말의 힘에 도취된 나머지, 아이는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가기도 한다. 주위환경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으로 인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아이들의 질문에 어른들은 당황하게 된다. “이제 자야 할 시간이다.” “아빠 왜 자야 돼?” “자야 내일 학교에 가지.” “학교엔 왜 가야 돼?”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해야 되지” “공부는 왜 해야 돼?” “공부를 해야 훌륭한 사람이 되지” “왜 훌륭한 사람이 돼야 돼?” 어른들은 관심도 호기심도 없는 것에 아이들은 끝없는 호기심을 가지고 묻고 또 묻는다. 아이들의 질문이 비록 의식적 질문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 질문 속에는 궁극적 의미, 궁극적 목적에 대한 실존적 호기심, 존재론적 탐구가 깔려 있다. 또한, 생명의 궁극적 의미나 목적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은 “왜?”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무엇?” 또는 “어떻게?”에 만 몰두해 있는 어른들을 일상에서 궁극성으로 주의(注意)를 돌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또한 아이로서의 한계성을 뛰어넘을 수 없음 또한 사실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철저히 자기중심적(egocentric)인 동시에 조작기 이전의 사고를 하기 때문에 다분히 즉흥적이며 직관적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답하는 과정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화이기보다는, 주로 자기의 생각, 관심, 느낌을 일방적으로 표현하는 일종의 독백 비슷한 경우가 많다. 이처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으면서도 대화의 실제 내용은 독백적인 형태를 가리켜 ‘집합적 독백’(collective monologues) 이라고 한다.
3) 구체적 조작기(Concrete Operational Stage) : 아동기(7세-12세)
논리적, 체계적 사고 조작이 가능한 시기를 조작기라고 하는데, 피아제는 조작기를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 전기를 ‘구체적 조작기’, 후기를 ‘형식적 조작기’ 라 명한다. 구체적 조작기에는 전 조작기의 대표적 특성인 논리적 자기중심성을 상당 부분 극복하게 된다. 예를 들면 오후엔 반드시 낮잠을 자도록 교육받은 아이가 평소엔 이 지침대로 늘 낮잠을 자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아이가 낮잠을 잘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러자, 아이는“난 아직 낮잠을 자지 않았어. 그래서 아직은 오후가 아니야.” 라고 생각한다. 이 아이는 자기가 낮잠을 자고 난 후에야 오후가 온다는 주관적 사고에 빠져 있다. 오후는 자신과 상관없는 수많은 사건들을 포함하는 시간이며, 자기의 낮잠은 오후에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사건들 중 하나임을 이해하지 못한다. 즉 이 아이는 자기중심성에 빠져 오후라는 일반적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학령기쯤 구체적 조작기가 되면 이러한 자기중심성을 어느 정도 극복하게 되고 일반개념에 대한 인지가 생겨나게 된다. 특히 동일성(identity), 보상성(compensation), 역 조작(inversion)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피아제는 그런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한 실험을 하였다. 실험자는 똑같은 밑면적과 높이를 가진 A1, A2컵에 같은 양의 물을 채운 다음 두 개의 컵에 담긴 물이 같은 양인지 물어본다. 아이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다음에 실험자는 A2의 컵에 담긴 물을, 밑면적은 더 넓고 높이는 더 낮은 P컵에 전부 쏟아 붓는다. 그리고 아이에게 어느 컵의 물이 더 많은지 묻는다. 그러면 전 조작기의 아이는 “A1이 더 높기 때문에 양이 더 많다”고 하거나 때로는 “P가 더 넓기 때문에 양이 더 많다”고 대답한다. 이와 같이 전 조작기에서의 아이는 지각의 어느 한 차원에 의해 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물의 양이 논리적으로 같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즉 그들의 사고는 주로 어느 한 차원에 의해 지배 받고 있기 때문에 사실의 객관성을 인식할 만큼 충분히 “탈 중심화”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구체적 조작기의 이동들은 비로소 보존개념들(동일성, 보상성, 역조작)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다. 첫째, 동일성은 “A1과 A2의 양은 똑 같은데 A2의 물을 그대로 P에 다 부었으므로 A2와 P의 양은 같고 따라서 A1과 P의 양도 같다.”는 것을 인식하게 한다. 둘째, 보상성은 “A1은 높이가 높지만 대신 P는 밑면적이 넓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셋째, 역조작성은 “‘P의 물을 다시 A2에 부으면 A1의 물과 똑같아지기 때문에 결국 P와 A1의 양은 똑같다”는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 구체적 조작기의 아동들은 이처럼 양의 보존개념을 논리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전 조작기에 속한 아이들은 이러한 설명을 다 해주고 난 후, A1과 P에 주스를 채우고는 어느 것을 택하겠느냐고 물으면 여전히 처음에 많다고 느꼈던 것을 다시 택하게 된다.
