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그 함부르크에 서남재단 유치원교사들 열한 분이 실습을 하고 계십니다.
여섯 분은 제 집 근처에서, 다섯 분은 제 집과는 완전히 반대방향에 있는 유치원에서 실습하십니다.
김은영 선생님과 함께 울 딸애가 다니는 발도르프 학교 부속 유치원에서 실습하시는 분들을 찾아 뵈었습니다.
실습 첫 날인 월욜 저녁에 열한 분 모두 이 유치원으로 오셔서 저녁도 먹고 대화도 나누었습니다.
김은영 선생님께서 김치부침을 맛있게 만들어 주셔 완전 인기였습니다.
유치원 교사들이 열심히 준비한 음식들은 밸로 인기가 없었다는....
단 며칠인데도 한국사람들은 한국음식을 못 먹으면 아주 고역인가 봅니다.
모두 음식이 입에 맞지 않고, 잠자리가 추워서 피곤한 표정들을 하고 계셨습니다.
월욜 아침에 유치원에 가 보니 저그에 한국교사 세분이 아이들과 열심히 놀기도 하고 청소도 하고...
질문은 많은데 말이 통하지 않아서 아주 답답하다고들 하시더군요.
영어공부 젠장 많이 하는데도, 우째 간단한 문장도 몬 알아 듣고, 몬 말하고~
여그 유치원 선생님들도 조금 의아하신 눈치를 보입니다.
'한국 사람들 너무 공부 열심히 한다면서, 어떻게 간단한 소통도 안 되는지 모르겠어~'
입들 좀 열어여!!!!
저녁 먹고 울 딸애 학교 탐방했답니다.
여기는 1학년 반인데, 책상과 의자 대신에 저런 기다란 벤치만 있고,
어린이들은 바닥에 앉아서 공부합니다.
저 벤치에 앉기도 하고, 책상으로도 쓰고 다용도이지요.
이런 교실을 보훔식 모델(Bochumer Modell)이라고 합니다.
중서부 독일의 보훔이라는 곳에 있는 발도르프 학교에서 처음으로 시도해 본 새로운 교실 모형이지요.
여기는 1학년 a반인데 1학년 b반은 보통 교실입니다.
유치원 교사들이 왜 반 마다 다르냐고 묻더군요.
담임의 재량이라고 했더니만, 교장선생님이 없느냐는 쪼께 '무지'한 질문을.... ㅎㅎㅎㅎ
저그 창문이 보이나요?
아랫부분을 종이로 가렸습니다.
저렇게 가려 놓아서, 바깥에서 들여다 볼 수도 없고,
아이들 역시 바깥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볼 수 없어서 수업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복도쪽으로는 당연히 창이 없습니다.
학교의 뒷마당에서 나무에 기어오르면서 노는 아이들.
어제는 여기 발도르프 교육대학에서 한국 실습생들과
여기 유치원교사교육과정의 학생들이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 실습생들이 모두 한 마디씩 하였는데,
그 중에 한 분이,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나무에 기어 오르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고 좋았다고 하였습니다.
한국의 유치원에서는 그런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한다고요.
한텔 선생님께서 '유치원을 될 수 있으면 위험하게 만들어 놓으라.'고 하셨습니다.
어린이들은 위험한 놀이를 하면서, 떨어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무릎이 까이고, 때론 다리도 부러지면서 세상과 연결되어서,
세상과 하나가 되고, 세상을 사랑하고, 세상을 위해서 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치는 것이 두려워서 매일 얌전하게 구석에 앉아서 tv만 본다면,
언제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이곳의 유치원에서 겨우 3일 실습하였는데도
보고 감동한 점들이 너무 많은 듯 하더군요.
-독일 어린이들이 너무 자유롭고 밝아 보인다.
-유치원 교사들도 안정적이고 매우 친절하다. 자유롭고 열려 있다.
-항상 노래를 부르던데, 기분 나쁜 일도 없는가? 어떻게 그렇게 오전 내내 즐겁게 어린이들과 놀 수 있느냐?
-아침 7시 3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만 유치원을 연다. 너무 놀랍다.
-한국은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유치원을 열어야 하고, 교사들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서 스트레스 쌓인다.
-날마다 너무나 맛있는 요리를 어린이들과 함께 해서 먹고 살쪘다.
-교사에 대한 부모들의 신뢰가 굉장히 두터웠다.
-어린이가 다쳤을 때에는 부모에게 그냥 보고만 하면 되어서 놀라웠다. 한국에서는 구구절절 설명을 하고
골백 번 사과를 해도 부모들이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했다고 투정을 하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었다.
동서양의 만남, 그런데 글로벌 시대라 하여도 생긴 것이 다른 만큼 생각도, 삶도 너무나 다르더군요.
독일 학생들은 한국의 실정에 대한 한텔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모두 허걱!!하는 표정을 지었다고...
여그는 울 딸래미 핵교 남쪽의 정문에서 본 건물입니다.
그런데 그 열한 분 대부분이 제 번역서를 읽어보지 않았다고 하네요.
뭐, 발도르프 교육학에 관심들은 많아도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려는 노력은 너무나 미미한 듯 합니다.
첫댓글 유치원 넘 평화롭네요.ㅠㅠ 좋다.~
학교 옆에 있는데, 집이 조금 작고, 주변을 흙더미로 작은 산처럼 둘러싸서 분지를 만들어서 그 안에 지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외부에서 잘 안 보여요. 아이들이 포옥 싸여서 보호되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지요. 이곳의 가을답지 않게 비도 내리지 않고, 실습생들이 복이 많나바여~ ^^