또한 전 조작기 및 구체적 조작기 초기의 아동(약 8세까지)이 함께 공유하는 인지적 특성은 이들이 물활론적 사고를 한다는 데 있다. 이들은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구별을 어른과 같은 방식으로 하지 않는다. 이들은 움직이는 것은 살아있는 것이고 고정되어 있는 것은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자전거, 구름은 움직이므로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탁자와 꽃은 움직이지 않으므로 죽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활론의 또 하나의 특징은 감정과 의식을 무생물에도 부여하는 감정이입이 흔히 일어난다는 것이다. “돌을 막대기로 찌르면 돌이 그것을 느낄까? 아니요. 왜 아니지? 돌은 딱딱하니까요. 돌을 불 속에 던지면 돌이 그것을 느낄까? 예. 왜 그럴까? 불에 데일 테니까요.”
4) 형식적 조작기(Formal Operational Stage) : 사춘기 이후(13세 이후)
구체적 조작기는 실제의 구체적 사물이 눈앞에 보여야 사물의 비교, 연상이 가능함에 비해, 형식적 조작기는 구체적 사물들이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머리속의 추상적, 관념적 사고를 통해 얼마든지 체계적,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어, 개념, 관념, 추상 등이 갖고 있는 뜻을 보존하며 그것을 통해 비교, 연상이 얼마든지 가능하게 된다.
예를 들면 “A는 B보다 키가 작고 C보다 키가 클 때, ‘가장 키 큰 사람 앞으로 나와!’ 하면 누가 나와야 할까?” 라고 질문하면, 구체적 조작기 초기 아동들은 실제 사람들을 세워놓고 설명해야 판단이 가능한데 비해, 구체적 조작기 후기나 형식적 조작기에 있는 사람은 사람을 보지 않고도 얼마든지 비교를 할 수 있다. 이처럼 형식적 조작기의 지능은 실제 보지 않고도 상상 속에서 얼마든지 연상이 가능하고 또한 관념적, 추상적 추리와 사고가 가능하다.
4. 에릭슨(Erik H. Erikson)의 심리사회성 발달론
에릭슨은 1902년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덴마크에 거주하는 유태인이었고 아버지는 순수 덴마크인이었다. 그러나 에릭슨이 태어나기 전 에릭슨의 부모는 이혼하였고 에릭슨의 어머니는 친구들 곁에서 출산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하였다. 소년시절의 에릭슨은 피아제나 콜버그(Lawrence Kohlberg)와는 달리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였다. 그는 학교의 딱딱한 틀을 싫어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대학진학 대신 1년 동안 유럽을 돌아다녔고 미술공부를 위해 잠시 집에 돌아왔다가는 또다시 여행을 계속하였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삶에 대해 그의 가족이나 친구들은 그를 문제 삼기보다는 스스로의 삶을 찾고자 방황하는 예술가로 받아들여 주었다.
그런 방황을 하던 중, 에릭슨은 프로이드(Sigmund Freud)의 딸 아나 프로이드(Anna Freud)로부터 그녀가 세운 신설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줄 것을 요청 받게 되었다. 그때부터 에릭슨은 자신이 할 일을 발견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아나 프로이드와 함께 아동정신분석을 연구하게 되었고 또 그녀로부터 자신을 분석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1933년 나치 정권의 탄압을 피해 미국 보스턴으로 이주하여 그 곳 최초의 아동정신분석가로 일하게 되었다. Yale대, California대 교수 와 다양한 연구소에서의 경력 후 마침내 1960년 이후에는 Harvard대학교 교수직을 맡아 심리학을 강의하기에 이르렀다.
피아제나 콜버그는 인간 내부에 지능과 도덕발달을 위한 구조가 잠재되어 있어서 그 구조에 적당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주게 되면, 인지 및 도덕 판단의 구조들이 한 번에 한 단계씩 활성화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그들을 ‘구조주의자’(structuralist)라고 부른다. 구조주의의 특징은, 아무리 오래 살아도 발달이 마지막 단계까지 완성되지 않는 경우가 있음을 전제로 한다. 반면, 프로이드, 에릭슨으로 대표되는 입장은 ‘심리 역동론’으로서 인격체와 환경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호 관계성은 그 인격체의 성격적 특성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이러한 성격적 특성들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간에, 세월만 지나가면 처음 단계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단계까지 다 거치게 된다는 것이 그 이론의 특징이다.
성적 에너지가 처음엔 입 부위에 집중(口脣期)되지만 차차 항문(肛門期), 성기(性器期), 그 다음에 잠복기를 거쳐 생식기에 집중(生殖期)될 뿐 아니라, 성적 욕구 충족의 과잉과 결핍 정도에 따라 성격이 형성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정신분석이론의 기본 주장이다. 에릭슨은 초기에는 이러한 정신분석 이론을 비판 없이 받아들였으나, 그의 임상 경험과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새로운 사실을 밝히게 되었다. 즉 자아와 환경 사이에 놓여 있는 상호 역동성은 인간의 기본 성격을 형성함에 있어, 프로이드 식의 성적 욕구 충족 여부보다 훨씬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에릭슨에 의해 정립된 성격 형성 8단계 이론은 각 단계마다 자아가 환경과의 상호교류를 통해 취득하게 되는 대표적 특성이 2가지씩 나타난다. 하나는 긍정적 특성이요. 다른 하나는 부정적 특성으로서, 언제나 이 두 가지는 적당한 비율로 배합되는 것이지 둘 중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긍정적 특성의 비율이 부정적 특성의 비율보다 우위에 서도록 하는 것이 원만한 성격 형성을 위해 필요하며, 전 단계에서의 성공적 비율의 성취가 다음 단계에서도 많은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본다.
1) 1단계(영아기, 0세-2세) : 근본적 신뢰 vs. 근본적 불신
출생이란 아기에게 있어선 일종의 죽느냐 사느냐와 같은 고투이다. 심리학 및 소아과학에서는 아이가 출생 시 입는 ‘출산외상’(birthtrauma)을 하나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트러마’(trauma), 즉 ‘외상’(外傷)이란 영구적 결과를 남기게 되는 정신적, 육체적 충격을 의미한다. 이 출산외상은 아이의 기억 속에 각인(imprint)되어 4세 이전의 경험들이 그렇듯 무의식속에 자리 잡게 된다. 그러나 이 무의식은 그 사람의 정서와 인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실체이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일종의 ‘실락원’을 경험한다.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는 따뜻한 온도, 부드러운 양수 속에서 유영하며 양수막의 울타리 안에서 지낼 수 있었다. 호흡과 양분 섭취마저 코나 입으로 고생할 필요 없이 탯줄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진통이 시작되면서, 아이는 제법 크게 자란 체구를 가지고 머리부터 시작하여 빙글빙글 돌면서 좁은 굴속을 빠져 나가야만 한다. 이때 아이의 몸은 마치 빨래처럼 쥐어 짜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게 사경을 헤쳐 나온 아이는 외부의 강렬한 형광불빛, 피부에 와 닿는 선뜻한 공기, 기도와 폐를 자극하는 생경한 바람, 낯선 손에 의해 이리저리 다루어지는 감촉 때문에 거의 공포에 질려 필사적으로 울어대는 것이다.
아이는 이때부터 벌써 속으로 “안돼!”(No)라는 부정(negation)을 배우기 시작한다. 즉, 아이는 출생을 거부하고 도로 어머니 뱃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야노프(Janov)란 심리학자는 출생 시의 출산외상이 후에 성인이 되어 겪게 되는 노이로제(neurosis)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일단 이렇게 힘든 사투를 통해 출생이 이루어지고 나면, 아이는 새로운 세계에 점차로 적응해 나가게 된다. 빨기와 쥐기는 후천적 학습에 의해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본능적 반사(reflex)로 나타난다. 이후 두 살이 되기까지 아이는 세상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기본적 힘을 조금씩 키워나가게 된다.
이러한 ‘생존을 위한 노력’을 통해 유아가 배우게 되는 기본자세는 곧 자신과 세상을 향해 갖게 되는 두 가지 상반된 태도인 것이다. 즉 ‘기본적 신뢰’ 와 ‘기본적 불신’의 태도이다. 생물적 본능에 충실한 이 시기는 배가 부르고, 따뜻하고, 기저귀가 늘 뽀송뽀송해 있으면 “ 세상은 참 살만한 곳이구나.”, “나는 세상에서 별 문제없이 살아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세상과의 관계성에서 자기 자신의 능력에 대한 기본적 신뢰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배고프고, 줍고, 늘 기저귀가 젖어 있게 되면 “세상은 참 험악한 곳이구나.”, “내가 이 세상 속에서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라며 자신에 대해 기본적 불신을 갖게 된다.
여기에서 조심할 것은, 전술한 대로 기본적 신뢰와 불신이 둘 중 어느 하나로 귀착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둘 중 어느 것이 더 우세한가 하는 비교우위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다. 세상과 자신에 대해 건강한 태도를 갖기 위해서 기본적 불신보다 기본적 신뢰가 비교우위에 있어야 한다. 기본적 신뢰가 비교우위를 차지하지 않게 되면 이후 성장과정 속에서 우울증, 부정적, 비관적 태도, 나아가 분열적 성격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2) 2단계 : 자율성 vs. 수치와 회의(유아기, 2세-3세)
나이 두 살이 지나면 자의식이 생겨남에 따라 차차 자기 세계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한다. 자기 세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 자아가 시작하는 것은 “안돼”, “아니야”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이나 외부환경에 대해 자신의 독특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자기가 허락하지 않고서는 자기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는 것, 자기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려는 것, 이것이 곧 자율성이다. 자율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때 아이는 수치와 회의를 느끼게 된다.
이 시기 아이의 자율성 대 수치/회의가 가장 첨예하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배변훈련(toilet training)이다. 스스로 소변과 대변을 가릴 수 있는 자율성이 개발된 아이는 괜찮지만, 여기에 실패하는 아이는 여러모로 수치와 회의를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간밤에 오줌 싼 아이의 머리에 키를 씌우고 손에 그릇을 들려 옆집에 가서 소금 얻어오라고 보내던 풍습은 곧 아이의 수치심을 자극시켜 소변을 스스로 가릴 수 있는 자율성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민간요법이었다. 교육적 관점에서 볼 때, 그런 방법은 자칫 아이에게 지나친 수치심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감을 내재화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2, 3세의 아이들은 자기 배설물을 더럽다기보다는 자기가 만든, 자기 몸속에서 만든 ‘신기한 생산품’이라는 인식을 한다. 그런데 그 생산품을 더럽다고 지나치게 나무라거나 모욕을 주게 되면 아이는 수치심과 함께 “내가 이렇게 더러운 것을 몸속에 지니고 있다니 나는 아주 더럽고 환영받지 못할 존재인가 보다”하며 자신에 대한 회의감과 거부감에 빠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 시기의 교육방법은 자율성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되 지나친 수치나 회의에 빠지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3) 3단계(유년기, 3세-6세) : 주도성 vs. 죄책감
세 살이 지나면서 아이의 독립적 자의식이 급속도로 증가된다. 따라서 무슨 일이든 자기 혼자 힘으로 해보려 하는 주도성이 뚜렷이 나타나게 된다. 이제 아이는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설정하며 그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아이가 주도성을 발휘하면서부터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주도성을 실천하고자 하는 욕구는 왕성한데 비해 일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밥 먹기를 스스로 하다 보면 반은 먹고 반은 버릴 뿐 아니라 온 식탁 주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다. 옷 입기와 신발 신기를 스스로 하다 보면 안팎을 뒤집어 입고, 좌우 신발을 거꾸로 신는다. 유리컵을 들고 물을 마시겠다고 고집 부리다가는 물만 엎지르는 것이 아니라 컵을 깨뜨릴 수도 있다. 이 시기의 아이를 키우기가 얼마나 힘들면 “미운 세 살”이란 말이 생겨났을까?
이렇게 독립적 자의식이 생길 무렵 부모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고 또 아이의 교육에 있어서 처벌의 문제도 아이의 교육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러한 교육과 처벌의 과정에서 생기게 되는 죄책감 등의 부정적 요소들이 아이의 성격 형성에 미치게 될 영향 등에 대해 세심히 고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4) 4단계 : 근면성 vs. 열등감(아동기, 6세-12세)
학령기의 아동들은 이제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학교라는 보다 넓은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학령기 아동의 특성은 신체 및 정신활동이 활발해질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새로운 지식과 기능들을 익히게 된다. 다양한 재능들은 근면이라는 바탕 위에서 발휘되며 친구들과 여러 면에서 경쟁을 벌이게 된다. 그런데 자신의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현격히 떨어지거나 동료들 사이에서 자신의 부적합함이 지속적으로 드러나게 될 때, 아이는 열등감에 점차 빠져들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학령기에 겪었던 패배와 좌절로 생겨난 열등감의 기억을 오래도록 지니고 살아간다. 또는 그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자신을 채찍질하며 끊임없이 성취를 위해 노력한다. 열등감을 보상하려는 보상심리가 여러 가지 성취를 가져다 줄 수 있으나, 그 성취가 열등감과 보상심리 위에 있는 한, 성취가 자신을 행복하게 하기보다는 자신이 점점 더 성취의 노예가 되게 만들 수도 있다.
부모와 교사가 이 시기에 유의해야 할 것은 아이의 잠재된 능력과 소질을 발견해 주고 계발하도록 적절히 도와주는 일이다. 아이에게 없거나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을 억지로 강요하는 것은 아이로 하여금 점점 더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5) 5단계(사춘기, 13세-21세) : 자아정체성 vs. 정체성 혼미
사춘기는 흔히 “제2의 탄생”, 또는 “심리적 이유기"(離乳期)라고 불린다. 즉 지금까지 의존해 오던 부모, 형제, 가정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독자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정신적, 심리적 탯줄을 자르는 시기이다. 이때부터 부모, 형제 못지않게 아니 부모, 형제보다 친구, 동료들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이다. 자기와 같은 나이에서 자기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함께 찾고자 애쓴다.
사춘기는 또한 “질풍노도의 시대”이다. 영아기 이후 지금까지 누적되어 왔던 모든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자아발달과정 속에서 누적된 불신, 수치와 회의, 죄책감, 열등감 등의 부정적 요소들이 신뢰, 자율성, 주도성, 근면성 등의 긍정적 요소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을수록 사춘기의 핵심과제인 자아 정체감 형성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자아 정체감의 반대 축인 정체성 혼미에 빠져들게 되고 이는 자기를 억압한다고 생각되는 부모, 교사, 규율 등 모든 권위에 대한 반항과 일탈이라는 왜곡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 시기는 또한 이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시기이다. 남성, 여성호르몬의 분비로 인해 2차 성징이 뚜렷해질 뿐 아니라, 성적 욕구가 급속히 증대된다. 즉 남자 혹은 여자로서 자신의 ‘성적 정체성’(sexual identity)을 확립하려는 심리적 욕구가 신체적, 성적 욕구와 맞물려 나타난다.
이 시기의 자아 정체감 형성을 위해 중요한 것은, 그들이 본받을 수 있는 ‘귀감’(role model)을 발견하는 것이다. 역사상의 인물이나 실생활에서 본받고 싶은 모델을 찾아냄으로써 자기가 되고 싶은 인물, 즉 자기가 추구하는 이상이 구체화되며 이것은 곧 자아정체성 형성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된다.
6) 6단계(청년기, 21세-35세) : 친밀감 vs. 소외
자기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전 단계의 실존적 투쟁을 성공적으로 치러 낸 사람은 자아에 대한 분명한 이해 위에 다른 사람과의 친밀관계를 건전하게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자아 정체감이 혼동되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친밀관계형성 자체가 힘들게 되고 또한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건강하게 지속하기가 어렵다.
자기 정체성과 친밀감 사이에 왜 이런 밀접한 상관성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진정한 친밀감 형성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두 사람 사이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신적,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이 그 문제의 해결이나 도피를 위해 다른 사람과 맺는 친밀관계는, 이미 그 속에 문제의 뿌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관계 속에 진정한 친밀감 형성이 대단히 어렵게 된다.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교제하고, 사랑하지만 그로 인해 수많은 문제와 불행이 생겨나는 이유 중 하나는, 참된 정체감을 형성하지 못한 사람들이 만나게 되면 그 관계성 역시 건강한 자아 정체감에 기초한 건강한 관계성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친구간의 우정, 연인과 부부 사이의 사랑이 건전하고 건강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건강한 자아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건강한 자아 이해가 뒷받침 되지 못할 때 그 사람은 소외와 고립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7) 7단계(장년기, 35세-60세) : 생산성 vs. 침체
장년기는 가정, 직장, 사회에서 가장 왕성한 생산 활동을 하는 시기이다. 가정에서는 자녀를 출산, 양육하고 직장 및 사회에서는 그 동안 쌓은 지식과 경험들을 총망라함으로써 개인의 발전과 동시에 직장, 사회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게 된다. 이 시기의 생산성은 마치 ‘빈익빈 부익부’ 원리와 흡사한 것이어서 생산은 또 다른 생산을 불러오는 확대 재생산적 역동성을 보이는 반면, 별다른 생산을 거두지 못하는 사람은 외적, 내적으로 점점 더 침체의 늪에 빠져 드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 시기의 생산성을 자녀 출산, 승진, 업적 등 개인적, 사회적 성취를 중심으로 바라보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성취를 행복의 척도와 동일시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성취와 생산성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일종의 실존적 공허와 허무의 차원을 간과할 수 없다.
8) 8단계(노년기, 60세 이후) : 자아통합 vs. 절망
인생의 막바지에서 한 평생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삶이 의미와 보람을 갖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덧없이 무의미하게 살아온 삶이었는지 반성해 보는 시기가 바로 노년기이다. 그 삶이 외적으로,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은 성취를 이루었는가에 관계없이 분명한 목표와 구심점이 있는 사람은 인생의 황혼기를 맞아 자아통합을 이루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목표나 구심점 없이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쫓아 떠도는 삶을 산 사람은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그의 인생의 한계 앞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다.
자아통합을 이루어내는 사람은 이제 자신의 삶을 조금씩 정리해 나가기 시작하는 동시에, 마지막 남은 시간과 능력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에 투자하게 된다. 반면, 절망으로 귀착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이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하는 초조감과 상실감으로 인해 과욕과 공명심의 노예가 되든지, 아니면 남은 인생을 한탄과 연민 속에 소진하게 된다. 자아통합을 이루는 사람은 내면의 넉넉함과 아량, 평온함과 사랑을 보이는 반면, 절망에 빠지는 사람은 마음의 편협과 인색함, 원망과 분노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제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은 자아통합과 절망,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아니 이것은 지금에 와서 새롭게 택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여태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에 의해 내려지게 되는 하나의 숙명적 귀결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에릭슨이 발견한 이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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